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내솥이 60도인 이유는? 가전에 이런 기술이

  • 문병도 기자
  • 2017-06-19 09:12:04
  • 바이오&ICT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압력밥솥, 세탁기, 김치 냉장고, 의류관리기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밥을 맛있게 해주는 기술, 김치를 장기간 보관하는 기술, 세탁물의 손상을 막아주는 기술, 옷 주름을 펴주는 기술 등 첨단기술이 들어있다. 생활 속 가전에 숨은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전기압력밥솥은 맛있는 밥맛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밥솥에 특별한 과학이 필요한가 싶지만 들여다보면 여러 첨단 과학 기술의 집약체다.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내솥이 60도인 이유는? 가전에 이런 기술이
쿠쿠전자의 최신 전기압력밥솥의 내솥은 60도 정도로 기울어져 있다. 열의 대류를 가장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다./사진제공=쿠쿠전자
밥맛은 기본적으로 압력과 화력이 좌우한다. 쿠쿠전자 최신 밥솥의 내솥을 보면 바닥과 옆면이 직각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옆면이 6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이는 내솥 속 열의 대류를 가장 활발하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연구진이 내솥 형상에 여러 각도를 적용하는 실험을 한 결과 60도일 때 열의 대류가 가장 활발했다고 한다. 내솥이 60도로 둥굴게 깎여 있어야 대류 움직임이 꺾임 없이 활발히 움직여 열 전달이 빨라지고 쌀이 고루 익어 가장 맛있는 밥을 완성했다.

높은 산 위에서 밥을 할 때 밥이 설익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거운 돌멩이를 올려 놓는다. 냄비 안의 압력을 올리려는 것이다. 이처럼 밥맛을 잡기 위해서는 압력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인은 유난히 차친 밥맛을 좋아하는데, 압력이 높을수록 차진 밥맛이 구현된다. 쿠쿠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2기압으로 밥을 짓는 밥솥을 출시했다. 일반 압력 밥솥은 1.8~1.9 기압이다. 2기압은 평지에서 지하 500m까지 꾹 누르는 힘이며 끓는점도 120℃까지 올라간다. 2기압 밥솥은 1.8기압 밥솥에 비해 힘과 화력이 22%나 강해져 그만큼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다. 마치 가마솥으로 갓 지은 것 같은 차지고 촉촉한 밥을 초고압 밥솥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압력이 높아질수록 밥솥을 눌러주는 힘이 강해져 쌀알의 고유의 맛과 영양, 수분을 유지하여 밥맛이 좋아지는 것이다.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내솥이 60도인 이유는? 가전에 이런 기술이
쿠쿠전자는 3단계의 진공 보온 기술을 적용해 밥맛을 하루종일 유지시키면서 소비 전력을 38% 줄이는데 성공했다./사진제공=쿠쿠전자
전기압력밥솥도 전열 제품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함께 발전했다. 대표적인 기술이 ‘진공보온 기술’이다.

쿠쿠전자의 ‘진공 보온 기술’은 보온병의 원리를 적용했다. 보온병은 큰 통 안에 작은 통이 들어가 있고 통 사이에는 진공에 가까운 빈 공간이 있어 열이 잘 전달되지 않아 온도 유지가 가능해진다. 쿠쿠는 이 같은 원리를 적용, 내솥을 ‘스테인리스-진공층-스테인리스’ 3단계로 구성해 진공 단열로 열의 이동을 막았다. 연구진은 실제 보온병을 만드는 회사에 찾아가 그 원리와 구조를 연구했으며, 밥솥 취사 시 고온을 견디면서도 가장 단열효과가 좋았던 스테인리스를 밥솥에 적용해보는 시도를 통해 3중 구조로 한 진공보온기술을 탄생시켰다. 진공보온 기술을 통해 갓 지은 밥맛을 하루 종일 유지하며 에너지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보온 중 밥솥의 재 가열 횟수도 최소화되어 소비전력이 약 38% 절약되는 효과도 있었다. 이러한 대기전력 절전효과로 2016년 에너지 위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전기압력밥솥에는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되어 더욱 ‘똑똑한 밥솥’으로 진화하고 있다.

쿠쿠전자가 지난 달 출시한 IoT 밥솥은 삶을 편리하고 스마트하게 변화시킬 차별화되고 실용적인 기술을 집약했다. 쿠쿠의 IoT 밥솥은 타 제품에 없는 알림 및 안내 기능이 탑재돼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밥솥 물받이 청소 시기, 고무 패킹 교체 시기, 살균세척 경과일 등을 안내해 주는 기능도 탑재돼 밥솥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취사 횟수, 쌀이 종류 등 고객의 이용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제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IoT 밥솥은 단순히 맛있는 밥을 짓는 기능을 넘어 건강과 안부, 생활 편의까지 책임지고 있다.

