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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편한여행]<9>팔당호에서 즐기는 ‘슬로라이프’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6.11.03 17:42:54하늘은 높고 색색의 단풍이 내려앉은 가을이 어느덧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쌀쌀해진 날씨를 보며 야속하게 빨리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 정도입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아이와 산으로 들로 다니며 추억을 쌓고 싶은 마음만 간절합니다. 올가을 저는 아이와 함께 팔당호 삼매경에 빠져있습니다. 세어보니 올해 벌써 3번이나 팔당호를 찾았네요. 북한강과 남한강이 지나는 물길을 따라 자동차로, 유모차로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다 보면 아이도 어른도 저절로 행복해지거든요. 서울에서 1~2시간 거리니 당일치기 여행도 좋고 주말을 이용해 1박을 하며 ‘슬로 라이프’를 즐기기에도 제격입니다. ◇정약용의 시작과 끝, 다산유적지= 아름다운 팔당호에서도 제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다산생태공원입니다. 다산 정약용이 매일 산책을 하며 사색에 잠겼을 이 길은 정말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들이 강변에서 가을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10월 초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하얀 구절초와 일렁이는 강변에 부딪혀 반짝이는 햇볕이 조화를 이뤄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10월 말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는 구절초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지만, 호반을 끼고 절정을 이룬 갈대와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또 다른 매력을 뽐냈습니다. 1㎞ 남짓 길지 않은 코스지만 길이 잘 정비돼 있고 전망대까지 유모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어서 팔당호의 탁 트인 전경을 볼 수도 있습니다. 군데군데 돗자리를 깔 만한 공간도 마련돼 있었고, 공원 초입에는 안내센터와 함께 깨끗하게 관리된 수유실도 있습니다. 또한 다산의 ‘처음과 끝’을 볼 수 있는 다산유적지도 추천할 만한 방문지입니다. 사실 다산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은 그가 유배생활을 하며 수많은 저서를 남겼던 전남 강진입니다. 그런데 다산유적지가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도 다산의 처음과 끝이 모두 있는 보고였어요. 이곳에는 다산이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생가 ‘여유당’과 그와 부인 홍씨가 묻힌 묘가 있거든요. 또 다산의 저서를 살펴볼 수 있는 다산문화관, 수원성 축조과정에 쓰였던 거중기 등이 전시된 다산기념관 등이 있었습니다. 다산유적지의 단 하나의 아쉬운 점은 바로 주차난입니다. 아무래도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으로 오는 게 편하다 보니 이 일대는 올 때마다 차들로 북적거립니다. 유적지 입구쪽 무료 주차공간이 언뜻 봐도 수십 면은 될 정도로 넓지만, 오후가 되니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꽉 차서 자리를 잡기 어렵습니다. 길가 점거는 예사로 이뤄지고요. 다산생태공원 안내센터 인근 주말 임시주차장이 그나마 늦게까지 자리가 있는 편입니다. ◇강변따라 열리는 문호리리버마켓= 팔당호의 자연을 즐겼다면 이제는 문화를 즐길 차례입니다. 팔당호에서 북한강을 따라 쭉 올라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가면 국내 최대 규모 플리마켓인 ‘문호리리버마켓’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노천에 자리 잡은 150여개 가게는 저마다 특색있는 물건들을 팔았습니다. 직접 수확한 제철 농산물와 유기농 먹거리부터 인테리어 소품·의류·잡화까지 품목도 다양했어요. 출출할 때는 피자·수제버거·덮밥 등을 파는 가게에서 배를 채우고 강가에 앉아 커피도 마셨습니다. 중간중간 쉴만한 의자도 많고 강변에 직접 가져온 돗자리를 자유롭게 펼 수도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아이들이 좀 크다면 노천 곳곳에 있는 제빵, 물레질, 그림 등 다양한 배움·체험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겠더군요.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가 한곳에 모여있으니 이곳에서 한나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도 가게들 사이를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신나게 놀았어요.다만 이곳에 방문하려면 몇 가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와 있다 보니 강바람을 맞으며 길게 머무르기 힘들더군요. 또 기저귀를 갈거나 수유를 할만한 영유아 휴게공간이 따로 없었어요. 그러니 리버마켓에 오래 머무를 계획이라면 그늘막 텐트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방문 전에는 미리 웹사이트(http://rivermarket.co.kr/)를 통해 일정을 확인하고 가는 게 좋습니다. 매주 첫째·셋째주 주말에만 플리마켓이 열리기 때문에 정확한 일정을 확인하지 않았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가 있거든요.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필진> 연유진·이수민기자 각각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출산과 육아 휴직 기간, 집에만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해 아기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엄마 숨통 터지는 유모차 여행’(다봄)을 공동 집필했다. 회사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직장 생활하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가 때면 짬을 내 나들이나 여행을 다니고 있는 이들은 이 땅의 초보 ‘맘(Mom)’들이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다양한 팁을 담아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
[맘편한여행]<8>색색의 빛이 반기는 안산 별빛마을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6.10.14 16:00:42“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나네” 자장가로도 유명한 이 동요를 부르면 아기는 양손을 펼친 후 번쩍 올려 좌우로 흔들기 시작한다. 정말로 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몸을 흔들며 빛을 내듯이, 제 손을 흔드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는 때가 많다. 생후 19개월을 맞이한 아이는 단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빠와 엄마를 넘어, 자신이 만난 세상을 말로 표현하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아이의 어휘력을 보고 있노라면 주말에는 어떻게든 아이에게 즐거운 자극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게 된다. 최근 아이와 함께 들른 곳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곳은 아이가 고사리손으로 표현하려 애썼던 별들이 땅 위에 펼쳐져 있는 ‘안산별빛마을’이다. 이곳은 다양한 색상의 LED 전구를 주제에 맞춰 엮어 전시해 둔 테마파크(혹은 포토존)라 할 수 있다. 무지개 빛의 울타리부터 펭귄과 이글루, 호수 위를 헤엄치는 백조, 고흐의 명작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반짝이는 전구와 조형물로 꾸며놓은 것이 특징이다. 들어가는 입구는 좁지만 안에는 상당히 널찍해서 아이들과 사진찍기에도 나쁘지 않다. 근처 농장 때문에 입구 주변에서는 퇴비 냄새가 강하게 나기 때문에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불쾌한 냄새는 없어진다. 이날 눈앞에서 빨강·파랑·초록 등 여러 빛깔의 전구가 켜지고 또 꺼지는 모습을 본 아이는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계속 뛰어다녔다. 아이는 별빛마을 곳곳에 설치된 1,000원짜리 꼬마 자동차를 태워달라 조르기도 하고, 함께 방문한 할머니가 사주신 야광봉을 흔들며 몹시 흥분하기도 했다. 밝은 빛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기에 가족사진을 찍기도 좋다. ‘인생 샷을 건졌다’는 탄성이 내부를 둘러보는 중간중간 들리기도 했다. 삼각대와 기타 촬영 장비를 챙겨 사진을 찍는 분들도 있었다. 우리 부부는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 아이를 쫓아가느라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지만 밤에도 가족 단위로 가볼 만한 곳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 아이가 뛰어놀다가 실수로 손이나 얼굴이 LED 전구에 닿더라도 뜨겁지 않아 화상 위험이 없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곳곳에 ‘감전위험’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린아이들이 전선을 손으로 잡거나 당기는 일은 피해야 할 듯하다.) 이곳은 낮에도 문을 연다.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토요일은 오후 11시까지 운영을 한다. 하지만 어두운 밤일수록 빛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기 마련이니 되도록 해가 진 이후에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다만 해외 단체 관광객들도 자주 방문하는 곳이니만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오후 7~9시에는 주차가 불편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이 방문했던 날에도 테마파크로 바로 이어지는 주차장은 만차라서 도보로 7분 가까이 떨어진 인근 고등학교 운동장에 차를 세웠다. 아이가 어린 가족이라면 어두컴컴한 밤에 가로등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길을 가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인 입장료는 6,000원. 입구에 별도로 마련된 시설인 거울미로는 4,000원. 네이버 예약에서는 패키지로 인당 7,500원에 판매한다. 24개월 미만은 무료다. 거울미로는 입장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니 블로그 등에서 미리 다녀온 사람들의 평을 확인하고 예매하는 것이 좋다. 다만 네이버 예약에서는 패키지로만 판매한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필진> 연유진·이수민기자 각각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출산과 육아 휴직 기간, 집에만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해 아기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엄마 숨통 터지는 유모차 여행’(다봄)을 공동 집필했다. 회사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직장 생활하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가 때면 짬을 내 나들이나 여행을 다니고 있는 이들은 이 땅의 초보 ‘맘(Mom)’들이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다양한 팁을 담아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
