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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개념을 바꾸자]교양교육만 넘치고 직무 훈련은 없는 노인 직업교육
사회 사회일반 2017.08.22 17:20:37공기업에서 정년을 마친 박동석(63)씨는 서울의 한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40만원을 지불하고 자기성향분석상담사 과정을 수강했다. 해당 자격을 취득하면 자유학기제 강사 등 상담전문가로 제2의 인생을 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박씨는 “민간자격증이라 그런지 면접 과정에서마다 해당 자격증을 처음 들어본다는 핀잔만 들었다”며 “총장 명의의 수료증만 있지 사실상 내용이 부실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일하고 싶은 의사는 충분하지만 마땅한 직업교육기관을 찾지 못하는 노인들이 속만 태우고 있다. 대학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평생교육기관을 경쟁적으로 설립,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노인들을 위한 직무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다. 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평생교육을 전담하는 지자체 주도의 행복학습센터는 143곳이며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은 207개에 이른다. 하지만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강좌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평생교육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행복학습센터는 교양교육에 치우쳐 있다”며 “대학 평생교육원도 대부분 수익 창출을 위해 20대 학생을 위한 학점은행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보건복지부 산하 노인인력개발원에서 노인취업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국 15곳에 불과하고 각 센터별 전담 직원 역시 평균 3명이라 내실 있는 교육과 홍보·취업연계 등의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대상 직업교육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구직자와 구인업체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취업 매칭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울시 어르신취업훈련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 수료생의 취업률은 23%였다. 이는 서울시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단순 상담알선을 실시했을 때의 평균 취업률(13%)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취업훈련센터 담당자들은 고령자 채용 기업을 연계하거나 기업맞춤형 교육을 수료했을 때 노인들의 취업률이 월등히 높아진다고 조언한다. 구인업체의 근무환경과 직무내용을 반영해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등 기업 주도의 실무교육이 활성화돼야 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숙박업체 야놀자는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평생교육원을 운영해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야놀자 평생교육원은 취업 취약계층인 중장년층을 숙박업 전문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방송세트장 형태의 객실 5개가 설치된 교육장을 마련한 뒤 임원부터 사원까지 총 20여명의 직원이 직접 강사로 나선 결과 1기 수료생 중 75%가 취업에 성공했다. 근본적으로는 노인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취업교육 인프라가 지역을 기반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관장은 “시니어 계층으로 편입될 베이비붐 세대는 상당수가 대졸자인 만큼 본인의 선택에 따라 복수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교육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며 “영국의 제3기 인생대학(U3A)처럼 인생 3기에 들어선 시니어를 위한 평생학습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용·이두형기자 yongs@@sedaily.com -
[노인 개념을 바꾸자] 경력 살리고 싶은 노인...월27만원 공공일자리만 늘리는 정부
사회 사회일반 2017.08.22 17:19:34서울에 사는 A(75)씨는 구청의 환경정화활동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일주일에 세 번, 하루 2~3시간 집 근처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주변을 청소한다. 재정형편이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마냥 집에 있기가 무료해 시작한 일이다. 한 달에 30시간을 채우면 22만원을 받는다. A씨에게 8월부터 활동비가 27만원으로 오른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A씨는 “돈을 더 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면서도 “돈을 안 줘도 좋으니 좀 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올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5,232억원과 5,063억원씩 총 1조295억원을 투입해 마련하는 노인일자리 10개 가운데 7개는 이 같은 공익형이다. 2017년 기준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는 모두 46만7,000개이며 그 가운데 공익활동은 33만7,000개로 72.2%를 차지한다. 당초 올해 일자리는 30만7,000개였는데 문재인 정부는 682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일자리 수를 3만개 더 늘리는 동시에 활동비를 22만원에서 27만원으로 5만원 높였다. 노인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는 민간일자리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노인일자리 46만7,000개 가운데 공익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13만개는 공공 분야인 재능나눔이 4만5,000개(9.6%), 민간일자리가 8만5,000개(18.2%)로 나뉜다. 민간일자리가 꽤 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 가운데 5만4,600개는 실버카페나 반찬가게 등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시장형사업단)이라 엄밀하게 따지면 민간일자리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이를 제외하면 민간일자리는 3만400개(6.5%)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공익형 노인일자리는 노노(老老)케어, 청소년 선도 등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위한 16개 프로그램, 재능나눔은 노인의 자격·경력 등 재능을 활용한 상담안내·학습지도 등이다. 민간 노인일자리는 사업 지원인 ‘시장형사업단’과 가사·간병인 등의 수요처에 파견하는 ‘인력파견’, 민간기업 노인 인턴의 인건비를 보조해주는 ‘시니어인턴십’, 노인 다수 고용 기업의 설립을 지원하는 ‘고령자친화기업’, 기업과 노인일자리 창출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연계형’으로 구분된다. 관련 예산은 해마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5년 전인 지난 2012년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3,554억원이던 노인일자리 예산은 올해 1조원을 넘어섰다. 