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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 아쉽고 불편한 서울의 아이콘 ...‘세빛섬’

'황홀한 야경' 한강에 둥둥...접근성 떨어져 '가깝고도 먼 섬'

씨앗-봉오리-꽃 형상화...시민 위한 복합문화공간

의욕 컸지만 만만찮은 공사...건축비 예상보다 2배 늘어

노선버스 1대· 컨텐츠도 부족... 여전히 활성화 안돼

서울 반포대교 남단에 위치한 한강 세빛섬 모습./사진=송은석기자








보통 한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세계 어느 곳에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 중에 이만한 강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한강은 세계 다른 유명한 강들만큼 관심을 받지 못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강을 끼고 남북으로 두텁게 조성된 고속화도로(강변북로·올림픽대로)와 그로 인한 접근성 문제가 가장 크다. 지하철·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통해 강변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강을 따라 드문드문 들어선 건물도 쇠락한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유람선이나 선착장, 수상 레스토랑 등 강변에 위치한 많은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여의도의 ‘서울마리나, 그리고 반포대교 남단의 인공섬 ‘세빛섬’ 정도다.

■유등을 형상화한 한강 명소 ‘세빛섬’

무심히 지나치기 쉽지만 퇴근길 검은 강물 위에서 세빛섬이 만들어내는 야경은 남다른 데가 있다. 유리와 철골 사이 은근한 간접조명은 잠시나마 눈의 호사다. 날이 풀리면 반포대교에 설치된 조명분수와 더불어 더 근사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반포대교 위나 한강 고수부지에서 비스듬히 바라보는 야경도 좋지만, 세빛섬 안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새롭다. 이만큼 강 가운데로 들어선 건물이 없기 때문이다.

세빛섬은 ‘가빛섬·채빛섬·솔빛섬’ 등 3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세(3)’빛섬이다. 현재는 다소 다른 용도로 전용되기도 했지만, 원래 설계 당시에는 각각 공연·컨벤션(가빛섬), 전시·문화행사(채빛섬), 수상레저(솔빛섬)의 용도로 조성됐다.

실제 지난해에는 가장 규모가 큰 가빛섬을 중심으로 서리풀페스티벌, 한강요트 페스티벌을 비롯해 각종 행사가 열렸다. 여름에 방한한 온두라스 대통령 만찬도 이곳에서 있었다. 지난 2014년 9월 전면개장 이후 지난달까지 방문자 수는 총 240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처음 세빛섬을 구상한 계기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설계자의 설명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그간 없었던 수상 인공 부유체 형식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건축계에서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여기에 역사도시로서의 고궁·유적과 남산(타워) 정도로만 기억되는 서울에 현대적 이미지를 더해줄 아이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세빛섬을 설계한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는 강물에 떠 있는 유등의 동양적인 이미지, 씨앗에서 발아해 피어나는 꽃의 이미지를 건물에 담았다. 김 대표는 “당시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었던 만큼 한강에서 문화가 피어나는 것을 ‘씨앗-봉우리-꽃으로 형상화’했다”며 “강물 속을 걸어 다니는 듯한 느낌으로 보행 동선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세빛섬의 야경. 설계자인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는 강물 위의 유등과 같은 이미지를 의도했다고 말한다. /사진제공=김용관


■높은 안전성 요구…쉽지 않았던 건축과정

새로운 도시 아이콘을 기대하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에 새로운 형태의 건물을 시도하는 설계자의 의욕이 더해졌지만 공사는 만만치 않았다. 수면 위로 떠 있는 건물 부분보다 하부 구조물 조성에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기술, 장비가 필요했다.

섬이 기울지 않도록 상하부의 무게중심을 맞추는 것도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설계팀과 선박기술팀이 지상 건축물 공사에 함께 참여해 상하부 구조를 고치고 보완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해안건축 관계자는 “남해의 조선소에서 하부 구조물을 여러 조각으로 만들어와서 한강 변에서 조립하고, 섬을 돌려가며 상부 건물을 지었다”며 “당시 건축비용 절반은 하부 구조물에 들어갔고, 예상보다 많은 건설 설비가 투입돼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건물이 3개 섬으로 나뉜 것은 ‘수상 건물 조명허가 요건’에 바닥면적 제한(1만㎡ 미만) 때문이기도 했지만, 건물이 커지면 무게가 늘어나 강 바닥에 부딪힐 가능성도 고려됐다. 홍수 때 섬끼리 부딪치거나 떠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던 만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각 180톤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강철 케이블이 섬마다 8~10개씩 연결되어 있고, 이는 강 바닥에 박힌 콘크리트 블록으로 고정되어 있다. 또 14개의 위성에서 전송되는 GPS 정보를 통해 끊임없이 위치를 재조정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효성 관계자는 “세빛섬은 최근 200년 빈도의 안전율을 적용해 현재 반포대교 높이인 16m까지 섬이 떠오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이는 서울시 대부분이 잠기는 수위로 사실상 평균 안전율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전시공간으로 쓰이는 제3섬 솔빛섬. 원래는 요트 접안시설을 갖춘 수상레저파크로 계획됐다. /사진=송은석기자