[맘편한여행]<7>바닷 속 세상을 보자! 아쿠아리움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6.08.24 17:21:58더위의 기세가 언제 꺾일지 모르는 여름입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조금씩 선선해지는 느낌도 들지만, 아직도 한낮에는 밖에 나가기 무서울 정도로 후덥지근합니다. 이런 날씨에 아기와 나들이를 즐기려면 그만큼 고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날은 조금이라도 시원한 기분을 느끼고자 아쿠아리움을 가기로 했습니다. 수도권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잠실 제2롯데월드, 삼성동 코엑스와 경기도 일산 한류월드 등 랜드마크에 아쿠아리움이 있습니다. 저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갖추고 있는데, 저는 이날 아쿠아플라넷 일산을 택했습니다. 실내에서 시원한 나들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저 같은 엄마들이 많았는지, 이날은 주차부터 전쟁이었습니다. 오후 12시쯤 도착한 아쿠아플라넷의 정규 주차장은 이미 만차여서, 빙글빙글 돌다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차비는 관람권이 있으면 3시간 무료입니다. 입장료는 36개월 미만 아이는 무료고, 어른은 2만 9,000원입니다. 다른 수도권 아쿠아리움과 비교해 규모가 커서인지 가격은 가장 비쌉니다. 하지만 미리 소셜커머스,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표를 구매하면 요일에 따라 15~20%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후 6시 이후 입장하는 ‘야간개장’ 이용권을 이용하는 것도 입장료 부담을 더는 방법입니다. 내부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모차로 층을 이동하려면 엘리베이터에서 제법 긴 줄을 서야 했고, 터널형 수조에서는 사람에 치여 앞을 나가기 힘들다는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옥상에 있는 농장을 가기 위해 동선이 꼬여 ‘역주행’을 해야 해서 내부가 더 복잡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글에 들어가기 전에 농장에 들러야 동선이 꼬이지 않습니다.) 쾌적한 관람을 원하는 가족은 평일에 방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대부분의 길은 유모차로 가기 좋았지만, ‘더 정글’의 일부 구간과 ‘스카이팜’의 진입로에서 유모차를 세워놓고 이동해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수유실은 2층의 ‘더 아쿠아’와 3층의 ‘더 정글’의 연결 통로 쪽에 있습니다. 혼잡했지만, 공간은 쾌적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좋아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비록 사람에 치이긴 했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내부와 다양한 동물들 덕분에 눈이 즐거웠습니다. 색이 화려한 열대어를 보고 아기는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수조에 딱 붙어 ‘우와-’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네요. 특히 아쿠아플라넷 일산에서는 해양 생태계뿐 아니라 정글에서 사는 육상 동물들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집중 시간이 길지 않은 아기가 지루함을 느낄 때쯤 주변 환경이 180도 전환이 되니까 더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었거든요. 옥상의 ‘스카이팜’에는 가축들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보슬비가 내렸는데, 대여 우산이 비치돼 있어 비를 맞지 않아 좋았습니다. 관람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하나 아쉬운 것은 아이가 엄청나게 신이 날 것라는 제 생각과 달리, 동물 먹이 주기를 무서워했다는 점이네요. 아직 작은 아기는 자신의 몸집보다 큰 동물들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나들이를 마치며 아쿠아리움의 적정한 관람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저의 아쿠아리움 나들이는 아기가 태어난 뒤 두 번째입니다. 첫 나들이는 아기가 생후 9개월이었을 때입니다. 그때만 해도 아기는 아직 걷지 못했고, 어두운 아쿠아리움에서 유모차에 타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기는 아기띠에 안착해 아쿠아리움에 있는 내내 잠을 청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오랜만의 아쿠아리움 관람을 즐겼지요.) 아기가 미소를 되찾은 건 어두운 실내가 아닌 밝고 탁 트인 일산호수공원에 도착해서였어요. 하지만 생후 19개월에 접어든 아이는 아쿠아리움에서 만난 생물들을 무척 신기해했답니다. (덕분에 엄마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기를 챙기느라 즐길 틈이 없었다는 게 흠이지만요.) ‘아기’를 위해서라면 아무래도 잠이 줄고 활동적이 되는 돌 이후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맘편한여행]<6> 아기와 강원도로 떠난 휴가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6.08.11 11:39:25최근 짧게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으로 연차가 딱 사흘 남은 상황에서 다녀온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3대를 구성하고 있는 가족들이 서로의 일정을 맞추는 ‘기적(!)’을 이뤄내 다녀온 뜻깊은 여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후 18개월인 아이를 데리고 6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수고도 따랐다. 행선지는 우리나라 대표 여름 휴가지인 강원도. 설악산과 동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고 찜통 더위 속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날씨를 자랑하는 바로 그곳이다. 숙소는 강원도 고성에 잡았다. 근처 송지호 해수욕장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가족이 있었기에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여장을 푸는 것이 어린아이가 있는 우리에게는 필수조건이었다. 그리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바다에서 하루, 산에서 반나절, 아이들이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에서 반나절을 보낼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더운 날씨와 휴가철 꽉 막힌 길 때문에 당초 계획이 실행되긴 어려웠다. 다만 허락된 시간 안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효율적인 동선을 짰다. ◇설악산케이블카=생후 18개월과 5살, 8살. 3명의 어린이들을 데리고 떠난 휴가는 제약 조건이 많았다. 되도록 땡볕이 아니면서도 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우선 순위였다. 등산을 하기에는 두 돌이 채 안 된 아기가 마음에 걸렸다. 그 위의 아이들도 장시간 걷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설악산국립공원에서 해발 700m의 권금성 구간을 왕복 운행하는 케이블카. 서울 촌사람인 내가 타본 케이블카는 남산뿐이어서 처음 봤을 때 높이나 풍광은 확실히 ‘압도적’으로 멋있었다. 속도도 남산 케이블카와는 비교가 안 될 것처럼 보였다. 물론 기다리는 사람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리는 여행 둘째 날 오전 10시께 케이블카 탑승권을 판매하는 곳으로 갔는데 이때도 이미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들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오후 12시께에는 상행선 도로가 2km 가까이 진입하려는 차량으로 덮여있었다.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면 되도록 오전 일찍 방문하는 것이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겠다. 아이를 둔 집이라면 주차장은 케이블카 탑승장과 최대한 가까운 곳(사찰 소유 소공원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주차장 이용료 5,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케이블카는 사전 예약이 안 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권을 해야 한다. 대인은 1만원, 소인은 6,000원이다. 36개월 이하의 영유아는 무료. 매표소 전광판은 현시점에서 가장 빠른 탑승 시간을 고지한다. 휴가철이나 휴일에는 대략 1시간~1시간 30분 이상 기다린다는 생각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우리는 50분 정도 기다려서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는 5분 단위로 출발한다. 