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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25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축...'한샘 시화공장'

교외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 … 친환경의 ‘공장 같지 않은 공장’

25년 전 준공된 한샘 시화공장은 바다에 떠 있는 배를 형상화해 미적 가치와 공간의 효율성, 친환경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킨 공장 설계에 파격을 가지고 온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제공=한샘




곳곳에 육면체의 반듯한 창고처럼 생긴 공장만이 도로 앙 옆에 길게 늘어선 시화공단. 조금은 휑하고 삭막하기도 하는 무채색의 느낌으로 덧칠해진 이곳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건축물이 있다. 국내 1위의 가구업체인 한샘의 제3공장, ‘한샘 시화공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92년 ‘제1회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한샘 시화공장은 수상 당시부터 화제가 된 건축물이었다. 당시 ‘청와대 별관’을 제치고 수상한 한샘 시화공장은 공장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 한국 건축계의 파격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20세기 국내 건축계를 대표하는 건축가인 김석철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장·명지대 석좌교수)의 작품으로 지난 12일 별세한 김 석좌교수의 건축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 수작으로도 꼽힌다.



● 미적가치·공간효율성 두 토끼 잡다

좌우대칭 원통형에 둥근 창문…배 형상화

내부엔 기둥 없어 작업공간 여유롭게 활용

파격적인 설계로 ‘1회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



한샘 시화공장의 정문에서 건물을 바라보면 공장은 좌우 대칭의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 입구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1층 벽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둥근 창문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폭 36m, 길이 220m의 원통형 공장에 난 창은 커다란 여객선의 선체에 줄을 지어 뚫어놓은 객실의 둥근 창을 연상시킨다. 건물 상층부의 한샘 로고가 박힌 간판은 브리지(선교·bridge)를 떠오르게 한다.

지은 지 25년 가까이 된 지금은 바래지긴 했지만 흰색과 분홍색의 외벽도 회색이나 진녹색 계열의 일반적인 공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끄러운 기계 소리와 가구를 싣느라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트럭과 작업복 차림의 공장 직원들이 없다면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한샘 시화공장을 ‘공장 같지 않은 공장’으로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건물 로비에 들어설 때까지도 이곳이 가구 공장이라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널찍한 로비를 마주 보고 왼쪽은 사무직원들의 공간이고 오른쪽은 생산라인이 있는 작업장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다. 왼쪽 한구석에는 나선형의 계단이 있어 2층의 사무공간으로 이어진다.

작업장은 보는 이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한다. 이 건물이 단지 빼어난 미적 요소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상징인 ‘매뉴펙처(기계를 이용한 대량 생산)’ 공장이 가져야 할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어서다.

고(故) 김 석좌교수는 건축주인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에게 한샘 시화공장을 지을 때 효율적이면서 환경 친화적이고 미적으로 아름다운 공장을 설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공장의 내부 공간은 기둥을 내부에 세우지 않는 ‘무주공간설계’를 적용해 공간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공장 전체를 작업 라인으로 만들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공장의 한쪽 끝에서 재료를 넣으면 ‘성형-재단-가공-포장’ 등 4가지 공정을 거쳐 반대편 끝에서 제품이 완성돼 나오는 생산라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공간 사용의 효율성이 높다. 한샘 관계자는 “준공 당시에도 작업공간이 넓어 불편함이 없었지만 지금은 공장이 더욱 자동화돼 준공 초기보다도 훨씬 여유롭게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샘 시화공장 내부 모습. 공장 내부는 천장에 난 창과 벽면의 둥근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이용해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사진제공=한샘


