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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만남 A to Z]못 걷는 동물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남자의 이야기

동물 의수족 전문가 김정현 펫츠오앤피 대표 인터뷰

“어릴 적 다리 다친 반려묘를 제때 치료해주지 못해 하늘나라로 보낸 후 결심하게 되었어요. 다리가 아픈 동물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겠다고.”

반려동물에게 받은 기쁨만큼, 그들을 위한 희망이 되고 싶다는 동물 의수족 전문가 김정현 씨를 서울경제 썸이 만났습니다.







▲펫츠오앤피 대표 김정현씨 모습


안녕하세요. 동물전문 의지(依支), 보조기 클리닉 ‘펫츠오앤피(Pet’s OnP)’ 대표 김정현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늘 함께 했던 단짝 고양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문틈에 세게 끼어서 하반신 마비가 되는 사고를 당했죠. 그 당시엔 너무 어려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제대로 된 치료를 못 해줘서 그 친구는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어요. 그 일을 계기로 다친 동물들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2013년에 이 사업을 시작할 땐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사업이라는 자부심이 컸어요. 그런데 그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서 감당하기가 매우 힘들었죠. 심지어 저와 가까운 지인들조차 “동물한테 무슨 의수족이냐. 사업은 신중해야 한다”며 우려의 말부터 건넸으니까요.



국내엔 반려동물 의수족과 관련된 전문적인 시설이 없어서 일단 사람 의수족 전문가가 되기 위해 자격증을 땄어요. 이후 국내 의수족의 대표기업인 ‘바이오메카닉스’에 들어가 열심히 배웠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에 반려동물 보조기 클리닉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딱 서른이 되던 해에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미국에서 한달간 동물 의수족에 대한 실무를 익히고 돌아와 펫츠오앤피를 창업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한 동물 의수족 클리닉에서 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 지식부터 제작 실습까지 일련의 과정을 배웠다.




과거엔 반려동물이 다쳐서 못 걷게 되면 대부분 안락사했어요. 제대로 된 동물 재활병원이나 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부상에도 반려동물에겐 치명적인 장애가 될 수 있죠.



▲휠체어를 탄 ‘동순이’의 모습


사업 초창기에 만난 ‘동순이’라는 아기 골든 리트리버가 기억에 남아요. 처음 만났을 땐 홍역을 앓고 있어 기어다니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붙어 숨만 쉴 정도였어요. 의수족을 제작할 때부터 혹여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어요. 지금은 다행히 휠체어를 타고 잘 돌아다녀요.



동물 보조기도 엄연히 의료용이라서 전문성이 필요해요. 사람 의수족 전문가로 일한 경험을 살려 작은 부품이라도 꼼꼼하게 검수하고, 사람에게도 무해한 소재로 만들고 있어요. 사업 초기엔 유기견 NGO 단체에서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아픈 동물들에게 새 삶을 선물했어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회사가 알려졌고, 지금도 지인 소개로 오시는 고객들이 많아요.





평균적으로 한 달에 30~40건의 의뢰를 받아요. 맞춤 의수족이 고가다 보니까 전체 고객의 70% 이상은 중상층 이상 고객이에요. 주로 30 ~50대의 싱글 여성 고객들이 많죠. 회사 매출은 처음 공개하는 건데 작년 기준으로 대략 1억~2억원 정도 벌었어요.



▲반려동물의 수술 전후 혹은 수술 이 불가능할 경우, 의료용 맞춤 보조기, 휠체어를 통해 치료 할 수 있다.


우선 동물 병원에서 수의사의 진단서를 받아야 해요. 반려동물의 건강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해 이에 꼭 맞는 보조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충분한 상담과 진단서를 토대로 보조기를 선택한 후 제작합니다. 보조기 가격은 소형견(5kg미만)기준 45만원~ 100만원 정도이고, 평균적으로 많이 제작하는 무릎보조기의 경우 대략 65만원선이에요.



한국에선 특별한 자격증이나 의무교육 이수 등의 규제가 없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어요. 다만 비전문의가 만든 보조기를 동물들이 착용하면 부상이 오히려 악화되거나 심하면 감염될 수도 있어요. 미국의 경우 의수족 전문의가 운영하는 동물 보조기 클리닉이 90% 이상인데, 앞으로 한국에서도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갖춰져야 하겠죠.



활발하게 뛰어놀아야 할 동물들이 구석에 움츠러든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특히 더 힘들어하는 가족들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겁죠. 그래서 오히려 더 즐겁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려고 노력해요. 특히 제가 만든 보조기를 착용한 뒤 뛰어 나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 무거웠던 마음이 저절로 싹 풀려요.



제 목표는 체인점과 재활 센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보조기를 개발해 더 많은 고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에요. 최근엔 수술 전후에 쓸 수 있는 동물 보조기를 새로 개발해서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동물 관련업을 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유망업이라고 해도 당장 경제적 이익만을 보고 하는 사업은 아닙니다. 진심으로 동물과 교감하고 이해해야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죠.

▲김정현씨가 키우고 있는 반려견 초롱이와 다정하게 눈빛 교감하는 모습.




소형견의 경우, 산책을 시킬 때 목줄을 채우지 않아서 차에 치이는 등의 사고가 많아요. 정말 활발한 아이인데 다리를 다쳐서 못 움직이니까 우울증에 걸리고 축 처진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반려동물을 생각해서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걷는 것을 좋아해요. 혼자 조용히 걸으면서 사색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 아무래도 하루종일 작업실에서 기계 소음에 시달리니까 걷는 시간이 저만의 힐링 타임인 셈이죠.

▲국내 동물 보조기의 상당수가 펫츠오앤피에서 제작 되었고, 앞으로도 수술전후용 뿐만 아니라 보급형 보조기를 개발 중이라는 김정현씨.


사업 초반에 심신이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니 건강이 부쩍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다음 달부터 운동 계획을 세워서 제 건강도 함께 돌보려고요. /정가람기자 garam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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