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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의 군사·무기 이야기] 군함 미리 만들어 조선업 돕는다?

취지 좋지만 현실적 어려움 따라

호위함·차기 고속정 가능할 수도

인천급 호위함.




해군의 각종 함정을 앞당겨 건조해야 한다는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조선산업 지원 차원에서다. 공식적으로는 이런 구상이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통해 처음 나왔다. 김 원장은 최근 조선산업을 위해 군함 조기 건조를 통한 일감 창출을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경제부처도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은 구상과 내부 논의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합동참모본부와 해군 등 어느 쪽에서도 예산 당국과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 당국의 일부 실무자들은 아이디어 자체에 의문을 보였다.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먼저 예산 증액이 아니라 조기 집행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소에 군함을 제작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는 제한적인 가운데 갑자기 물량만 늘어나면 기존에 건조하고 있는 함정들의 질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기술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한꺼번에 건조하면 설계 변경과 양산 시기 조정을 통한 성능 개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세 번째는 막상 조기에 건조할 함정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신형 함정들이 속속 건조될 예정이나 조선소에 큰 도움이 될 만한 물량에는 못 미친다.

조선업체도 환영하지만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우선 함정은 이윤이 극히 박하다. 클레임에 걸릴 확률도 높다. 함정 건조비도 무기와 지휘 체계, 감시 체계 등을 생산하는 회사와 나눠야 한다. 고성능 전투함일수록 전자장비의 비중이 높아 국내 몫이 줄어든다. 대형 조선소의 관계자는 “전투함의 경우 조선소 몫은 많아야 40%”라며 “그나마 협력업체 몫을 빼면 손해만 피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함정 조기 건조는 조선사들의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도울 수 있으나 큰 도움은 못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논의가 계속 나오는 것은 예산이 크기 때문이다. 해군이 추가로 3척을 건조하려는 차기 이지스 구축함의 경우 척당 적어도 1조5,000억원, 무장을 포함하면 2조5,000억원이 필요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장비 구입 및 기술 지원료 명목으로 해외 업체에 돌아간다. 설계도 아직 안 끝났다. 설계는 오는 2020년께나 나올 예정이다.

가능성이 있는 함정이라고는 두 종류. 인천급 호위함(사진)의 개량형인 배치(batch)2와 차기 고속정 정도가 손꼽힌다. 인천급 개량형의 가격은 4,000억여원. 2020년대 초반까지 모두 ○척을 건조하는 데 3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하나는 차기 고속정. ○○척 건조에 1조2,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산화 비율이 다른 함정보다 훨씬 높은 이들 함정의 건조 비용도 조선소 몫은 30~40%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영국 국방부가 조선산업의 위기를 맞아 군함 건조계획을 앞당겨 효과를 누렸다고 강조하지만 전통적인 해양 강국으로 국산화 비율이 높은 영국과 한국의 단순 비교는 무리다. 해외에서 사들이는 센서나 무기 체계는 발주에서 수령까지 적게는 6개월~1년, 많게는 2~5년이 걸린다. 우리가 만들고 싶어도 외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의 도착이 지연될 경우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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