● 인간을 생각한 환경 친화적인 공장

천장에 아키라이트 천창 둬 풍부한 채광



중앙 집진설비로 공장 내부공기 정화

톱밥·나무가루는 냉난방 에너지원 사용

공장이 준공되기 한 해 전인 1991년은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이 일어나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던 때였다. 사회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친환경 건축물은 사치이면서 불필요한 건물로 받아들여지던 때다. 하지만 한샘 시화공장은 현재의 기준으로 봤을 때도 완벽한 친환경 공장으로 건축됐다. 바람과 빛, 그리고 재활용을 통해 조명과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분진과 나뭇가루가 수도 없이 발생하는 가구 공장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설비인 집진장비를 공장 윗공간의 가운데에 설치해 내부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을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게 했다. 그리고 여기서 모인 톱밥이나 나뭇가루를 태워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공장 내부를 밝히기 위한 인공조명 사용은 최대한 자제했다. 외벽의 절반을 차지하는 둥근 창으로 풍부한 빛이 들어오는 데다 천장에는 아키라이트 천창을 둬 태양광으로 채광하도록 했다. 뜨거운 햇빛이 문제인 여름철에는 자동으로 천창을 열 수 있고 천을 창에 덧대어 뜨거운 열은 차단해 공장 내부의 온도를 조절하도록 했으며 겨울철에는 그 자체로 온도 유지를 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한샘 시화공장은 준공된 지 20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내외 건축가들로부터 미적 가치와 자본주의적 효율성, 친환경 휴머니티를 동시에 만족하게 한 건축물로 인정 받고 있다. 지금도 한 해 동안 수많은 대학의 건축학도나 국내외 기업에서 한샘 시화공장을 찾고 있다.

그리고 국내 건축사에 기념할 만한 수많은 작품을 남긴 김 석좌교수 자신도 생전 한샘 시화공장을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생전 한샘 시화 공장을 두고 “한샘 공장은 건축가가 아닌 휴머니스트와 엔지니어로 설계했으며 인간 중심의 설계에 신경 쓴 작품이라고 자부한다”며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길이 220m, 폭 36m의 공장 내부 공간은 두 개의 생산라인을 설치해 한쪽 끝에서 재료를 투입하면 반대편 끝에서 제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충분한 작업 공간을 확보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샘


■ 설계자는...건축가이지 도시설계자 ‘故 김석철 교수’

한샘 시화공장 이외에도 고(故) 김석철(사진)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설계를 맡은 건물 중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건축물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울 창덕궁 옆에 위치한 ‘한샘 DBEW 디자인센터’로 한샘 시화공장과 마찬가지로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김 전 위원장에게 맡긴 건축물이다. 애초 고궁과 담을 마주한 곳이어서 기존 건물의 개축만 가능한 곳이었지만 김 전 위원장이 발로 뛰어 인허가를 따낸 건물이다.

한샘 DBEW 디자인센터는 조 명예회장이 동서양을 넘어서는 디자인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도로 만든 건물이다. 그래서 디자인센터의 외관 역시 한옥과 현대적인 글라스하우스를 융합한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한옥이지만 사실 이 건물의 한옥적 요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창덕궁과 조화를 이루며 건물 전체가 한옥과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드는 수작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한샘 DBEW 디자인센터는 특선작으로 뽑혀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고(故) 김석철 전 국가건축위원장 /서울경제DB


도산대로 인근에 우뚝 서 있는 씨네시티(현 청담CGV씨네시티) 역시 김 전 위원장의 작품이다. 협소한 부지에 8개의 영화관이 들어선 씨네시티는 좁은 부지 탓에 상당히 설계가 어려웠던 건축물이다. 유리벽으로 외벽을 마무리하는 커튼월 방식이 아닌 중국 흑수석을 사용해 마치 건물이 검은 수트를 입은 것처럼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외부로 난 창을 최소화하고 원형 창을 사용해 사각형의 건물을 더욱 특색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김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명보프라자와 올림픽 가든타워, SBS탄현제작센터 등을 설계하면서 국내 건축계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자리했다.

김 전 위원장은 명성 높은 건축가이면서 도시계획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은 도시설계자이기도 하다. 스승인 김수근 선생의 밑에서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도맡았으며 이후 서울대 캠퍼스 마스터플랜과 경주보문단지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예술의전당 프로젝트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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