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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밥·쪽잠vs여행·수입차…취업이 가른 '2030 라이프'
경제 · 금융 정책 2017.07.31 18:00:54지난 2013년 A양은 부푼 마음으로 서울의 한 대학가 고시원에서 약대(2+4과정)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8㎡(2.5평)가 조금 넘는 방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월세 40만원에 생활비까지 100만원을 보내주시는 시골 부모님을 생각하면 좋은 결과를 내야만 했다. 매일 오전7시부터 밤10시까지 도서관에서 지냈다. 올 들어서만 학원비까지 1,300만원을 썼다. 하지만 4년째 소득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말은 사치다. A양은 “시험이 끝나면 햇살이 들어오는 집으로 이사부터 가고 싶다”며 “약사 자격증을 따면 해외에서 직장을 구해 살고 싶다. 여기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A양뿐 아니다.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488만8,000명에 달한다. 이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14.5%(70만8,760명)다. 이의 상당수는 고시원이나 반지하 월세방 등에서 산다. 사회적협동조합인 일하는 학교에 따르면 성남 지역에 혼자 사는 청년 206명 중 40명(19.4%)은 고시원과 옥탑방·반지하가 주거지였다. 자연스레 친구들과도 멀어진다. 응답자(130명) 가운데 46.2%는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23.1%는 회비 부담으로 모임을 꺼렸다. ‘잘된 친구를 보면 위축된다’는 응답도 8.5%였다. 실제 올해 28세인 B군은 A양과 대척점에 서 있다. 글로벌 대기업에 다니는 그는 지난 토요일 오전10시까지 늦잠을 자고 여자친구와 특급호텔 뷔페에서 1인당 10만원짜리 브런치를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영화관람(2만2,000원)과 커피(1만2,000원), 쇼핑(25만원)에 30만원 가까운 돈을 썼다. A양의 한달치 생활비 중 절반을 하루에 쓴 것이다. 평소에도 한번에 3만원이 넘는 식사를 손쉽게 한다. B군 주변에는 수입차를 사거나 매주 서핑하러 동해를 찾는 이들도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20~29세의 BMW 구매 대수는 1,821대였고 메르세데스벤츠는 1,212대에 달했다. 두 브랜드를 포함한 전체 20대의 상반기 수입차 구매 대수는 5,099대로 총 판매량의 6.6%다. 해외여행에 200만~300만원을 쓰는 것은 기본이다. 면세점에서 사야 할 목록을 공유하고 수백만원짜리 명품시계를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는 친구도 있다. 같은 2017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이지만 이들의 격차는 이렇게 크다. 친형제도 예외는 아니다. 경남 삼천포에서 태어난 박정기(33)·정규(32)씨 형제는 모두 거제도의 대형조선소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신분(?)이 다르다. 형은 외주업체 비정규직, 동생은 정규직이다. 두 사람의 신분이 달라진 것은 7~8년 전이다. 두 사람 모두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일했는데 동생은 정규직 전환 면접에 붙고 형은 떨어졌다. 그 후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동생은 하루 8~9시간 근무에 주말을 다 쉬어도 월급이 평균(보너스 포함) 400만원을 넘었다. 형은 그렇지 못했다. 일당과 잔업에 토요일까지 일해도 동생의 임금에 한참 못 미쳤다. 작업장 안팎에서도 대우가 달랐다. 정규직은 탁 트인 공간에서 일하고 외주는 좁은 곳에서 어려운 작업을 했다. 번화가인 고현에 나가도 작업복으로 차이가 났다. 직영은 회사 이름 위에 소속부서와 이름이 써 있고 협력업체나 외주는 ‘○○기업’과 이름만 있다. 정기씨는 “여자들도 이름표만 보면 신분을 안다”고 했다. 정기씨는 31세 때 2년여를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다 헤어졌다. 집 문제 때문이었다. 그해 동생은 아파트를 사서 결혼했다. 회사가 복지 차원에서 수천만원을 연 2% 이하 금리로 빌려줬다. 결혼하면서 중대형 세단인 현대자동차의 ‘그랜저HG’도 샀다. 형제는 20~30대의 남성 임금노동자 가운데 소득 상위(8~10분위) 기혼자 비율(보건사회연구원·2015년)이 67~82%, 중위(4~7분위) 20~49%이고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소득이 적어서(48.5%, 2017년 육아정책연구소)’라는 통계를 삶으로 보여준다. 부모의 재력까지 더해지면 청년 간 차이는 더 벌어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자는 1만5,426명으로 전년보다 17.7%나 급증했다.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자는 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사회생활 시작부터 대학교 학자금 대출상환으로 시작하는 이들과는 천지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자는 71만2,679명으로 대출액만도 2조1,000억원에 이른다. 부모에게 돈을 계속 지원받는 경우도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취업자 청년(15~29세) 4,2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2%는 부모가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약 46%는 나 홀로 삶을 개척하고 있다. /이태규·구경우·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평소엔 알뜰히 쓸때는 아낌없이" '짠테크' '욜로' 뒤섞인 청년소비
