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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33회>'싸이카'를 타는 그녀
산업 산업일반 2016.11.18 16:44:09광화문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가는 길에 자리 잡은 경찰박물관을 아십니까. 전 너무나 자주 지나다니는 동네인데 유독 그 근처에 정차해 있는 ‘싸이카’가 많이 보이더군요. 퍼뜩, 같이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으로서 싸이카를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바로 사회부 동료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전달받은 연락처는 서울청 교통안전과 교순대 부대장 이형우님의 유선전화 번호. 수화기를 들고 하마터면 “교 부대장님 바꿔주세요”라고 말할 뻔했다능(…) 교순대는 다름 아닌 ‘교통순찰대’의 줄임말이었습니다. 싸이카를 타는 경찰들이 소속된 조직이죠. 교순대는 바로 경찰박물관 뒷편을 본부(?)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하러 갔건만, 인터뷰 내내 저는 “네?!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세효ㅠㅠ”라고 외쳐야 했습니다. 그들만의 용어가 상당히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보통 우리는 싸이카라고 교순대를 칭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정작 교순대원들은 자신들의 모터사이클을 ‘둘마’라고 부른다네요. 바퀴가 두 개 달렸다 해서 ‘둘’, 그리고 ‘마’는 아무래도 말 마(馬)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같은 경찰끼리, 무전기로 대화할 때 쓰는 내부 용어랍니다. 사실 싸이카가 교통순찰대 사이드카에서 유래한 말이란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현재 교통순찰대가 사이드카를 모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교순대 창설 초기엔 의전행사에 쓰여서 사이드카->싸이카(=교순대)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각 바이크에는 번호가 붙어있습니다. 번호가 작을수록 직급이 높은 분이라 합니다. 이날 인터뷰 대상은 교순대의 여성 경찰이신 김수진 경사님이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포스가 넘치는 분이십니다. 현재 서울 교순대에 여경은 단 두 분뿐이시라네요. 김 경사님은 대학교 시절부터 모터사이클에 관심이 많으셨다네요. 지인 바이크 탠덤으로 시작해 결국 2005년 2종소형 면허를 취득하고 2006년 경찰 생활을 시작하셨답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교순대에 2011년 자원하셨죠. 최고 10:1(그때그때 다르긴 하답니다)의 경쟁률을 뚫고 교순대원이 됩니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호넷600, CBR250 등 여러 바이크를 거쳤고 실력도 어지간한 라이더(남녀노소 불문!) 뺨치는 수준이었지만, 한 달 간의 지옥훈련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 달 동안 교육을 받아요. 싸이카와 똑같은 기종(BMW R1200RT)을 밀고 끌고 일으켜 세우고 원돌기에 8자 돌기까지…. 남녀 똑같은 교육이구요. 너무 힘들었어요.”(근데 얼굴은 별로 안 힘들었단 표정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하루짜리 대림모터스쿨이나 BMW모토라드 라이딩스쿨도 엄청 힘듭니다. 그런데 그런 교육이 무려 한 달동안 쭉! 언빌리버블!!!! 그런 훈련을 BMW R1200RT로 통과한 김 경사님은 천하무적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제 울프클래식을 세 대쯤 합쳐놓은 듯한 싸이카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걸까요? 정말 가뿐하게 자신의 싸이카를 데려와 포즈를 취하시더군요. 다만 “시트고가 800㎜로 살짝 높기 때문에 깔창의 도움을 받는다”고 귀띔하십니다. 교순대의 1순위 업무는 기동경호. 대통령이나 해외 정상, 귀빈들의 차량을 경호하면서 길을 뚫는 역할을 합니다. 바이크를 타면서 각종 수신호로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때로는 볼멘 소리를 듣기도 한다네요. 해외 정상의 일정을 이틀이든 사흘이든 쉼없이 따라붙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땐 초긴장 태세로 업무를 수행하다가 끝나고 나서야 녹초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고 합니다. 대신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네요. “해외 국빈들을 위해 분 단위로 일정에 맞춰야 하다 보니 시민들의 차를 막거나 추월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과속, 급출발, 급제동도 하죠. 다소 거칠어 보이는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같구요. 요즘에는 잘 협조해주셔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인터뷰에 동석한 최보민 경위님(교순대 최고참·경력 16년)의 설명입니다. 의전 업무가 없는 평상시엔 교통관리업무를 합니다. 김 경사가 허리에 찬 보조가방에는 교통위반 스티커를 발부하는 조그만 기기가 들어있습니다. 착한 운전자라면 전혀 무서워할 필요가 없지만 왠지 본능적으로 무서운 그것!ㄷㄷㄷ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교순대의 고충은 적지 않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교순대엔 무릎에 철심 안 박은 사람 없다고도 하죠.” 김 경사님이 농담처럼 한 말씀이지만 정말 부상이 흔합니다. 다른 부서로 옮기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배우자의 엄포에 교순대를 포기하신 분들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이밖에도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도 살벌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한달 간의 지옥훈련은 안양천 인근의 운동장을 빌려서 진행하는데, 좀 더 제대로 된 부지와 교육시설을 갖추면 좋지 않을까요? 정부가 예산을 좀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한 번 싸이카에 앉아봤습니다. 싸이카를 저같은 아무 사람이나 타봐도 되나 싶어서 조심스레 여쭤봤는데 이형우 부대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경찰 위에 시민 있는 거 아닙니까? 사진도 얼마든지 찍으세요.”라는 쿨한 멘트와 함께요. 참고로 헬멧은 HJC에서 교순대 전용으로 특별 납품하는 카본 헬멧이라고 합니다. 아주 가볍다능…. 싸이카에는 이렇게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기 위한 스피커가 설치돼 있습니다. 물론 무전기도 있죠. 최근 몇 년간 교순대는 싸이카로 BMW만 구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산이면 더 좋겠지만, 실제로 과거에 도입해 본 결과 잔고장이 많고(안습…) 특히 ABS처럼 안전을 지켜주는 기능이 없죠. 기동력도 매우 중요하구요. 어째 광고하는 것 같지만(…) 바이크 여럿 타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겁니다. 교순대 주차장의 풍경입니다. 2개 층으로 나눠진 주차장에 대원들이 출퇴근할 때 타고 다니신다는 자가 바이크(‘사제 바이크’라고도)와 싸이카가 잔뜩 주차돼 있습니다. 김 경사님 왈, “주차장이 거의 퇴계로 바이크거리 같죠?” 마지막으로, 오늘의 초핵심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교순대원들도 ‘제꿍’을 하나요?” 라이더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바이크는 두 바퀴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초보자들은 무게를 지탱하는 게 익숙지 않아서 횡단 보도 앞에 가만히 서 있다가도 ‘어어어~’하는 사이 넘어지죠. 그런데 가끔은 숙련자도 넘어집니다. 제꿍하면 다치거나 말거나, 그보다는 주위의 시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 순식간에 200㎏, 250㎏짜리 바이크를 일으켜 현장을 탈출하게 됩니다. 교순대원들도 예외는 아니시라네요. 물론 한 3년에 한 번쯤, 뭐 이런 식으로 빈도가 현저히 낮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김 경사님은 “최대한 근엄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은 척 순식간에 일어나 재출발합니다”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역시 라이더는 모두 한마음입니다!!!(?!) ‘엄근진’한 줄만 알았던 교순대 분들과의 만남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경찰이시지만 동시에 피끓는 라이더들이거든요. 앞으로도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을 받아 부상 없이, 단 한 차례의 제꿍도 없이 멋지게 임무를 수행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32회>[ㅊㅅㅅ특집]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초호화 모터사이클 엿보기
산업 산업일반 2016.11.04 11:25:01나라 잃은 백성의 심정이란 이런 걸까요. 그동안 딱히 국가란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산 적은 없지만 정말이지 너무하다 싶은 요즘입니다. 한국 상황을 대강 알고 있는 중국인 친구가 그러더군요. “증거도 안 나온 사건에 한국인들이 너무 과민 반응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이 친구는 ‘들려오는 얘기들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영화같다 => 설마 그게 다 사실일 리 없음ㅎㅅㅎ’ 이렇게 생각해버린 겁니다. 한숨만 나옵니다. 이 시국에 저는 우리나라의 주인인 ㅊㅅㅅ씨, ㅊㅅㄷ씨, ㅈㅅㅎ씨, ㅈㅇㄹ씨(누가 끝판왕인지 모르니 일단 전부 적어봅니다)가 모터사이클 매니아였다면 좋아했을 법한 럭셔리!초고가!초호화 바이크들을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타는 SYM 울프 클래식도 추천해드리고 싶긴 한데 워낙 고급 취향이신 분들이라 “뭐 이런 차를 타냐”고 하시겠죠? 제주도에서 ㅊㅅㄷ씨가 그러셨잖아요. 1,500대만 한정 생산했던 두카티 데스모세디치 같은 건 뺐습니다. 높으신 분들이 그런 게 눈에 차겠어요? 10억짜리 명마…아니 명바이크는 돼야죠. 1. 로터스 C-01 청담동처럼 좋은 동네 가면 가끔 보이는 고급차 메이커, 로터스에서도 바이크를 만드네요. 2013년에 모터사이클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이듬해 고성능 슈퍼바이크 C-01 시제품을 선보였는데요. 100대만 만들어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네요. 배기량 1,195㏄의 수냉식 V2 엔진(KTM의 RC8R 엔진을 튜닝), 최고 200마력, 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더 튼튼한 탄소섬유 등의 첨단 소재를 대거 적용한 덕분에 무게는 181㎏. 서민들이 타는 어지간한 중·고배기량 바이크는 200㎏을 가뿐히 넘기는데 말입니다. 뭐 BMW라든가 할리라든가 그런 서민용 바이크들요. 성능은 도저히 상상이 안 되네요. ‘길 위의 로켓(road rocket)’이란 표현으로 가늠만 해볼 뿐입니다. 그건 그렇다치고 저 미래적인 디자인이 예술입니다. 부가티 등 고급 자동차 디자이너인 대니얼 사이먼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SF 영화 ‘트론’에 등장하는 라이트 사이클(Light cycle)도 이 양반이 디자인했다더군요. 그리고 지난 2년 간 별 소식이 없다가, 지난 8월 미국의 자동차 전문 경매에 출품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가격이 45만 달러(5억1,3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후 어찌된 일인지 알려진 내용이 없네요. 어쨌든 저 같은 서민은 꿈도 못 꾸지만 ㅊㅅㅅ씨라면 가능할텐데 말입니다. 구경이라도 하게 한 대 들여와 주세요, 네? 2. 바이러스 984 C3 2V 괴력의 바이크로 불리는 바이러스(Vyrus). 