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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파란 바다·섬·사랑…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8.13 11:04:17“넌 날 위해서 뭘 해줄 수 있어?” 지난 1960~1970년대 포크송 열풍을 주도한 음악 그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쎄시봉’에서 자영(한효주 분)은 자신을 끔찍이도 아끼는 남자친구 근태(정우 분)에게 묻는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의 한 구절을 멋지게 뽑아 올린 근태가 이내 답한다. “평생 너를 위해 노래할게.” 이 말을 들은 자영은 근태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는 이제 막 연예계에 데뷔한 자신을 성공의 길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2년 뒤 만남을 기약하며...소나무 아래에 묻은 사랑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7.30 13:37:26‘그녀(전지현 분)’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남자를 보면 화를 못 참고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남자친구 견우(차태현 분)와 캠퍼스를 걷다가는 갑자기 “발 아파 죽겠다”며 신발을 바꿔 신자고 한다. 난생처음 하이힐에 올라선 견우는 쭈뼛거리며 걸음도 제대로 못 떼는데 가벼운 운동화를 신은 여자는 “나 잡아봐라”며 발랄하게 뛰어다닌다. 무엇이든 성미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여자는 ‘엽기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아련히 들려오는 기적소리…순수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갈래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7.16 10:35:20때는 1999년 봄이다. 20년 전 같은 공장에서 일했던 동료들의 모임인 ‘가리봉 봉우회’ 야유회에 김영호(설경구 분)가 후줄근한 양복 차림으로 나타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영호는 싸구려 반주기계를 켜고 노래를 부른다. 그가 고른 곡은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다. 영호의 힘없이 떨리는 목소리에 실려 나오는 가사는 이 남자의 삶이 무언가 한참 잘못됐음을, 좌표를 잃고 나아갈 곳을 찾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비취빛 沼...神弓의 전설이 깃든 듯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7.02 11:05:53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은 간명하고 당당한 제목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역사의 한 토막에서 빌려온 서사를 군더더기 없이 펼쳐놓은 뒤 ‘활’이라는 무기의 활동사진적 쾌감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김한민은 1,6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명량’으로 한국 최고의 흥행 감독이 됐으나 전작인 ‘최종병기 활’은 이미 그에게 ‘사극 마스터’의 자질이 충분함을 입증하는 전주곡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1933년 친일의 흔적…필름을 타고 흐르다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6.18 11:34:39영화 ‘암살’은 1933년 조선 경성과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조선군 사령관과 친일파 암살 작전에 투입된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중심이 되는 시간적 배경은 1930년대지만 영화는 유장한 호흡의 대하소설처럼 한일병합 직후부터 한국전쟁 발발 직전까지를 담는다. 서사의 동력을 만드는 핵심 인물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분)의 쌍둥이 딸이다. 영화 초반 강인국의 아내이자 독립운동가인 안성심(진경분)은 일본 경찰의 추적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휘청이는 대숲...'봄날'처럼 짧은 사랑이 시작되다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6.11 10:44:34“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분)는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 은수(이영애분)를 향해 이렇게 되묻는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상우는 이런 말도 한다. “너, 나 사랑하니?” 마음이 식었으니 헤어지자는 연인에게 현재형으로 사랑하는지를 따져 묻는 이 말은 언뜻 이상하게 들린다. 그럼에도 이 장면은 ‘NG’ 커트가 아니라 ‘오케이’ 커트로 살아남았다. 어쭙잖은 논리적 개연성 대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애끓는 父情' 품은 초가, 운명을 감싸안다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6.04 11:11:34한재림 감독의 영화 ‘관상’은 지난 1453년 일어난 ‘계유정난’을 서사의 큰 줄기로 삼는다.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하는 과정이 역사적 사실과 거의 유사하게 펼쳐진다. 모두가 아는 익숙한 이야기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것은 당대 최고의 관상가인 내경(송강호 분)의 스토리다. 역적의 자손으로 태어나 깊은 산에 칩거하던 내경은 자신의 용한 재주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 기생 연홍(김혜수 분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만개의 불상'서 헤맨 두 남자, 마음의 지옥에 갇히다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5.07 11:26:29“8개의 지옥 중에 최악은 ‘무간지옥’인데 그것은 영원한 고통을 의미한다.” 2000년대 홍콩 누아르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무간도(無間道)’는 검은 스크린 위로 불교경전인 ‘열반경’ 제19권의 한 구절을 띄우며 시작한다. 