경제 · 금융 금융가 2017.07.31 17:59:01호기심 많고 새로움에 목이 마르지만 돈이 충분치 않은 청년들은 불황형 소비와 경험적 소비를 오가고 있다. 평소 먹거나 입는 것 등에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알(돈)’을 아꼈다가 여가나 여행 등 새로운 경험을 위한 데는 아낌없이 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와 신한카드 결제 데이터를 통해 청년들의 의식주·여가 분야와 관련된 업종의 결제 동향을 살펴본 결과 이 같은 소비패턴이 나타났다. 먼저 청년들은 알뜰한 소비를 이끌고 있다. 음식을 무한 리필해주는 식당에서 20대의 상반기 결제건수 비율은 전체의 44.8%에 달했다. 이는 양껏 먹기 어려운 구내식당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보완하는 식사로 풀이된다. 쇼핑 시에도 살뜰한 면이 돋보인다. 또 해외직구와 면세점에서도 20대 결제 비중은 각각 28.5%, 23.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2.1%포인트와 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취업 3년차인 정모(28)씨는 “해외직구를 통해 같은 물건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 애용한다”며 “또 화장품의 경우 면세점 갈 일이 있을 때 한번에 몰아 사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자기를 표현하는 좋은 수단인 의류에서도 저렴한 SPA(의류 제조·유통 총괄) 브랜드를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 20대는 SPA 의류 결제 비중의 29%를 차지하는데 이는 일반의류의 27.6%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목돈을 모아 차량을 사기보다 그때그때 빌려 쓰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카셰어링의 20대 이용 비중은 무려 76%에 달하며 30대까지 확대하면 88%에 육박한다. 이렇게 평소 생활에서 아낀 돈은 경험소비에 쓰인다. 해외여행이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은 20대 결제 비중이 각각 28.3%이며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0.8%포인트 늘었다. 대만과 베트남도 각각 전년보다 1%포인트, 1.6%포인트 늘어난 16.1%, 27.6%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여행이나 도심 바캉스를 즐길 때도 돈을 점점 더 아낌없이 쓰고 있다. 20대의 특급호텔 결제 비중은 전년보다 0.6%포인트 늘어 5분의1에 가까운 19.5%까지 올라왔다. 이 와중에 모텔 결제 비중은 39%에서 37.8%로 1.2%포인트 줄었다. 자신을 위로하는 소비가 꾸준한 것도 눈에 띈다.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파는 라이프스타일숍의 20대 결제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1.5%에서 올해 28.4%로 무려 6.9%포인트나 뛰었다. 빠르고 신속한 기분 전환의 대명사인 네일숍은 20대 결제 건수가 30.5%를 차지하고 있다. 남궁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장은 “돈은 적지만 쓰고 싶은 데는 많다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소비패턴이 생겨나고 있다”며 “불황형 소비를 포함해 청년들이 이끄는 트렌드는 시간이 지나며 점차 다른 세대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2017청년을 말한다]삶도 사람에도 지쳐..."일주일에 평균 3명 이하 만난다" 50%
산업 IT 2017.07.31 17:56:16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로 밤새 수다를 떨다 잠이 드는 세대. 애인과 스마트폰 중 하나를 고르라면 스마트폰을 택할 정도로 ‘관계’보다 ‘개인’이 중요한 세대. 이처럼 스마트폰은 열정·젊음·희망 등 수많은 단어가 어울리는 청년의 일상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요지경인 셈이다. 서울경제신문이 2017년 오늘을 사는 청년들을 스마트폰으로 만났다. 취업준비생과 공무원·신입사원·대학생 등 그들이 속한 집단은 달랐지만 그들의 스마트폰에서는 ‘청춘에 대한 설렘’보다 ‘삶에 대한 피로’가 짙게 묻어났다. 또 사회에 대한 관심, 사람과의 관계보다는 자신의 불안한 미래, 개인의 일상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20~30년 전에 태어나 현재를 살면서 미래를 이끌어나가야 할 청춘들이 기성세대, 우리 사회를 향해 “피곤하고 힘드니까 혼자 있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다. 기자들이 만난 청춘들은 흔들리고 아팠다. 취업준비생 박정우(28·가명)씨의 스마트폰. 그 속에는 ‘취업에 대한 불안과 고민’만이 가득했다. 스마트폰 즐겨찾기의 대부분은 ‘취업 사이트 채용공고’. 그곳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낸다. 박씨는 “취업 외에 인생에 대한 별다른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며 “스마트폰도 취업 관련 단톡방·정보 등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9급 공무원 안정민(24·가명)씨의 스마트폰에는 ‘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잔뜩 묻어 있다. 안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1년 만에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친구들보다 사회생활이 빨랐다. 친구들한테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푸념이라도 할라치면 “배부른 소리 하지도 말라”는 핀잔만 돌아온다. 그러다 보니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는 손가락으로 꼽힌다. 안씨는 “‘내 삶도 피곤한데 왜 남의 삶에 관심을 두냐’는 생각에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잘 안 하게 된다”며 “이것저것 챙겨줘야 하는 애인보다는 스마트폰이 더 좋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6개월 전 정보기술(IT) 기업에 입사한 이수연(25·가명)씨에게 스마트폰은 ‘스트레스’로 통한다. 스마트폰이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직장 상사가 보내는 카톡 메시지. 업무지시 카톡 알림음에 깜짝깜짝 놀란다. 그래서 퇴근만 하면 알림음을 끄고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이씨는 “입사 전에는 스마트폰으로 취업 관련 사이트를 많이 봤다”며 “그러나 이제는 알람을 끄고 게임을 하는 데 스마트폰을 애용한다”고 피식 웃었다. 