2001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두카티 엔진으로 만든 ‘984 C3 2V’, ‘985 C3 4V’ 같은 모델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모터사이클 매니아인 탐 크루즈도 987 C3 4V를 한 대 갖고 있다네요. 984 C3 2V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1,078cc에 100마력, 역시 각종 좋은 소재를 써서 무게는 겨우 158㎏. 해외 매체들 시승기를 보면 아주 균형이 잘 잡혀있고 섬세하고 블라블라…라는데 저 같은 평민은 도저히 감도 잡히지가 않습니다. ㅈㅅㅎ씨가 외제차 매니아신 것 같던데 한 번 타 보시고 한글로 소감 좀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3. BMW 비전넥스트100 이건 많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ㅊㅅㅅ씨 마음의 고향, 독일에서 만든 BMW모토라드의 콘셉트 바이크 ‘비전 넥스트 100(Vision Next 100)’인데요. 수십년 후의 바이크라면 이럴 것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해 만들어 보았다고 합니다. 동영상부터 보시죠. 라이더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제꿍(…)과 각종 사고. BMW는 자이로스코프를 적용해 스스로 균형을 잡는 기술을 상상했습니다. 멈추거나 주차할 때, 뭔가 위험한 상황에서 넘어지지 않도록요. 넘어질 일이 없으니 헬멧도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함께 제공되는 바이저는 요즘 신형 사륜차에 많이들 갖춰진 헤드업디스플레이 기능이 있기 때문에 내비, 거치대 이런 것도 다 필요없게 되죠. 이 바이크는 컨셉트 바이크인지라 살 수도 없고 가격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갑이시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미래에는 말(馬)들도 자이로스코프 기능을 탑재해서 안 넘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공주님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4. 야하마 BMS 이번 바이크는 정말 비쌉니다. 야마하의 차퍼, BMS(이름이 뭔 뜻인지도 모르겠고 참 별로입니다. 사이비종교 JMS가 떠오르기도 하고…사이비라면 영생교도 빼놓을 수 없지만요!)인데요. 가격이 무려 300만 달러, 35억원입니다. 포르쉐가 외계인을 고문해서 차를 만들듯이 이 바이크도 디자이너가 유체이탈해서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박한 디자인입니다. 이 바이크, 유턴은 가능한 걸까요?! 5. MIDUAL 너무 비싼 바이크만 골랐나요? 이번에는 프랑스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크입니다. ㅊㅅㅅ씨에겐 껌값인 18만5,000달러(2억1,100만원)에 불과한 가격이 알흠답습니다. 프랑스의 한 엔지니어가 투자를 받아서 35대만 만들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런 능력자…. 바이크EXIF라는 해외 바이크 전문지는 “NCR이나 바이러스는 너무 모토GP를 위한 차고, 그냥 동네에서도 탈 수 있는 부가티나 맥라렌 같은 바이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Midual’, 영어사전에도 프랑스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이 단어는 마치 맞춤법을 잘 몰라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내곤 하는 ㅈㅇㄹ씨를 떠오르게 합니다. 1,036cc 플랫트윈 수랭식 엔진, 알루미늄 모노코크 프레임, 앞뒤 브렘보 캘리퍼 등등이 적용돼 있다 하네요. 최대 파워는 106마력/8,000rpm, 최대 토크는 100NM/5,300rpm이라고 합니다. 모터사이클의 세계도 참 넓습니다. 저런 럭셔리 바이크가 신기하고 타보고 싶기도 하고(제꿍하면ㄷㄷㄷ) 그렇지만 전 평범한 제 바이크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욕망의 괴물들이 사라지길 바라며, 오늘 두유바이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촛불 파이팅!!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31회>교동도로 '레트로' 여행을 떠나요
산업 2016.10.22 09:00:08모터사이클 라이더들에게 최고의 계절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다들 안운하고 계시죠? 정작 저는 “가을 라이딩이 최고”라고 주절대기만 하다 거의 서울을 떠나질 못했네요. 지난 2년간 탔던 울프 클래식을 두고도 기변병이 도져 새로운 바이크를 사네마네 하면서 흐지부지 시간만 보냈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하다 한 달만에 돌아온 두유바이크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교동도입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다소 멀게 느껴지는 곳이었지만, 2014년 7월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이 동네, 상당히 볼 것도 많습니다. 제가 교동도에 다녀온 게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9월 초니까 아직 꽤 더웠을 때입니다. 두유바이크 29회에서 소개했던 혼다의 NC750X를 타고 다녀왔더랬죠. (NC750X 시승기 ) 강화도를 지나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의 교량이라는 교동대교에 진입합니다. 교동도에 들어가려는 외부인은 모두 잠시 검문을 거쳐야 하는데요.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적어 건네면 됩니다. 북한과 워낙 가까운 곳이다보니 민간인 출입통제가 이뤄집니다. 교동도의 핫플레이스는 바로 대룡시장입니다. 신문, TV 등 각종 매체에도 적잖이 소개가 된 곳이죠.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1960년대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죠. 우선 적당히 바이크를 세워두고 교동도 안내소를 찾아갑니다. 한 선생님(?)께서 안내 지도를 건네시면서 덤으로 어디에 볼거리가 많은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십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씩 저희 같은 외부인들이 방문할 텐데, 전혀 피곤하거나 지루한 기색이 없이 여유가 넘치십니다. 설명을 듣고 대룡시장 곳곳을 둘러봅니다. 교동대교 개통 전에는 교동도 주민 3,000여명의 사랑방이었겠지만, 지금은 관광객들로 꽤 북적입니다. 정말 레트로하고 깜찍한 가게들이 많아 저도 좋다고 사진을 찍었더랬죠. 학교 과제를 수행하러 온 듯한 중고등학생, 대학생들도 눈에 띄더군요. 학생들이 이 곳 토박이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주민 분들도 어지간히 익숙하신 듯 술술 답변하십니다. 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갓 만든 설탕 꽈배기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더군요. 강추합니다. 그리고 저는 못 가보긴 했지만, 매주 토·일 화개산 주차장(대룡시장에서 가깝습니다)에선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주말 장터가 열린다네요. 교동도에서 주민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룡시장에서 남쪽에 위치한 포구, 남산포에서는 건새우나 새우젓, 꽃게 같은 해산물도 판매한다고…모터사이클로 장보러 가긴 좀 어렵겠지만요. 한적했던 동네가 이렇게 북적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외부인이 드나드는 걸 싫어하는 주민들도 계실테고 급하게 관광지로 개발돼버려서 특유의 풍경이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주민들 얼굴을 보면 아직 푸근하고 여유가 넘치시더군요. 덕분에 저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대룡시장을 구경하고 안내소에서 말씀해주신대로 ‘인사리 경로당’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교동도는 북한 연안군, 배천군과 불과 3km 떨어진 섬입니다. 북한과 최대한 가까운 인사리 윗쪽에선 철조망 너머로 북한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있죠. 6.25때 북한에 남겨두고 온 가족이 있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이런 길을 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 풍경을 영상으로도 남겨뒀습니다.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달리느라 다소 산만합니다만;;전 이런 길을 천천히 달리면서 구경할 때가 제일 좋더군요. 모터사이클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인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단풍철인데, 최대한 가을 풍경을 누려야겠습니다. 다음 번 두유바이크에서 만나요! -
[두유바이크]<30회>바이크와의 이태원 프리덤
산업 2016.09.23 10:14:19요즘처럼 좋은 날씨엔 질리도록 바이크를 타야 하건만, 저는 이 아까운 가을 주말에 라이딩에 소홀해졌습니다. 이젠 제 울프 클래식이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멀리 가기도 귀찮아서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입니다. 이런 경험을 살려서! 이번 두유바이크는 바이크와 함께 하는 핫플레이스 방문기로 준비했습니다. 어디냐구요? 바로 프리덤이 넘치는 이태원!! 이태원은 차로 가려면 주차 걱정에 벌써부터 심란해지지만 바이크라면 OK죠. 고배기량 헤비급 바이크라면 덜 추천이긴 하지만요. 저는 이날 이태원에 음악을 들으러 갔습니다. 요즘 이태원엔 음악 듣기 좋은 곳이 두 군데 있거든요. 첫 번째 장소는 아이리버에서 만든 고품격 음악감상실!! ‘스트라디움’입니다. 엄청나게 비싼 오디오 기기로 고음질을 즐길 수 있다죠. 클래식, 팝, 가요, 재즈(가요는 조금 적긴 합니다) 등 장르도 다양합니다. 인터넷 후기를 보니 “조성모의 가시나무가 이토록 감동적인 노래인 줄 몰랐다”는 평이 띄어 더욱 기대가 됐습니다. 전 이 길을 종종 지나치면서도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외관을 보면 그럴 법합니다. 뭐 하는 곳인지 알아보기 힘들게 생겼거든요. 스트라디움 홈페이지보다는 SK텔레콤 블로그()에 설명이 잘 돼 있더군요. 하지만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린 곳입니다. 입장료 만 원만 내면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4층 폴바셋에서 커피도 한 잔 홀짝일 수 있죠. 우선 일층.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탐색해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참 잘 만들어놓은 포스가 풍기는 가운데(?), 잘 살펴보니 시대별로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리버의 고급 제품인 아스텔앤컨 플레이어로요. 빈 자리에 착석한 저는 개뿔도 모르지만 왠지 있어 보이는 밥 딜런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웹서핑이나 하며 건성건성 시작했는데, 점점 폰을 내려두고 온전히 곡에 몰입하게 됐습니다. 음질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평범한 막귀라서요. 그보다는 이렇게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게 얼마만인가 싶었습니다. 중학교 때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를 수백번씩 되감아 들으면서 행복해하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들으면서 감성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신해철님 왜 가셨어요…. 자리를 옮겨다니며 듣다 보니 종종 헤드폰 접촉불량인 기기가 있었는데, 조심조심 이용해야겠단 생각이들었습니다. 지하1층은 더 아늑합니다. 저는 자리가 없어서 이 곳에서는 앉지도 못했지만, 붐비는 시간대가 아니라면 한산할 것 같더군요. 저 움푹 파인 공간에는 커플들이 잔뜩! 