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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 따뜻한 차 한잔이 구매 욕구를 높일 수 있을까?

김경희 성균관대 MBA 'SKK GSB' 교수

제품 선택에 미치는 환경적 요인의 무의식적인 영향

김경희 성균관대 MBA ‘SKK GSB’ 교수




최근의 경제 뉴스를 보면, 가계의 소비 지출이 감소세에 있고, 소비자들은 돈을 벌어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기사를 쉽게 접하게 된다. 이런 기사의 이면에는 소비가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의도가 있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언론보도가 과연 소비자들의 소비를 더 촉진시킬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행동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 답은 다소 부정적이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려 하고 최고의 효용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려 한다. 하지만 실제 이들의 구매행동을 살펴보면 이런 경제학적 관점에서의 합리적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수없이 많은 심리적, 환경적 요인에 영향 받고, 이런 영향이 그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발생해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소비나 제품선택에 환경적 요인이 미치는 무의식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을 구매하기 전, 잠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셨다고 생각해보자. 이 커피 한잔이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칠까? 소비자들이 따뜻한 커피 대신 차가운 커피를 마셨다면 제품구매 욕구가 달라질 수 있을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달라질 수가 없지만,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전적 환경요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의 윌리엄스(Williams) & 바르그(Bargh)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따뜻한 커피잔을 쥐거나 따뜻한 패드에 앉는 등 처한 환경에서 물리적으로 따뜻함을 경험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심리적, 인지적으로도 ‘따뜻함’을 느끼거나 떠올리게 되고, 이러한 심리적, 인지적 따뜻함이 제품에 대한 따뜻한 감정으로 전이돼, 그 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가 증가할 수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직원을 뽑기 위해 면접을 하는 경우를 들어보자. 면접관이 따뜻한 음료잔을 잠시 들고 있다 피면접자와 인터뷰를 할 경우, 차가운 음료잔을 들고 있다 면접을 한 경우보다 피면접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어난다. 채용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따뜻한 음료잔이 피면접자를 평가하는데 있어 ‘따뜻한’ 사람으로 평가하도록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즉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어떤 환경에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심리적 상태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잠시 들고 있었던 음료잔의 온도에 의해 그들의 의사결정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본 저자의 연구논문에서도 소비자들의 사전 환경이 그들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무의식적인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기본적인 제품속성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본형 제품과 다양한 속성을 갖춘 고가형 제품을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 소비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 어떤 환경에 노출이 되었는 지에 따라 그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가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제품선택과 상관없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언론 보도 등이 제품선택에 무의식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 소비자들의 사치소비재 구매가 큰 증가세를 보이자 언론에서는 과소비 자제를 위한 보도를 앞다투어 다루었다. 하지만 과소비에 관한 언론 보도가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의 인지 속에 과소비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고, 이러한 인식이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제품 선택에 있어 고가형 제품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과소비에 관한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되면 과소비를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과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과소비에 대한 보도가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최근의 경제 뉴스나 언론 보도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기사를 많이 다룬다면 이 또한 무의식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서 제시한 대로, 이런 내용의 기사가 많을수록 소비를 촉진시키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지출이 더 줄어들 수가 있다.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무의식적으로 언론보도 등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한 소비자로서 혹은 기업에서 제품을 관리하고 판매하는 마케터로서 소비자가 처해진 환경적 요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 영향력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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