대학생 김소영(21·가명)씨에게 스마트폰은 ‘취업을 위한 정보의 화수분’이다. 취업 스터디그룹 대화방에서는 수십 건의 메시지가 계속 올라온다. 각종 동아리, 소모임 대화방 등에도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와 사람들이 많다. 김씨는 “스마트폰에는 대기업의 인턴 관련 페이지가 즐겨찾기로 돼 있고 종종 선배들에게 전화해 진로상담도 한다”며 “주위에서 ‘3학년이면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 아니냐’고 하지만 현실을 잘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청춘들의 삶은 스마트폰 속이 아닌 통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취업에 대한 고민, 대인관계에 대한 피로감, 정치적 무관심이 숫자로 나타난다. 본지가 LG계열 광고회사인 HS애드에 의뢰해 최근 1년간 ‘청년’ 관련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부정적 단어가 크게 늘었다. 5년 전 조사에서는 청년과 관련해 긍정적 검색어 비중이 절반을 넘는 55%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부정적 연관어가 크게 늘면서 긍정적 검색어의 비중이 절반 이하인 49%로 나타났다. 특히 일자리(4위), 돈(5위), 힘들다(6위), 취업(10위)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혜주 HS애드 데이터마케팅플래닝팀 차장은 “청년들의 노곤한 삶을 대변해주듯 ‘돈·힘들다’ 같은 연관어들이 상위에 올랐다”며 “실업에 대한 정부 정책과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문재인·일자리’와 관련한 연관어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적 의견은 사라지고 생각이 있어도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흐름이 뚜렷했다. 본지가 SK텔레콤 캠퍼스리포터를 통해 전국 20대 남녀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촛불집회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는 비율도 61%를 차지했다. 또 청년들이 온라인에서는 관계를 이어가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만남을 꺼리는 양상도 눈에 띈다. 하루에 모바일메신저나 SNS를 사용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1시간에서 3시간 사이가 전체의 절반가량인 45%, 3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26%로 많았다. 반면 일주일 동안 별도로 시간을 내 만나는 사람이 3명 이하라고 답한 비율은 절반이나 됐고 오프라인에서 소모임 등의 활동을 한 달간 한 번도 하지 않거나 한 번만 참여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절반에 달했다. SK텔레콤 캠퍼스리포터 관계자는 “이번 설문 결과는 관태기(관계와 권태기를 합친 신조어)를 겪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방법은 많아졌지만 맺어진 인간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더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양철민·양사록·지민구기자 chopin@@sedaily.com -
일상과 다른 #일상, SNS용 삶을 사는 청년들
산업 IT 2017.06.01 16:12:04대학생 김모(23)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두 개의 계정을 운영 중이다. 하나는 공개, 다른 하나는 비공개다. 공개 계정에는 ‘인생사진(인생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잘 나온 사진)’을 프로필 사진로 설정하고 ‘있어 보이는’ 사진들을 올리는 데 주력한다. ‘힙하다(대중적으로 인기있는 것보다 조금 더 남다르고 차별화된 취향) ’고 입소문이 난 루프탑 카페, 시각적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감각적인 소품과 함께 놓인 예쁜 커피잔 등을 ‘일상’, ‘데일리’ 등의 해시태그(#·게시물을 분류하기 위한 꼬리표지만 제목이나 내용을 대신하기도 한다)를 붙여 올린다. 반면 비공개 계정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별 볼 일 없지만 그 순간의 감정을 배출하거나 기억하고 싶을 때 올린다. 먹다 남은 배달 음식, 편의점에서 사 먹은 아이스크림 등 사진이 올라간다. 아무도 볼 수 없기 때문에 공개 계정과는 다르게 우울한 감정이나 취업 준비로 좌절했던 일을 적기도 한다. 과연 어느 계정이 진짜 당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걸까. 뷰티, 패션, 음식, 여행, 인테리어 등 취향에 따라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정체성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바꿔놓았다. ‘좋아요’를 얼마나 받느냐가 개인의 취향이 얼마나 그럴싸한 건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면서 나만의 취향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보다 있어 보이게 표현하는 능력인 ‘있어빌리티’가 중요해진 탓이다. 있어 보이는 사진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누르는 ‘좋아요’를 기다리는 순간까지 이용자들은 ‘무대에 오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한다. 모두가 ‘일상’, ‘데일리’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서 올리는 인증샷은 사실 현실의 특정 순간을 연출, 편집한 결과다. 일상이라는 태그를 달고 사진을 올리지만 사실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이나 취업준비의 순간들은 지워져 있다. 