증가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공익형 수당을 40만원까지 인상할 방침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실시한 노인일자리 사업 중장기 재정 추계에 따르면 소득 중하위층 노인의 사업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고 모든 노인일자리 지원 단가를 2배로 인상할 경우 5년 뒤인 2022년에는 3조3,704억원, 10년 뒤인 2027년에는 4조2,923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김우주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평가서에서 “일자리 수 확대와 보수 인상이 결합되면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며 “보수를 점진적으로 인상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적 확대만 놓고 보면 사업은 성공한 듯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2만5,000개로 시작한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는 연평균 24.6%씩 늘어났다. 하지만 질을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다수는 노인들에게 용돈을 나눠주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인들은 노인들대로 불만이다. 사업 물량이 공공 분야에 치중돼 있어 노인들의 니즈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평가다. 일부 민간기업으로 취업을 유도하는 사업도 있지만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성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시니어인턴십 사업 규모는 올해 6,900개에 불과하다. 계속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금융권 임원으로 퇴직한 B(65)씨는 경력을 살리면서 소득도 올릴 수 있는 시니어인턴십 사업에 참여해 ‘인생 2막’을 꿈꿨다. 하지만 하루 4시간씩 주 5일을 일하고 받은 급여는 월 60만여원에 불과했다. 근무기간도 3개월에 그쳤다. B씨는 “오랜만에 일을 하니 젊어지는 기분이 들고 경험은 늙지 않는다는 생각에 뿌듯했다”면서 “좀 더 일하고 싶었는데 근무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일자리 정책의 대상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이들과 고용 정책의 대상자가 될 이들을 나눠야 한다는 얘기다.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관장은 “50세부터 100세까지를 단일한 노인개념으로 보기 어렵고 소득별·계층별 맞춤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 속에서 저소득층 노인일자리는 국가 복지 영역으로 접근하고 일할 만한 여력과 활동력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 많은 노인들이 민간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고용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산성의 관점에서 공익형 노인일자리는 일자리라기보다 사회부조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정부는 노인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적합 업무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과 달리 노인에게는 안정된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 기회가 중요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노인 고용시장은 유연성을 보다 높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임지훈기자 김민정기자 jhlim@@sedaily.com -
[사설] 노인 기준 이젠 바꿀 때 됐다
오피니언 사설 2017.08.21 17:48:37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관련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노인예산은 9조5,000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가 기초연금 지급액 인상과 치매 국가책임제 등 추가 지출분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기로 해 노인 관련 예산은 연간 1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복지부 예산만 이 정도다. 이외도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같은 부처 공통 예산이나 다른 부처의 지출을 합치면 노인 관련 씀씀이는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은퇴한 노인층이 안락한 노후생활을 누리려면 오랜 기간 생활비가 필요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노인 자살률 1위의 불명예도 빈곤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취약 노인층에 사회적 안전판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재원 부담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압축되는 인구구조 변화는 세입감소와 지출증가를 초래한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 인구구조 변화로 늘어나는 재정부담이 연평균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기초연금과 무임승차 등에 적용되는 65세 노인 기준은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정해졌다. 당시는 노인이 전체 인구의 4%도 되지 않던 시절이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굳이 재정 측면만 따지지 않더라도 노인 취급을 받기 싫다며 무임승차권 대신 대중교통요금을 부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2년 전 대한노인회도 65세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데 찬성하기도 했다. 기준 조정에는 명암이 교차하고 극복해야 할 난제도 수두룩하다. 연금수령과 정년시기와도 연관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층이 복지혜택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올해 말이면 우리나라도 노인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접어들고 8년 뒤에는 일본처럼 초고령사회(노인 비중 20%)에 진입한다. 더 늦기 전에 노인 기준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모아야 한다. -
고령화시대 '재원없는 복지' 홍수… '노인' 개념부터 바꾸자
사회 사회일반 2017.08.20 18:29:09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복지는 기초연금부터 기초생활보장급여·노인장기요양급여는 물론 노인 일자리 등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지원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30만원까지 높이기로 한 상황이다. 관련 예산도 빠르게 늘고 있다. 5년 전인 지난 2012년 3조9,000억원이던 보건복지부 노인 예산은 올해 9조5,0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연 10조원 수준인 기초생활보장 예산의 60%인 6조원가량이 노인을 대상으로 쓰인다. 이것만 합쳐도 15조5,000억원이다. 복지부 외 다른 부처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노인 사업 예산은 포함되지 않는다. 숨은 노인 예산은 더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다. 노인 인구는 올해 708만명이지만 오는 2025년에는 1,000만명을 돌파한 1,050만명에 이르고 △2030년 1,295만명 △2040년 1,712만명 △2050년 1,88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속도라면 2060년에는 노인 인구의 비중이 40.1%에 달한다. 노인복지 예산이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 국가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는 근거다. 하지만 정부가 풀고 있는 복지 보따리에 인구 추계 등을 고려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굵직한 복지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을 보면 △기초연금 30만원 인상 21조8,000억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30조6,000억원 △기초생보 수급자 확대 9조5,000억원 등 5조원을 넘어서는 게 부기지수다. 