케이블카 안은 예상보다 시원했다. 움직이면서 외부에서 바람이 들어오는지 위로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훨씬 쾌적했다. 유모차에 태우기는 내부가 좁고 복잡하니 아기 띠를 미리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오르내리는 시간은 3분 정도로 짧았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눈앞에 펼쳐지는 설악산의 자태는 상당히 아름다웠다. 붉은 단풍이 타오르는 가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몰려서 줄을 설 듯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때문에 귀가 예민한 사람은 살짝 아플 수도 있다. 도착한 곳에는 전망대와 기념품샵 등이 마련돼 있다. 권금성까지는 도보로 15~20분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더워해서 전망대를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내려오는 케이블카는 상행과 달리 시간 지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기 줄이 더 길다. 대합실 온도가 너무 높고 습해서 아이들이 기다릴 때 많이 힘들어했다. 요즘처럼 날이 더울 때는 시원한 음료나 휴대용 선풍기가 필수다. ◇송지호해수욕장=동해는 상대적으로 파도가 거칠고 경사가 급해서 아이들의 해수욕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인기 있는 몇몇 곳은 남해의 인기 해수욕장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래가 곱고 물이 맑고 수위가 완만하다. 그런 곳 중 하나가 바로 송지호해수욕장이다. 정부에서 선정한 ‘물 맑은 해수욕장’중 하나이며, 강원도에서는 송지호와설악·옥계·망상·삼척해수욕장이 이름을 올렸다. 송지호해수욕장을 진입하는 길은 남쪽과 북쪽 두 갈래다. 만약 속초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송지호 오토캠핑장방면으로 올라가는 길이라면 ‘송지호 해변’이라는 큰 푯말이 보이는 골목으로 우회전해서 진입하면 된다. 굳이 따지면 이쪽이 남측 진입로이며 해수욕장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구역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러나 실수로 이곳을 지나치면 해수욕장의 북측으로 진입할 수도 있는데,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해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이곳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만약 ‘송지호 해수욕장 내에서는 어디든 주차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차를 세운다면 주차비만 날릴 가능성이 높다. 샤워실이나 식당, 공중화장실 등이 몰려있는 해수욕장과는 어른 걸음으로도 한참 멀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고, 주차장별로 관리하는 이가 달라 차를 한번 잘못 세우면 주차비만 두 번 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 차를 대는 데 성공했다면 물놀이용품을 챙겨 해변으로 가면 된다. 해변에는 두 종류의 그늘막(비치파라솔, 평상포함)이 준비돼있고, 빨강은 4만원 초록은 3만원이다. 그늘막은 정가제로 운영되며 한번 자리를 정하면 바꿀 수 없으니 선택할 때 잘 골라야 한다. 그늘막을 빌린 사람만 주변에 간이텐트를 칠 수 있다. 모래사장 뒤편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과 개수대도 있다. 구명조끼와 튜브 모두 대여 가능하지만, 튜브는 유아용은 따로 없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대부분의 아기들은 집에서 따로 챙겨온 유아용 물놀이 기구를 사용했다. 이곳은 특히 모래가 고운 편이라서 모래 놀이를 하기 좋다. 삽이나 양동이 등 장난감을 챙겨오면 아이와 오랫동안 노는 데 문제 없다. 오후 6시가 되면 안전요원이 철수하고 바다로 들어가는 것도 금지된다. 물론 그 이후에도 놀려는 아이들은 있지만, 수온이 급격하게 차가워지고 안전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안전요원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우리 가족은 폐장 10분 전까지 놀다 나오는 바람에 늦은 오후의 한적함을 즐길 수 있었다. 대개 오후 3~4시가 되면 바다에 몰려있던 인파의 절반은 돌아가는 듯 했다. 송지호 해수욕장 입구 바로 앞에는 하나로마트가 크게 있어서 이곳에서 고기나 야채 등 저녁거리를 구입해서 숙소로 가는 가족들도 많이 보였다. 이렇게 산과 바다, 두 곳의 매력을 짧게나마 즐긴 여름휴가는 짧게 끝이 났다. 원래 계획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해주게 하고 싶어서 평창의 ‘생태학습 체험공원 아기동물목장’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서울에서 고성까지 올 때 시간이 오래 걸린데다 묵었던 숙소에서 강아지와 개구리, 사슴벌레 등을 만난 덕분(?)에 나머지 일정은 취소하고 사흘째 오전 서울로 바로 돌아왔다.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아기동물목장의 경우, 20개월 이후 아기부터 성인은 7,000원을 내면 어린 동물들에게 주는 먹이를 포함해 입장이 가능하다. 병아리나 오리, 돼지, 다람쥐, 토끼, 양 등 각종 동물을 아이가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고 하니 한번 쯤은 아이와 함께 가 볼 만한 것 같다. 동물 관련 체험 외에도 피자 만들기나 천연비누만들기, 젤리양초만들기 등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체험도 신청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필진> 연유진·이수민기자 각각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출산과 육아 휴직 기간, 집에만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해 아기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엄마 숨통 터지는 유모차 여행’(다봄)을 공동 집필했다. 회사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직장 생활하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가 때면 짬을 내 나들이나 여행을 다니고 있는 이들은 이 땅의 초보 ‘맘(Mom)’들이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다양한 팁을 담아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
[맘편한여행]<5>아기와 함께 기차여행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6.07.19 09:13:55출산 후 저는 사정이 허락하는 한 아이와 최대한 많이 여행을 다니려고 노력했습니다. 아기가 90일에 접어들었을 무렵 무작정 떠난 춘천 여행을 시작으로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을 떠났죠. 근교 나들이는 더 어릴 때부터 (제가 살기 위해) 떠났고요. 어른들끼리만 떠나도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게 여행인데, 아이와 떠나면 정말 힘든 일이 많아요. 그럼에도 여행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행복이 이를 압도하기에 저는 많은 여행을 떠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가올 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기차로 하는 장거리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이번에 아기와 떠날 곳은 바로 ‘천년고도’ 경주입니다.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경주로 떠나는 건 사실 자동차로는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내비게이션을 켜보니 교통 정보를 반영한 이동시간은 약 4시간. 중간중간 아기의 상태에 맞춰 휴게소에 들렀다가는 이동 시간만 반나절이 소요될 거예요. 경주를 오가는 교통수단으로 KTX를 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KTX가 운행하는 역들은 대부분 수유방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제가 이용한 광명역도 역사 곳곳에 깨끗하게 정리된 수유방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KTX 열차 내부에도 수유·기저귀칸이 있긴 하지만 공간이 협소하기에, 열차 탑승 전 미리 수유방에 들러 철저한 준비를 하시길 추천합니다 아이는 역시 이동시간이 긴 차보다는 열차에서 훨씬 잘 있습니다. 종종 돌발행동을 해 엄마 아빠의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아기는 열차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비교적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아기의 낮잠 시간에 맞춰 열차 시간을 잡은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아기가 잠을 잔 덕분에 2시간의 탑승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어요. 내려서는 바로 차를 빌렸어요. 신경주역에는 주차장 내부에 렌터카 회사들이 있었는데, 따로 예약하고 가지 않아도 차량은 넉넉했어요. 물론 제가 갔을 때는 비성수기로 분류되는 시기였으니, 성수기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가족이라면 미리 예약을 하는 편이 좋겠죠? 신경주역에서 관광지들이 몰려 있는 경주 시내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가 됩니다. 신경주역에도 수유실이 깨끗하게 마련돼 있으니 출발 전에는 수유실에 들러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 잊지 마세요! 경주 시내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출출한 배를 채우는 일이에요. 사실 경주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따로 없었는데, 이 지역이 고향인 후배로부터 한우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도전해봤습니다. 경주에는 축협이 운영하는 ‘천년한우’라는 브랜드의 한우를 파는 식당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고기만 사서 갈 수도 있고, 고기를 고른 뒤 자릿값을 내고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도 있게 돼 있었습니다. 