즐겁거나 여유를 즐기는 순간이 아니라 우울한 느낌을 주거나 폼나지 않는 사진을 올리면 좋아요를 받지 못하게 돼 사진을 올릴 때마다 ‘자기검열’도 엄격해진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이 대부분 여행스타그램, 럽스타그램(연애)이거나 스펙을 자랑하거나 취업성공을 인증하는 내용들인데 그렇지 않은 게시물을 올리면 스스로 보잘 것 없이 느껴진다”며 “(비공개 계정을 만든 데는) 있어 보이는 사진들을 올리고 싶어도 그럴 돈도 없고 일부러 찾기 귀찮은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지금의 20대는 입시와 취업 등을 거치면서 평가와 경쟁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취향이나 취미도 평가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라며 “취향이나 취미가 강하지 않은 사람들이 압박을 느껴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일상 속에서 아는 지인들에게 공개하지 않기 위해 두 개의 계정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임모(26)씨는 오프라인 지인들이 아는 계정은 한강 나들이 등 무난한 사진을 올리거나 카페 인증샷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계정에는 허세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로 쇼핑 사진 등을 올린다. 취향이나 취미가 다른 지인들에게 ‘나만의 취향’을 억지로 이해시키기 보다는 해시태그를 통해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SNS를 통해 소통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오프라인과 달리 지인들의 평가를 신경쓰지 않고 과감한 사진들을 올리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용도가 다른 여러 계정을 운영하면서 다른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프라인 인간관계가 SNS 상에 그대로 옮겨지는 페이스북과는 또 다른 양태다. 두 개의 다른 자아로 살아가고 다른 식의 관계를 맺다 보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영국왕립보건학회에서도 지난달 SNS와 우울감 등을 조사한 결과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SNS로 인스타그램을 꼽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을 연구하는 성용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유독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는 경쟁과 자기과시라는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이전에는 집들이를 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사는 지를 보여줄 수 없었다면 이제 음식 인증샷에 언뜻 보이는 식기 브랜드나 셀카 뒤로 보이는 집안의 가구나 인테리어로도 충분히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전시하거나 과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어그로꾼(온라인 상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 허언증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 늘어나거나 자아정체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도 SNS 피로감이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을 보정해서 올리고 댓글과 좋아요가 달리는 것을 기다리고 좋아요 개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오프라인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이상의 스트레스가 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이를 보여주는 해시태그가 ‘Livingtheinstagramlife’, ‘Livingtheinstagramdream’ 등이다. 이는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의 ‘Living the life’에 인스타그램이 더해지면서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추구하는 대로 먹고 입고 여행하고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말에는 자조적인 의미도 더해진다. 사진을 있어보이게 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거나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
청년희망펀드 90%가 은행 예금으로 방치
경제 · 금융 금융정책 2017.05.22 18:04:42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1,000억원 규모의 청년희망펀드 모금액이 당초 취지인 청년 일자리 확대에 쓰이는 대신 90%가 은행예금으로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쓰일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박 전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서는 등 모금을 강제했지만 결과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은커녕 활용처 없이 1%대 정기예금에 방치한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9월 출시된 청년희망펀드의 지난해 말 기준 모금액은 1,025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한해 지출액은 889억원이다. 하지만 90%가량인 810억원이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에 정기예금 형태로 예치돼 있다. 청년 해외취업이나 면접 컨설팅 지원 용도는 지출액의 10%가 채 안 되는 80억원에 불과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이라는 취지 때문에 청년희망펀드에 대기업 오너는 물론 금융권 임직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기꺼이 동참했지만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보면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당시에도 등 떠밀려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계좌에 1,000만원을 기부했지만 당초 취지대로 쓰이지 않고 정기예금에 묻혀 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난다”며 “1,000만원이라는 돈이 계좌에 찍혀 있지만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니 더 기가 차다”고 말했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늘 해오던 ‘코드 금융’의 병폐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정책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 과시적인 성과를 내려는 욕심에 금융권이 어김없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의 녹색금융이나 박근혜 정부의 기술금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에서는 청년희망펀드의 용처와 동력이 약화되면서 국고환수 논의도 나오고 있다. /김보리·조권형 기자 boris@@sedaily.com -