100대 국정과제에 들어갈 예산만도 178조원에 이른다. 빠른 고령화를 고려할 때 실제 들어갈 예산은 이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비록 강도 높은 정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지만 부족분을 메우기는 불가능해 결국 적자 국채를 발행해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당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노인에 대한 기준을 바꾸고 노인 정책을 선심성 복지가 아닌 ‘일자리 복지’에 치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재정 부실화 우려 때문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노인연령을 65세 이상이라고 규정하는 현행 법은 없다”며 “다만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국가의 고령화 정도를 따질 때 준거로 삼는 기준이 65세 이상”이라고 말했다. 국가 현실에 맞춰 고칠 필요가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노인 정책의 실효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노인 정책이 대부분 복지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근로 능력, 재산 정도 등 개개인의 상황을 면밀하게 따지지 않고 노인이 필요로 하는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면서 젊은이는 노인을 짐으로 여기고 노인은 사회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월 20만6,050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A(67)씨는 “지하철 무임승차 같은 보편적인 복지보다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실질적인 정부 지원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들도 현재의 노인 정책에 만족을 못 한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노인 정책을 복지 측면에서 계속 접근하다 보면 재원 마련에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일하고 싶은 노인들이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나가면서 복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이태규·이두형기자 jhlim@@sedaily.com -
[노인 개념을 바꾸자] '노인형 복지'에 허리 휘는 지자체
사회 사회일반 2017.08.20 17:53:54지난 18일 성남시청 회의실에서 ‘지하철 무임수송 유료화’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토론은 신분당선(강남∼정자)을 운영하는 민간사업자가 지난달 7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운임변경 신고’에서 비롯됐다. 2014년 이후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오며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신분당선 운영사는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자구책으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요금 할인 제도 폐지’ 카드를 꺼냈다. 신분당선의 ‘운임변경 신고’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국토부가 신분당선의 노인 운임 부과안을 받아들이면 수도권 전철 가운데 처음으로 노인에게도 운임을 받는 노선이 생겨나게 된다. 이는 서울 등 전국 대도시의 도시철도 공기업의 요금 할인체계 개편 움직임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차운임 면제 등 교통 관련 정책은 대표적인 노인 복지 사례로 꼽힌다. 노인무임승차제도는 1980년 반값 할인을 시작으로 1984년 전액 무임으로 바뀌어 30년 이상 변화 없이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정책 시행 당시 전체 인구의 3.9%에 불과했던 65세 이상 노인이 지난해 기준 13.5%로 늘어나는 등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지방자치단체 부담도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 더해 도시철도 운영이 2000년대 들어 중앙정부에서 각 지자체 산하 공기업으로 이관되면서 중앙정부로부터 요금 감면 손실액을 지원 받지 못하게 되자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됐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지난해 지하철 무임승차 승객 비율이 28.9%에 이른다. 무임승차자의 절대다수(79.7%)는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만 65세 이상 노인이 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건 노인복지법에 따른 국가의 보편적 복지정책이라 원인 제공자인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 받는 대안은 무임승차 대상자 연령 상향 조정이나 노인에 대한 ‘반값 부담’ 등이다. ‘노인형 복지’에 대한 부담은 비단 교통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지자체 예산 가운데 복지예산의 증가 속도는 연평균 12%에 이를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 재정자립도도 덩달아 악화되는 실정이다. 자연스레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70%를 넘는 곳은 서울 단 한 곳에 불과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민 반발로 기존 정책을 폐지하는 등 선제적 움직임을 보이기가 쉽지 않은 지자체가 많을 것”이라며 “복지 혜택을 받는 대상 조정 등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노인 개념을 바꾸자] 화석처럼 굳어진 노인 기준...법적 근거도 없이 30년 넘게 통용
사회 사회일반 2017.08.20 17:48:44국제노년학회는 지난 1951년 노인(老人)을 환경 변화에 적절히 적응하는 데 결함이 있는 사람, 생물학적 기관이나 조직 기능상 감퇴 시기에 있는 사람 등으로 정의했다. 사회복지학에서는 주로 이 개념을 원용해 노인을 복지 대상자로 삼는다. 정부도 같은 맥락에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몇 세부터가 노인인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노인의 연령 기준을 적정하게 책정하지 않으면 복지 사각지대 발생, 과잉복지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뿐 아니라 고용서비스 대상자가 돼야 할 이들이 사회서비스 대상자가 되는 미스매칭(mismatching)도 발생할 수 있다.현행 우리나라 법체계는 노인을 몇 세 이상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개별 법마다 정책 대상 연령을 적시하고 있을 뿐이다. 노인복지법은 경로우대 대상자를 6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고령자는 55세 이상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은 주택연금 가입 조건을 6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노인복지법을 근거로 노인 나이가 65세 이상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어떤 법령도 노인의 나이를 몇 세 이상이라고 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노인연령 기준은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후 30년 이상 65세 이상으로 통용되고 있다. 노인정책의 뼈대가 되는 법은 노인복지법인데 거기서 65세 이외의 다른 연령은 찾아볼 수 없어서다. 또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상당수 노인 대상 제도의 연령 기준이 65세 이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연령 조정과 관련한 사회 담론도 65세를 기준으로 형성돼 있다. 