이밖에 특정 장르의 음악을 밀실(?!)에서 원없이 들을 수 있는 뮤직룸,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연장 등도 있습니다. 저는 오후 4시~7시 사이에 방문했는데 이 때가 피크타임인 듯합니다. 다음엔 주말 오전, 아니면 혹시 평일에 쉬는 날이 생기면 가봐야겠다 싶더군요. 건물 앞 주차장이 빈 틈을 타 저의 울프도 인증샷 한 방 찍어봅니다. 스트라디움에서 한껏 힐링한 저는 거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바이닐&플라스틱도 들렀습니다. 현대카드가 만든 이 곳은 무려 LP 전문 음악감상실 겸 매장입니다. LP를 직접 들어볼 수도 있고, 살 수도 있죠. 포터블 LP 플레이어라든가 스피커 같은 관련 상품도 진열돼 있습니다. 전 LP도 다른 오디오기기도 잘 모르지만 정말 예쁘고 비싼(…) 물건들이 많아서 탐나더군요. 바로 옆 건물은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인데, 이 날은 시간이 너무 늦어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현대카드 갖고 계신 분들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LP판이 무지하게 많아서 하루종일 죽치고 들을 수 있다더군요. 일단 건물부터 너무 예뻐서 잠시 구경하다 왔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의 문화생활을 마치고 인근 피자집을 찾았습니다. 대로변의 큰 식당은 피하는 편인데 친구가 추천해 준 이 곳은 오랜만에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더랬죠. 전 한창 핫했던 부자피자도 몇 년째 못 가봤는데 이 집도 정말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핫한 헬카페. 한번 시원하게 들러봤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상, 놀고 먹으면서 살아도 정말 할 일이 많겠구나(…) 싶었던 하루였습니다. 바이크와 함께면 어디든 주차나 길막힘 걱정 거의 없이 편하게 놀러다닐 수 있어서 좋구요. 그래서 전 요즘 친구를 만날 때 언제나 청바지 차림에 머리가 눌려 있다고 합니다. 라이더 여러분 모두 멋진 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 번 두유바이크에서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29>745cc 배기량에 편안함까지 잡은 혼다 NC750X
산업 2016.09.09 14:15:48몇 달 전, 삼성동 혼다코리아 주차장에 시승차를 데리러 갔다가 주차돼 있는 NC750X와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F차 버전으로 만들어진 인테그라의 형제고 무게중심이 낮다는 혼다코리아 직원분의 설명에 한 번 앉아나 볼까, 했다가 정말 무게중심이 낮아 편할 것 같단 느낌을 받았더랬죠. 상당한 크기, 무게인데도 손쉽게 세울 수 있었거든요. 저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 실제로 직접 타보게 된 NC750X는 제 기억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무게중심이 낮아 실제 무게보다 더 가벼운 느낌이 드는 건 맞았지만, 시트고가 참 높더군요. 무려 830mm. 지금까지 제가 타 본 바이크를 꼽아보면 두카티 스크램블러()가 790mm, BMW C650()이 800mm, BMW 모터라드 라이딩 스쿨에서 타본 F800GT()이 800mm였네요. 이런, 알고 보니 NC750X는 이전까지 도전해본 적 없는 높은 시트고의 바이크였던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NC750X를 타고 혼다코리아 주차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냥 까치발로 닿으니까 괜찮겠네, 하면서요. 아마 830mm란 사실을 알았다면 지레 겁먹었을 텐데, 역시 좀 몰라야 용감한 법인가봅니다. 첫 느낌은 역시 혼다답게 조용하고 차분하고 스무스하다는 거였죠. 조금만 당겨도 뛰쳐나가는 야성미는 없지만, 750cc란 배기량에 걸맞게 충분히 잘 나가고 잘 멈춥니다. 전 진동과 소음 많은 바이크를 구경하는 것까진 좋지만 직접 타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트가 다소 딱딱해서 저처럼 쉬지 않고 두 시간씩 달리면 엉덩이가 아프지만(…), 승차감 자체는 편안합니다. 750cc 배기량에 이런 편안함이라니, 좀 놀라웠습니다. 때는 마침 9월 초, 날씨도 좋길래 무작정 NC750X를 타고 강남에서 북악 팔각정으로 올라갔습니다. 한숨 돌리면서 이제야 자세히 바이크를 살펴봅니다. 날렵한 옆태가 멋있습니다. 팔각정을 배경으로 꽤 간지가 나네요. 연료탱크처럼 보이는 이 부분은 수납공간입니다. 풀페이스 헬멧 하나가 고스란히 들어간다는! 스쿠터가 아닌 바이크에 이런 공간 있는 경우 드물죠. 그럼 연료탱크는요? 바로 시트 밑에 있습니다. 그래서 주유할 때도 시트 뒷부분을 열어야 하죠. 주유하려면 무조건 내려야 한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내린 김에 스트레칭 좀 하면 되겠네요. 왼쪽 옆사진을 찍어둔 게 없어 구글에서 찾아왔습니다. 엔진이 다소 아랫쪽에 배치돼 있습니다. 아랫쪽에 배치된 엔진과 연료탱크가 낮은 무게중심의 비밀이죠. 덕분에 저는 NC750X를 타면서 출발하거나 멈출 때 상당히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려서 끌고 갈 때도 편했구요. 높은 시트고는 정차시에 저의 마음을 다소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긴 했지만, 사실 달리기 시작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의외로 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왜냐면…다리를 편하게 쭉 뻗고 달려도 땅에 닿질 않거든요. 저처럼 30대 중반이지만 이미 무릎이 상한 라이더들에겐 참 좋은 겁니다. 동영상 한 번 볼까요. 제가 다리를 뻗고 편하게 달리는 모습입니다. 스스로도 다시 봐도 너무 편해보인다는…가뜩이나 라이딩 포지션도 편안한 차인데, 다리까지 뻗고 달렸더니 너무 편해서 실제로도 좀 졸렸습니다(…). 북악에서 맑은 하늘을 구경하면서 이 좋은 날씨에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제부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지도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궁평항이란 곳을 목적지로 찍었죠. 신나게 달려서 조용히 바다나 보고 와야겠단 생각으로요. 서울에서 동작대교를 지나 과천, 군포, 화성을 지나 궁평항에 도착해서 여유로운 바다를 기대…했는데 마침 그날 지역 체육대회가 열렸더군요. 지역 어르신들이 가득 모인 가운데 흥겹게 울려퍼지는 뽕짝 메들리…조용한 바다는 아니었지만 정겹고 푸근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풍경도 괜찮았구요. 조용한 항구도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NC750X의 또 다른 매력! 기어 변속할 때의 철컥 소리가 간지납니다. 어찌나 간지가 나던지, 신호대기로 정차하다 기어를 바꿨더니 인도를 지나가던 40대 아주머니께서 뒤를 돌아보시더라구요. 얼마나 멋져보였으면 그랬겠어요(?!). 혹자는 NC750X가 재미없는 바이크라고도 하고, 국내 출시하면서 DCT(수동에서 자동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를 적용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글쎄요. DCT는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DCT를 얹어 더 비싼 가격에 내놓은들 가뜩이나 작은 국내 시장에서 몇 대나 팔릴지 좀 의문이 듭니다. 재미에 관해서라면…이런 바이크도 있고 저런 바이크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든 바이크가 야생마처럼 마구 질주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클래식 바이크를 좋아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NC750X와는 이튿날에도 라이딩을 떠났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번에 다시 다뤄보겠습니다. 딱 달리기 좋은 가을철, 안전한 라이딩 즐기시길 바랍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28>'토크 깡패', 할리데이비슨 로우라이더와의 헤이리 밤나들이
산업 2016.08.19 08:59:01지난 주말, 저는 10시간에 걸친 바이크 투어를 마치고 할리데이비슨 강남점을 찾아갔습니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에 달했기에 땀과 피곤에 찌든 몰골이었습니다. 그래도 귀가하지 않고 무더운 도곡로를 찾은 건 오로지 이 바이크를 타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로 할리데이비슨 다이나 로우라이더(FXDL 로우라이더)입니다. 새로운 바이크를 타기 직전의 기분은 보통 이렇지만, 이날만은 이런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할리 로우라이더는 배기량 1,690cc, 공차 중량 296kg, 가격 2,500만원의 헤비급 바이크…. 중형차급이죠. 이전까지 타본 바이크 중 가장 무거운 바이크는 미국에서 렌트했던 트라이엄프 본네빌()이나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XL1200X·)이었는데, 그래 봐야 무게가 220kg대, 240㎏대였습니다. 300kg에 가까운 바이크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연료탱크만 해도 크기가 꽤 됩니다. 이렇게요. 다만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로우라이더는 시트 높이가 낮습니다. 시트고가 680mm로 제가 타는 울프 클래식보다도 30mm가 낮네요. 무게중심이 낮으니 어떻게든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로우라이더에 착석한 순간 든 생각은 첫 번째 “엄청 편하다”, 두 번째는 “이거 넘어뜨릴 일은 없겠다” 였습니다. 사이드스탠드를 올리고 직각으로 세울 때도 그다지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꽤 큰 바이크지만 여성 라이더들도 얼마든지 탈 수 있는 모델입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얼른 집에 가고 싶었던 저는 우선 1단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할리데이비슨은 저속 토크가 깡패입니다. 1단만으로도 강남 시내를 벗어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요. 처음에는 찌는 날씨에 뜨겁고 무거운 바이크로 강남역 부근을 지날 생각에 괴로웠지만, 오히려 로우라이더에 익숙해지기엔 괜찮은 조건이었습니다. 1단으로 슬슬 몰면서 로우라이더가 어떤 녀석인지 감을 익힐 수 있었거든요. 엔진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죽을 만큼 뜨거운 것 빼고는 다 좋았습니다, 네…. 그렇게 강남을 빠져나와 한남대교로 접어들 때쯤에야 드디어 2단으로 올려봅니다. 순식간에 시속 80km를 넘어가면서 몸이 뒤로 젖혀집니다. 조금만 고삐를 놓아도 날뛸 것만 같은 야생마에 올라탄 기분이 듭니다. 동시에 왜 일부 라이더들이 그토록 할리에 열광하는지 알 듯해집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도로의 지배자’ 같은 느낌을 맛볼 수 있거든요. 로우라이더의 시트는 엉덩이도 든든하게 받쳐줍니다. 그리고 재질이 정말 좋더군요. 보들보들한 것이, 만일 내가 사장이 된다면 이런 의자를 쓸 테야…라고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로우라이더에 조금 익숙해진 저는 다음날 오후, 파주 헤이리마을로 향했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가까워서(…) 헤이리를 택했는데요. 가는 길에 기름도 넣고, 헤이리마을에 도착하면 너무 어두워질 것 같아 푸른 논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봅니다. 앞바퀴의 더블 디스크 브레이크 덕분에 제동력도 양호했습니다. BMW 바이크 같은 제동력을 기대하면 안 되겠지만, 바이크 중량 대비 준수한 제동력을 자랑합니다. 좌우 깜빡이 조작은 다소 불편했습니다. 왜 이리 엄지손가락에서 먼 느낌인지… 주말 저녁이라 한산한 대로에서는 조금 더 속도를 내 봤습니다. 3단, 4단…6단까지 변속 가능하지만 6단까지 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4단이면 어지간한 차는 다 앞지를 정도로 달려주거든요. 2단이 거친 야생마의 느낌이라면 3단부터는 보다 부드러운 가속감이 느껴집니다. 