<3>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생활 편)
사회 사회일반 2017.05.18 07:00:00“당신들은 평화, 자유, 완전고용 등 모든 것을 가졌죠. 그러나 우리는 실업, 폭력, 에이즈로 고생하고 있어요”. “우리가 가진 것은 모두 노력해 얻은 것~ 너희도 움직여~” 프랑스의 국민가수 장 자크 골드만의 노래 ‘일생 동안’이다. 뮤직 비디오를 보면 프랑스의 청년층과 기성세대가 나뉘어 서로 말싸움을 벌이듯 노래를 주고 받는다. 갈수록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젊은 층과 한 때 성장을 일궜던 기성 세대간 갈등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대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도 ‘진보 대 보수’가 아닌 세대간 대결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세대 간극도 어느 한쪽의 편협함 때문이 아니라 서로 내밀한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청년층과 장년층 인터뷰와 최근 인크루트의 300명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어른 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에게 말하고 싶은 얘기들을 34가지로 정리해봤다.. 청년들은 말한다. 어른들과 대화할 때 뭔가 답답하고 공감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고. 단지 나보다 나이가 많고, 직함이 높다는 이유 외에 평가절하되는 불편한 시선을 느끼게 된다고. 우리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서운하다. 여기 청년들이 맘속에 품고 있는 여덟가지 이야기가 있다. 13. “논리적으로 대답하는 건 따지는 게 아니에요” 어른이 말씀하시면 먼저 몸을 조금 낮추고 예의를 갖춘 뒤 얘기를 듣지만 어른들은 내 말을 듣지 않기도 한다. 한 번은 엄마와 한 번 크게 싸우고 다시 대화를 하려는데 답답해서 말을 이으려고 하자 “엄마 말 먼저 듣고 너 말 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나도 빈정이 상할 수밖에 없고 주어진 시간에 잽싸게 말하려니 말이 빨라져 제대로 의사 전달이 안 된다. 어른들은 내가 먼저 말하면 내 말을 자르거나 논리적으로 반박할 경우에는 따진다고 욕먹는다. 결국 나만 혼나게 된다. “어른에게 건방지게, 버릇없이”라는 대답으로 돌아오면 더이상 대화하기 싫어진다. 젊은 사람들이 소통할 노력을 안 한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들은 수도 없이 얘기한다. 젊은 사람들의 자기주장이 없는 게 아니라 주장할 창구를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는 건 아닐까. 14. “정치 참여에 대한 이중잣대” 부모님은 자식들이 사회 운동을 하는 것을 굉장히 꺼린다. 부모님이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했던 세대라 누구보다 진보적인데도 정작 자식이 사회운동을 하는 것은 강하게 반대한다. 부모님이 운동하다 투옥되신 적도 있고 학교를 다니며 불이익을 받았던 부분도 있다고 하신다. 물론 자식의 불이익은 감당하기 싫은 것도 일면 이해한다. 하지만 반대로 “요즘 청년들이 정치 참여도 안 하고 다들 자기 편한 것만 찾으려고 한다”고 비판하시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불편한 이중잣대가 정치에 참여하기도, 않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어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우리가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걸 잘 모르시는 것 같다. 15. “충동적 소비를 하는 건 소비 물정 모르는 게 아니예요” 화나면 충동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시발비용’,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족’ 등 젊은층을 비판하는 어른들이 많다. 한 번은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아서 질렀다’고 하자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상사의 시선을 느꼈다. 그는 다른 자리에서 “요즘 애들은 세상물정을 잘 몰라. 한 푼이라도 아껴서 모아야 하는 걸 모르고...”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분께 말하고 싶다. 젊은 사람들이 인지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고! 나도 평소에는 꼼꼼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한다고. 사실 충동적 소비 규모는 어른들이 더 심하지 않나? 우리보다 더 큰돈을 갖고 있어 순간 잘못 사용했다간 훨씬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자주 노출된다. 16. “오타쿠 갖은 취미생활을 무시하지 마세요” 어른들은 요즘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취미에 쓰잘데기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소통이 부족하고 자기 취미에 골몰하는 스타일을 ‘오타쿠’라고 하는데 그 수가 요즘 들어 더 많아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 등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 있다. 