먼저 노인연령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측에서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65세 이상도 충분히 건강하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올해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상황에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도 말한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7.5명인 노인 부양비는 오는 2065년 88.6명으로 늘어난다. 대표적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가 오히려 먼저 나서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을 공론화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노후소득 보장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게 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노인빈곤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맞선다.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면 상당수 국민이 각종 복지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기초연금 수령 나이가 높아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노인단체는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까지 비판한다. ‘선(先) 노후 인프라 구축, 후(後) 노인연령 상향 논의’가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연령 기준 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제대로 된 논의의 장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2012년 노인 기준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75세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노인연령과 연계해 복지혜택을 축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하자는 말만 수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복지부는 2015년 12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노인 기준연령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했다. 기재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노인연령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 본격화’라는 문구를 넣었다. 고용노동부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만 언급했다. 전문가들도 노인연령 조정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일자리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일본처럼 노인이 일할 기회가 많다면 연령 기준을 높인다고 해서 노인이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노인연령만 상향 조정하면 연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노인들은 생활 자체가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도 “우리나라 퇴직연령이 보통 55세쯤 되는데 연령 기준을 올리려면 노인이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그때부터는 노인연령을 올려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리면 국민연금이 나오기까지 15년 동안 아무 수입 없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정부는 현재 노인연령과 관련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논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순히 복지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노인연령 문제에 접근하면 논의 자체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노인연령 조정 관련 사회적 합의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논의할 수 있는 안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근로자의 정년, 연금 수급 시기, 복지 수혜조건 등과 맞물려 있는 노인연령 기준을 딱 잘라 몇 세 이상으로 정해 획일적으로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임지훈기자 이두형기자 jhlim@@sedaily.com -
표 노려 노인에 수십조…곳간 축내는 복지 패러다임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17.08.20 17:44:51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현재의 복지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내년 7월부터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0~5세에게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을 저소득층에 몰아주는 것이 더 낫다고 운을 뗀 그는 기초연금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서울에 집이 있고 어느 정도 소득이 있어 또래 친구들에 비해 여유가 있는 나도 기초연금 대상자”라며 “차라리 내게 줄 것을 형편이 어려운 다른 노인들에게 몰아서 주는 게 국가 차원에서는 더 낫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한 해 10조원을 훌쩍 넘는 예산이 노인 지원을 위해 투입되지만 노인의 삶은 악화 일로를 걷는 핵심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인복지 전문가는 “한국의 노인 상대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데 이를 낮추려면 여건이 어려운 계층을 타깃으로 현금성 급여를 늘리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보편적 복지를 하느라 예산은 예산대로 나가고 빈곤율은 빈곤율대로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은 2014년 7월 도입됐으며 선거에서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되도록 다수의 노인(소득 하위 70%)에게 혜택을 주도록 설계됐다. 수급자가 많다 보니 주는 돈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극빈층 노인에게 매월 고작 20만원만 지급돼 빈곤율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기초연금이 꼭 필요하지 않은 계층에도 쥐어 줘 재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제 노인 관련 예산은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예산은 올해 9조5,000억원으로 5년 전인 2012년(3조9,0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는 기초연금,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노인 돌봄 서비스, 노인 관련 시설 확충 등이 포함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의료·주거급여를 받는 노인도 많은데 관련 예산을 포함하면 규모는 더 불어난다. 올해 기초생보 전체 예산은 약 10조원이며 수급자 중 노인은 약 60%다. 단순 계산하면 6조원 정도가 노인에게 투입된다. 그러나 노인의 삶은 오히려 역주행하는 실정이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2006년 43.6%였지만 그동안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2016년 47.7%로 오히려 악화했다. 이는 OECD 평균의 3배가 넘는 수치다. 노인 자살률도 2015년 현재 10만명당 58.6명으로 2014년의 55.5명에서 오히려 올랐다. OECD 평균의 약 3배에 달한다. 기초연금을 주더라도 지속 가능하도록 ‘일하는 복지’도 어느 정도 유도해야 했지만 부족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비중은 전체 노인의 4.3%에 불과했다. 설문조사 결과 노인 일자리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사람(18.2%)의 4분의1에도 못 미쳤다. 노인 일자리 규모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는 뜻이다. 