3단으로 변속하자마자 2단의 진동이 다소 줄어들면서 마치 실크를 밟고 달리는 듯한 가속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우렁찬 ‘철컥’ 소리와 함께 기어를 변속하는 맛도 못 잊을 것 같습니다. 터프하면서도 클래시컬한 바이크의 ‘간지’를 집약한 듯한 묵직한 변속음입니다. 쭉 뻗는 대로도 좋지만, 이런 시골길에서 ‘석양을 향해 달리는 라이더’ 코스프레를 해 보는 것도 재미졌습니다. 그렇게 헤이리에 도착했더니 이미 날은 어두워졌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배가 고프면 현기증이 나는 체질이기 때문에 얼른 불고기 전골을 흡입하고, 불고기집 따님이 바로 인근에서 운영하시는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 홀짝여봅니다. 헤이리예술마을은 낮에만 와 봤는데, 한산한 저녁도 좋더군요. 저녁 7시 넘어가면 문 닫는 식당·카페가 많긴 하지만 10시까지 영업하는 곳도 꽤 됩니다. 복작대는 시간대보다 여유 있게 산책도 할 수 있구요. 조명이 적어서 좀 어둡다는 건 함정…. 그렇게 헤이리에서 한가로운 저녁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헤이리를 배경으로 몇 장 더 로우라이더의 사진을 남겼습니다. 너무 우렁차지 않은 순정 배기음도 영상에 담아봤죠. 다음날 아침 다시 할리데이비슨코리아 강남점으로 로우라이더를 데려다주러 가는 길. 이 날은 광복절 휴일이지만 출근을 해야 했던 관계로 복장은 좀 더 편하게 입었습니다. 사실 할리 라이더들의 여름 패션은 티셔츠+청바지 or 가죽 덧댄 청바지…요 정도 아니겠습니까. 두유바이크 12회에서 포티에잇을 잠시 시승해 본 적은 있지만 할리의 진가를 깨달은 건 로우라이더 덕분입니다. 로우라이더의 강력한 저속 토크와 묵직한 주행감이란! 그동안 ‘할리 월드’를 ‘그들만의 세계’로 치부해 왔지만, 꽤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정두환 부장이 쓴 로우라이더 시승기()도 있으니, 두 사람이 본인의 취향과 보는 눈에 따라 어떻게 봤는지 비교해 보면서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두유바이크 28회를 마무리해 봅니다. 2주 후에 다시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27회>서울역에서 만난 가와사키 에스트렐라
산업 2016.08.05 15:40:26저는 얼마 전 서울역, 정확히는 서울역 인근의 바이크샵에서 가와사키 에스트렐라를 만났습니다. 에스트렐라는 별(Estrella)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에스트레야’로 발음하는 게 맞지만 대부분 독자분들은 더 익숙하실 것으로 여겨 에스트렐라로 통일해 보겠습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가와사키 협력점인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바이코스’ 입니다. 바이코스의 김진태 사장님은 업계의 유명한 분(?)이시라고 들었는데 저는 이날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제가 바이코스에 들른 건 2016년식 에스트렐라를 직접 보기 위해서입니다. 뜬금없이 왜 에스트렐라냐구요? 잠잠하던 기변병이 한여름에 도지는 바람에 폭풍 검색을 하다 보니 에스트렐라까지 닿아버렸습니다. 가와사키 수입사인 대전기계공업의 김희구 이사님으로부터 “출시할까 말까 하고 들여온 에스트렐라 신차 한 대가 바이코스에 있는데…”라는 말씀을 들었었거든요. 참고로 대전기계공업은 처음부터 가와사키 수입사였던 건 아닙니다. 과거 다른 수입사가 있었지만 관계가 끊겼고, 2012년부터 대전기계공업이 새로 맡게 됐습니다. 대전기계공업은 가와사키중공업(바이크 회사지만 사실 본업은 중공업입니다)과 수십년 간 협력사 관계로, 본사는 의외로 대전이 아닌 평택에 있다는 사실! 1974년 설립된 대전기계공업은 각종 기계류를 주로 생산하는 B2B 기업으로서의 역사가 깁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 바이크 판매 같은 B2C 사업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 가와사키의 AS 등에 대한 불만도 종종 제기되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에스트렐라. 이렇게 생긴 가와사키의 클래식 바이크입니다. 국내에는 잘 없는 250cc로, 과거 국내에 병행 수입된 적이 있었지만 중단되면서 지금은 거의 화석에 가까운 연식만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기종이죠. 특히 이 하늘색은 정말이지 너무 예쁩니다. 기종 자체가 정말 예쁜 바이크인데 이런 하늘색까지 입혀버리니 ‘최고!’죠. 이날 김진태 사장님이 바쁘시다는데 제가 굳이(?!) 찾아간 탓에 박스 바깥으로 에스트렐라를 꺼내보진 못했지만, 흰색도 예쁘긴 예쁩니다. 제가 타는 울프 클래식의 좀 더 큰 버전같지만, 확실히 고급스러운 태가 줄줄 흐르더군요. 공랭식 단기통 엔진이고요. 클래식 바이크지만 인젝션 방식입니다. 과거엔 캬브 엔진을 달고 나왔는데 2000년대 중반부턴 인젝션으로 바뀌었다네요. 계기판에는 의외로, 조그만 LCD 표시판도 추가돼 있습니다. 시트고는 735㎜라니 울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편할 것 같고요. 앞은 디스크 브레이크, 뒷바퀴는 드럼 브레이크입니다. 성능은 타 본 사람이 주위에 없다 보니 잘 모르겠지만 도심에서 타기도 괜찮고, 좀 멀리 나가도 크게 아쉽지 않은 정도 아니겠습니까? 일단 예쁘니까 괜찮을 것 같다는…예쁘고 튼튼하면 전 다 좋다는… 이 바이크의 역사를 살펴볼까요. 에스트렐라는 가와사키가 1992년 내수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바이크입니다. 독일 등 유럽에서도 출시하긴 했지만 별로 팔리지 않았다네요. 아무래도 일본만큼 쿼터급 바이크가 잘 팔리는 시장도 없나 봅니다. 일본에서의 가격은 53만3,520엔. 국내에서는 들여오는 비용을 감안하면 정식 출시한다 해도 800만원대에 달할 거라는 김진태 사장님의 말씀입니다. 바이크 동호회에선 서류를 구비한 소위 ‘정서류’ 중고가 대략 400만원대에 거래되더군요. 사실 최근에도 바이크 동호회에 중고 매물이 하나 올라왔던데, 그닥 땡기지 않는 검은색이라 다행히 ‘지름신’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귀차니즘’으로 인해 울프도 2년째 순정으로 타고 있는 주제지만, 커스텀 버전도 정말이지 예쁩니다. 이런 카페레이서 버전, 샛노랑 버전, 크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럴듯한 차퍼 버전 등등 다양합니다. 그리고 가끔 이런 스페셜 버전도 나옵니다. 2016년식 스페셜 에디션입니다. ‘캔디 크림슨 레드’ 컬러에 사이드 커버에도 에스트렐라 로고가 새겨져 있는 등 깨알같이 다르다네요? 다른 2016년식보다 20만원 정도 비쌉니다. 그래서 가와사키 수입사(=대전기계공업)가 에스트렐라를 국내에 정식 출시 하냐구요?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8월 둘째 주에 드디어! 일단 기술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하네요. 검사 결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면 그만두고 여유있게 통과했다 싶으면 좀 더 들여올 수도 있다”는 게 김희구 이사님의 설명입니다. 자꾸 미련이 남게 만드는 멘트를 미끼처럼 던지시네요?? 어쨌든 저는 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일단 시장이 너무 작고(ㅠㅠ이래저래 덕질하기에 너무 불리한 시장입니다) 쿼터급 바이크, 클래식 바이크 수요가 제한적이라서요. 저야 클래식 바이크를 좋아하니까 클래식 바이크만 눈에 들어오고 근처에 클래식 바이크 오너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종종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닌 겁니다. 이참에 다시 적자면, 우리나라 모터사이클 시장은 약 10만대 수준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대림자동차의 시티 시리즈(시티100, 시티 에이스 등 포함)가 연 1만2,000대 정도 판매됩니다. 혼다코리아의 베스트셀러인 PCX는 지난해 5,806대 팔렸고 BWM모토라드의 지난해 베스트셀러, S1000RR은 251대였습니다. 작디작은 시장입니다. 가와사키의 경우 지난해 국내 바이크 판매량을 다 합쳐도 470대에 불과합니다. 가끔 해외 나가보면 세상에 바이크 종류가 그렇게도 많은데 국내에선 타 보기도 어렵네요. 그렇다면 결론은 해외로…(?!) 이상 기변병에 시달리던 2년차 라이더의 잡담이었습니다. 다음 두유바이크에서는 무더위도 잊게 해 주는 알찬 시승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안전운전하시고, 더위 조심하세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26>BMW 라이딩스쿨에서의 깨달음
산업 2016.07.15 14:18:16지난 번 BMW C650스포츠(시승기 )를 타다가 유턴 중 넘어진 저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BMW코리아의 도움으로 BMW모토라드 라이딩스쿨에 참가하기로 했죠. 전 사실 BMW 라이딩스쿨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무려 모터사이클 챔피언인 조항대 선수느님(이하 교관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시는 엄청난, 말도 안되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던 것입니다. 미천한 제가 그런 곳엘 가도 되나 싶었지만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BMW 라이딩스쿨은 BMW 바이크 구매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지라 기본적으로는 자차로 교육받게 돼 있습니다(보다 자세한 정보는 ). 하지만 울프 클래식 한 대밖에 가진 것이 없는 저는 현장에 준비된 F800으로 교육을 받게 되었죠. 교육장은 경기도 이천의 BMW 물류센터.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은근 밀려 교육 시작시간인 10시가 거의 다 돼서야 도착했습니다. 얼른 접수를 마치고, 교육받으면서 탈 F800을 찾아봅니다. F800이라고만 듣고는 당연히 F800 GT겠거니 했는데 보이는 바이크라고는 F800 GS뿐. 평소에도 저런 건 정말 못 탈거야…싶었던 F800 GS밖에 없더군요. 일단 앉아나 봅니다. 올라타서 다리를 쭉 뻗어보아도 지면은 저 멀리에…란 느낌이랄까요. 라이딩부츠 끄트머리만 간신히 지면에 닿습니다. 사이드스탠드를 올리고 세우는 과정 자체가 이미 너무 힘겹습니다. 조항대 교관님께서 친절하게 지켜봐주시면서 어렵지 않다고 설명을 해 주셨지만, 잘못하다간 출발하다 넘어지고 정지하다 또 넘어질 각이란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ㅠ ㅠ). 다행히 현장에 F800GT도 한 대 있어서, 교관님께서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GT로 바꿔주셨습니다. F800GS의 시트고는 880mm, F800GT는 800mm입니다. 800mm면 울프 클래식(710mm)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그래도 타볼 만한 높이입니다. GT에 앉아 보니 정말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군요. GS는 전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습니다. 일일 사진기자로 동행한 지인이 “F800GS로 무사히 교육 마치면 앞으로는 못 탈 바이크가 없다”고 말해줬고 저도 동의하지만, 발끝에 힘을 주기도 어려울 정도로 간신히 까치발을 선 상태에선 도저히 어렵겠더군요. 키 크지 않아도 GS 타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이제 이론교육 시간. 간지나는 BMW 천막 아래 앉았습니다. 인사하고 둘러보니 다른 12명의 교육생님들은 전부 남자분들이네요. 왠지 다들 잘 타시는 분들 같았고, 실제로도 그러하였습니다(…). 조 교관님은 겉보기에 묵묵히 바이크만 타실 것 같은 인상이시지만, 상당히 말씀을 잘 하십니다. 뭔가 잘 하는 것과 그 무언가를 잘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인데, 둘 다 잘 하시는 분입니다. 다양한 제스처를 섞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시구요. 이론 교육때 들은 내용은 기존에 익히 들어오던 내용도, 상반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알지만 실천은 못하는 내용(…)부터 간단히 짚어볼까요. 우선 무게중심. 조 교관님은 “바이크는 중심만 이해하면 된다”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실제로 이런 묘기도 보여주셨죠. 바로 손가락으로 바이크 지탱하기! 사이드스탠드 올라간 것 보이시죠? 