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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자동차 회사가 무인의 세계를 준비하다

100년 역사의 BMW가 자율주행, 전기차, 차량 공유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올해는 BMW가 설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 기업은 깊고 굵은 V-8 엔진 소리처럼 여전히 굉음을 내며 질주하고 있다. 2015년 자동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11년 연속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고급차 제조사 1위 자리를 지켰다. 최근 출시된 7시리즈는 뒷좌석을 젖힐 수 있도록 설계돼 자동차 관련 미디어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다. 도대체 못하는 게 무엇일까?

사실 못하는 게 많다. 뮌헨에 본사를 둔 BMW가 업계 선두를 계속 유지하려면,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한 이후 자동차 산업에 불어 닥친 가장 큰 창조적 파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혁신의 시기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BMW의 혁신 기술팀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토프 그로트 Christoph Grote는 “향후 10년이 지난 30년보다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강력한 마력이나 개선된 핸들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의 핵심 본질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BMW 책임자들은 ‘새로운 교통 수단이 교통량을 줄이고 안전성은 높이는 한편, 온실 가스 배출과 공기 오염은 낮출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주요 변화는 3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 그리고 차량 공유다. 한 때 GM의 R&D를 이끌었고, 현재는 구글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래리 번스 Larry Burns는 “지난 100년간 우리에게 익숙해 있던 자동차 산업에 흥미로운 대안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자신이 소유한 대형 휘발유 자동차를 혼자 운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런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BMW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일부 IT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 애플, 테슬라, 그리고 다른 기업들은 현재 수십 억 달러를 투입해 경량 소재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만들거나 계획하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최대 전기차 판매사로 자리매김했고, 구글은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10년이나 앞서, 향후 5년 내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갖게 된다. 중국의 신생기업 패러데이 퓨처 Faraday Future는 인터넷 갑부 자웨팅 Jia Yueting의 후원을 받아 네바다에 1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1월에는 시속 200마일의 콘셉트 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사업 개발 부문 부사장 디어뮈드 오코넬 Diarmuid O’Connell 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20세기 초처럼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존재하는 미래로 가고 있다.”

BMW의 새로운 경쟁사들은 담대한 야심을 품고 있다. 예컨대 우버는 카네기 멜런대학교 로봇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데 상당한 돈을 쓰고 있다. 자동차 호출 서비스 우버는 자신들의 핵심 비전이 ‘개인의 자동차 소유를 종식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트래비스 캘러닉 Travis Kalanick 최고경영자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Elon Musk에게 “만약 테슬라가 2020년까지 50만대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생산한다면, 우버가 그 모두를 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전략은 대규모 자율주행 우버 자동차를 항시 대기시켜, 언제 어디서든 고객을 태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약간 과장되긴 했지만, 기존 자동차 제조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자동차의 차별화가 점점 더 많이 소프트웨어로부터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 컨설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프리미엄급 자동차에는 1억 개의 코드가 들어간다. 또 자동차 전체 생산 비용 중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20%에서 지난해 40%로 두 배나 늘어났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는 실리콘밸리가 더 앞서 가고 있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BMW는 이 자동차 혁명을 자신들이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랄드 크루거 Harald Krueger BMW 최고경영자는 “전기화 및 디지털화는 자동차 미래 전략에 있어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BMW의 벤처 투자를 담당하는 울리히 키 Ulrich Quay는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BMW의 새로운 방식은 최첨단 전기 및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컨대 인기 좋은 i3 시티카와 고성능 스포츠카 i8 같은 자동차들이다. 7시리즈는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BMW는 일반 소비자가 차를 렌트하고, 공유하고, 주차장을 포함한 다양한 교통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BMW는 아우디, 다임러와 공동으로 노키아의 디지털 지도 및 위치 서비스 사업부-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요소다-를 약 28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또 회사는 실리콘밸리 경쟁사들과 비슷한 모빌리티 기술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를 인지하는 것과 그것을 잘 이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BMW는 전형적인 ‘혁신가 딜레마(innovator’s dilemma)’에 빠져있다: 이미 성공한 기업의 경영자가 그 성공을 만든 핵심 제품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 시점을 놓치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BMW 같은 자동차 제조사가 극복해야 할 큰 유산이 있다. 휘발유 차를 생산하는 공장에 투입된 수십 억 달러의 자금이 한가지 예이다. 거기엔 노동조합, 완고한 딜러들, 보수적인 이사회도 포함될 수 있다.