김치냉장고와 일반 냉장고는 무슨 차이일까? 김치 냉장고와 일반 냉장고의 가장 큰 차이는 ‘냉각 방식’이다. 방을 데우는 기술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다. 방바닥 자체를 데우는 온돌 방식이 김치 냉장고라면 공기 온도를 높이는 온풍기는 일반 냉장고에 해당된다. 김치 냉장고는 전통 김장독의 김치 숙성·보관 원리를 현대 기술로 구현했다. 김장철인 11월 하순 땅 속 온도는 평균 섭씨 5도 수준. 12월 초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섭씨 0도~영하1도 사이에서 유지된다. 땅 속에 묻힌 김장독은 땅속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내솥이 60도인 이유는? 가전에 이런 기술이
김치 냉장고의 집적 냉각 방식. 저장실 외부를 냉각 코일로 감싸서 코일에서 흐르는 냉기로 저장실을 직접 냉각한다. 김치 냉장고의 저장실이 김칫독이라면, 코일이 겨울철 차가운 땅속 역할을 한다.
과 비슷한 0도~영하 1도를 유지한다. 땅속의 냉기가 김장독 자체를 냉각시키는 ‘직접 냉각 방식’인 셈이다. 김치 냉장고도 저장실 외부를 냉각 코일로 감싸서 코일에서 흐르는 냉기로 저장실을 직접 냉각한다. 김치 냉장고의 저장실이 김칫독이라면, 코일이 겨울철 차가운 땅속 역할을 한다.

반면 일반 냉장고는 냉기를 순환하는 ‘간접 냉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냉장고 벽면 안쪽에 부착된 냉각기가 내부 공기를 빨아들여 온도를 차갑게 한 뒤 다시 배출하는 식이다. 일반 냉장고는 문을 열면 무거운 찬 공기가 바닥으로 흘러나가고 밖에 있던 공기가 유입된다. 문을 닫으면 본래의 온도까지 도달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냉장고 내부 온도가 자주 변하면서 음식물의 수분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김치 냉장고는 서랍식 또는 상부 개폐식으로 만들어져 문을 열더라도 냉기가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아 원래의 냉장고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김치 냉장고의 직접 냉각 방식은 온도를 유지하는 정온성이 좋고 수분 증발이 없어 식품을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싱싱한 김치를 보통 4개월 동안 보관할 수 있다. 숙성기에는 온도를 섭씨 5~7도로 유지하고, 그 뒤에는 0도로 조정해 놓으면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세탁기는 세탁물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내솥이 60도인 이유는? 가전에 이런 기술이
밀레 허니컴 세탁기는 드럼 표면이 오목한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되어 있다. 세탁 과정에서 세탁물 사이에 쿠션 역할을 하는 수막을 형성시켜 세탁물이 부드럽게 낙하할 수 있도록 한다./사진제공=밀레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이를 위해 특별 디자인을 구현했다. 밀레의 허니컴 드럼세탁기는 드럼 내부 표면에 배수 구멍 700개가 있다. 경쟁사들의 드럼세탁기의 배수 구멍이 2,000~3,000개에 비해 훨씬 적다. 애초 밀레의 드럼세탁기의 배수구멍은 4,000개였다. 구멍의 지름도 다른 업체들의 제품보다 작은 2㎜로 구현해 세탁물이 구멍 사이에 끼어 손상되는 것을 예방했다. 최대 1,600rpm의 속도로 탈수를 진행하더라도 세탁물이 드럼 구멍에 끼거나 이 물질이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어 관련 고장 발생률도 줄었다. 또한 허니컴 드럼세탁기의 드럼 표면은 오목한 육각형 벌집모양으로 되어 있다. 세탁 과정에서 세탁물 사이에 쿠션 역할을 하는 수막을 형성시켜 세탁물이 부드럽게 낙하할 수 있도록 한다. 제품에 단단하면서도 가볍고 부드러운 스테인리스 소재를 적용해 세탁물의 손상을 막아주다. 실크, 울 등 세탁 중 손상이 쉬운 경우에도 부담 없이 세탁할 수 있다.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내솥이 60도인 이유는? 가전에 이런 기술이
LG스타일러는 고온의 미세 증기와 중력, 무빙행어를 이용해 옷의 주름을 편다./사진제공=LG전자
의류 관리기 LG 스타일러는 미세 증기와 움직이는 옷걸이 ‘무빙 행어(Moving Hanger)’가 핵심이다.

제품 하단에서 물 입자 크기의 1,600분의 1에 불과한 미세한 고온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무빙 행어가 분당 220회 좌우로 흔들면서 옷의 주름이 펴진다. 주름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종이를 움켜쥐면 주름이 생긴다. 주름이란 물건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이 무리한 힘을 받아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주름을 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분자를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놓으면 된다. 분자는 기본적으로 따뜻하게 해주면 움직인다. 탁구공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원래대로 펴지는 것과 비슷하다. 또 물은 분자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스타일러가 주름을 펴는데 고온의 미세 증기를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분자가 움직일 준비가 됐다면 이제는 힘이 필요하다. 물을 뿌리고 무거운 다리미로 밀면 주름이 사라지는 것처럼 누를 힘이 있어야 한다. 스타일러에서는 중력과 무빙 행어가 힘을 대신한다. 중력이 옷을 아래로 당기는 동시에 무빙 행어가 옷에 빠른 진동을 주면 주름진 옷들의 분자들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스타일러의 또 다른 주요 기능은 미세 먼지와 세균, 냄새를 잡아주는 것이다. 고온의 증기가 이런 역할을 한다. 옷감의 분자 표면을 감싼 미세한 증기가 건조 과정에서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하면서 분자에 묻어 있던 먼지, 세균, 냄새 입자가 함께 날아간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