가격도 ‘한우치고는’ 합리적이고 맛도 있어서 좋았어요. 식당 내부도 공간이 넓고 좌식·입식 좌석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아기의 상태를 보고 자리를 선택할 수 있어 좋았고요. 다만 강하게 양념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17개월 아기를 동반한 저희는 밑반찬들이 대부분 짜서 먹일 수 없었답니다. 다행히 아기가 고기와 잔치국수를 잘 먹었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었어요. 배가 부르니 이제 여행지를 둘러볼 시간입니다. 식당이 있었던 곳은 호수를 끼고 형성된 보문단지로 경주를 찾는 여행객들이라면 한 번 정도 들르게 되는 곳이에요. 주요 호텔·콘도들이 모여있고 동궁원·테디베어 박물관 등 볼거리도 많거든요. 이곳은 특히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관광지’로 선정할 만큼 아기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좋은 여행지랍니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 아무런 불편 없이 호수 주변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죠. 다음 행선지는 경주 여행의 필수 코스인 불국사입니다. 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가봤던 곳인데, 아기를 데리고 가니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사찰을 보게 되더군요.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아기와 다니기 쉬운가’였습니다. 다행히도 불국사 경내에는 계단이 있는 곳마다 휠체어·유모차를 위한 우회로를 잘 만들어둬 큰 불편 없이 돌아다닐 수 있어요. 얼마 전부터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는 유모차 위·아래에서 불국사 여기저기를 열심히 구경했습니다. 특히 불국사의 경내를 수놓은 색색의 연등을 매우 좋아했어요. 경주에서 더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았지만, 저희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서둘러 마무리 짓고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습니다. 제가 허리를 삐끗하고 말았거든요.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신경주역과 광명역의 코레일 직원분들이 휠체어를 빌려주시고 승하차를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서울로 올 수 있었어요. 광명역에서는 주차장에 있는 차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려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병원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분들이나 몸이 아픈 승객들을 위해 이런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아기와 함께 다니기 시작한 뒤 ‘건강한 성인’이 아닌 사람들의 이동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몸이 아팠던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 더 그랬어요. 휠체어길이 곧 유모차길이거든요. 그래도 경주의 보문단지처럼 ‘열린 관광지’가 생기고 기차 이용 시에도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거겠죠?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아기를 가진 엄마들도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집밖에 나설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필진> 연유진·이수민기자 각각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출산과 육아 휴직 기간, 집에만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해 아기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엄마 숨통 터지는 유모차 여행’(다봄)을 공동 집필했다. 회사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직장 생활하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가 때면 짬을 내 나들이나 여행을 다니고 있는 이들은 이 땅의 초보 ‘맘(Mom)’들이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다양한 팁을 담아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
[맘편한여행] <4> 아기와 함께 해외 여행-짐싸기 팁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6.07.12 11:18:55‘아기와 함께 해외여행’ 지난번에는 가족 여행의 중심이 된 아이를 위해 어떤 숙소와 여행 동선을 짜면 좋을지 아주 간단히 사례를 들어보았습니다. 여행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즐기는 것이니만큼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은 정답이 아닌, 그저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다만 그 내용 중에서 필요한 내용을 쏙쏙 골라 활용하신다면 더욱 즐겁고 알찬 여행을 보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아이와의 여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짐 싸기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아기 맞춤형 짐 싸기 사실 아이와 길을 떠날 때 짐을 싸면서 많은 분들은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아, 내가 왜 나간다고 그래서. 이 고생을 사서 하는가.” 저도 여러 번 반복하고 머리를 싸매고 ‘다신 나가지 않겠다’고 하고선 또다시 짐을 싸면서 지루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꿉니다. 밖에 나가는 걸 선호하지 않는 분들께서는 “저 사람 왜 저러나”라는 타박을 하기도 하지요. 뭐, 이것도 결국 사람마다 다른 취향 문제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한 곳에서 오랫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쉬는 것을 못 참는 성격입니다. 무엇이든 먹고, 보고, 말하고, 걷고. 오랫동안 자는 것은 좋아합니다만 깨어 있을 때 무료한 것은 견딜 수 없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아이도 아침에 일어나면 문을 가리키며 “어어 저기-(나가자는 이야기)”를 외칩니다. 가끔 아이는 나가고 싶어하는 데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여행이고 뭐고 생각하기 싫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휴가는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는 ‘무위’가 제일인데 아이가 온 이후에 그런 삶은 불가능해졌다고요. 우리보다 에너지가 활발한 아이에게 ‘가만히 있기만 하는’ 순간들은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경험하셨겠지만 아이의 짐을 싸는 일은 항상 ‘여분’을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는 어른의 예상보다 오줌을, 응가를 더 자주 쌀 수 있고 물이 바뀌어서 배앓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앉지 말라는 더러운 곳에 앉아 옷을 더럽힐 수도 있지요. 그래서 아이의 짐은 어른들의 짐보다 곱절은 부피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쉽게 대체제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 짐 싸는 일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제 경우를 돌아보니 아이가 영아일 때, 그리고 6~12개월, 돌 이후 때 각각 짐을 싸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신생아 때는 활동 반경이 좁은 대신 먹을 것에 초점을 맞춰야 했습니다. 뱃고래가 작아서 자주, 많이 먹기 때문이었죠. 6~12개월 사이에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동선이지만 대신 이유식이나 간식 등이 추가로 필요했습니다. 돌 이후 유아식을 먹기 시작한 이후에는 어른 밥을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아이만을 위한 식사’를 준비할 필요는 줄었지만 그만큼 넓어진 행동반경에 따른 뒷일을 예상해야 했습니다. 만약 6개월 이전의 아이를 데리고 해외 여행을 떠나셔야 한다면 모유나 분유 등 수유에 관한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야 할 것입니다. 모유 수유 아가라면 엄마의 수유패드를 비롯해 간편한 휴대용 유축기, 젖병, 젖병 세제, 젖병 솔 등이 필수겠지요. 요새는 착유한 모유를 편리하게 담을 수 있는 1회용 저장팩이 잘 나와 있어서 몇 개를 미리 얼려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1회용 젖병도 나와 있어서(비닐만 갈아 끼우는 타입, 팔레트처럼 압축돼있는 타입 등) 부피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대신 얼린 모유가 상하지 않도록 보관을 잘 해야 합니다. 분유 역시 한번 먹을 분량을 포장할 수 있는 지퍼팩이 있어서 이를 활용하시면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어린 아가들이니만큼 체온 조절이 어려우니 두께가 다른 담요들, 머리 흔들림 방지 쿠션, 여름일 경우 여행지에서 자동차 이동이 예정돼 있다면 카시트용 쿨시트도 가져가시면 좋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놀라지 않도록 집에서 사용하는 장난감을 챙겨가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기저귀는 평소에 쓰던 것을 아이의 배변 스케줄(?)에 맞춰 가져가되 넉넉하게 준비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부피 줄인다고 딱 맞춰 가져갔다가 기저귀 파는 곳을 찾으러 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정말 공포였습니다. 아, 그리고 일본에서는 현지에서 파는 기저귀를 사는 분들도 제법 보였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명성이 후퇴했지만 A사의 기저귀는 여전히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고, B사의 기저귀도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제일 잘 나가는 상품 중에 하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는 기저귀 조달 압박이 덜한 편입니다. 