BMW의 그로트는 “최종 승자는 기민한 회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엔지니어링 기술이 뛰어난 기업이다. 현재에 만족한 적이 결코 없다. 항상 고객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미래 기술에 투자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미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가 표준이 된다면, BMW은 어떻게 ‘최고의 자동차 회사(the ultimate driving machine)’라는 자사 이미지를 마케팅 할 수 있을까?

BMW는 고성능 휘발유 엔진을 장착한 빠르고 핸들링이 좋은 자동차라는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 공식이 막다른 골목에 빠르게 도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50년에 주행하는 자동차와 경량차량 (*역주: 승용차와 5톤 이하 트럭) 수는 20억 대로 현재보다 두 배 늘어날 전망이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개발도상국들에서 증가한다. 베이징과 뭄바이의 공기 오염과 교통 체증은 이미 끔찍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나라들에서 자동차 보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보라.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각국 정부들은 이미 탄소 배출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선 자동차 연비가 2025년까지 갤런 당 평균 54.5마일을 충족해야 한다. 유럽에서도 자동차업체들은 2021년까지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주행 킬로미터당 95그램으로 감축해야 한다. 현재 기준 대비 27% 줄인 수치다. 중국은 EU법에 기초해 표준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아마도 가장 큰 도전과제는 캘리포니아에서 나올 것이다. 2025년 모델 기준으로, 캘리포니아(Golden State)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15.4%는 규제 당국이 ‘탄소 제로’ 배출이라고 정의한-약간의 예외는 있다-기준을 맞춰야 한다. 전기, 수소 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동차부문 조사 기업 에드먼즈 Edmunds는 ‘캘리포니아만 놓고 보더라도, 자동차 회사들이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현재 몇 천대 수준에서 대폭 증가한 27만대의 친환경 자동차를 매년 판매해야 할 것’이라 추정했다. 그리고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9개 주는 캘리포니아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선 동력 전달계를 약간 손질해 탄소 배출 요건을 충족시키긴 어렵다. 때문에 BMW는 두 가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바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와 수소 자동차다. 이미 다섯 종류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330e, 740e xDrive, X5 xDrive 40e SUV, i8 그리고 i3이 그것이다. 지난해 i3의 미국 판매량은 유가가 하락했음에도 전년 대비 81%나 상승했다.

하랄드 크루거 BMW 최고경영자.


BMW는 하이브리드가 강력한 휘발유 엔진 자동차와 동일한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텍사스 주 오스틴의 도로에서 i8을 시승한 후, 필자는 BMW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갈매기 날개처럼 펼쳐지는 걸윙도어 Gull-Wing Door를 장착한 14만 700달러짜리 2인승 스포츠카 i8은 소형 터보차저 3기통 엔진에 2개의 전기 모터가 더해져 357마력을 뿜어낸다.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제로백은 4.2초다. 동사의 고성능 세단 M3보다도 더 빠른 속도다. 몰아 본 어떤 BMW 자동차만큼이나 핸들링도 뛰어났다. 게다가 1킬로미터당 49그램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할 뿐이다. 2021년 유럽 기준에 부합하고도 충분히 남는 수준이다.