사실 멀쩡한 표정으로 찍힌 사진도 있지만(…) 바이크 챔피언의 카리스마가 살아 넘치는 터프한 버전으로 올려봅니다 그리고 “바이크를 믿어라.” 특히 코너링에서 바이크를 믿고 시선만 잘 처리하면 되는데, 그러질 못해서 몸에 불필요하게 힘을 주는(핸들바를 미는 등)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고속 코너링에서 사고가 나는 이유겠죠? 듣던 것과 다른 내용은 이랬습니다. 우선 “카운터스티어링은 어쩌다 한 번 쓰는 기술이지, 일상적인 라이딩 기술로 이해하면 안된다”. 또 “항상 니그립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2년 전 대림모터스쿨에서 들은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죠. 사실 저처럼 거의 니그립을 안하고 지면과 직각으로만 다니는 사람은 어찌됐건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신경 안 쓰고 편하게만 타 온 결과 약 3시간 후 1,705만원짜리 F800GT를 넘어뜨리는 불상사가 빚어지고야 맙니다. 점심 전 간단한 원 돌기로 몸을 풀었습니다. 기어를 1단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빙빙 도는 것쯤은 쉽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실기 교육은 인근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본격적인 코너링 연습입니다. 우선 설명을 듣고 교관님들께서 배치해 둔 라바콘 사이를 돕니다. 좀 못한다 싶으면 조 교관님이 붙잡아 직접 시범을 보이십니다. 교육생을 탠덤석에 앉힌 채로요. 탠덤 자체도 무서운데 교관님의 속도와 굽히는 각도가 어마어마해서 전 처음 탠덤 때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많이 꺾인 S자가 두 번쯤 이어지는 코스에서 처음에는 클러치와 리어브레이크를 동시 사용해 코너를 지나는 실습을 합니다. 코너 진입 전 클러치와 리어브레이크를 잡아 속도를 줄인 후 남은 동력만으로 코너를 돌고 다시 스로틀을 당겨 빠져나옵니다. 두 번째에는 클러치 사용 없이 리어브레이크만으로 감속해 코너에 진입하고, 마지막에서는 리어브레이크도 없이 오로지 스로틀 조작만으로 코너를 돕니다. 첫번째는 조작할 게 세 가지다보니 좀 어려웠고, 두 번째는 오히려 쉬웠고, 세 번째는 정말 어렵더군요. 습관적으로 리어브레이크를 밟아왔는데 그걸 의식적으로 억제하려니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쉽다고 생각했던 두 번째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바이크에 깔리지는 않았는데 라이딩진에 동그랗게 탄 자국이 남았습니다. 살갗이 조금 화끈한 수준이어서 다행이었죠. 부끄러운 순간이 이렇게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F800GT는 클러치레버 끝부분이 댕강 부러지고야 말았습니다. 조 교관님께선 어깨를 열고 시선은 멀리, 바이크를 믿고 타라도 거듭 말씀해주셨지만 저는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멀리 보다가도 정작 라바콘이 가까워질수록 라바콘으로 온 시선이 집중되고야 맙니다. 그러다보니 회전 반경도 말도 안되게 넓어지죠. 동영상으로 보면 정말 부끄럽습니다. 비실비실 코너를 돌다 보니 교통 흐름도 정체됩니다. 제 뒤에 따라오시던 교육생 분들, 정말정말 죄송합니다(ㅠ ㅠ) 그리고 마지막 코스입니다. 조 교관님께서 “대한민국 어느 코너보다 많이 꺾인 헤어핀”이라고 뿌듯해하시는데 저는 또 어찌나 겁이 나던지요. 몇 번이나 코스를 이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동영상입니다. “공도에서는 무조건 안전히 타야 하지만, 교육장인 이 곳에서는 조금 더 과감하게 시도하라”고 교관님께서 무던히 말씀하셨지만 저는 교육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간이 쪼그라들었습니다. 결국 끝날 때쯤에는 지난 2년 간 바이크를 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라한 제 실력에 좌절하게 되었죠. 하지만 이거야말로 이날 교육의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습니다.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 그리고 무엇이 부족한지 프로로부터 꼼꼼히 지도받을 수 있다는 것도요. 울프든 다른 고배기량 시승차든 공도에서 열심히 스로틀만 당겨댔다면 몰랐겠죠. 스스로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의식적으로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저의 조그만 자존심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쿨럭. 마지막으로 이날의 베스트샷을 올려봅니다. 각자 코스를 돌고 있을 뿐인데 우르르 몰려가는 라이더 무리처럼 보이네요. 이날 저 같은 열등생을 지도하느라 고생하신 조항대 교관님께 거듭 감사하고, 그리고 열등생 한 명 때문에 때로는 코스를 자체 변경해야 했던 다른 교육생 분들께는 거듭 죄송합니다. 도로에서 저를 발견하시면 꼭 쫓아오셔서 커피 한 잔이라도 독촉해 주세요. 그럼 다음 두유바이크에서 또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25>키 작아도 멋있게 타요, BMW C650스포츠 시승기 2편
산업 2016.06.24 09:33:48BMW C650스포츠 시승기 1편(아직 안 읽으셨다면 )에서 ‘쌩초보’ 시절의 아찔한 기분을 다시 겪고 나니 체력이 급저하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산정호수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둘러봅니다. 사실 여유를 즐기기엔 호수 바로 옆 조그만 유원지(산정랜드)가 너무 시끄럽더군요. 딱 월미도 유원지 느낌이었어요. 대학 시절 엠티 이후 처음 찾은 산정호수였는데, 기억을 되살릴 틈도 없이 다시 시동을 걸었습니다. 파주 마장저수지가 훨씬 조용하고 좋습디다. 여우고개에서 간이 쪼그라들고 바이크도 넘어뜨린 날이었지만, 이상하게 더 달리고 싶었던 저는 청평으로 향했습니다. 북한강변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나 한 잔 하고 싶기도 했구요. 그렇게 또 40~50분을 달려, 북한강변에서 잠시 사진도 찍어봅니다. 무더운 날이었지만 워낙 편의 기능이 많은 차인지라 두유바이크용 사진도 이리저리 찍습니다. 편의성을 볼까요. 클래식 바이크를 타는 저로선 그저 모든 게 신세계일 따름이었죠. 우선 수납공간. 핸들바 아래에 왼쪽-오른쪽 수납함 두 개가 있습니다. 오른쪽은 휴대전화, 지갑, 기타 자잘한 물건들을 넉넉히 넣어둘 수 있는 크기입니다. 왼쪽도 비슷한 크기에 더 깊숙한 공간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500㎖ 페트병 하나 정도는 그냥 들어갑니다. 게다가 핸들락을 걸어두면 왼쪽 수납함도 같이 잠기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시트 아래의 수납함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무려 풀페이스 헬멧 두 개가 들어가는 사이즈인 데다 만듦새도 엄청 세심합니다. 처음에는 열어보고 헬멧에 상처 생기지 않게 잘 감싸주라고(?) 만들어놓은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안쪽의 스위치를 누르면 바닥이 스르륵 내려가면서 비로소 풀페이스 헬멧에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이름하여 ‘플렉스케이스(Flexcase)’라죠. 이게 2016년식 C650에 처음 들어간 기능은 아니지만, 저는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그리고 깨알팁 하나 더. 플렉스케이스의 바닥이 낮춰진 상태에선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전 산정호수에 가기 전날 나름 C650 사용설명서를 읽어보긴 했지만 설레는 마음에 대충 훑어봤나 봅니다. 결국 진땀 좀 뺐습니다. 산정호수에서 출발할 때 시동이 안 걸려서 정말 놀랐거든요. 아까 정말 살살 넘어졌는데 ‘설마’ 를 외치며 10분여를 허둥지둥대다 혹시나 싶어 시트를 다시 열고 플렉스케이스 바닥을 올려줬더니 귀신같이 시동이 걸리더랍니다. 사이드스탠드를 내렸을 때도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이건 조금 불편했습니다. 사이드스탠드를 올린 다음 까치발인 상태에서 시동을 걸어야 하니까요. 물론 클러치를 잡을 필요도 없는 스쿠터지만 전 초보 나부랭이라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윈드실드입니다. 편하죠. 바람도 막아주고 날벌레 방어도 가능하니까요. BMW C650의 윈드실드는 아래 나사 모양의 버튼을 돌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사이드미러는 접어둘 수 있습니다. 전 사이드미러를 접을 수 있는 바이크는 C650이 처음이라 매우 매우 신기했습니다. 다만 윈드실드와 닿아서 완전히 접혀지지 않더군요. 그리고 열선 기능이 적용돼 있습니다. 핸들과 시트 모두에요. 핸들 열선과 운전자 열선은 운전자가 조절할 수 있도록 핸들바에 버튼이 달려 있고, 탠덤자도 알아서 조작할 수 있게 탠덤시트 오른편에 버튼이 있습니다. 6월 초 선선한 밤에 켜봤더니 은근 따뜻하고 좋더군요. 겨울엔 큰 힘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래저래 한참을 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BMW C650스포츠의 제동력에 대해서도 할 말이 적잖이 생겼습니다. 흔히들 BMW 바이크를 두고 “바이크를 잘 타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바이크”라고들 하는데, 훌륭한 브레이크 성능이 큰 몫을 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최고 제한속도로 달리다 피치 못하게 급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도로라 신호가 그리 짧을 줄 몰랐거든요. 제동거리가 다소 짧아 보여 난감했는데, 그런데! 칼같이 정지선 앞에 멈춰 설 수 있더군요. 앞바퀴엔 듀얼 브레이크 디스크, 뒷바퀴에 싱글 브레이크 디스크가 하나 더 적용된 덕분입니다. 그리고 또 본의 아니게(…) 도로에 흩뿌려진 모래 위를 지나치게 됐는데, ABS가 제 기능을 발휘해준 덕분에 ‘핸들 털림’도 거의 없이 안전히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한 6시간 달리면서 별별 일을 다 겪었단 생각이 드네요. 산정호수 라이딩을 다녀와서 그냥 쉬면 될 것을, 몇 시간 쉬다가 또 밤 마실까지 나갔습니다. 워낙 잘 달리면서도 편한 바이크다 보니 정말 집중적으로 몰아 탄 거죠. 스쿠터는 그 편안함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한남대교도 달리고 24시간 맥도날드에서 야식도 챙겨 먹고, 이리저리 또 사진도 찍어 봅니다. BMW C650스포츠의 가격은 1,590만원입니다. 비싸지만 역시 BMW다, 싶은 바이크입니다. 단순히 BMW라는 브랜드에 로망이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한 번 타 보시면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 통장 잔고가 좀 있어야겠지만요. 마지막으로 배기음 영상 덧붙입니다. 정차 중에는 진동과 함께 약간 달달거리는 디젤차 소리가 나는데, 속도가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순정 상태에선 뭔가 감흥을 주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다들 아크라포빅 머플러로 많이들 바꾸시는 것 같더군요. 네이버 BMW스쿠터 동호회 ‘BMS’에 어느 고마운 분이 음향장비까지 사용해 녹음한 사운드를 올려주셨는데, 들어보니 아크라포빅이 확실히 묵직하고 ‘상남자스런’(?) 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전 조용한 배기음 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고, 순정대로 놔둘 것 같습니다. 최고의 튜닝은 순정이라지 않습니까. 절대 게을러서 그런 건 아니구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24>키 작아도 멋있게 타요, BMW C650스포츠 시승기 1편