그래도 영 찜찜하다 하시면, 아예 기저귀 한 팩을 들고가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압축 포장된 상태의 기저귀 팩이 따로 꺼내 싸는 것보다 부피가 적기 때문입니다. 이유식을 시작한 6개월 이후의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간다면 이유식이 고민일 경우가 많습니다. 얼린 이유식을 싸서 가는 방법도 있고, 시판 이유식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판 이유식은 분말 타입, 액상 타입 등으로 다양한데 이전에 아이에게 줘 본 적이 있고 잘 먹는 제품으로 가져가시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듯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아프거나 입맛이 없을 때 잘 먹는 이유식을 챙겨가는 것도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여행에서는 갑자기 벌어지는 일에 대응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시고 우리 아이에게 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시면서 가방을 싸시면 문제 없이 여행을 다녀오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병에 담긴 이유식을 몇 개 챙기고, 제가 만든 이유식도 얼려서 가져가서 여행 초반에 먹이는 ‘병행요법’을 택했습니다. 현지 슈퍼에서도 병 이유식을 사서 먹이기도 했습니다. 돌 이전의 아기이고 아직 모유·분유가 주된 영양 섭취방법이라면 이유식을 하루 한끼 정도 집에서만큼 배부르게 주지 못했다고 해서 여행을 포기할 정도로 자책하시거나 우울해 하실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제가 여행을 다녀온 후 걱정과 자책으로 소아과 선생님께 고해 성사를 했더니 “어차피 이 시기의 아이는 이유식으로 먹는 연습을 하는 것일 뿐, 모유와 분유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니 어머니는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라고 하셨거든요. 아이에 따라 환경에 민감할 수 있어서 입맛이 오르락 내리락 할 수도 있다 들었습니다. 물론 부실한 끼니가 장기간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이 시기의 아이는 발달이 빠를 경우 스스로 걷기 시작하고 주변 사물에 관심을 많이 보이기 때문에 누워있는 이전 시기보다 여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놀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카시트나 유모차 앞에 매달고 아이가 만질 수 있도록 하는 놀이 완구를 가져가시는 것도 좋고 (부피가 좀 있습니다만), 조그만 공을 쥐어 주는 것도 장시간 이동에 도움이 되었던 기억입니다. 어른과 비슷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된 돌 이후 아이라면 식사 준비가 좀 더 까다로워집니다. 저는 보냉백 안에 아이스팩을 여러 개 넣고,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따로 담는 방법으로 해외 여행을 준비했는데 비행시간이 반 나절 이상으로 길다면 이 방법은 보관상 어려워 추천하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대신 시판 이유식의 경우 냉장 보관 10일까지 가능한 제품도 있으니 이를 활용하시거나 취사가 가능한 리조트를 잡으셔서 아주 간단한 것이라도 만들어 먹이시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동결 건조 과일이나 치즈볼,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쌀과자 등도 함께 챙기시면 입이 허전한 아이에게 좋은 먹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으니 다음은 입을 거리입니다. 여벌의 옷은 필수겠지요. 아래 위 입는 옷 외에도 침받이, 손발싸개(신생아의 경우) 등도 넉넉하게 준비하시는 것이 편안한 여행을 위한 조건일 것 같습니다. 더운 지역으로 가시더라도 바람막이처럼 체온 조절에 필요한 옷을 챙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덥고 햇빛이 강한 오키나와로 가실 경우 월령에 따른 아기 모자를 준비해 가시면 약한 아이 피부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기용 선블락도 잊지 마시고요. 저는 선블락을 꼼꼼히 지우지 못할 것 같아서 베이비용 클렌징 워터도 함께 챙겼는데, 이건 개인별 호불호가 갈리는 제품이기 때문에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이 목욕시 필요한 바디워시(또는 비누), 자주 쓰는 로션이나 수분젤, 모기 기피제, 손톱깎이, 상비약(소화제 백초, 엉덩이 짓무름 방지하는 비판텐, 상처연고 마데카솔, 면봉 등), 일회용 투약병, 구강 청결티슈(또는 치약과 칫솔), 체온계, 물티슈도 함께 가방에 넣어야 할 품목입니다. 아기와 바다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예정이시라면 아기 수영복과 방수 기저귀도 함께 챙기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유모차. 그렇습니다. 이제 ‘대망의 유모차’를 논할 시간입니다. 유모차는 사실 종류도 너무 많고 복잡해서 사실 제가 어떤 유모차가 좋다고 말씀드리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개인별 선호와 취향의 문제입니다. 다만 여행을 가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모차를 고르실 때 염두에 두셨으면 하는 기준은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행을 위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을 위해 휴대용 유모차에 이야기를 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우선순위가 있다면 조작이 쉬워야 합니다. 밀고 멈추고 접고 펴고. 이 과정이 무척 편해야겠지요. 유모차는 아기 엄마뿐 아니라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등등 여러 사람이 끌거나 접을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접고 펴는 게 쉬어야겠지요. 제가 오키나와에서 출국할 때 저희 애 또래로 보이는 아이를 안고 어떤 엄마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유모차를 분해(?)하고 계셨는데, 그분 일행도 모두 그걸 기다리거나 도와주시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디럭스 유모차로 매우 유명한 S사의 간판 제품이었는데 디자인이 예쁘긴 했지만 조각 조각(?)으로 나누지 않으면 기내에 넣을 수 없어서 불편해 보였습니다. 편하지만 승차감이 안정적인 것이 좋습니다. 조작의 편리성만 따지면 안전성과 승차감(?)을 놓치기 쉽다고 하는데 직접 매장에서 끌어 보시고 핸들링이나 아이가 허리를 걸터앉는지, 편하게 앉을 수 있는지, 많이 흔들리는지 등을 살펴보세요. 여기에 가볍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가벼우면 짐을 뒤에 매달았을 때 (아이가 없을 경우) 유모차가 뒤로 홀라당 넘어져서 ‘바이 바이~’를 외칠 수 있습니다. 일부 제품은 블로그 등에서 짐 실으면 넘어지는 유모차로 악명이 높습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기내 반입이 가능한 제품으로 고르시는 것이 제일입니다. 별도 수화물로 맡기고 또 여행지에 내리자마자 기다리는 것도 곤욕입니다. 무엇보다 괌이나 오키나와 등 아이와 가는 여행지로 인기가 좋은 곳은 비행기 연결통로에서 내리자마자 유모차를 기다리는 분들로 인산인해입니다. 그만큼 오래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이도 저도 다 귀찮고 우리 집에는 디럭스(또는 절충형) 유모차가 이미 있다! 그렇다면 여행지에서 유모차를 대여하시는 법을 추천합니다. 전편에서 이미 언급했던 내용입니다만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호텔이나 리조트, 유명 관광지에서 제법 쓸만한 유모차를 빌려줍니다. 운이 나쁘면 지저분한 걸 쓰게 된다는 제보도 있습니다만 저는 상당히 탐나는 유모차들만 만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츄라우미 수족관처럼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낡고 평범한 유모차를 빌려줬습니다.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법 밖에만 나가면 아픈 아이가 있다는 부모님들도 계시죠. 아마도 집과 다른 환경에 아이가 놀라거나 긴장해서 생기는 문제일 거라 생각합니다. 장거리 이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요. 대부분은 별 탈 없이 재밌는 추억을 만들고 오겠지만 떠나기 전에 여행지의 병원을 확인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짐 싸기 부분에서 상비약을 간단히 언급했는데요, 아이에게 별도의 약이나 기호식품을 먹이는 분들께서는 잊지 말고 챙겨가셔야 하겠지요. 저는 비타민D와 유산균 제재 정도를 짐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다녀온 오키나와로 이야기를 한정하자면, 여행지를 결정할 때 한국어 또는 영어가 통하는 병원이 있는지가 꽤 중요한 조건이었습니다. 특히 대사관·영사관 등 우리나라 외교부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대도시의 경우 큰 탈은 없겠지만, 지방 소도시인 오키나와의 경우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전문의가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만약 일본이나 중국, 대만 등 인근 동북아 여행을 떠나신 경우 해당 지역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전문의가 없다면 근처 한인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한국어 가능한 병원으로는 나하시의 카노우 클리닉이 꼽힙니다. 진료과목은 내과와 소아과, 소화기과입니다. 단순 감기의 경우 여행자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고, 일본인이 아니어서 우리나라 병원비의 10배는 비싼 진료비를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의사가 있다는 점에서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가족들이 급할 때 찾는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내과와 뇌신경외과를 보는 겐카의원(源河醫院·오키나와시)도 한국어가 가능한 병원으로 오키나와 관광청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오키나와 북부 현립병원 등 종합병원급 응급실에는 접수처에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배치돼 있습니다. 상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만 일본어를 전혀 못 하는 경우 영어라도 통하면 한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
