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뮤직 '한국상륙작전' 성공할까

음원 4~5배 많은 3,000만곡 감상
월1만1,000원으로 멜론 등과 승부
국내 사용자들 가요 위주 선호에
음원 수로만 경쟁 가능할지 의문
‘맞춤형 음악 추천‘도 한국이 앞서
음악가에 유리한 수익분배는 매력

  • 조양준 기자
  • 2016-07-28 13:53:29
  • IT
온라인을 통해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뮤직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이 한국상륙을 준비하면서 국내 음원 업계의 향후 판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선 애플뮤직이 음원 시장의 판을 키우며 관련 산업계에 훈풍을 불러 일으켰지만 국내에선 서비스 내용이 기존 토종 업체들과 대동소이해 찻잔 속 폭풍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애플뮤직의 인기 요인이었던 무제한 서비스가 국내에선 파괴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애플뮤직은 고객이 약 1만1,000원(9,99달러)의 월간 이용료를 내면 자사 보유 음악들을 무제한으로 틀어준다. 하지만 로엔의 멜론이나 지니(KT뮤직), 엠넷닷컴(CJ E&M), 벅스(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뮤직스트리밍 서비스들도 이미 무제한 음악재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구나 이용료도 월 6,000~8,000원이어서 애플뮤직보다 저렴하다. 물론 들을 수 있는 음원의 규모에선 최대 700만곡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에 비해 3,000만곡 이상을 확보한 애플뮤직이 크게 앞선다. 다만 이 같은 음원 보유수 차이가 시장 점유율에서 유의미한 차이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뮤직스트리밍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달에 3,000~5,000원 차이로 4~5배 더 많은 음원에 접근할 수 있는 측면은 애플뮤직이 유리하다”면서도 “국내 사용자들은 국내 음악 위주, 순위가 높은 음악 위주로 듣는 경향이 커 애플뮤직의 음원 경쟁력이 국내 업체의 고객이탈을 불러올 수준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뮤직의 또 다른 무기인 맞춤형 곡 재생 기능도 국내 업체와 차별화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애플뮤직은 빅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기능인 ‘포유(For You)’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 큐레이션 기능은 오히려 한국 업체들이 먼저 도입했다는 점이다. 멜론은 맞춤형 음악 추천 기능 ‘멜론라디오’, 이용자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고른 음악을 들려주는 ‘스타DJ’ 등을 제공하며, 지니의 경우 위치와 계절 별로 음악을 추천하는 ‘굿모닝지니’, 심박수를 분석해 현재 하고 있는 운동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는 ‘지니스포츠’를 제공하고 있다.

오히려 애플뮤직의 유료 음악서비스 사업모델이 한국에서 고배를 마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토렌트나 웹하드를 비롯한 P2P서비스에서 공짜나 저가 수준의 불법 음원유통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내 음원 소비 규모 자체가 작다는 점도 시장 성장 한계점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유료 음악 사용자는 6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온라인 음악 유통업(음원 서비스)의 지난 2014년 총 매출은 1조1,179억원으로 이는 같은 해 노래연습장 운영업 매출(1조4,96억원)보다 작은 규모다.

물론 애플뮤직은 국내 업체보다 한층 선진화된 음악창작 생태계 조성정책을 펴고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음악 창작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수익 분배 구조가 국내 서비스보다 음악가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며 “신곡 등의 확보 차원에서 이런 정책이 국내 스트리밍업체들보다 유리한 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