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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친박과 달라야 하는 대통령의 길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고 여소야대의 국회가 등장한 후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인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어서 3당 원내대표단과 청와대 회동을 개최했을 때만 해도, 청와대와 친박세력에게 일정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20대 국회 당선자 대회를 통해서 선출된 정진석 원내대표가 소집한 새누리당 전국위원회가 친박세력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되면서 이러한 기대감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대 총선은 친박공세 일변도의 여당 운영에 분명하고 심각한 경고를 보냈는데도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도대체 친박세력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친박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임기 종반을 향해 가는 대통령과 달리 새로운 임기를 보장받은 새누리당의 다수세력인 친박은 향후 4년의 임기를 자신들이 주도하면서 보내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여소야대의 새로운 판도이기는 하지만 야당인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에는 반목이 심해서 당장 상호 협력의 가능성이 크지는 않고, 두 야당 모두 내부에 다양한 입장이 존재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비록 새누리당이 제2당으로 전락해 두 야당과의 협력이 불가피하지만, 친박세력은 결코 끌려가는 열세의 협력보다는 자신들이 주도하는 우위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친박세력은 새누리당을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끔 재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이와는 배치되는 구상을 하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전국위원회 개최를 좌절시켰다고 판단된다. 협력을 하더라도 야당과의 협력은 친박주도의 협력이어야 하며, 그래야 남은 임기 동안 박대통령의 정책어젠다가 원활하게 국회를 순항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친박은 비박이 새누리당의 당권을 장악한 후 나오는 야당과의 협력은 새로운 자기정치의 부산물일 수밖에 없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4년의 추가적인 임기를 보장받은 국회의원과 달리, 임기 막바지에 이른 대통령은 친박세력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걸어가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통령의 행보는 당의 화합과 국회의 정상화라는 두 가지 사안에 집중돼야 한다.



새누리당 내 친박세력이 당의 화합보다 당권에 관심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의 사실상 최고 지도자로서 친박과 차별화된 “당내 화합의 자기정치”를 펼칠 필요가 있다. 지금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달리는 새누리당 친박세력은 누가 등에 다시 업히든지 향후 4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몰리는 경우라도 아직 만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곧 임기 종반으로 접어드는 대통령에게는 그러한 기회가 본원적으로 없다. 지금 당내 화합을 시도하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대통령의 퇴임 후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박대통령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 야당과의 협력관계 복원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임기말 업적추구에 대한 여느 대통령의 집착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와의 타협과 협력의 새로운 틀을 적극적으로 복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우리 국민은 더 반길지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국정을 운영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며, 또한 선행적으로 당내 화합을 지원하고 여당지도부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정치 고유의 인센티브 구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누구나 나름의 자기정치를 하고 있다. 다만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자기정치를 제시하는가에 따라 비판이 가해지기도 하고 찬사가 뒤따르기도 한다. 레임덕에 대한 염려를 넘어서서 국정표류를 방지해야 하는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자기정치는 친박세력의 자기정치와는 분명 달라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당위가 때로는 절박한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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