[맘편한여행] <3> 야외활동이 부담스런 날에는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6.07.04 06:30:54“인나-인나-” 언제부턴가 엄마 깨우기 기술을 연마한 딸아이가 매주 주말 하루만이라도 늦잠을 자고 싶은 워킹맘의 아침을 엽니다. 비몽사몽 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쇠한 기력으로 놀이에 동참하면 아기는 어느새 지루하다는 신호를 보내지요. 정열적으로 놀아주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뽀로로’와 ‘코코몽’을 틀어 달라고요. 이렇게 아기와 실랑이를 반복하다 보면 차라리 밖에 나가자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피곤한 몸과 죄책감을 안고 TV와 하루를 보내느니 외출을 하는 편이 아기도, 엄마 아빠도 낫거든요. 문제는 ‘어디를 갈지’입니다. 햇볕이 너무 쨍쨍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아기와 나갈 곳이 마땅치 않아요. 요새같이 비와 더위가 반복되는 여름이 특히 문제입니다. 사람이 너무 많거나 조용한 실내공간을 가는 건 주변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죠. 키즈카페는 만만하지만,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최근 방문한 서울 용산구의 전쟁기념관은 그런 의미에서 돌을 넘긴 아이와 엄마 아빠가 만족스럽게 다녀올 만한 나들이 장소였습니다.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은 날은 흐리고 비가 살짝 떨어지는 날이었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는 아이와 야외활동을 할만한 날씨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실내에서 놀 만한 장소를 급하게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습니다. 오후 12시쯤 이곳에 도착했는데 주차 공간의 여유는 많지 않았습니다. 웨딩홀과 주차장을 함께 쓰기 때문에 하객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차량이 많거든요. 그래도 운 좋게 한 자리를 발견해 재빨리 차를 집어넣은 뒤 전쟁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주차요금은 2시간 미만은 2,000원으로 저렴했습니다. 6월인데 전쟁기념관 옆 연못은 예쁜 연꽃들이 피었습니다. 연못 위로 솟아오르는 분수와 비둘기에 시선을 빼앗긴 아기가 ‘우와-’라는 환호성을 지르며 손짓을 하네요. 연못 주변에 있는 벤치에는 햇볕과 비를 가릴 수 있는 천막들이 설치돼 있어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기 좋았습니다. 정원에 전시된 전투기와 탱크, 군함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아직 딸아이는 너무 어려 전투기 같은 것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주위의 대여섯 살 난 어린이들은 신나서 내부를 휘젓고 다니더군요.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 공간을 더 재미있게 즐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원을 지나치니 이날의 주요 목적지인 어린이박물관이 보이네요. 전쟁기념관에는 영유아 관람객들을 위해 따로 어린이박물관이 운영하고 있거든요. 진입로는 어린이들을 위한 장소답게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잘 정비가 돼 있어 힘들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박물관의 이용시간은 1시간으로 제한이 돼 있습니다. 매시간 적정 인원만 들어갈 수 있게 관리하고 있어요. 훌륭한 시설에 가격까지 무료라는 게 소문이 나서일까요? 주말 붐비는 시간에는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온라인 예약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운이 좋게 예약을 하지 않았음에도 바로 입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박물관에는 유모차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내데스크에서 아기 띠를 빌려줘요. 또 늘 한가득 짐을 들고 다니는 아기 동반 가족들을 위해 물품보관함도 비치해뒀고, 수유실도 아늑하게 마련돼 있었습니다. 이유식을 먹는 아기를 위한 전자레인지는 물론 분유를 먹는 아기를 위해 따뜻한 물까지 따로 주신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갔던 그 어떤 공공시설보다 영유아 동반 가족들을 위한 시설이 잘 돼 있었어요. 박물관 내부는 을지문덕, 서희, 이순신 등 역사 속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나라의 전쟁사를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익힐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다만 두 돌이 안 된 아이가 즐기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았어요. 유치원에 다니는 정도의 아이가 왔다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겠네요. 그런데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따로 있었어요. 박물관 마지막에 있는 아기 놀이터와 어린이 유격장이었습니다. 자상한 할머니 안내요원들이 키 110㎝ 아기는 놀이터로, 110㎝ 이상은 유격장으로 배치해주십니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섞어 놓지 않고 철저히 아이의 체격에 따라 놀이 공간을 분류해놓아 저희 딸아이처럼 어린 아기들도 안전하게 놀 수 있습니다. 푹신한 매트 위에서 터널과 계단을 지나다니는 아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네요. 관람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해 둔 이유가 이제 이해가 갑니다. 한참을 놀다 보니 어느새 이용 시간 종료가 다가오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네요. 짐을 정리하고 입구 쪽 수유실에서 아기의 ‘재정비’를 마친 뒤 어린이박물관을 나섰습니다.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와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데다 아이 동반 가족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실내활동 장소로 손색이 없네요. 특히 공공시설에 방문하면 항상 아이 엄마를 위한 배려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는데, 이곳은 시설 면에서 정말로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었습니다. 탁 트인 정원은 날씨 좋은 날 야외활동 장소로도 부족함이 없고요. ‘TV 제로(0)’를 위한 오후 나들이를 계획 중인 아기 엄마들이라면 전쟁기념관을 공략해보는 게 어떨까요?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필진소개> 연유진·이수민기자 각각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출산과 육아로 집에만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해 아기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엄마 숨통 터지는 유모차 여행’(다봄)을 공동 집필했다. -
[맘편한여행] 아기와 함께 해외여행 -1편
국제 정치·사회 2016.06.21 14:42:08요새 날이 후텁지근해지면서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면서도 ‘아이와 함께 떠나도 좋은 곳은 어디일까’라는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으실텐데요. 제가 생후 7개월이었던 아이와 함께 떠났던 해외여행 경험을 되짚어 보면서 여행지와 숙소 선택 등에 간단한 팁을 드리고자 합니다. 떠나고자 하는 곳이 국내든 해외든, 숙소와 여행 코스를 짜는 일은 비슷하기 때문에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서는 일은 꼼꼼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국내도 아닌 해외로 떠날 경우에는 우스갯소리로 ‘아이 짐이 이삿짐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제법 많은데요. 짐을 꾸릴 때는 아이의 평소 행동반경을 따져보면서 꼭 필요한 용품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여행지역을 정하고, 숙소를 잡는 일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다만 이 글은 돌 전 아기를 둔 부모를 위해 작성된 글이니만큼 아이 나이가 만 24개월 이상인 경우에는 적합한 내용이 아닐 수 있습니다. 두 번에 걸쳐 연재될 이번 편에서는 여행지와 숙소, 여행코스를 정하는 내용을 먼저 전하고 다음 편에서는 아기 맞춤형 짐 꾸리기와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법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1. 여행지·숙소 정하기 돌 이전 아이는 식사 혹은 수유 텀에 맞춰 짧게 잠을 잡니다. 모든 부모가 원하는 여행 동선은 아이가 자는 시간에 이동을 하고,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아이가 ‘짠’하고 일어나는 일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만약 해외로 떠나시기로 결정했다면, 대륙의 끝에서 사는 한국인은 어린 아이가 감내할 수 있는 비행시간 내에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습니다. 멀리 떠나도 괌, 사이판, 대만(4시간 가량) 정도가 한계선일 것입니다. 물론 돌 이전 아이를 데리고 직항으로 8~9시간 가까이 걸리는 유럽으로 떠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제 주변 유경험자들은 대개 “지옥 같은 비행시간이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도 부모도 힘든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아무튼 비행시간 1~4시간 이내의 곳에서 추려본 가족 여행지는 1)일본 2)중화권 3)괌, 사이판 정도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 중에서도 휴양지의 느낌이 나면서도 아이가 열이 나거나 갑자기 아팠을 때 의료지원을 받기 편리한 곳,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곳, 비용 등을 고려해서 일본 오키나와를 아이의 첫 해외여행지로 골랐습니다. 