곧 화면이 밝으면 삼합회 중간 보스인 한침(쩡즈웨이분)이 새로 들어온 조직원들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하고 있다. 한침은 새파란 후배들을 향해 “전과 기록이 없는 너희는 이제부터 경찰에 들어가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자유의 언덕에 서면…'시간과 꿈'이 엉클어진다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4.09 15:52:15“이 독창적인 소설미학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나. 이 소설의 장르는 그래서 그냥 ‘은희경’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지난 2007년 출간된 은희경의 소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읽고 이렇게 썼다. 작품의 개성이 너무 독보적인 나머지 그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는 오직 작가의 이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 찬사였다. 한국의 영화감독 가운데 이런 평가가 어울리는 사람을 한 명만 꼽는다면 역시 홍상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알록달록 작은집·짭짤한 바다내음·부서지는 파도소리…"살아있네"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3.26 10:56:44“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건달 세계에도 룰이라는 게 있는데….”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년)’에서 조직폭력배 보스인 최형배(하정우분)는 이권을 다투는 김판호(조진웅분)와의 싸움에 부하들을 동원해달라는 최익현(최민식분)의 부탁에 말끝을 흐린다. 두 사람은 같은 경주 최씨로 형배가 고손자뻘이다. 형배가 한때 한솥밥을 먹던 판호를 쳐야 한다는 사실에 망설이기만 하자 참다못한 익현은 “니캉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초록빛 용암을 건너…늑대소년을 만나다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3.12 11:21:53영화 ‘늑대소년(2012년)’은 투자사의 입맛에 따라 시나리오가 난도질당하는 일이 다반사인 충무로에서 보기 드물게 큰 의견 충돌 없이 일사천리로 완성된 작품이다. 투자·배급을 담당한 CJ엔터테인먼트는 신인급 감독의 작품임에도 ‘늑대소년’의 시나리오 초고만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청춘 스타인 송중기와 박보영의 가세는 힘차게 달려나갈 채비를 하는 프로젝트의 양어깨에 날개를 달아줬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캐스팅과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나무 터널처럼 뒤얽힌 '그녀'와 '그녀'의 사랑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3.05 13:32:47영화감독 박찬욱의 관심사는 폭력에서 구원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스토커’ ‘아가씨’로 이어지는 최근의 행보는 이런 경향을 또렷이 입증한다. 박찬욱은 자기 영화만큼이나 말을 멋있게 하는 사람이다. 그가 지난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작품 세계의 변화와 관련해 들려준 설명은 두고두고 음미할 만하다. “프랑스 작가인 발자크의 한 소설에 나오는 구절처럼 모든 위대한 사람은 여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클래식 돌담길, 잊혀진 첫사랑의 기억이 깨어난다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2.27 17:33:33“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상량한 바람이 가을을 예고해줍니다. 그 바람을 편지지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영화 ‘클래식(2003년)’의 도입부에서 지혜는 오래전 엄마(주희)가 첫사랑으로부터 받았던 편지에 적힌 고색창연한 문장을 읽고는 피식 웃는다. “상량한? 아이 촌스러워. 좋아, 클래식하다고 해두지 뭐.” 제목의 의미를 설명하는 장면으로 문을 연 영화는 제목에 걸맞게 품격 있는 순정의 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인간의 이중성...호수에 비친 내면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2.20 16:19:16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남편의 일상은 아내가 돌연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와르르 무너진다. 이상한 꿈을 꾼 그 날 이후 아내는 고기와 장어가 가득했던 냉장고를 비워버리고 무슨 영문인지 남편과의 잠자리도 거부한다. 나날이 쇠약해지는 아내에게 고기 한 점 먹이려고 처가 식구들까지 불러모은 날에는 칼로 손목을 긋는 자해까지 서슴지 않는다. 아내의 평범함이 마음에 쏙 들어 결혼했던 남편은 뒤늦게 “나는 -
[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 광한루에서…하선(광해군 대역)의 순정이 되고 싶소이다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9.02.13 16:23:28“두둥실 떠오른 저 달은 내 님의 얼굴/ 누가 내 님 모가지 싹둑 잘라 저기 걸어 두었나/ (중략) 달 뜨면 내 님인가 하여 하염없이 바라보노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2012년)’에서 하선(이병헌)은 어느 고요한 밤 오작교로 중전(한효주)을 불러내 이렇게 직접 지은 시를 읊어준다. 배우 이병헌이 1인 2역을 멋지게 소화한 ‘광해’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사라진 광해군의 15일 동안의 행적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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