급여도 박하다. 현재 노인 일자리 중 약 90%가 ‘공익활동형’이며 지급액은 매월 최대 27만원(최근 추가경정예산 통과로 22만원에서 인상)에 불과하다. 일자리 참여자 중 60%가 생계를 위해 일한다고 답했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노인 일자리 참여 노인의 근로만족도도 2.08로 임시·일용직 근로자(2.54)보다 낮다. 노인 정책이 중구난방 식으로 널려 있는 점도 문제다. 정경희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5년 주기로 만들어지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있지만 노인 정책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은 명시되지 않았다”며 “노인 소득·건강·돌봄·경제활동·여가 등 어떤 분야를 우선 해결할지 논의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노인보건·복지 기본계획을 5년 단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중간중간에 수립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노인 예산을 전달하는 ‘파이프라인’도 정리가 안 돼 있다. 중앙·지방자치단체에다 다양한 전문기관, 대한노인회 등이 얽혀 있어 중복 지급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는 노인 기초연금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85세 등 고령자에게 주는 ‘장수수당’이 중복된다며 이를 중단하라고 권고했지만 몇몇 지자체는 이를 계속 지급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는 제도가 하나 도입될 때마다 개별적인 판단하에 집행 주체가 결정됐고 작동 실태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달 체계에 대한 평가와 개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노인 개념을 바꾸자] "60세만 넘으면 거들떠도 안봐"...고용시장서 '노인'은 주홍글씨
사회 사회일반 2017.08.20 17:22:57“인력센터에 가면 흰머리가 난 사람에게는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나이입니다. 65세부터 노인이라 한다지만 65세가 아니라 60세만 넘었다 해도 아예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다 은퇴한 A(64)씨는 최근 수년간 식당을 운영하다 적자가 계속 쌓이자 문을 닫았다. 건강상태가 나쁘지 않아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좀처럼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먹고살자니 일을 안 할 수는 없고 일을 하려니 노인이라고 천대받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는 우리나라 대부분 노인들의 현주소다. 65세 이상은 사회에서 노인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의 실질은퇴연령은 72.9세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로 높은 수치다. 멕시코가 72.0세로 뒤를 이었다. 여성 역시 70.6세로 가장 높았다. 2위인 멕시코는 68.1세였다. 고용률도 단연 독보적이다. 2015년 기준 75세 이상의 고용률은 17.9%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OECD 국가 가운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나이 든 사람들은 ‘노인’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70세가 넘어서까지 고용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이 갖게 되는 일자리는 대부분 질이 낮다. 상당수가 비정규직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고령층 노동시장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의 비정규직 비중은 53.8%에 이른다. 시간제 근로자 비중도 40%를 웃돌았다. 대한은퇴자협회 등 일부 단체는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파견법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55세 이상에 대한 파견 허용을 확대하는 내용의 파견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정치권은 고용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논의를 중단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앞으로는 질이 낮은 일자리마저도 얻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결과적으로 노인 일자리를 앗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값이면 노인보다는 청년들을 쓰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일할 수 있는 나이의 상한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보안관 나이를 70세 이하로 제한했다. 일각에서는 택시 운전사의 나이를 제한하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마저도 일할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학교보안관에 대해서는 그동안 고령화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업무 특성상 나이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개개인에 따라서는 일할 수 있을 만큼 건강상태가 좋은 노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 '5개년 재정계획' 구속력 없어 유명무실...목표 세워도 추가지출 일쑤
경제 · 금융 정책 2017.07.26 17:52:39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5개년 단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수백조원에 이르는 나랏돈을 체계적으로 예측성 있게 쓰기 위해서다. 재정운용계획은 앞으로 5년간의 재정지출 규모와 재정수지, 국가채무 규모 목표를 설정한다. 하지만 이 목표들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다. 목표치가 구속력이 없어 매년 예산을 짤 때 충분한 검토 없이 이런저런 사업과 재정지출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허울뿐인 계획이라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연도별 재정관리 목표를 세워도 국회나 행정부나 실제 예산을 짤 때는 이를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렇다 보니 우리도 형식적으로 계획을 만들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재정운용계획상 재정관리 목표와 실적치는 괴리가 크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취임 첫해 5개년 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국가 재정수지를 2014년 -25조9,000억원, 2015년 -17조원, 2016년 -14조1,000억원 정도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목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 기간 재정수지는 각각 29조5,000억원, 38조원, 22조7,000억조원 적자였다. 국가채무(D1)는 상황이 더 심각한데 목표치와 실적 간 차이는 18조원(2014년), 41조1,000억원(2015년), 44조원(2016년)에 이르렀다. 물론 이 차이는 채무가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주먹구구 재정 관리 시스템이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해마다 경제·사회 상황이 달라져 재정운용계획이 정한 각 연도별 목표치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국가 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지 않도록 한다’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재정 건전성 관리 장치라도 있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없다. 