향후 5~10년 사이에 대부분의 BMW 생산라인이 아마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채워질 것이다. 연소 기관을 탑재함으로써 전기차의 골치거리였던 끔찍한 주행 거리 문제를 해결했지만, 순수 전기차와 비교하면 무게, 복잡성, 그리고 비용이 더 늘어났다. BMW는 도심형 순수 전기차인 i3을 생산한다. 그러나 운전자들이 80마일마다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결코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작은 휘발유 엔진을 탑재한 i3 모델의 주행 가능 거리가 150마일로 늘면서 순수 전기차 트림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주행 거리 걱정을 없애는 한 가지 방법은 전국적으로 초고속 충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기차를 20분 내에 충전할 수 있다. 이는 정확히 테슬라가 하고 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BMW는 이를 과도한 비용으로 여기고 있다. 때문에 장거리 주행을 위한 수소차 개발에 더 열성을 보이고 있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매우 유사하지만 배터리로 작동하지 않고, 수소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 모터를 작동시킨다.

수소를 채우기만 하면 300마일 정도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도요타와의 협업으로 BMW는 수소차 시제품을 만들었다. BMW의 그로테는 이 자동차에 대해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수소차도 충전 인프라가 없다는 큰 단점이 있다. 그러나 독일은 이미 충전망을 구축 중이다. 캘리포니아도 수소 충전소를 세우고 싶은 사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2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 내 수소 충전소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상황이다. 천연 가스 사용-수소를 만드는 가장 흔한 과정이다-이 탄소 배출을 확연하게 감소시키는지도 불명확하다. 수소의 단점 때문에 테슬라의 머스크도 그 기술을 “수소의 딜레마(Hydrogen Fool)”라고 언급한 바 있다.

수소를 반대하는 또 다른 주장은 배터리가 더 싸고 좋다는 것이다. 최근 GM은 쉐보레 볼트 Chevrolet Bolt를 올해부터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자동차는 순수 전기차로 1회 충전으로 200마일을 주행한다. 연방 보조금 지원을 받으면 3만 달러에 구매가 가능하다. 2017년 테슬라는 최소 200마일 주행이 가능한 순수 전기차 모델 3 Model 3을 정부 보조금을 받아 2만 7,500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그리고 수소차는 기존 자동차보다 초기 구입 비용이 더 많이 든다. 하지만 구입 후 유지비용은 훨씬 싸다. 전기가 휘발유보다 더 저렴하고(수소도 비슷할 듯하다), 기계와 유지보수도 더 간단하기 때문이다(트랜스미션, 복잡한 휘발유 엔진 또는 냉각시스템이 없다). 그렇긴 해도 닛산 리프 Nissan Leaf와 쉐보레 볼트 같은 플러그인 자동차 판매는 최근 저유가로 타격을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BMW의 또 다른 큰 ’철학적 차이‘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 시기에서 찾을 수 있다. 테슬라와 구글은 2020년까지 상용화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장점은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현재는 매년 120만 명이 사망한다)와 교통 체증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차간 거리 5피트인 상태로 달린다면, 4차선 도로가 32차선 고속도로만큼 교통량을 처리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노인과 장애인, 아이들의 교통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식당에서 와인 몇 잔(혹은 그보다 더 많이)을 즐기고 안전하게 집으로 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머스크는 지난 여름 한 회의에서 “우리는 자동차 운전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운전을 금지할지도 모른다. 사람이 2톤이나 나가는 살인 기계를 운전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주요 자동차 회사와 마찬가지로 BMW도 자율주행 연구에 합류했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5시리즈 시제품도 가지고 있다. 도요타, 닛산, 다임러도 대규모 투자계획이나 자율주행 콘셉트 카를 이미 발표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완벽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2030년이나 2035년쯤에야 대중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대규모 생산이 되면 낮춰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개발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첫 번째 단계는 우버가 꿈꾸는 차량 공유 분야가 될 것이다. 무인차를 연간 7만 마일 정도 운행해야, 비싼 레이저 및 센서 시스템 투자를 고려할 때 개인 소유차량보다 유지비가 덜 들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걱정은 기술적으로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도로 위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갑자기 발생하면 자동차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당신은 자동차 앞에서 달리는 아이를 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나무에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에 이르도록 자동차에게 지시할 것인가? 테슬라의 오코넬은 이에 대해 “인간의 뇌는 멋진 도구다. 그러나 만약 학습 소프트웨어가 있어 1마일마다 자동차가 새로운 것을 습득하게 된다면, 그 소프트웨어는 더 안전하고 유용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실리콘밸리가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 낙관적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필자는 새로운 자동 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테슬라 S 세단을 타고 팰로 앨토의 101번 고속도로 Highway 101를 달려보았다. 그 차의 주인은 슈테판 헥 Stefan Heck 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엔오토 Nauto라는 신생기업-자동차의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자동차의 기능을 개선하고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만든다-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75마일로 운전했지만 핸들을 잡지 않았다. 매우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헥도 평소보다 훨씬 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자동 차선 변경 기능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좌측 방향 등을 켜고 차 속도를 높여 끼어들 틈을 찾아 왼쪽 차선으로 돌진했다. 여전히 핸들을 붙잡고 있지는 않았다.