산업 2016.06.10 09:16:18요즘 가장 핫한 스쿠터 중 하나를 꼽으라면 많은 분들이 BMW의 C650을 떠올리실 겁니다. ‘독일부심’을 갖게 만드는 브랜드 BMW가 국내 최초로 출시한 스쿠터이니 그럴 수밖에요. 요즘 블로그나 카페에 C650 시승기, 구경기(?)가 유독 많이 눈에 띕니다. 이런 예쁜 디자인까지 갖췄으니 당연한 인기몰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BMW의 진입 장벽은 풍요로운 통장 잔고뿐만 아니었던 걸까요. “스쿠터인데 시트고가 높다”, “키 180cm인데 까치발로 다닌다ㅠㅠ”는 시승기가 꽤 눈에 띕니다. 그렇잖아도 BMW의 어지간한 바이크는 시트고가 너~무 높아서 저 같은 여성 라이더는 꿈도 꾸기 힘들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타봤습니다. 키 165㎝인 제가 과연 BMW C650을 탈 수 있었을까요? 성공했으니 이 글도 쓰고 있겠죠? 제가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C650스포츠입니다. 첫 느낌은 “생각보다 탈 만한데?” 였습니다. 네, 시트고 높습니다. 언뜻 숫자만 보면 800㎜로 그럭저럭 탈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스쿠터 특성상 시트의 폭이 레플리카(‘R차’) 등 다른 카테고리의 바이크보다 좀 넓습니다. 그래서 다소 ‘쩍벌’을 하게 되고, 똑같은 800㎜ 레플리카 바이크보다는 발 착지의 난이도가 높아지게 되는 거죠. 키 180㎝, 심지어 190㎝인 분들조차 높다고 호소하시는 이유가 이 때문이죠.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키가 저만큼 큰 분들은 웬만한 바이크는 높다고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괜히 조금 까치발 드는 걸로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닌가 하구요. 저처럼 웬만한 바이크가 다 높은 여성 라이더들은 오히려 이번에도 높구나, 싶은 거죠. 어쨌든 장신의 라이더들도 힘겨워하는 C650을 제가 그럭저럭 힘들이지 않고 탈 수 있었던 이유는 사진에서 보이는 시트고의 ‘경사’ 덕분입니다. 맨 앞부분이 그나마 낮기 때문에 정차 중엔 앞쪽에 착석, 달리기 시작하면 뒤쪽 높은 부분으로 옮겨 다리를 쭉 뻗고 편하게 타는 거죠. 그래서 키가 작아도, 조금 안타까워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잘 탈 수 있었습니다. 열쇠를 전달받아 탄 지 2분 30초 만에 “역시 편하다!”는 느낌이 옵니다. 초기 디스크 증상을 앓고 있는 몸이지만 그 편안함에 분기탱천하여 포천 산정호수로의 ‘롸이딩’을 결심했습니다. 당초 일요일 아침 일찍, 날이 더워지기 전 출발할 작정이었지만 일어나보니 어느새 11시. 결국 12시에 집을 나서 가장 뜨거운 햇빛을 받으면서 달려야 했습니다. 6월인데 한낮 온도가 32도까지 올라갔던 날이었죠. 서울을 벗어나 ‘포천 아우토반’으로 불리는 47번 국도를 거쳐 산정호수에 도착하는 코스였습니다. 아시다시피 47번 국도는 신나게 달리기 좋은 곳입니다. 평소 타던 125cc 울프 클래식이 아닌, 650cc 빅스쿠터로 이 길을 달리려니 정말 짜릿하더군요. 잠시나마, 제 바이크로는 절대 낼 수 없는 속도로 달려봤는데 그래도 힘이 넘칩니다. 최고 시속은 190km까지도 나온다죠. 그리고 BMW 사륜차가 그렇듯, 묵직하면서도 단단한 주행감은 여전합니다. 고속 주행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시몬스 침대’스런 안정감이 든든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47번 국도에서 78번 지방도로 진입했습니다. 지도의 ‘경유1’이라고 찍힌 곳이 78번 지방도로 들어가는 ‘여우재 삼거리’죠. 저는 여기부터 산정호수까지의 구간이 코너링으로 유명한 코스라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네이버 거리뷰를 캡처한 사진입니다. 북악스카이웨이에서 가장 꺾인 구간이 여기선 스무 번쯤 반복되는 느낌이랄까요. 구불구불한 도로가 이어지면서 점차 고도가 높아집니다. ‘여우고개’라는 무서운 지명도 붙어 있죠. 게다가 도로 중간중간 야생동물 로드킬의 흔적도 눈에 띕니다. 공포에 질린 저는 시속 40㎞로 비실비실 고개를 넘어 간신히 산정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BMW 바이크로 그렇게 맥빠지게 달리는 것도 아까울 노릇이지만, 전 초보 나부랭이니까 조심하는 수밖에 없죠. 바이크를 세워둘 곳을 찾던 중 조그만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왕복 이차선 도로에서 슬금슬금 유턴하다 바이크를 넘어뜨린 거죠. 다행히 살짝 넘어져 전혀 다치진 않았지만, 시승차의 발판 바로 아랫쪽에 손톱 만한 흠집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다행히 C650의 구조상 크게 발판 아래쪽만 지면에 닿았는데요. 넘어진 걸 일으켜 세우려다 흠집이 조금 더 커졌습니다. 사실 혼자서 세우지도 못했습니다. 250㎏짜리 바이크가 넘어져 버리니 아무리 낑낑대도 도저히 못 세우겠더군요. 저번에 할리데이비슨에서 특훈()을 받긴 했지만, 이미 머릿속은 당황해서 하얘졌습니다. 결국 지나가던 차에서 어떤 천사느님이 내려서 세워주셨습니다. 앞으로 삼대가 복 받으실 거예요. 그렇게 무사히(?) 산정호수 근처에 바이크를 주차하고 숨을 돌렸습니다. 아직 더 쓸 이야기가 많아 이번 두유바이크는 오랜만에 2부로 나눕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글·사진=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23>스쿠터로 당일치기 속초 왕복에 도전하다-스즈키 '버그만 650 Executive'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6.06.02 14:49:01라이딩. 꽤 멋진 취미생활이지만 취미나 레저로 선택하기에는 실제로 그리 만만치 않다. ‘오토바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가장 큰 이유지만 여기에는 한국의 도로나 자연환경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제약요건이다. 이따금 출퇴근을 위해 바이크를 몰고 도로에 나서면 꽉 막힌 도로에서 서다 가다를 반복하다 지치기 일쑤다. 게다가 바이크는 승용차와 달리 대부분 수동 변속이다. 복잡한 도로에서 수시로 클러치 조작을 반복하다 보면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날씨는 또 어떤가. 겨울이면 바이크는 온전히 지하주차장에서 커버를 뒤집어 쓴 채 오매불망 봄을 기다리는 신세다. 날이 풀려서 라이딩을 즐길만 하다 싶으면 어느새 30도를 훌쩍 넘는 여름이 기다리고 있다. 그냥 길에 서 있어도 더운 판에 헬멧 뒤집어쓰고 엔진과 머플러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노라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바퀴의 지름이 보통의 오토바이보다 작고 소형의 기관(50∼600㏄)을 좌석 아래에 장착하고 있다. 보통의 복장으로 걸터앉아 운전할 수 있고, 여성이 타기에도 편하다. 그러나 장거리의 고속 주행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사용범위도 주로 시가지에서의 통근·통학·배달 및 근교에서의 가벼운 스포츠에 한정된다. 고성능보다도 경쾌함과 저가격에 특징이 있다.’ 두산백과가 정의하고 있는 이 오토바이. 바로 ‘스쿠터’다. 이 정의 대로라면 스쿠터는 도심 운행용으로 딱이다. 반면 그만큼 용도가 제한적이다.그러고 보니 바로 지난주 유주희 기자가 깜찍한 스쿠터를 소개하기도 했다. 과연 스쿠터는 도심에서만 뽈뽈 거리며 타는 놈일까? 편견을 깨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주에 이어 오늘의 시승기 역시 주인공은 바로 ‘스쿠터’다. 그런데 시승 코스가 만만찮다. 기자가 사는 광명시에서 국토를 가로질러 속초로 갔다 되돌아 오는 당일 왕복 코스다(유주희 기자와는 코스의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편도도 버거운데 스쿠터로 당일치기 속초 왕복이라니…. 문득 떠오르는 첫 반응은 ‘무슨 그런 고생을…’일 것이다. 하지만 스쿠터라고 무조건 아담하고 깜찍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이제 본격적으로 소개할 스즈키의 ‘버그만 650 Executive(이하 버그만 650)’이라면 이같은 편견을 충분히 뒤집는 스쿠터다. 물론 버그만 650의 외모는 스쿠터다. 하지만 ‘빅 스쿠터’다. 배기량이 633㏄며, 무게 277㎏, 길이 2,265㎜로 웬만한 투어러 못지 않은 중량급이다. 같은 회사의 125㏄짜리 소형 스쿠터가 무게 100㎏ 안팎에 길이 1,770㎜인 것과 비교하면 대충 짐작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스쿠터 맞다. 무단자동변속인 CVT 시스템을 적용해 클러치 조작의 번거로움 없이 그냥 넉넉한 발판 위에 발을 올려놓고 달리면 된다. 하지만 그냥 밋밋한 스쿠터는 결코 아니다. 우선 변속 시스템부터 보자. 무단변속시스템은 기본적인 드라이브(D) 모드 외에 파워 모드를 지원한다. 이와함께 운전자가 직접 변속 시점을 제어하는 6단 ‘매뉴얼(M)’ 모드도 갖췄다. 다른 편의장비도 풍부하다. 우선 추운 날씨에 대응하기 위한 보온 시스템이다. 열선 그립 히터는 5단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시트에도 히터가 내장돼 운전석과 동승자 시트를 선택적으로 덥힐 수 있다. 심지어 일반 차량처럼 버튼 조작만으로 사이드 미러를 접었다 펼 수 있다. 쓸데없이 그런 기능까지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좁은 공간을 통과할 때 이 기능은 더없이 유용하다. 전동식 윈드스크린도 빼놓을 수 없는 편의장비다. 우측 핸들에 있는 스위치로 아래 위로 95㎜까지 조절 가능한 윈드 스크린을 장착하고 있다. 버그만650의 수납공간도 동급의 경쟁 모델 중에서 최대 용량이다. 과장 좀 보태자면 뭐든 싣고 탈 수 있을 정도다. 시트 아래 수납공간에는 풀페이스 헬멧 두개를 충분히 넣고도 여유가 있을 만큼 넓다. 운전석 전면 패널에도 다양한 수납공간을 갖추고 있다. 12V 전원소켓도 있어서 장거리 여행시 휴대폰 충전 걱정도 없다. 다양한 편의장비들을 설명하느라 글이 길어졌다. 이제 본격적인 시승기. 지난 주말 아침 부지런히 당일치기 속초 왕복 투어링을 나섰다. 광명에서 서울을 벗어나 동쪽으로 향하려면 어쩔 수 없이 남부순환로를 따라 서울을 가로질러야 한다. 하지만 버그만 650은 만만치 않은 무게와 덩치에도 불구하고 스쿠터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다. 클러치 조작으로부터의 해방! 755㎜의 낮은 시트고도 도심 주행의 피로 감소를 돕는다. 주말 오전인 탓에 도심을 벗어나도 서울-양평 구간이 다소 혼잡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차량 통행이 확 줄어든 채 쭉 뻗은 국도가 여유롭게 펼쳐진다. 시원하게 달리고 싶다는 충동으로 스로틀을 감는 순간, 혹시나 했던 불안감은 사라진다. 드라이브 모드 상태에서도 부드럽게 계기판의 속도계가 올라간다. 엔진이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한데다 CVT 특성 때문에 변속 충격은 제로. 여기에 차체의 무게 때문에 고속에서의 불안정함도 없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윈드스크린이다. 윈드스크린 높이를 최대로 높이자 상체는 물론 얼굴에도 주행풍이 닿지 않는다. 헬멧 쉴드를 오픈한 채 달려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라이딩 과정에서 피로도를 높이는 원인인 변속, 바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여기에 주행중 다리는 발판 위에서 사실상 자유자재로 쉴 수 있으니 이보다 몸이 편안할 수 있을까. 이따금 만나는 오르막에서는 치고 나가는 힘이 다소 부족했지만 이는 파워모드 스위치를 눌러주는 것만으로 해결됐다. 오버 리터급의 고(高)배기량 바이크에는 못 미치지만 파워 모드에서는 웬만한 오르막에서도 거침없이 달려나간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설악산의 풍경을 감상한후 이번엔 매뉴얼모드로 전환한다. 급한 내리막임에도 불구하고 2·3단은 물론 4단 기어 상태에서도 엔진브레이크가 확실하게 무거운 차체에 제동을 걸어준다. 아직 철 이른 바닷가에서 시원한 커피 한잔으로 휴식을 취한 후 오른 귀경길 역시 버그만 650과 함께 했기에 더없이 편안했다. 왕복 400㎞가 훌쩍 넘는 장기리 여행 내내 버그만 650은 바이크를 탄다기 보다는 지붕을 활짝 연 컨버터블을 타고 여행하는 듯 여유롭게 평온했다. 물론 스쿠터인 버그만 650에서 아메리칸 바이크와 같은 감성을 기대하긴 힘들다. 고속주행에 특화된 스포츠 바이크의 짜릿함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말 레저용에 국한하지 않고 평소에도 출퇴근 등 생활의 일부처럼 이용하며 요긴하게 내 바이크를 부려 먹고 싶다면 버그만 650은 훌륭한 선택이다. 특히 다양한 편의장비까지 더해져 경쟁 모델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만족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aily.com -
[두유바이크]<22>타보면 아는 편리함, 혼다 스쿠터 ‘벤리’
