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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영화&경제] (28) ‘브루클린’과 이민의 경제효과

아일랜드 이민자 에일리스는 뉴욕 브루클린에서의 새출발이 설레기 보다는 두렵다. /출처=네이버영화




#훈남이냐 젠틀맨이냐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남자냐, 부유하고 다정한 젠틀맨이냐. 이탈리아계 미국 남자 토니(에모리 코헨)와 아일랜드 신사 짐(돔놀 글리슨)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 에일리스(시얼샤 로넌)은 영화 ‘브루클린’에서 갈피를 못 잡는다. 행복한 고민 아닌가? 영화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에일리스가 훈남과 젠틀맨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게 되기까지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사연은 이민에서 비롯됐다. 이민 전에도 똑똑하고 예쁜 에일리스였으나 아일랜드에선 일자리도 미래도 불투명했다. “여기선 미래가 없어. 네가 원하는 삶을 살 수도 없고”라며 언니가 미국 이민을 권할 정도였다.

낮에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회계학을 공부하는 에일리스는 지독한 향수병을 앓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난 춤을 못추는데…”

이민 후 뉴욕 브루클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에일리스는 낮에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지독한 향수병 탓에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고통스럽다. 이때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댄스파티에서 만난 ‘훈남’ 토니다.

“난 춤을 못 추는데”라며 춤추기를 빼는 에일리스에게 “잘 추는 척 흔들기만 하면 된다”는 말 한마디로 그는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백마 탄 왕자도 아니고 그저 배관공에 지나지 않지만 토니를 만나고 나서 에일리스의 삶에 활력이 넘친다.

아일랜드에서 만난 짐(왼쪽)은 큰 사업가의 상속자이며 매력적인 젠틀맨이다. /출처=네이버영화


#또 다른 사랑이 기다리고

달콤한 행복은 에일리스 언니의 돌연한 죽음으로 크게 흔들린다. 아일랜드의 가족에게로 돌아가야만 하는 그녀에게 토니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하며 불안해한다. 결국 에일리스는 “결혼해 주고 가라”는 토니의 청을 뿌리치지 못한다.

아일랜드에 돌아온 기혼녀 에일리스에겐 또 다른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대사업가의 상속자 짐이다. 그는 언니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에일리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며 그녀의 마음을 뺏는다. 짐 또한 미국 물을 먹은 세련된 여인 에일리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에일리스가 결혼한 사실을 모른 채) 청혼한다. “나랑 여기 있어줘요”(아일랜드에 있어달라는 짐), “매일 당신만 생각해요”(미국으로 돌아오라는 토니). 에일리스의 선택은 토니일까, 짐일까. 아일랜드일까, 미국일까. 그녀는 스스로 말한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의 하숙집. 고단한 미국 이민생활 중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출처=네이버영화


#한국 이민정책 기로에

사랑도 그렇지만 어떤 나라에 살 것인지(이민)는 아주 어려운 선택이다. 한 국가가 어떤 이민정책을 펼 것인지 또한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민의 경제효과에 대한 해답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이민정책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발언 뒤 이민의 경제효과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우리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급감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사태를 이민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국가 경제의 성장에 이민자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관점을 갖고 있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개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와 비슷한 입장이다. 경영학자인 윌리엄 커 하버드대 교수 또한 “전문성이 높은 이민자들이 특허나 창업 분야에서 미국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생물학자 게럿 하딘은 대표적인 이민 반대론자다. 그는 ‘구명선 윤리’를 통해 두 척의 구명보트 가운데 A는 식량과 자리가 넉넉하고, B는 식량과 자리가 부족할 경우 A가 구조에 나서 A와 B 모두 가라앉느니 구조하지 않아야 하듯 이민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편다.

에일리스는 이민 전 시골뜨기 아가씨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민을 통해 ‘귀하신 몸’으로 거듭난다. /출처=네이버영화


#생산가능인구 격감

영화 ‘브루클린’의 주인공 에일리스는 이민 전과 이민 후의 변화가 확연하다.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고 일자리도 변변치 않았던 그녀가 이민생활을 거치고 나서는 애정전선에서도 취업전선에서도 ‘귀하신 몸’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 얘기일 뿐이다.

현실에서 20~30년 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극심한 노동력 부족사태에 직면할 우리나라는 어찌할 것인가. 생산가능 인구가 올해 3,70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60년엔 2,187만명으로 1,500만명이나 격감할 것이라고 한다. 갑론을박으로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이민정책을 바꾸든,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든, 181개국 718만명에 달하는 재외동포를 적극 받아들이든 현명한 처방을 신속히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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