101번 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면서, 필자는 헥에게 차선 변경 후에도 방향등이 계속 깜빡이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좋은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기판의 한 아이콘을 누르며 명령을 내렸다. “차선 변경 후 자동적으로 방향등이 꺼지도록 해.” 그리고 이 기계적 결함이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Fremont에 있는 테슬라 엔지니어에게 전달됐다. 그는 아마도 수정 작업을 했을 것이다. 핵심은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신속하게 주행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BMW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조심스럽다. 고객보단 연구개발 직원들이 테스트 하기를 원한다. 신중해 보이지만 오히려 회사에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실리콘밸리는 제품 출시-사용자 의견 수렴-수정-재출시로 이어지는 신속한 반복 작업에 매우 능숙하다. 이런 접근법은 구글과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주요 자동차 제조업보다 10년은 앞서 진정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BMW는 신생기업과 최신 레스토랑이 즐비한 맨해튼의 웨스트 빌리 West Village에 벤처 캐피털 자회사 아이벤처스 iVentures 사무실을 열었다(‘I’는 혁신을 뜻하는 Innovation의 약자다). 공장을 개조한 이 공간은 20대 창업가들이 설립한 많은 신생기업의 집합소다. 이들 중 상당수는 BMW의 지원을 받는다. 이 곳을 ‘미래 운송 수단의 인큐베이터’라고 여기면 된다. BMW에서 사내 변호사로 일한 바 있는 울리히 키는 지금은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역할은 BMW가 자동차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적인 변화를 따라잡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키는 “자신의 팀과 함께 1,500개의 다른 기업들을 탐색해 그 가운데 약 12개 기업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BMW는 저스트팍 Just Park이라는 앱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앱 이용자는 비어있는 자신의 주차장을 임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미국 내 최대 전기차 충전소 제조업체 차지포인트 ChargePoint, 사람들이 대중 교통을 타고 이동하도록 돕는 이스라엘 애플리케이션 업체 무빗 Moovit에 투자하기도 했다.