이 때문에 그때그때 정치 상황이나 사회 이슈에 따라 재정 지출이 널뛰기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선진국을 바라보는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예산·재정 관리 시스템은 후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해외 국가들은 저마다 재정을 건전성 있게 유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 이른바 ‘재정준칙’을 두고 있다. 독일은 채무준칙을 통해 신규 채무가 GDP 대비 0.35% 이내로 유지되도록 통제한다. 미국 역시 법률에 의해 채무 한도를 매년 통제하며 재정의 의무지출이 증가하는 내용의 입법을 할 때는 늘어나는 예산을 보충할 만한 재원조달 방안도 같이 제시하는 ‘페이고’ 제도를 운용 중이다. 스웨덴은 한층 엄격해서 중앙정부의 총지출 한도와 27개 분야별 지출 한도를 설정해 지키도록 하고 있다. 한국재정정보원에 따르면 이런 재정준칙을 운영 중인 나라는 2014년 기준 85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선진국이 29곳이며 개발도상국과 저소득국가도 각각 33곳, 23곳이나 된다. 문제는 재정관리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은 확대일로에 서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은 5%로 예상된다. 2016~2020년 재정운용계획에서 정한 3.5%보다 1.5%포인트 높은 수치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필요하면 나랏돈을 적극 풀어야 한다’는 기조여서 그때그때 예상치 못한 재정 소요가 불어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이미 충분한 논의도 없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지원으로 1년에 3조원을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공약에도 없었던 내용이다. 이렇게 나랏돈 씀씀이가 커지면 재정 건전성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 더구나 정부는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매년 12조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이 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재정지출 규모는 예상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역시 재정 절감으로 연 16조3,000억원을 아낀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이행한 규모는 약 9조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재정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정부의 재정확대 기조가 아니라도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복지 등 재정지출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제도가 없으면 대규모 채무 발생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논의된 ‘재정건전화법’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건전화법은 GDP 대비 국가채무 총액을 45%로 유지하고 재정수지 적자를 GDP 3% 이내로 관리할 것을 규정한 법이다. 지난해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쳤으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5개년 재정운용계획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금융학 교수는 “재정운용계획에서 세운 재정수지·국가채무 등 총량 목표에 구속력을 부여하고 운용계획 자체를 국회 심의까지 거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 "보조금 부정수급 679억 중 580억 환수"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7.07.26 17:42:14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복지·보조금 비리 신고를 접수한 결과 지금까지 679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부정수급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580억원을 환수했다고 26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환수된 580억원 중 보건복지 관련 보조금이 453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6월7일자 ‘나라 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 시리즈 참조 2013년 ‘정부 합동 복지부정신고센터’를 설치한 권익위는 2015년 1월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접수 업무를 일원화해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권익위는 지금까지 1,000여건이 넘는 신고를 접수해 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관련자 534명이 형사 처벌되고 공무원 107명이 징계 등의 행정 조치를 받았다. 신고 사건 분석 결과 보건복지 분야는 640건으로 전체 신고 사건의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특히 보건복지 분야 중에서도 기초생활급여, 복지시설·요양급여 부정수급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건축업체를 운영하면서 매월 고액의 소득을 올렸음에도 소득액을 허위로 신고해 생계급여·주거급여 등 기초생활급여 총 2,860만원을 부정수급했다. B어린이집 원장은 파트타임 교사 3명을 정교사로 허위 등록하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은 교사 1명과 원아 4명을 허위 등록해 보조금 5,161만원을 부정수급했다. 권익위가 전체 신고사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득이나 취업 사실 등을 숨기고 기초생활급여 등을 부정하게 지원받은 사례가 289건(20.3%)으로 가장 많았다. 권익위는 또 최근 들어서는 중소기업 등에 지원되는 기술개발 등 각종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연구비 횡령신고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R&D 사업 관련 신고는 2014년 4건에서 2005년 37건, 2016년에 53건으로 증가했다. 권익위는 “보조금 부정수급을 신고한 사람에게는 환수된 금액에 따라 최대 30억원의 보상금 또는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며 신고를 독려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 정책에 없던 내용이 불쑥...반복되는 '즉흥 증세'
경제 · 금융 정책 2017.07.26 17:40:37기획재정부는 매년 8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중장기 조세정책방향’도 같이 내놓는다. 세금제도가 예측 가능해야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 재정계획도 제대로 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보면 언급되지 않았던 세금이 정치적 목적으로 갑자기 오르거나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해놓고 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의 실효성을 높여야 결국 재정계획도 안정적으로 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담뱃세 인상. 정부는 지난 2015년 담뱃세를 인상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2013년과 2014년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 관련 내용은 없었다.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4년 7월 인사청문회에서 필요성을 밝힌 후 이듬해 전광석화처럼 단행됐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명목세율 인상 없이 세수를 늘리려는 정치적인 목적이었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다. 지키지 못하는 약속은 더 많았다. 2013년 자료를 보면 기재부는 주요 추진과제로 ‘법인세 과표구간 간소화’를 제시했다. 