과거에는 마을 단위로, 쉬쉬하고 감추고 오타쿠의 생활이 밖으로 크게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특별한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SNS에 실시간으로 각자의 감정을 쏟아낸다. 그러다 보면 독특하다고 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외부로 노출된다. 돌출적인 발언을 하는 젊은층을 욕할 게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줘야 한다. 원래 인생은 다양한 개인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하지 않나. 17. “고가의 물건을 산다고 사치가 아니에요” 부모님은 나의 작은 사치에 대해 세세하게 이유를 묻기보다 왜 불필요한 물건을 사 오느냐고 먼저 말한다. 나는 향수를 모으는 것이 취미인데 그 취미를 어른이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에게는 고가의 물건으로 인식되지만 우리 세대에는 그렇게 비싸지 않다. 미니어처도 있고, 시리즈로 사면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하면 보상받는 기분에 더 긍정적으로 살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나만의 유쾌한 세상살이 방식이라고 이해해주지 않으면 더 이상 말하기 싫어진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단순 소비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18. “긍정적인 경험을 한 적이 별로 없어요” 한 번은 강연을 듣는데 강연자가 젊은 친구들은 평소 부정적이고 불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력이 부족하다고,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내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더 억울한 것은 사실 우리 세대는 돌이켜보면 제대로 편하게 논 적도 없고 어릴 때부터 공부하고 줄 세우기 경쟁하느라 피곤에 절은 세대라는 점이다. 돈을 버는 재미도, 세상 알아가는 재미, 배우는 재미도 제대로 느낄 틈이 없었다. 늘 눈앞에 놓인 숫자의 경쟁 속에서 자기주장 제대로 내세워본 경험도 없다. 그런 우리에게 ‘부정적이고 불만이 많다’니. 그렇게 느끼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자랐다면 아마 나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19.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라 위로 듣는데 지쳤을 뿐” 극심한 취업난이 힘들다고 말하면 그 때는 위로를 해준다. 처음에 공감해주지만 취업에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따져 들어갔을 때 결국 ‘내가 준비를 못해서’인 걸로 돌아온다. 만일 내 상황을 정말 100% 이해했다면 절대 핀잔은 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른들이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결국은 ‘내 노력이 부족하다. 너무 끈기가 없다’라는 문제로 좁혀진다. 그러면 어른들의 위로와 이해도 부담스럽게 된다. 나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위로도 이해도 듣기가 싫다. 20.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건 어른들 말을 잘 들었기 때문” 요즘 세대를 두고 어른들은 행동력, 실천의식이 약하다고들 말한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게 20대인 게 맞긴 하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도 20대가 촛불 집회에 나오지 않아 ‘20대 개새끼론’이란 말도 나왔다. 하지만 분명 어른들이 20대를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게 만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이상적이다. 한국에서 정치는 할 것이 못 된다.”고 매번 말한다. 어쩌면 우리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게 된 게 어른들 말을 너무 잘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매번 그런 말만 듣고 보호 속에서 자랐다. 심지어 학교 학생회에 참여하는 것도 시간 낭비라 말리는 사람이 있다. 자꾸 ‘시간 낭비’란 생각에 정치적 연대가 약해진 것 아닐까. /정수현기자 박신영인턴기자 value@@sedaily.com [음원 협조=월간 윤종신·미스틱엔터테인먼트] ◇시리즈 더 보기 <4>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소통 편) <5>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회사 편) <6>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꼰대 편) -
[#서경씨의_그래도_연애] 봄 타는 여자
문화 · 스포츠 라이프 2017.04.21 13:05:19#봄봄봄, 망할 봄이 왔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다, 벚꽃이 피었다. 일 때문에 평소에도 자주 가는 석촌호수는 봄이 되니 유난히 더 예쁘다. 호숫가를 따라 나란히 서 있는 벚꽃나무에서 꽃비가 하늘하늘 내린다. 대학 시절 처음 사귄 남자친구와 간 곳도 이곳이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저녁, 석촌호수를 걸으며 우린 얘기했다. 학교 생활은 어떤지, 어떤 교수님이 짜증나게 하는지, 아르바이트하느라 힘들지는 않는지 등등. 그 때 본 벚꽃이 참 예뻤다. 어느덧 7~8년 지난 지금, 어김없이 봄이다. 업무차 들렀던 석촌호수 근처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니 문득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푸릇푸릇했던 대학 시절, 지금보다는 훨씬 더 상큼했던 시절 우리가 나눴던 대화와 고민들, 설레던 마음이 뭉실뭉실 떠올랐다. 서른이 된 지금, 하루종일 발바닥에 땀 나게 뛰어다니다가 본 벚꽃에 스무살 시절이 생각나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봄타나 봐’ #4월, 나에게도 잔인한 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 T.S.