제2섬인 채빛섬 외부를 감싸고 있는 철골 구조. 공연장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현재는 레스토랑과 푸드코트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정치적 논란에 5년 여 공전 ‘비운의 도시 아이콘’

이처럼 까다로운 공정과 안전성 강화에 치중하다 보니 비용은 원래 계획보다 크게 늘어났다. 2008년 662억원이던 사업비가 2009년 964억원, 2011년 1,390억원으로 증액됐다. 3년 새 2배로 늘어난 셈.

당연히 무리한 공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굳이 그만한 돈을 들여가며 그 위치에 건물을 지어야 했느냐는 것.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300여 객실을 갖춘 초특급호텔도 지을 수 있는 비용을 세빛섬에 쏟아 부었으니 수십 년이 지나도 이익을 낼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잘라 말할 정도다. 세빛섬은 2011년 1차 준공됐지만 전면 개장은 2014년 10월에야 이뤄졌다.

반짝거린다고 모두 금일 수 없고, 집에서 버린 자식이 밖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이치다. 밤마다 아름답게 빛나는 세빛섬이지만, 개장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게다가 장기간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건물인 탓인지, 서울시도 이곳의 활성화에 썩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버스나 지하철, 심지어 자가용으로도 다녀오기 불편한데다, 인근 고수부지는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레스토랑·매장 13곳(효성 직영 4곳 포함)이 입점해있지만 즐길 거리도 마땅치 않다. 현재로는 지역을 넘어 서울시민 모두의 아이콘이자 랜드마크로 불리는 것은 요원한 얘기다.

특히 접근성이 가장 문제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고속터미널역은 도보로 15분 , 노선 버스는 고작 한 대가 전부다. 세빛섬에 닿은 고수부지에는 노상 공연장과 잔디밭을 조성해놓아, 상대적으로 주차장이 좁다. 게다가 잠수교와 올림픽 대로 진입차량이 유입되는 길목이 연결되어 있어 주말에는 진입이 부담스럽다.

세빛섬에 입주한 점포 관계자는 “공연장 용도가 더해진 반달공원은 햇볕과 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사람이 없고, 가끔 오토바이로 묘기를 부리는 사람도 있어 위험천만하다”며 “주말이면 온통 불법주차 차량이라 차라리 유료주차장으로 바꾸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재유기자 0301@sed.co.kr

▲인터뷰- 설계자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시간 가도 가치 잃지 않는 세빛섬 되기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처음엔 비난받았지만, 이젠 전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건물이 됐죠. 모든 건물은 구설수에 휘말리기 마련입니다. 공공건물은 더하죠. 항상 한발 앞서나가는 건 매 맞게 되어 있으니 일희일비할 것 없어요. 이런저런 얘기 다 맞추면 배가 산으로 갑니다.”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는 건축비·디자인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말에 익숙하다는 듯 잘라 말했다. 서울의 새로운 아이콘이자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완성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도 동시에 비쳤다. “잘 지어진 건물은 당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후 몇 세대를 위한 겁니다. 성당에서 디스코텍으로 사용자도 계속 바뀌지만, 제대로 지었다면 시간이 지나도 자기 가치를 찾기 마련이죠. 세빛섬도 그런 건물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공사비에 대해서는 과거에 참고할 만한 건물이 없어 초반 예산 산정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중에 물이 흐르지 않는 ‘고정된 물’ 위에 좀 더 단순한 방식으로 건물을 지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만큼 큰 건물도 아니고, 각각 비슷한 부분이 없는 비정형 건물이죠. 공사도 물 위에 뜬 배(인공섬)에서 이뤄지고, 납작하고 가벼운 건물이라는 제약까지 있었습니다. 임의로 책정한 예산을 맞추기는 어려운 거죠.”

건축물이 완성된 지 5년이 다 되어가지만 활성화되지 못한 것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레스토랑이나 컨벤션도 좋지만 좀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이나 공연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으면 더 많은 사람이 찾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전시공간으로만 쓰이는 솔빛섬은 원래 요트 접안시설을 갖춘 수상레저파크로 계획됐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강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듯 산책하며 해질 녘 반짝이는 물결을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겁니다.”

접근성이 아쉽다는 지적에는 그도 공감했다.

“한강 양쪽으로 고속화도로가 장벽처럼 지나가니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그나마 잠수교가 있어 그 위치로 정했습니다. 아쉬우나마 주차장과 섬을 연결하는 천장 있는 통로라도 조성해주면 더 편리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편하게, 끊이지 않고 오게끔 하는 통로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이재유기자 0301@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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