비록 ‘(예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자료에 명시하며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우리나라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 기업에 10%, 2억~200억원 이하에 20%, 200억원 초과에 22%를 매겨 총 3단계 누진세율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2개국이 단일세율로 운영하므로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세금체계는 변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오히려 구간을 하나 더 만드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소득세 면세자 비중 축소도 마찬가지다. 당시 기재부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감소 추세에 있지만 2011년 현재 36.1%로 여전히 높다”며 주요 추진과제에 면세자 비율 축소를 명시했다. 그러나 연말정산 파동을 거치며 비율은 2015년 현재 46.5%로 오히려 크게 올랐다. 재산세도 선진국은 보유세 비중이 높고 거래세가 낮지만 우리는 정반대이기 때문에 ‘보유세 적정화, 거래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건드리지 못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최고세율 인상보단 최저한세율 인상”
경제 · 금융 정책 2017.07.24 18:23:08올해 세법개정안에는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소득 2,0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세액공제도 축소하는 마당에 최저한세율도 높이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기획재정부는 사실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대안으로 최저한세율 인상을 검토한 바 있다. 기재부가 지난해 작성한 ‘증세 논의에 대한 대응 전략’ 보고서를 보면 법인세율 인상 대신 최저한세율 인상을 1안으로 내세운다는 목표가 제시돼 있다. 과세표준 100억~1,000억원의 최저한세율은 12%에서 14%로 올리고 1,000억원 초과는 17%에서 18%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3,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고 기재부는 봤다. 이 때문에 최고세율 인상보다는 최저한세율 인상이 우선 아니냐는 지적이 기재부 안팎에서 나온다. 최근의 최저한세율 논의안은 대기업 17%를 19%로 조정하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기재부는 법인세율 인상 강행 시 정부가 낼 수 있는 최후의 대안으로 최고세율 1%포인트 인상을 거론했다. 과표 2억원 이하 10%, 2억~200억원 20%, 200억원 초과 23% 등이다. 이렇게 하면 세수는 1조3,000억원이 증가한다고 기재부는 분석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가업상속공제' 혜택도 줄인다
경제 · 금융 정책 2017.07.24 18:20:33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 등 ‘기업 증세’가 강력하게 추진되는 가운데 정부의 과세 규제의 칼날은 기업의 승계 부분에도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여당이 기업 승계 때 지원하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세제 혜택 요건을 한층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24일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공제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오는 8월에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는 영세한 업체가 가업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 때문에 폐업하는 경우 등을 위해 도입했지만 제도 취지와 달리 편법 상속에 이용되는 측면이 있어 이를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업 상속이 국가가 공인하는 ‘기술 보존 차원의 상속’ 등일 때만 공제를 해주는 방향으로 공제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금은 상속되는 재산의 성격을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않아 회사 핵심 역량과 상관없는 부동산·기타자산 등도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제 요건이 강화되면 기업 상속 시 무분별한 세제 혜택을 받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지난 2007년 도입 때만 하더라도 공제 한도액이 1억원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이듬해 30억원으로 늘더니 보수 정권 집권 이후에는 2009년 100억원, 2012년 300억원, 2014년 500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지원 대상도 당초 중소기업만 해당됐으나 지금은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도 포함된 상태다. 중견기업은 대부분 상장사인데 경영이 분리돼 있어 가업 승계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원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 제도로 깎아준 세금 규모도 2012년 307억원, 2013년 867억원, 2014년 944억원, 2015년 1,645억원 등으로 확대일로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영세한 기업의 원활한 상속을 돕는다는 제도 취지는 인정하나 편법 상속을 막을 장치도 없이 마냥 확대되는 것은 문제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일반 상속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여지가 크다. 일반 개인의 상속세 자녀 공제는 1인당 5,000만원에 불과한데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1,000배인 5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만한 혜택을 주려면 기술 승계 등 정당성이 있는 상속이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가업상속제도가 가장 활성화된 독일에서도 최근 헌법재판소의 부분 위헌 결정으로 제도를 축소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가업상속공제를 해주는 기업의 매출액이나 공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하나 그 과정에서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이어서 가업상속공제 축소 정책의 경우도 가업 지속성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불러오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단독] 文정부 대기업증세, 중견기업까지 확대한다
경제 · 금융 정책 2017.07.24 18:17:27초대기업 명목세율 인상, 1조원대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를 예고한 정부가 중견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도 강화한다. 중견기업에 적용되는 정상거래비율을 10%포인트 낮춰 과세액을 높이는 방식인데 추가로 늘어날 과세금액은 높지 않지만 기업 증세방안이 연이어 나오는 터라 이에 따른 압박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정부 여당에 따르면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정상거래비율 하향조정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 30%, 중견기업 40%, 중소기업은 50%가 적용(비율이 낮을수록 세금 부담 증가)되는데 중견기업의 비율을 30%로 낮추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집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강화’를 못 박고 지난 16일 발표한 ‘소상공인 대책’에서도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얻은 지배주주 등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다음달 2일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며 국회 논의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정상거래비율 인정 비율에 따라 과세금액이 달라진다. 