산업 2016.05.27 16:59:42레플리카(R차)도 아닌 125cc 클래식바이크를 타면서도, 가끔 바이크를 타기가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물론 귀차니즘이겠지만서도, 스쿠터의 편리함을 알아버린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혼다의 스쿠터(그 중에서도 SCR은 더욱!지난 시승기는 )는 정말 편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혼다의 110cc 스쿠터, ‘벤리’를 타봤습니다. 벤리는 ‘편리’의 일본 발음입니다. 애초부터 저처럼 편한 걸 찾는 게으른 자들을 겨냥한 차죠(읭?). 사실 벤리는 제가 정말 귀엽다고 생각해 온 모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 초콜릿색 모델은 참 탐이 났더랬죠. 여성 라이더들은 특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옵션 사양인 프론트 바스켓(바구니)과 윈드스크린은 빠뜨리면 안될 매력 포인트입니다. 윈드스크린은 추운 날 바람도 막아줍니다. 이제 삼성동 혼다코리아 본사 주차장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동을 겁니다. 역시 낮고, 가볍고, 조용합니다. 오랜만에 스쿠터를 타려니 클러치를 잡을 필요가 없다는 게 새삼 어색했지만, 금방 그 편함에 적응이 됩니다. 초반에 가장 와닿았던 건 힘입니다. 조그만 게 세더라구요. 자동변속과 수동변속의 차이도 있겠지만, 언덕길을 오를땐 제 125cc 울프보다 잘 올라선단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방향지시등은 SCR처럼 소리가 큽니다. 차선변경할 때 깜빡 깜빡 소리 때문에 끄는 걸 잊어버릴 일이 없어서 편합니다. 강남에서 강북을 오갈 때 제가 보통 긴장하는 구간은 한남대교입니다. 워낙 다들 속도를 내 달리는데, 가끔은 저배기량 바이크에겐 위협적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특히 저배기량 바이크로 교통 흐름을 막는 것 아닌가 조심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벤리는 최고 시속 90km 정도는 거뜬히 달립니다. 시속 60km 언저리부터 요 녀석이 조금씩 힘겨워하는구나, 싶은 느낌이긴 하지만 가속이 붙으면 도심 주행에서 다른 차량을 방해할 일은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냥 귀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믿음직스러운 바이크입니다. 그렇게 워밍업을 한 후, 다음 날엔 벤리를 타고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렸습니다. 워낙 날씨가 좋아 라이딩에 딱이었죠. 기자인 주제에 낯을 가리는 관계로 팔각정 바이크 주차장에 선 바이크들과 라이더들을 곁눈질로 구경만 했습니다. 마침 그날은 할리, 스쿠터, BMW, 튜닝한 클래식 바이크, 야마하, 제 것과 같은 울프 클래식 등 갖가지 바이크가 잔뜩 모여있더군요. 내려오는 길엔 사진도 찍어봅니다. 수납공간을 한 번 볼까요. 핸들바 아래의 이 미니 수납공간은 폰, 지갑 등을 넣어 다니기 딱이더군요. 시트 밑의 수납 공간은 따로 없습니다. 연료탱크죠. 시트의 뒷자리엔 탠덤 시트를 설치할 수도, 수납 박스를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키박스는 여타 혼다 스쿠터와 같습니다. 이번 벤리는 구형 모델에서 더 나아간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발판을 보면 살짝 안쪽으로 곡선이 들어갔는데요. 정지 후 지면에 발을 디딜 때 거추장스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또 사이드바가 지면에 닿는 부분이 구형보다 조금 넓어져 안정성이 더해졌습니다. 브레이크는 저에겐 생소한 ‘드럼 브레이크’입니다. 흔히 보는 디스크 브레이크가 아니라요. 최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110㏄ 스쿠터의 특성을 감안해 드럼 브레이크를 적용, 가격을 낮추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는 게 혼다코리아 측의 설명입니다. PCX 같은 경우에도 전륜엔 디스크 브레이크, 후륜엔 드럼 브레이크를 적용했다네요. 주머니 얇은 저는 찬성입니다. 다른 혼다 스쿠터처럼 콤비 브레이크도 갖췄습니다. 왼쪽 브레이크를 잡으면 앞·뒤 브레이크가 동시에 작동하고, 오른쪽만 잡으면 앞브레이크만 걸립니다. 제동력은 모자람 없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북악스카이웨이를 내려와선 다시 강북에서 강남으로 도심주행에 나섰습니다. 계산해보니 이번에 벤리를 타고 총 40km 정도 달린 셈인데요. 그런데 연료계의 바늘은 무서우리만치 미동도 없습니다. 한 번 주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던 혼다코리아 측의 설명이 과장이 아니었던 겁니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53km이나 됩니다. 아쉬운 점은 진동과 시트입니다. 사실 상용으로 분류되는 바이크다보니 승차감이 아주 편안한 편은 아닙니다. 진동이 좀 있고, 이걸 기본 시트가 잡아주지 못합니다. 저처럼 초기 디스크 증상이 있는 중년(…)에겐 조금 불편하죠. 벤리는 일본보다 울나라서 더 많이 팔린다네요.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3,000대 수준으로, PCX에 이어 혼다코리아의 스쿠터 판매량으로는 2위입니다. 가격은 249만원입니다. 앞서 혼다의 슈퍼커브(시승기 )와 PCX(), SCR을 타봤지만 각자 매력이 있네요. 개인적으로는 정말이지 소형 세단차량급의 편한 승차감을 자랑하는 SCR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만, 라이더에게 중요한 건 승차감뿐만이 아니니까요. 스쿠터를 고민하는 독자분들께선 이것저것 잘 따져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21>두카티 스크램블러62의 '폭풍간지'
산업 2016.05.13 16:09:5320회 이후 3주 만에 찾아뵙는 두유바이크입니다. 3주 동안 업데이트를 못 했는데 아무도 찾지 않아 슬펐습니다만, 모두들 기다리셨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요즘 슬슬 기변병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즐겁게 탔던 울프 클래식이 이제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아직 2,000km밖에 타지 않은 쌩쌩한 신차급인데도 말입니다. 그러던 중 저번 모터사이클 쇼(두유바이크 관람기 못 보셨으면 )에서 몇몇 후보군을 발견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유력한 후보가 두카티 스크램블러였죠. 그동안 두카티 파니갈레, 멀티스트라다 같은 고배기량 기종만 알았지 스크램블러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거든요. 일단 디자인이 예뻤고, 모터사이클쇼에서 앉아도 보니 시트고도 너무 높지 않고 포지션이 편하더군요. 그래서 두카티코리아 분들의 도움을 얻어 타봤습니다. 마침 새로 출시된 ‘두카티 스크램블러 62’ 모델을 추천해주셨죠. 스크램블러62는 두카티가 처음으로 스크램블러를 출시한 해(1962년)를 기념해 붙인 이름입니다. 기존 스크램블러와 뭐가 다르냐구요? 가장 큰 차이는 배기량입니다. 803cc인 기존 스크램블러와 달리 스크램블러62는 399cc입니다. 디자인도 한층 발랄해졌습니다. 두카티는 스크램블러62에 서핑, 스케이트보딩, 팝뮤직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감성을 담았습니다. 그냥 배기량을 낮춘 스크램블러를 내놓자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새로운 감성을 담은 스크램블러를 선보이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바이크란 거죠. 실제로 서핑보드를 달고 탈 수 있는 전용 브라켓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쓸 일이 없겠지만요. 저는 스크램블러62를 타고 오랜만에 양평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사진 속 두카티코리아 강남 매장에서 출발해 봅니다. 전 아직 초보 나부랭이인지라 아직도 시트고가 높은 바이크, 고배기량 바이크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스크램블러62는 고배기량도 아니지만 두카티 바이크의 ‘힘좋음’에 대해 얻어들어 온지라 스로틀을 당기자마자 뒤집어지는 건 아닐까, 겁도 났습니다. 그런데 걱정을 너무 해선지, 생각보다 부드럽게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힘은 좋죠. 도심을 벗어나 조금씩 속도를 내자 감탄사가 나옵니다. 이 정도면 도심에서도, 교외에서도 아쉬운 것 없이 탈 수 있겠다 싶습니다. 두카티 스크램블러62의 최고 속도는 시속 140㎞ 안팎입니다. 그보단 높은 시트고에 적응하려니 조금 힘겨웠습니다. 원래 타던 울프 클래식은 710mm, 스크램블러62는 790mm입니다. 울프는 정차시 뒤꿈치가 지면에 닿지만 스크램블러62는 까치발을 서게 됩니다. 이걸 어떻게 사진으로 보여드릴까, 고민하다 야심찬 합성 사진을 완성했습니다. 다행히 핸들 바가 높아 주행할 때는 편안합니다. 무게도 167kg으로 생각보다 가벼워 금방 익숙해집니다. 단단한 서스펜션 덕에 달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흔히 독일차를 시승할 때 바닥을 움켜쥐고 달리는 듯하단 표현을 많이 쓰는데, 딱 그런 느낌입니다. 진동은 적습니다. 그렇다고 시트가 아주 편한 느낌은 아니지만, 이런 감성의 바이크에 세단 같은 편안함을 요구하는 것도 이상하죠. 다만 제동은 다소 아쉽습니다. 조금만 급하게 제동해도 다소 밀리는 느낌이 났습니다. 아쉬운 점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두카티 스크램블러62의 가격은 1,180만원으로 기존 스크램블러 중 가장 저렴한 ‘아이콘(1,340만원)’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1,780만원짜리 스크램블러 모델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가격이지만, 그래도 좀 더 파격적인 가격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했으면 어떨까 하고 주머니가 얇은 월급쟁이는 생각해봅니다. 가격이야 어쨌든 멋있는 차임은 틀림없습니다. 양평에 도착, 강변의 한 카페에서 이리저리 ‘착샷(?)’을 찍어봅니다. 배기음 들려드립니다. 사실 멈춰 있을 때의 배기음은 그냥저냥 무난하지만, 고속 주행중의 배기음이 전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불행히도 액션캠을 달고 가지 않아 고속에서의 배기음은 각자 확인하시는 걸로! 두카티 매장은 2종소형 취득자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이렇게 스크램블러62와의 짧은 라이딩을 마쳤습니다. 앞서 기변병을 앓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마음 속으로 새 바이크 후보 5가지를 고른다면 두카티 스크램블러62는 반드시 들어갈 것이 확실합니다. 문제는 스크램블러62와 기존 803cc 스크램블러가 5위권 내에서 서로 다툴 것이란 점 역시 확실하다는 거죠. 803cc짜리도 어번 엔듀로, 아이콘 중에서도 고르기 힘들 것 같구요. 찬찬히 고민해 보겠습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두유바이크]<20>혼다 '골드윙 F6C'와 군산여행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6.04.22 16:00:074월의 어느 일요일 저녁. 퇴근하자 마자 헬멧이며 장갑 등 각종 바이크 장비를 거실 한가득 펼쳐놓고 수선을 피운다.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스쳐가는 마누라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다음날은 어어 하다 미룬 뒤늦은 겨울(?) 휴가의 첫날. 사실 휴가라고 딱히 할 일도 없다. 고3 수험생 아들을 둔 가장의 비애다. 마누라는 “알아서 일주일 동안 혼자 잘 놀라”며 애 공부나 방해하지 말라는 듯 경고를 보낸다. ‘에라 잘 됐다’ 싶어 올해의 첫 라이딩을 계획했다. 화끈하게 1박2일로 “땅끝까지 다녀오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이내 꼬리를 내린다. “뭐 적당히 휘~ 바람이나 쐬고 올께.” 내일모레면 50인데 객지에서 혼자 처량하게 잠잘 것을 생각하니 서글픔이 밀려왔던 탓이기도 하다. 지도로 이리저리 루트를 고민하다 당일치기로 다녀올 만한 가장 긴 거리를 고른다. 고심 끝에 택한 목적지는 ‘군산’. 아산만방조제를 통해 수도권을 벗어나 아산-예산-홍성-보령-서천을 거치는, 200㎞가 조금 넘는 코스다. 차로 가면 2시간3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거리. 하지만 두 바퀴 짜리 바이크는 서럽다. 아래 표지판 때문이다. 이 표지판 하나 때문에 내비게이션은 예상 소요시간이 5시간은 걸릴 것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휴가 첫날인 월요일 아침. 