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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국산 무기 겉과 속

1115A38 만파




2010년11월23일 오후2시34분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에 있는 대연평도. 북한군이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 영토를 포격한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키자 평화롭던 섬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우리 군은 북한 포격이 시작된 지 13분 만에 K-9 자주포로 반격에 나섰지만 별다른 전과를 거두지 못했다. K-9 자주포 6문 가운데 절반이 고장으로 사격 불능 상태였기 때문이다. K-9 자주포는 우리 군이 10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1999년 내놓은 ‘제1호 국산 명품 무기체계’다. 그런 무기가 막상 실전에서 고장률 50%를 기록하는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언젠가부터 매년 9월이 되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은 국산 명품 무기체계라는 이름이 붙은 각종 불량 무기들의 경연장으로 바뀐다. 이 가운데서도 압권은 연평도 포격 도발 직전인 2010년 9월 국감장이었다. ‘물새는 신형 전투화’ ‘갈지자로 가는 군함’ ‘물에서 작동이 안 되는 수륙양용 장갑차’ 등이 이때 히트를 친 신문 제목들이다. 2011년 국감 때 공개된 방위사업청 자료를 보면 K9 자주포, K1A1 전차, K2 전차, K21 장갑차, K11 복합소총 등 앞머리에 ‘K’자를 달고 있는 국산 무기 치고 문제가 없는 무기가 없었다. 이러다 보니 “국산 명품 무기체계와 불량 무기체계는 같은 말”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이처럼 국산 무기가 숱한 허점을 드러내는 근본 원인으로 ‘자주국방’이라는 강박증과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정서가 거론된다. 나라를 지킨다는 맹목적인 애국심과 최강의 무기를 최단시일 내에 개발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합쳐져 어떤 지적과 이견도 용납하지 않는 군대 문화가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우리 군의 최신형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 기체에 균열이 발견돼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수리온 역시 국산 명품 무기체계로 우리 군이 자랑해온 헬기다. 이번에는 제발 명품과 불량이 동의어로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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