엘리엇 ‘황무지’ 중에서 유명한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전쟁으로 사람들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와중에도 꽃은 피고 새싹이 돋아나는 계절이 4월 봄이다. 지금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솔로들에게도 4월은 잔인한 달이다. 특히 봄을 타는 여성들에게 더욱더!!! 서경 씨는 석촌호수에서 느낀 감정을 친구에게 털어놓고자 술집으로 친구를 불렀다. 이 친구 3년 동안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연애하다 올 초 헤어진 ‘꽃거부녀’다. 서경 씨보다 앞서 봄을 타고 있는 꽃거부녀는 라일락이 싫다고 했다. “우리 아파트에 유독 라일락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데 죽고 못 살 것처럼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데이트할 때마다 집에 데려다 주면서 라일락 향기 좋다고 했거든. 이제는 어느 정도 잊고 살아서 생각이 잘 안 나는데 퇴근할 때 라일락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그 자식이 생각나.” 닭 다리를 뜯던 친구는 말한 김에 전 남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생사를 확인해본다. #봄은 왔지만 (내) 봄은 안 왔다 ‘봄’ 분위기에 여자들이 취하는 것은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때문이라고 한다. 따뜻한 햇살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키면서 유쾌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 호르몬이 적당히 분비되면 행복감을 주지만 과하게 분비되면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사계절 중 유독 ‘봄’에 심란해진다면 이 호르몬 탓을 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울렁이는 마음에 쉽게 누군가를 만났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지난 봄 싱숭생숭한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 남자를 만난 ‘스팟만남녀’는 서경 씨에게 봄철 마음 다 잡으라고 조언했다. ”딱 이쯤 내가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과 술기운에 사귀었는데 오래가지 못하더라. 꽃은 피지, 같이 꽃 구경할 사람은 없지. 이렇게 있을 바에 누군들 어떠하리, 만나보자는 생각에 시작했어. 그런데 그것도 딱 봄철이야. 서로 다른 가정 환경에 라이프스타일 차이로 세 달도 못 가더라고.“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벚꽃 알바’ 글도 다 이같은 마음으로 올린 글인 걸까. 시급 1만원에 벚꽃을 함께 보러 갈 남성을 구하는 작성자의 심정도 이해가 가는 밤이다. 서경 씨, 타는 봄에 애가 타 맥주만 들이킨다. “아, 비가 와서 빨리 벚꽃이나 다 져라~” /춘래불사춘 기자 sednews@@sedaily.com -
[서경씨의 #그래도_연애] 솔로대첩 '300 특공대' 체험기
문화 · 스포츠 방송·연예 2017.03.31 15:31:27‘300’ “스파르타”를 부르짖던 영화 ‘300’이 뇌리를 스칩니다. 영화는 도무지 게임이 될 수가 없는, 질 게 명백한 페르시아 100만 대군을 온 몸으로 막아내기로 결심한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을 담아냅니다. ‘전장’에 나선 그들의 눈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간절함’에서 비롯된 용기죠. 그런 점에서 영화 ‘300’은 제가 경험한 ‘솔로대첩 300’과도 닮은 점이 꽤 많습니다. (쓰고 보니 자기합리화네요 ㅋㅋ) 연인이 될 확률을 계산하고 믿어서라기보다 ‘이렇게 좋은 봄날, 더는 혼자 보내고 싶지 않다’는 데서 비롯된 간절함. 솔로대첩에 참가한 300명의 전사들. 남자 150명과 여자 150명은 그게 재미든 호기심이든 어떤 형태로든 용기를 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죠. 제 용기는 호기심 반, 취재 반이었습니다. 귀띔하자면 솔로대첩은 ‘한 번쯤 경험해도 괜찮은, 초심자라면 놀랄 만한 일이 꽤 많은 이벤트’ 였습니다. #.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가량 늦게 도착. 그랬더니 여자만 바글바글?! 뭐든 첫인상이 중요한 법인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뜨악’했습니다. 놀이기구 타듯 일렬로 길게 늘어선 줄에는 온통 여자뿐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다급해지는 여자들이 이토록 많단 말인가’ 하는 섣부른(?) 판단과 함께 줄 끝에 섰습니다. 제 차례가 되자 누가 봐도 협찬으로 보이는 여행용 치약 1개와 숙취 음료가 손에 쥐어졌습니다. 손목엔 지정 음식점 자유이용권에 해당하는 하얀 띠가 둘러졌습니다. 알고 보니 참가자는 여자 150명, 남자 150명으로 동일했습니다. 남자에 비해 조금 늦게 도착한 여자들이 많았을 뿐이었던 거죠. 2대 2 미팅이기 때문에 저는 동료 기자와 함께 참석했습니다. 기사를 쓰기 위함이기는 했지만 전혀 모르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고백하자면 약간 설렜던 것도 사실입니다. #. 2대 2가 좋은 이유, 어색한 침묵의 무게가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 단 둘이 대화할 때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면 영겁 같은 침묵이 흐릅니다. 분위기는 금세 어색해지고 두 눈은 할 말을 찾아 허공을 헤매기 시작합니다.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근태(근무태도)’가 엉망입니다.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법한 말도 툭툭 내뱉게 내버려 두니까요. 누군가를 처음 만난다는 건 사실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죠. 상대방의 몸짓, 표정 하나하나 주시하고 반응해야 합니다. 그러나 친한 친구와 함께라면 잠깐 쉬는 게 가능합니다. 중간중간 호응이 필요한 경우엔 옆에 앉은 친구를 바라보면 됩니다. 충분한 리액션을 손쉽게 얻을 수 있죠. 