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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국민의 선택]'문재인 후광 효과' 맹위...'스캔들·드루킹·경제심판론' 모두 삼켜

與 지방선거 압승 배경은
野 전략·인물 부재 속 북미회담 초대형 이슈까지 겹쳐
與 수도권·PK 싹쓸이...23년만에 지방권력 교체 성공
한국·바른미래당 막판 후보 단일화 싸고 자중지란도

[6·13 국민의 선택]'문재인 후광 효과' 맹위...'스캔들·드루킹·경제심판론' 모두 삼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여당의 ‘싹쓸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 중 14곳에서 우세를 보이며 ‘기울어진 민심’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이고 보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에도 깃발을 꽂으며 23년 만에 지방권력 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 행진과 ‘남북·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메가톤급 이슈가 여당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전시킬 마땅한 의제와 인물을 내세우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막판 신경전은 소득 없이 내분만 일으키면서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선거운동을 도와준 꼴만 됐다.

민주당은 앞서 내걸었던 목표치(9+α)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싹쓸이에 이어 보수 텃밭인 PK 개척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부산·울산·경남은 지난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가 도입된 후 민주당 계열 후보가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곳이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의 최대 관건은 ‘부울경’”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불모지 개척에 공을 들였다. 경기도 역시 선거 막판에 터진 ‘여배우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큰 격차로 앞서며 16년 만의 지방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반면 한국당은 텃밭 절반을 내준 채 대구경북(TK)만 지켜 체면을 구겼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공언했던 ‘6석 사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구여권에 대한 심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정태옥 전 대변인의 인천·부천 비하 발언이 수도권 중도·부동층의 표심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승리는 ‘문재인 후광 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선거기간 내내 돌발 악재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매 국면을 ‘국정 운영의 조력자’라는 역할론으로 돌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미투(MeToo·성폭력 피해 폭로) 가해자로 지목되고 드루킹(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이 터지는 와중에도 ‘정부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당위성이 악재를 상쇄한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주요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문 대통령과의 친분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문재인 마케팅’에 주력했다. 70%에 육박하는 국정 지지도가 든든한 배경이 된 셈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도 여당에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판문점 선언은 정부 여당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고 뒤이어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은 선거 자체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여당에는 악재를 덮을, 야당에는 어떤 공격으로도 뚫어낼 수 없는 방패가 된 것이다.

[6·13 국민의 선택]'문재인 후광 효과' 맹위...'스캔들·드루킹·경제심판론' 모두 삼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연합뉴스

[6·13 국민의 선택]'문재인 후광 효과' 맹위...'스캔들·드루킹·경제심판론' 모두 삼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연합뉴스

야당의 자승자박과 이에 따른 반사이익도 빼놓을 수 없다. 정책이든 인물이든 모든 면에서 전략 부재를 드러내며 정권 심판의 정당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국민적 요구를 ‘합의 쟁점’으로 이끌었어야 했지만 성과를 흠집 내는 데만 골몰했다”며 “안보 이슈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자 뒤늦게 정부의 경제·민생 실정을 들고 나오면서 전략 면에서도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야당은 대북정책·최저임금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서 정부의 실책에만 기댈 뿐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극심한 인물난도 야권의 발목을 잡았다. ‘젊은 인재’를 강조했던 한국당은 주요 인사들의 출마 고사로 ‘올드보이 차출’이라는 고육책을 꺼내 들었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를 제외하고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인물을 내세우며 사실상 인재 영입에 실패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막판 후보 단일화 논의는 자충수가 됐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한국당의 김문수,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후보 간 ‘양보 갈등’으로 잡음만 남겼고 이 과정에서 ‘당 대 당 통합’ 논의가 불거지며 오히려 당내 갈등만 키웠다. 충북지사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도 양당 간 ‘후보 매수’ 공방이 오가며 표를 깎아 먹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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