오키나와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만 일본 혼슈와는 달리 휴양지 느낌이 강하고, 한국어가 가능한 병원(소아과)이 있으며 유모차로 이동이 편리한 곳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부모들이 저희와 비슷한 이유로 가족여행지로 오키나와를 선택하더군요. (저희가 타고 갔던 비행기의 절반 이상이 만 24개월 미만의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었습니다.) 저는 출산 전에 괌을 다녀온 적이 있어서 제외했습니다만 오키나와와 괌은 매우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거칠게 보면 영어가 공용어고 일년 내내 무척 덥다는 점 정도가 달랐습니다. 그리고 괌은 호텔이나 리조트가 오래된 곳이 많다는 점이 기억에 남네요. 결국 선택은 기호의 문제인 듯 합니다. 여행지를 고른 후에는 검색의 무한반복을 통해 숙소를 정했습니다. 숙소 역시 아이 위주로 잡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정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될 수 있는 한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첫째날 숙소를 잡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동 거리가 너무 멀면 한국->오키나와->숙소로 이어지는 긴 이동시간에 아이의 짜증이 극대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키나와는 섬이 남북으로 긴 형태여서 중남부에 있는 나하 공항에서 멀게는 차로 2~3시간 이상 이동(북부)해야 하는 숙소도 있습니다. 이런 곳을 첫날 묵을 곳으로 잡는다면 아마도 체력의 극한을 시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또한 모유/분유 수유 하는 아기를 데려갈 경우 싱크대와 조리시설 등이 갖춰진 형태의 리조트를 고르시는 편이 식사시간을 좀 더 편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이유식기의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키나와 숙소 가운데 취사가 가능하고 여러 설비 면에서 유명한 곳은 ‘문오션 기노완’과 ‘카후 리조트 콘도 호텔’ 등이 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문오션 기노완’에 이틀 숙박했는데 복도식 아파트를 떠올리게 하는 형태임에도 방음이 잘 되고 바닥도 카페트가 아닌 마루인 점에서 좋은 평가를 줬습니다. 취사 가능하고 방 타입에 따라 바깥이 보이는 전망 좋은(?) 욕조에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근처에 대형 슈퍼가 있어서 간단한 먹거리를 사 와서 숙소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다만 주차장이 실외에 있어서 차를 타려고 할 때마다 ‘으악’ 소리가 나는 더위를 감내해야 했다는 점은 안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또한 1층에 있는 호텔 수영장이 그다지 큰 편은 아니고 해변하고도 살짝 떨어져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외에도 ‘더비치타워 오키나와’(기저귀 등 육아용품이 들어있는 ‘라쿠라쿠 마마팩’ 증정, 객실 내 다다미가 있어 아기침대 대여 필요 없음)와 ‘오리온모토부 리조트(츄라우미 수족관과 가깝고 아기침대 대여 가능, 해변에서 가까움, 대온천탕 이용 가능)’ 등도 가족 여행에서 인기 있는 호텔로 꼽힙니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서 숙소를 고르실 때는 주로 머물 지역과 동선, 호텔에서 제공하는 특전 등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대부분의 오키나와 숙소는 미리 신청만 하면 유모차를 대여할 수 있습니다. 휴대용 유모차가 없거나 가져가는 것이 귀찮다면, 숙소나 여행지에서 때마다 빌리는 것도 좋은 대안일 것입니다. 휴대용 유모차라고 하더라도 기내에 반입이 안되는 사이즈가 대부분이고 비행기에서 내려서 유모차를 꺼내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2. 여행코스를 짠다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을 보고 먹느냐가 또 중요하겠지요. 아이와 함께 떠나는 만큼 아이 의자가 있는지, 또 아이가 어떤 곳에 흥미를 느낄지를 두고 많은 부모님들이 고민을 하실텐데요. 저 같은 경우는 7개월일 때 떠났던 여행이라 꼭 가봐야 할 곳은 ‘츄라우미 수족관’과 이국적인 해변 정도 정하고 떠났습니다. 또한 아이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토이저러스’도 가면 좋겠다는 구상 정도 했지요. 실제로 오키나와에서 둘러볼 곳은 떠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일 수 있습니다. 배를 타고 본섬에서 떨어진 작은 섬을 방문하는 섬 여행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쇼핑에 방점을 찍고 이온몰(일본의 대표적 쇼핑센터)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요. 아니면 만좌모나 슈리성, 아메리칸 빌리지와 같은 유명 관광지를 훑어가는 여행도 기억에 남을 코스입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이와 함께 떠나는 일정이기 때문에 수유/휴식이 가능한 장소를 중간중간에 끼워 넣거나 숙소를 베이스캠프 삼아 움직이는 동선을 짜는 것을 추천합니다. 렌터카를 빌린다면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는 맵코드를 미리 알아두면 더욱 편리하게 여행할 수 으며 맵코드는 오키나와 관광컨벤션뷰로(관광청)에서 배부하는 무료 자료(별도 신청 필요)나 포털 검색을 통해 알아낼 수 있습니다. (현재 오키나와 관광청 홈페이지는 연결이 안되는 상황이며 일본관광청으로 문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로 저희 가족의 첫째 날 동선은 오후 1시께 오키나와에 도착한 뒤 렌터카를 대여하고, 숙소로 가기 전 나하시내의 류보 백화점에서 식사와 간단한 쇼핑을 했습니다. 둘째날에는 호텔 주변 관광지와 조금 떨어진 해변을 둘러보고 셋째날에는 북부로 숙소를 옮겨 리조트 주변 해변과 휴라우미 수족관을 즐기는 일정을 짰습니다. 넷째날에는 쇼핑몰과 나하 시내 관광을 하며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일정은 2박3일, 4박5일에 따라 빡빡하게도 느슨하게도 정할 수 있고 각 가정의 취향을 타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이온몰과 백화점 등 쇼핑공간은 수유/기저귀 교환 시설이 매우 잘 되어 있다는 점 기억한다면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모차 대여도 가능합니다. 특히 최근에 지어진 이온몰 라이카무점의 경우 수유실도 깨끗하고 무척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아기를 둔 분들이 들리기에 좋습니다. 츄라우미 수족관처럼 오키나와에서 이름난 관광지는 신분증만 보여주고 간단한 인적 사항만 기입하면 유모차를 빌릴 수 있습니다. 만약 맥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나고시에 있는 오리온 맥주공장(한국의 제과업체 오리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라고 합니다)도 맥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 쯤 둘러 볼만한 곳입니다. 무료 시음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무알콜 맥주도 마련돼있어 수유 중인 분, 운전해야 하는 분도 편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근처에는 파인애플를 테마로 만든 유원지도 있어서 함께 보면 반나절 이상 즐겁게 놀 수 있습니다. 다만 파인애플파크는 실외 전시공간이 많아서 너무 더우면 아이가 힘들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 가족은 일정상 맥주공장만 들렸습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참고> 오키나와 유명 관광지 ▲오키나와의 최대 번화가 국제거리. 쭉 뻗은 일직선 도로(약 1.6km)에는 오키나와 수호신과 토산품을 파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으며 유명한 레스토랑과 백화점, 호텔 등도 한 데 모여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기념품 가게가 압도적이지만 군데군데 스타벅스·블루씰 아이스크림등 음료나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곳들도 눈에 띈다. ▲만명 이상이 모여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바위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만좌모’. 오키나와 포토존으로 유명. 그러나 이른 아침에 들르지 않을 경우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는 시간만 30분 이상 걸릴 정도로 관광객이 모이는 곳이라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수 있다. 현무암으로 뒤덮인 제주도의 해변 풍광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아메리칸 빌리지. 미국 샌디에이고의 시포트빌리지를 모델로 삼아 조성한 관광지역이라고 하는데 대형 관람차가 있어서 밤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근처에는 와규 스테이크로 유명한 가게들이 많다. ▲류큐왕국의 궁전로 사용됐던 ‘슈리성’. 14세기 번영했던 류큐왕국의 수도인 나하에 세워진 이 성은 450년간 역대 국왕들이 머물던 곳이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상당 부분이 소실됐으나 1992년 복원돼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중국와 일본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붉은 빛 외관이 인상적이다. 그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자를 꼭 챙겨가야 하는 곳. 전체를 모두 둘러보는 데는 1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나고시 오리온 맥주공장. 오키나와에서 판매하는 오리온 맥주를 생산하는 곳. 한시간 단위로 공장 견학이 가능하며 다 둘러본 이후에는 시음도 가능하다. 