정상거래비율이 하락하면 공제 금액도 내려가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난다. 물론 기업들이 납부해야 할 세금은 수십억원으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효과(약 3조원)에 비하면 크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로 기업이 낸 세금은 749억원이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모기업이 소속 기업에 주는 일감을 줄이며 일반 중소·중견기업들의 영업반경이 넓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여당 내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더 강화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상거래비율을 모두 10%포인트씩 내려 대기업 20%, 중견기업 30%, 중소기업 40%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또 한계지분율 조정도 검토 중으로 중소·중견기업은 총수 일가 지분율에서 10%포인트, 대기업은 3%포인트를 빼주는데 중소·중견을 3%로 낮추 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액을 좀 더 높이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4가지로 가닥 잡힌 기업·자본 증세] ①금융소득 분리과세 한도 1,000만원↓…37만명 세금 늘어난다
경제 · 금융 정책 2017.07.24 18:13:25세법개정안 발표가 한 주 앞으로(8월2일 예정) 다가오면서 기업·자본소득 등의 증세 방안도 베일을 벗고 있다. 다만 당청이 증세로 방향을 바뀐 뒤 거의 매일 이중삼중의 기업 증세 방안이 나오는 상황이다. 거론되지 않았던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정상거래비율’ 등을 낮춰잡는 방식으로 강화될 예정이고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 △이자·배당소득 분리과세 한도 하향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초대기업 명목세율 인상 등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①금융소득 분리과세 한도 1,000만원으로 낮춰=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세율도 현재 2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이 확실시된다. 현재 주식 양도차익은 대주주만 과세 대상인데 대주주 기준은 한 종목당 지분을 1% 이상 갖고 있거나 보유주식 가치가 25억원 이상(유가증권시장 기준)인 사람이다. 내년 4월부터는 지분율 1% 이상 또는 보유액 15억원 이상으로 적용 대상을 넓히기로 지난해 국회에서 합의된 상태다. 정부는 세율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차익 중 3억원을 넘는 액수에만 25%를 적용하고 3억원 미만은 20%를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가 최고세율 적용을 피하려 여러 번 나눠 매각하는 일을 막기 위해 1년간 매각한 금액을 합산해 과세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대주주 범위를 오는 2020년에는 10억원 이상, 2021년에는 3억원 이상으로 낮춰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상을 넓히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현재는 개인의 연간 이자·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14%의 단일 세율을 매기는 분리과세를 하고 있는데 이를 1,000만원으로 낮춰 금융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 많은 세금을 거둘 방침이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귀속 기준으로 37만명이 분리과세 적용자에서 종합과세 적용자로 넘어간다. 이에 따른 전체 세수 효과는 약 1,300억원이다. ②‘중견기업’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현재 정부 여당은 증여세법상 중견기업에 적용된 정상거래비율을 40%에서 3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가 처음 실시된 지난 2013년 세수는 1,859억원으로 비교적 많았지만 2014년 30%였던 중소·중견기업 정상거래비율이 50%로 올라가고(세금 부담 감면)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사업영역을 조정하며 감소했다. 2014년 1,242억원, 2015년 749억원 등이다. 정부는 제도 강화로 큰 세수 효과를 노리기보다 일감 몰아주기를 줄여 풀뿌리 중소기업 등을 키우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는 등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정부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소속된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등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속기록을 보면 박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이든 어디든 기본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원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상거래비율 혜택을) 다 없애는 법안을 제출하려 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김성식 의원은 정상거래비율과 한계지분율 차감규정을 아예 없애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③R&D 등 공제 축소는 강행=정부는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도 당초 알려진 대로 강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올해 일몰이 돌아오는 연구개발(R&D) 투자세액 공제 중 대기업에 주는 혜택을 줄여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더 걷는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액을 이미 ‘비용’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R&D 투자세액 공제를 주는 것은 이중 혜택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명목세율 인상과 비과세·감면 축소를 한번에 추진하는 것은 무리한 과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제전문가는 “본래 법인세는 명목세율을 올리면 비과세·감면을 주는 방식 등으로 세율과 비과세·감면이 완충하게 가야 경제에 무리가 없다”며 “지금 상황은 세금을 더 걷는 쪽으로 너무 몰아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두고 정부 여당의 협상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세법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자유한국당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일단 강한 증세안을 들고 나왔다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명목세율 인상은 사수하고 비과세·감면 축소폭은 줄이는 식으로 타협을 볼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것이다. ④초대기업 명목세율 인상=과표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에 대한 명목세율도 22%에서 25%로 올라갈 것이 확실시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증세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 한정”이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정부안은 그대로 담길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 경우 116개 기업에서 2조7,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중 상위 10대 기업의 세 부담 증가를 서울경제신문이 추산한 결과 총 1조4,421억원으로 나타났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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