이런저런 이유로 ‘아는 사람’이 함께 한다는 건 새로운 만남에 대한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최측 입장에서도 이득입니다. 행사를 지속하려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우선입니다. 당연히 솔로대첩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커플 성사 비율과 비례합니다. 커플 성사 비율을 높이려면? 최대한 많은 이성을 만나게 해줘야죠. 어색함은 최소화하되 기억에 남을 만한 인원 수로는 2명이 가장 적당하다는 판단을 한 거죠. #. 2대 2가 나쁜 이유, 결국 내 옆의 그, 그녀는 경쟁자다 그러나 2대 2는 살펴보면 단점도 꽤 많습니다. 한 사람을 두고 친구와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30~40분은 누군가를 알아가기엔 지나치게 짧은 시간입니다. ‘호감이 생긴다’ 정도면 아주 성공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한 경우가 더 많다고들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열심히 뒤져서 ‘득템’한 블라우스를 개시한 날, 옆 부서 김대리와 “쌍둥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 분위기는 좋은데 인적이 드문 카페를 찾았다며 ‘나만의 아지트’로 삼겠다고 마음 먹은 지 일주일 만에 ‘만인의 아지트’로 전락하고. 내 눈에 좋아 보이는 건 남의 눈에도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괜찮다’거나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고 느끼면 내 친구도 그에게 호감이 생겼을지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날 총 4팀(남자 8명, 최대 5 군데의 지정된 식당·카페에서 ‘5팀=10명’을 만날 수 있다)을 만났는데 그 중 3팀이 혼자 온 남성분들의 조합이었습니다. 주최측은 혼자 참가한 사람들을 비슷한 연령대로 묶어줬습니다. 솔로대첩용 일일 파트너죠. 잘 아는 친구와 경쟁하는 것보다는 생판 모르는 남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 조금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간만 보니까? 개인정보는 묻지도 따지지도 마세요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소개팅은 으레 나이·직장·성격·스타일·외모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런 절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디 사는지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지 어느 회사를 다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아니, 묻더라도 대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라는 전제가 이 글 전체에 깔려있다는 걸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저는 안 그랬는데요’라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 주세요. ㅠㅠ) 한 분은 “회사가 어디...?” 라고 했다가 바로 질문을 정정했습니다. “아, 그게 아니고 사무직이세요?” 개인정보와 관련된 질문은 매우 조심스럽게 그리고 적정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이 존재하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추리다 보니 할 수 있는 질문이라곤 취미·좋아하는 영화 정도가 다였습니다. 물론 압도적으로 많았던 건 직장을 알리지 않는 채 하는 직장 이야기였죠. ‘회사 밖에서도 회사 얘기 말고는 할 게 없다니’ 약간의 자괴감마저 들더군요. (이 때 ‘취미를 이야기하면서 30분 이상 수다를 떨 수 있는 이성이라면 매력적이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쉴 때 자거나 TV를 보는 것 말고 기꺼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그만큼 인생을 다채롭게 사는 사람일 것 같았거든요.) #. 당신의 운을 믿는다면, 주선자 눈치 보고 싶지 않다면 도전! 직장인이 되면 세상의 반경은 좁아집니다. ‘직장-집-직장-집-가끔 친구’ 이 사이클 속에서 색다른 만남을 기대하는 건 어렵습니다. 만날 사람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런 면에서 솔로대첩에 나오기를 결심하고 실천한 직장인 모두 박수받아 마땅하죠. 결과와 관계없이 한 가지 확실한 건 다양성이 보장된다는 겁니다. 방금 언급했듯이 결과와는 무관하게요. 그 날, 제가 만난 8명의 이성 중 일반 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은 세 명이었습니다. 제가 지인에게 소개팅을 받는다면? 그 지인의 동료이거나 친구일 텐데 직장인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봅니다. 보통 인맥은(소개팅을 거론할 만큼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한정적이죠. 내가 다니는 회사·종사하는 직종을 기반으로요. 나머지 네 명은 제 주변에는 없는 분들이었죠. 경호원, 엔지니어, 작곡가, 조종사. 아, 거론되지 않은 한 분은 기자였습니다. (좌우로 고개만 돌려도 가득하네요.) 그래서 철저히 제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운을 믿는 이라면 도전해 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간접 탐험하는 것 같달까요? 저는 특히 작곡가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나오는 이 노래 알아요? 라고 대화를 시작하셨죠. 다행히 아는 노래였네요. ㅋㅋ) 어떤 식으로 곡 작업을 진행하는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등 그 분에게는 일상이지만 제게는 신기한 것 투성이였거든요. 주선자와 껄끄러워 질까봐 소개팅을 주저하는 분께도. 소개팅보다는 첫 만남이 가볍기를 원하는 분께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한 번 시도해보세요. 생각보다 재밌을지 모르잖아요.” (복불복이란 거 잊지 마세요.) /솔로대첩‘300특공대’였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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