아이는 무알콜 음료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견학 코스는 일본어로 진행된다. 일본어를 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고 평일에만 운영한다. 가장 늦은 견학 코스는 16:40분. ▲이온몰 라이카무점. 총 5개층으로 꾸며진 대형 쇼핑몰. 오키나와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아메리칸이글, 갭, 크록스, 유니클로 등 글로벌 패션브랜드를 비롯해 일본 현지의 옷과 잡화 등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텍스리펀도 가능하니 잊지 말고 꼭 받을 것. 한국어 가능한 직원이 1층 정문 옆 토속품 가게 근처 인포메이션 센터에 상주하고 있다. 유아용 카트도 있어 어린 아이와 함께 하기 편하다. ▲오키나와의 해변! 섬 여행에서는 바다 구경을 빼놓을 수 없다. 물빛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해변들이 많은 오키나와에서 이름난 해변을 대략 꼽아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비세자키와 선셋비치, 코자비치, 세소코비치, 이케이비치, 트로피컬비치, 잔파곶 인근 해변 등이 유명하다. ▲츄라우미 수족관. 오키나와의 바다를 모티브로 만든 곳으로 츄라우미는 오키나와 현지어로 ‘아름다운 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총 4개 층으로 이뤄진 수족관은 얕은 여울에서 심해에 이르기까지 바닷물의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바다생물의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쿠로시오 바다’로 불리는 대형수조에는 수족관의 상징적 동물인 고래상어를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츄라우미 수족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 수조 옆에는 간단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카페도 있어 관람 후 고생한 다리를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유모차로 다녀도 전혀 문제없는 편안한 이동경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곳이다. 또한 4~9월 사이에 방문할 경우 하루에 4~5차례 선보이는 돌고래 쇼를 구경할 수도 있다. <필진> 연유진·이수민기자 각각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출산과 육아 휴직 기간, 집에만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해 아기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엄마 숨통 터지는 유모차 여행’(다봄)을 공동 집필했다. 회사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직장 생활하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가 때면 짬을 내 나들이나 여행을 다니고 있는 이들은 이 땅의 초보 ‘맘(Mom)’들이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다양한 팁을 담아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
[맘편한여행] 아기는 동물을 좋아해!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6.06.08 14:51:17<연재를 시작하며> ‘하늘의 축복’인 아기가 찾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누구나 ‘초보 엄마’라는 역할 앞에서는 좌절을 맛보기 마련입니다. 몸을 제대로 추스르기 전부터 시작되는 잠과의 전투는 물론, 아기에 대한 책임감과 집 밖 한번 마음대로 나가기 어려운 답답함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니까요. 하지만 이럴 때 과감히 아기와 함께 바깥세상으로 나간다면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백화점, 키즈카페가 아니라도 유모차길, 수유실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아기와 어렵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번 연재를 통해 초보 엄마·아빠들도 아기와 함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나들이 코스와 유용한 나들이 팁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아기는 동물을 좋아해”- 서울대공원 만 14개월이 갓 지난 딸아이의 관심은 요즘 온통 동물에 쏠려 있습니다. 동네에서 강아지라도 지나다닐라치면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즐거워하지요. 집 근처 반려견 놀이터에 갔을 때는 열심히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이제 사람이 아닌 움직이는 것은 다 ‘워워-’라고 부르던 수준에서 벗어나 그림책 속의 토끼와 기린, 강아지의 차이를 알고 구분하기도 하고요. 이 시기의 아기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날은 딸아이에게 마음껏 동물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습니다. 서울 근교에 동물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여럿 있지만 사자, 기린, 호랑이 등 대형 동물들이 사는 본격적인 동물원은 몇 개 없어요. 그 중 대표적인 장소는 어린이대공원과 서울대공원입니다. 모두 집에서는 멀지 않지만, 저희는 주차하기가 더 쉬운 서울대공원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주변에서 어린이대공원을 갈 때는 아주 일찍 나서지 않는 한 차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을 추천했거든요. 직접 가보니 서울대공원 주변에는 주차 공간이 매우 많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차를 세우는 곳은 정문 주차장으로 일일 이용요금이 4,000원입니다. 날씨 좋은 주말 오후인데도 공간은 넉넉하더군요. 이 밖에도 코끼리 열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서울랜드 동문 주차장이 있지만, 이날은 동물원만 갈 예정이기 때문에 선택지에서 제외했습니다. 서울랜드와 동물원을 함께 보려면 일일 이용요금이 1만원이지만 코끼리 열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동문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동문 주차장 인근에는 현대미술관 주차장도 있지만 금방 만차가 되니 미술관이 목적지에 들어있지 않다면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문에 주차한 뒤 곧장 코끼리 열차를 타러 갑니다. 동물원까지 가는 길은 유모차로 가기에도 편안하지만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해서 땡볕 아래서 가기에 조금 무리였거든요. 아이들이 많이 찾는 곳답게 코끼리 열차 승차장까지는 엘리베이터와 나무 데크로 마련된 유모차 전용길이 있어 힘들이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가격도 아기는 무료, 어른은 1,000원으로 저렴합니다. 유모차는 접어서 들고 탈 수 있는데 공간이 좁아 부피가 큰 디럭스 유모차를 들고 온 가족들은 좀 불편할 수 있겠네요. 동물원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가격이 비싸지 않아 좋습니다. 장미축제가 진행 중인 테마 가든까지 보려면 700원을 추가해야 하지만 아기와 거기까지 둘러볼 기력이 없다는 걸 알기에 저는 절대 무리하지 않습니다. 입구에는 수유실과 유모차 대여소가 있네요. 관람에 앞서 아기 배를 채워야 하거나 ‘비상상황’을 맞이한 가족들은 여기에서 채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유모차는 보증금과 대여료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아기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곳은 내부 곳곳에 있는 화장실에도 배치돼 있지만, 수유실은 이곳 외에는 눈에 띄지 않더군요. 아직 딸아이는 걷다가 넘어지기 일쑤기 때문에 이동은 100% 유모차로 했습니다. 서울대공원 내부는 모든 곳이 유모차로 다니기 쉽게 길이 닦여 있습니다. 저처럼 허리 근력과 체력이 부실한 엄마에게는 희소식이죠. 앉아 쉴 곳은 생각보다 없습니다. 하지만 돗자리를 펼만한 그늘은 많으니 휴식공간을 위해 미리 깔 것을 준비하거나 내부에 있는 매대에서 돗자리를 사는 게 좋습니다. 먹거리는 어른이나 어린이가 먹을 것은 많지만 ‘영유아’를 위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아 늘 그렇듯 미리 준비해 간 간식거리를 먹였습니다. 딸아이가 이날 가장 열광한 것은 빨갛고 긴 다리가 예쁜 홍학과 목이 긴 기린, 그리고 코가 손인 코끼리입니다. 기린이 목을 한 번씩 올렸다 내릴 때마다 아기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네요. ‘딸아-네가 기쁘면 나도 좋다!’ 주중 격무에 지쳐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엄마 아빠는 이 맛에 주말을 과감히 딸아이에게 바치나 봅니다. 약 3시간을 동물원 구경에 쏟다 보니 엄마 아빠는 지쳐갑니다. 이제 좀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가셔 돌아다니기 좋아졌는데 폐장시간(3~10월은 오후 7시·8월 야간개장 시기 제외)이 빠른 편이다 보니 더 돌아다니기에도 무리가 있고요. 아기가 좋아할 게 분명하지만, 정문에서 멀리 떨어진 호랑이, 곰 우리는 다음번에 방문하기로 하고 저희 가족은 이만 동물원을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익하고 만족스러운 나들이였지만 야간개장 기간을 조금 연장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필진> 연유진·이수민기자 각각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출산과 육아 휴직 기간, 집에만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해 아기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엄마 숨통 터지는 만만한 유모차 여행’(다봄)을 공동 집필했다. 회사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직장 생활하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가 때면 짬을 내 나들이나 여행을 다니고 있는 이들은 이 땅의 초보 ‘맘(Mom)’들이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다양한 팁을 담아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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