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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못 뗀 아이 ‘영어 배워라’ 내모는 엄마들…'Pre-유치원' 광풍

['요람에서 무덤까지' 교육 환상에 엇나간 부모들]

<2> 만3세부터 조기 영어 교육..."뒤처질까 불안감 때문"



#모 보험사 강남 지점에서 VIP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는 한은애(34·가명) 씨는 아직 임신 중이지만, 지인들의 조기 교육 열풍으로 마음이 불편하다. 한씨는 “강남에서는 만 3세부터 교육 기관에 보내는 게 일반적인 추세로 보육개념이 아니라 영어·음악·미술·유아스포츠 등 각종 과목을 아이에게 가르친다”며 “일부 유치원은 기저귀를 떼야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후조리원 동기끼리 매주 한번씩 배변 교육이 포함된 자기력 향상 수업을 시키는 친구도 있다”고 귀띔했다.

#생후 24개월 된 딸을 둔 최성은(36) 씨는 1년 뒤 아이를 보낼 ‘프리(Pre)유치원’을 수소문하고 있다. 최 씨는 “영어를 최대한 일찍 접해야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며 “남편이 미국 국적을 갖고 있어 국제학교 보내기는 유리하지만 1년 전부터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등록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영어 유치원 열풍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어 유치원 전(前) 단계를 밟는 ‘프리유치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유치원’은 유치원에서 자녀가 뒤처지지 않고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사전 교육기관. 인성이나 미술 등 예체능 교육 등을 병행하고는 있지만 주된 목표는 영어 학습인 만큼 100% 영어로만 대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 3살 미만의 어린아이를 영어 사용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면서 언어 습득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프리유치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초·강남·분당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프리유치원’은 유학파나 고학력 젊은 부모들의 조기 교육 열풍과 함께 급증하는 추세다.





용변 빨리 못 가리면 상급반 진학 어려워

조급해진 부모들 ‘자기력 향상 수업’ 몰려

일부 ‘프리 유치원’의 경우 아이의 학습속도뿐 아니라 발달 정도까지 고려해 수준별 반 편성을 하기 때문에 ‘기저귀 떼기 경쟁’이라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남동에 자리한 A프리유치원 관계자는 “영어 습득 속도에 따라 아이들 반을 나누는데 배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 상급 반으로 진학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학부모 사이에서는 ‘자기력 향상 수업’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기저귀 떼기 훈련이 일반화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자기력 향상 수업은 DVD 등을 통해 아이에게 일상의 생활 습관을 훈련시키는 멀티미디어 학습이다. 부모들은 변기 앉기부터 힘 주기, 뒤처리 하기까지 일련의 배변 과정을 아이에게 노래와 율동으로 가르친다. 딸랑이나 요술봉과 같은 장난감을 활용해 아이가 배변 활동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시부모의 간섭 때문에 자기력 향상 수업을 시키고 있다는 김아람(32·가명) 씨는 “첫 손주라 시어른들의 간섭이 심한 편”이라며 “(배변에) 도움된다는 사탕이나 카라멜을 하루 6~7개씩 먹인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기저귀를 떼지 못한 자녀가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 두려워 억지로 유산균 요구르트를 먹이고 물은 덜 먹인다는 부모까지 있었다. 최근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인 맘스홀릭에는 “집에 있으면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싶은데 선생님들이 싫어할까 봐 두렵다”며 “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토로하는 젊은 엄마의 글이 올라 화제가 됐다.



과도한 이중언어 교육, ‘엄마의 언어’로 소통할 기회 빼앗는 꼴

ADHD, 실어증 등 이상행동 초래할 수도

유치원 입학 전부터 영어와 한글을 동시에 깨우쳐야 한다는 한국 부모의 강박관념은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과도한 이중언어 교육을 받을 경우 과잉행동장애(ADHD)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신병리학 전문가 이수련 한스아동청소년상담센터 원장은 “치료를 받으러 오는 ADHD 환자들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과도한 감각 발달, 언어발달 교육을 받은 경우”라며 “어린 나이에 배우는 언어를 ‘엄마의 언어’라고 하는데, 엄마와의 충분한 스킨십과 상호 관계를 통해 기쁨을 느끼는 과정을 생략하고 타인을 통한 교육에만 치중하게 되면 아이에게 정신적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향숙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소장 역시 “모국어가 완성되기 전의 어린아이에게 이중 언어를 과잉 노출시키면 실어증이나 과도한 공격성 등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한국 사회의 조기 교육 열풍은 남들과 비교하는 경향, 잘 사는 사람을 좆아 우리 아이 인생만은 다르길 바라는 엇나간 희망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김나영·정수현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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