BMW가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투자 대상은 차량 공유이다. 우리가 개인 자동차를 24시간 중 4%만 쓴다고 가정해보자. 즉 하루에 23시간은 놀리고 있다고 해보자. 전 세계적으로 주행 중인 수십 억대의 자동차 가치는 약 20조 달러에 이른다. 그런 가치를 가진 자산이 하루 중 4%만 사용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버와 차량 공유 신생기업 투어로 Touro에 투자한 벤처 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Kleiner Perkins의 브룩 포터 Brook Porter는 ”제조업체들은 갈수록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서비스 사업 모델에 진출해 자동차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서비스의 매력은 분명하다. 미국인들은 월 1,500달러 가량을 자동차에 쓴다. 도시에서 자동차는 비싸고 주차하기도 불편하다. 필요할 때마다 차 한대를 빌려 쓰면 안될까? 더 쉽고 더 저렴하다. UC버클리의 교통지속가능성 연구소(Transportation Sustainability Research Center) 교수인 수전 섀힌 Susan Shaheen은 현재 차량 공유 이용자수가 33개국에 480만명 정도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들 중 3분의 1은 북미에 있다. 내비건튼 컨설팅 Navigant Consulting에 따르면, 자동차 공유 서비스의 전 세계 매출은 2013년 10억 달러에서 2020년 62억 달러까지 증가하고 전 세계 이용자 수도 1,2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BMW는 드라이브나우 DriveNow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차량 공유 업체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진출한 도시는 9곳으로 대부분 유럽 도시들이다. 드라이브나우 앱 이용자는 다양한 BMW 자동차를 분 단위로 빌려 탈 수 있다. 빌린 곳에 차량을 반납해야 하는 집카 ZipCar와 달리, 드라이브나우 차량은 특정 구역 내 원하는 아무 곳으로 차량을 반납할 수 있다(집카도 비슷한 자체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한 가지 도전과제는 차량을 반납할 주차장을 찾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드라이브나우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진출했던 샌프란시스코 시가 거리 주차 허용을 거절하자 이 도시에서 사업을 철수해야 했다. BMW는 다른 도시에 진출하겠다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그리고 또 다른 걸림돌은 도시 거주자를 제외한 미국인들은 자동차 소유에 따른 편리함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량 공유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다. 따라서 수익 창출이 만만치 않다. BMW를 제외하고 다임러와 아우디, 포드, GM 같은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은 대부분 대형 렌터카 업체들처럼 차량 공유 프로그램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에이비스 Avis는 2013년 집카를 인수했다). 올 1월 GM은 우버 경쟁사인 리프트 Lyft에 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시티카 셰어 City Car Share와 겟어라운드 Getaround 같은 많은 개인 회사들도 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돈 벌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대형 렌트 체인 기업과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사무실과 반납 센터 같은 영업이익을 깎아먹는 과도한 간접비용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이다(허츠 Hertz는 작년에 미국 내 차량 공유 사업을 접었다).

BMW는 P2P 차량 공유를 테스트함으로써 드라이브나우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BMW 차종인) 미니 Mini 소유주는 이를 통해 사용하지 않는 미니 자동차를 빌려 줄 수 있다. 매우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임대를 하는 차량 소유주 입장에서 추가적인 간접비 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이다(자동차의 에어비앤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BMW는 해당 앱을 제공해 미니 소유주와 임차인 및 보험사를 연결시켜주고 렌털 수수료를 얻는다. 그러나 이런 콘셉트가 성공할지 여부는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다.

BMW는 차량 공유가 자동차 판매에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고 있다. 실제 차량 공유로 젊은 운전자들이 구입할 여력이 없던 고급 자동차 브랜드에 노출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BMW는 독일의 드라이브나우 회원들이 평균 30세인 반면, 미니 브랜드 구매자는 40세, BMW 소비자는 대략 50대라고 보고 있다. 희망 사항은 이런 30대가 BMW를 구입할 정도 나이가 될 때, 이미 그 브랜드를 알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신차를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데는 보통 4~5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BMW의 차세대 스마트 자동차는 2020년쯤에나 전시장에서 보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BMW는 전통적인 고급차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여기서 드는 진짜 의문점 하나. 현재의 결정이 구글, 애플, 그리고 테슬라 같은 실리콘밸리 업체들의 거센 공격을 장기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준비된 것일까? BMW의 향후 100년 생존은 바로 이 질문에 어떤 답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애플 미스터리] 아이폰 제조사가 과연 자동차를 생산할까?
‘Apple’과 ‘Car’라는 단어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약 3억 5,400만 개의 검색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지난호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생산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많은 것을 논의하지만 실행은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애플이 실제로 무슨 일을 꾸미는지 관심이 높지만 알려진 세부내용은 거의 없다. 한 저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애플 자동차 프로젝트와 관련된 3명의 친한 친구를 최근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세부 내용 공유는 물론, 심지어 관련 자체도 부인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내용은 무엇인가? 애플은 최근 애플닷카 apple.car와 애플닷오토 apple.auto 등 몇 개의 관련 도메인 이름을 등록했다. 자동차 테스트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이리어에 있는 과거 군사 기지를 알아보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애플은 수백 명의 엔지니어와 임원들을 기존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테슬라와 자동차 배터리 신생기업 A123 같은 회사에서 영입해오기도 했다.