장거리 라이딩의 설렘을 가득 안은 채 장비를 챙겨 들고 현관문에서 배웅하는 마누라를 향해 “잘있어라 나는 간다”를 외치며 지하주차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주차장 구석에 처박혀 겨우내 나를 기다렸을 내 소유의 바이크에는 눈길 조차 주지 않은채 그 옆에 떡하니 자리 잡은 낯선 놈에게 다가간다. 혼다의 ‘골드윙 F6C’라는 이름을 가진 놈이다. 잠시 사진으로 감상하자면…. 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덩치다. 제원을 들여다 보면, 1,832㏄짜리 수평대향 6기통 엔진(참고로 2,000㏄ 미만의 국산 승용차들은 모두 4기통 엔진이다)을 얹은, 괴물같은 놈이다. 모델명이 바로 ‘수평대향(F)’ ‘6기통(6)’ ‘크루저(C)’라는 의미다. 무게는 340㎏. ‘이거 실수로 쓰러지기로도 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이때문에 시승을 위해 이놈을 삼성동 혼다코리아 본사에서 인수해 집까지 끌고 오면서 꽤나 긴장했었다. F6C 별칭은 ‘발키리(Valkyrie)’. 북유럽 신화에서 주신(主神)인 오딘을 섬기는 처녀 전사들을 뜻한단다. 1996년 첫선을 보인, 라이더들에게는 꽤나 친숙하고 인기가 있었던 고배기량 크루저 시리즈다. 10여년 가까이 단종됐다가 지난 2014년 혼다는 F6C란 새로운 이름을 달고 다시 컴백했다. 좀 더 쉽게 이 괴물 같은 놈을 설명하자면 혼다의 최상위 투어러 모델인 ‘골드윙’을 베이스로 만든 크루저다. 골드윙에서 각종 편의사양을 모두 떼어낸 것이 바로 F6C라고 보면 된다. 솔직히 길거리에서 이따금 골드윙을 볼때마다 너무 화려해서 조금은 부담스러웠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F6C는 전혀 다른 이미지다. 헬스클럽에 갈 때마다 부러워하던, 운동으로 다져져 근육질이면서도 너무 과하지 않은 미끈한 몸매를 가진 남성을 보는 느낌이랄까. 잠시 F6C의 엔진 배기을 시청각 자료로 감상해 보자. F6C는 할리데이비슨으로 대표되는 아메리칸 바이크와는 확실히 모든 감성이 대척점에 서 있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배기음은 바이크라기 보다는 오히려 부드러운 고급 승용차를 연상케 한다. 하긴 오토바이에 무슨 6기통 엔진을…. 웬만한 중형 승용차와 맞먹는 엔진을 얹어놓았으니 힘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냥 스로틀을 당기면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차체는 앞으로 치고 나간다. 도심에서는 ‘이렇게 무지막지한 엔진을 얹어 놓았나’ 싶을 정도로 과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F6C의 진가는 한적한 교외에서 드러난다. 미어터지는 지하철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전쟁같은 월요일 출근길 대신 해방감을 가득 안고 도심 반대편으로 내달린다. 아산만방조제와 곧바로 연결되는 39번국도에 올라서니 길이 시원하게 뻥~ 뚫린다. 흐드러진 벚꽃은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잎을 흩날린다. “그래 이 맛이야!” 한적하게 뻗은 국도 위에서 스로틀을 당겨본다. 묵직한 차체가 주는 안정감과 부드러운 엔진은 이제야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다. 아무런 스트레스도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달려준다. 굳이 1단으로 출발할 필요도 없다. 2단은 물론 3·4단으로도 출발해도 될 정도로 힘이 남아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육중한 차체는 도로의 요철이 전하는 웬만한 충격은 모두 흡수해준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문득 속도계를 들여다 보면 어김없이 도로의 제한속도를 훨씬 넘긴다. 달리고 싶은 욕망을 꾹꾹 억누르는게 만만치 않을 정도다. 오전 9시 조금 넘어 출발해 두 차례 짧은 휴식을 거쳐 부지런히 달려 군산에 도착하니 어느덧 오후2시. 좌우로 시원하게 펼쳐진 금강하구가 무사 도착을 반긴다. 군산 시내 이곳저곳을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었지만 마음뿐. 경암동 철길마을, 신흥동 일본식가옥(일명 히로쓰가옥),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배경인 ‘초원사진관’,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옛 군산세관 등을 대충 눈으로 훑고 군산시내에서 맛집으로 꽤나 소문난 중국집에서 해물 짬뽕 한 그릇으로 뒤늦은 점심식사를 해결한다.(자리가 없어 앳된 여대생과 합석한채 어색하게 짬뽕을 후루룩 먹어대는게 어찌나 어색하던지…). 금강 하구의 평화로운 경치를 뒤로 한채 다시 부지런히 귀경길에 오른다. 간 길을 그대로 되돌아 오는게 좀 밋밋하게 느껴져 복귀 코스는 서천-보령-서산-당진-송악을 거쳐 삽교천방조제-아산방조제로 변경했다. 하지만 의미없는 선택, 이미 해는 지고 어둠이 내려 앉았으니. 결과적으로 1박2일 대신 당일 코스를 택한 것은 ‘악수(惡手)’였다. 아무리 봄이라지만 밤바람은 제법 쌀쌀했다. 밤 10시를 넘겨 도착하고 나니 곧바로 심한 감기가 찾아든다. 결국 꼼짝없이 남은 휴가를 소파에 드러누운 채 TV 리모컨 하나로 위안을 삼아 끙끙대며 지내야만 했다. 하지만 지독한 감기보다 더한 병에 걸렸으니, 바로 역마살. 어차피 올 여름 휴가 때도 홀아비로 지내야 할 판이니, 훌쩍 전국 일주에 도전하겠다고 큰소리쳐 본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aily.com 후기: 이 코너를 열심히 이끌어가고 있는 유주희 기자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휴일 근무가 많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한겨울에 무슨 바이크냐’ 등의 핑계를 내세우며 겨우내 시승기를 온전히 유 기자에게 맡겨 버리고 방치했던 탓이다. 소주나 한잔 사줘야겠다. -
[두유바이크]<19>10년 만에 부활한 모터사이클쇼, 우려와 기대
산업 2016.04.01 16:11:04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서울 모터사이클 쇼’가 열렸습니다. 전국 라이더들 사이에 정말 기대가 컸습니다. 이런 대규모 모터사이클 행사는 정말 흔치 않으니까요. 앞서 2004년, 2006년에 대구에서 국제모터사이클쇼가 열렸지만 2회를 끝으로 잠시 쉬었다가(…) 10년 만에 부활한 모터사이클쇼이기도 합니다. 저도 잠시 시간을 내 둘러보고 왔습니다. 일단은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쇼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신났어요. 그런데 모터사이클쇼가 열리기 전부터 조금 아쉬웠습니다. 국내 시장 1위인 대림이 불참을 선언했거든요. 아무래도 모터사이클쇼는 고배기량 위주로 전시하는데, 대림은 저배기량 상용 모델 위주의 회사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 좀 아쉽지 않습니까? 지금 잡고 있는 시장에서 나와서 더 많은 라이더들과 만날 의사가 없어 보였습니다. 대림이 모터사이클 라인업도 좀 늘리고, ‘우와’ 싶은 모델도 만들어서 선보였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 행사가 열리는 코엑스 D홀로 갑니다. 아주 큰 전시장은 아닙니다. 전시된 바이크 수는 약 80대라고 합니다. 우선 전시된 바이크부터 둘러봅니다. 전반적으로 매장에 가면 다 볼 수 있는 모델들이라 아쉬웠습니다. 모터쇼의 ‘앙꼬’는 신모델 공개 아닐까요. 물론 신생 쇼나 다름없는 서울 모터사이클쇼에 기대하긴 무리라는 것도 알지만, 쇼 관람객들이 이런저런 사정을 다 이해해주진 않을 것 같습니다. 두카티가 전시에 공을 많이 들였더군요. 레이싱 모델 분들도 멋지고, 부스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발표도 제일 잘 하셨습니다. ‘우리는 두카티다!’ 이런 자신감이 묻어났습니다. 라이더들이 또 그런 거에 약하지 말입니다. 그런데, 코엑스 측이 행사장 내부서 시동 거는 걸 금지했나 봅니다. 바이크 배기음을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실내 전시장이다보니 마음대로 시동 못 거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실내에서 진행되는 사륜차 모터쇼장에서도 무대 사이드에서 가운데로 운전해 오는 것 정도는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서울 모터사이클쇼에서는 그것조차 불가하다보니 멋지게 바이크를 타고 등장한 분들이 엉금엉금 걸어서 본 무대로 나오더군요. 행사를 주최한 이륜차산업협회도 이런 이벤트에 익숙지 않고, 코엑스는 더더욱 바이크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겠죠. 아쉽지만 계속 모터쇼장을 둘러봅니다. BMW모토라드도 빼놓을 수 없죠. BMW모토라드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마케팅의 강자입니다. 올해 이천 롯데아울렛 내에 ‘카페 모토라드’를 만든다네요. 라이더들이 들러서 담소도 나누고, 모터사이클에 생소한 이들이라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죠. BMW그룹은 자사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을 산 사람들이 진짜 자부심을 갖게 해 주고, BMW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공을 많이 들입니다. 그래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도 지은 거고요. 그리고 혼다. 잠시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님의 말씀을 옮겨 봅니다. “세상엔 많은 회사가 있지만, 모터사이클로 시작해 자동차, 로봇, 제트기까지 상용화한 기업은 혼다뿐입니다. 혼다가 최고의 모빌리티 기업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중략) 혼다는 1949년 첫 바이크를 양산해 지난해 누적 생산 3억대를 달성했습니다.” 듣고 보니 대단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회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KR모터스입니다. KR모터스도 패기가 만만치 않아 보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KR모터스는 원래 S&T모터스였죠. 라오스에서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한 오세영회장의 코라오홀딩스가 인수하면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코라오홀딩스가 생소한 감도 있긴 하지만, 아는 분들은 ‘라오스의 삼성’이라고 할 만큼 잘 나가는 회사입니다. 라오스뿐만 아니라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로 열심히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도 하죠. 이는 국내 시장에서만 머물렀을 수도 있는 KR모터스가 동남아 시장을 얻게 됐단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속사정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KR모터스 직원이었다면 코라오홀딩스를 환영했을 것 같네요. 서울 모터사이클쇼는 규모가 큰 쇼는 아닙니다. 첫 날부터 행사장을 찾았다가 실망했다는 분들도 꽤 많아 보입니다. 이런 행사가 흔치 않다 보니 무성의하게 느껴질 만큼 별 준비가 안 된 전시부스도 있었구요. 그래도, 이륜차산업협회는 앞으로 격년으로 이 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2004, 2006년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요. 적자가 날 게 거의 확실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협회 관계자 분들이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어느 분 말마따나 ‘제로’도 아니고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만큼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비판하기보단 작은 목소리로나마 응원하고픈 마음이 큽니다. 이번 쇼는 4월 3일까지 열립니다. 올해 목표 관람객 수는 6만명입니다. 라이더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다음 모터사이클 쇼는 더더욱 흥하길 기대해 봅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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