A123은 애플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한 기업이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사 엔오토를 창업한 스탠퍼드 대학 교수 스테판 헥은 애플의 자동차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수의 엔지니어들과 인터뷰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 자율주행 기술 전문가였다”고 말했다.

(다른 애플 제품들이 그랬듯이) 애플이 전기차를 자체 생산할지, 아니면 디자인만 하고 제조는 아웃소싱할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봤을 때, 애플 자체도 궁극적으로 무엇을 디자인할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모든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가능한 결과물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왜 그럴까? 애플 정도 규모가 되면 성장통이 시작된다. 자동차 산업은 애플 정도의 규모를 가진 기업이 할만한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다. 애플이 제공한 제품과 서비스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 산업이기도 하다.

물론 자동차 생산은 쉽지 않다. 자동차의 역사는 실패로 점철되어 있다. 최근 사라진 전기차 제조사들만 해도 코다 Coda, 휘스커 Fisker, 싱크 Think, 아프테라 Aptera 등이 있다. 애플의 자동차 프로그램은 프로젝트를 이끌던 스티브 자데스키 Steve Zadesky를 포함해 이미 일부 핵심 인재를 잃었다. 내부 관계자는 “요즘 애플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를 듯 하다”고 말했다. 다만 애플에겐 사업을 성공시킬 만한 자금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회사는 약 2,16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이제까지 무엇을 하든 잘 해왔다.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자동차 계기판의 첨단화?] ‘연결성’이 왜 중요해졌나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 10년도 안됐다. 쇼핑, 내비게이션, 게임, 그리고 음악 청취 등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믿기 힘든 사실이다. 자동차 산업도 스마트폰 혁명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연결된 자동차(connected car)’는 유행을 타지 못하고 있다. 포드는 ‘마이 포드 터치 인 My Ford Touch in’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는 몇 년 전 시도했던 계기판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인데,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중단됐다. 필자는 아우디 A4의 실망스러운 내비게이션 시스템-이것만 아니면 아주 만족스러운 차다-때문에, 아이폰에 있는 구글의 웨이즈 Waze를 사용하고 있다.

음성 인식 시스템 때문에 당황하지 않았던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음성으로 목적지를 (아이오와) 디모인 Des Moines으로 지시해 보라. 그러면 플로리다 델레이 비치 Fla Delray Beach로 안내할지도 모른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업체 제이디파워 JD Power는 블루투스 연결과 음성 인식 문제가 자동차 구매 후 3년 동안 불거진 가장 많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와 운전자가 상호작용하는 ‘연결성’이 업체간 경쟁에서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고급차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계약을 하고 있다. BMW는 자체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애플의 카플레이 Carplay와 안드로이드의 오토 Auto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들은 운전자의 스마트폰과 연동돼 자동차의 터치 스크린을 업데이트한다. 터치 스크린이 간소화 된 스마트폰 버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스포티파이 Spotify나 판도라 Pandora를 터치해 음악을 듣고, 음성 명령으로 문자를 보내고, 지도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기능들은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이미 사용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친숙한 앱들을 큰 계기판 스크린에서 본다는 건 이용하기 더 쉽고 안전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BMW의 최고급 모델인 7 시리즈(가격 8만 1,300달러)는 현재 ‘손동작 제어 기능(hand gesture control)’을 제공하고 있다.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적외선 카메라가 손동작을 인식해 오디오 볼륨을 높인다. 전화를 받고 싶으면 스크린을 가리키면 된다. 받고 싶지 않으면 손사래를 치면 된다. 핵심 아이디어는 도로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도 이런 기능을 제어하게 한다는 것이다.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BMW의 실리콘밸리 연구개발 센터장 우베 히겐 Uwe Higgen은 ”다음 중요한 단계는 운전자가 꼭 필요로 하는 정보를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BMW는 애플워치앱 Apple

Watch App 하나를 i시리즈에 탑재해 자동차 히터를 원격으로 조정하거나 대형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찾게 해준다. 애플워치 스크린을 한번만 터치하면 자동차 문이 잠기기도 한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BRIAN DUM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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