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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공공성·디자인·기능 3박자 갖춘...‘을지로 119안전센터’

박스 겹쳐놓은 듯 파격 디자인 … 공원과 어우러진 소방서

서울 중구 을지로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위치한 을지로119안전센터는 네모 반듯하고 딱딱한 느낌의 기존 소방서와 달리 독특하고 매력적인 형태로 설계돼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송은석기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왼쪽에 두고 쭉 걷다 보면 네모난 박스를 위로 겹쳐놓은 듯한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공원 입구에 위치한데다 주변에 개방된 형태로 들어서 있는 덕분에 자칫 ‘공원 안내센터’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건물은 24시간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이 근무하는 소방서 건물이다. 네모 반듯하고 딱딱한 느낌의 기존 소방서와 달리 독특하고 매력적인 형태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 건물이 바로 지난 201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과 서울시건축상 우수상을 연달아 휩쓴 ‘을지로119안전센터’다.





● ‘공공성’ 강조해 지어진 건물

1층은 좁히고 2~3층 넓힌 디자인 적용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한몸같이 연결

을지로119안전센터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들어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맞닿은 대지에 지어졌다. 옛 동대문운동장을 허물고 그 자리를 시민에게 환원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이라는 흐름을 단절시키지 않고 을지로119안전센터의 설계에 반영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을지로119안전센터를 설계한 류재은 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 소장은 “설계 과정에서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특히 소방서라는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공공시설을 짓는 만큼 외부와 단절되지 않고 연속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건물이 대지에 접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실제 을지로119안전센터는 필수적인 공간만 1층에 배치하고 대부분의 기능들은 2~3층으로 띄워 올린 모습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건물이 저층은 넓고 고층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가진 것과는 반대되는 모양이다. 이렇게 확보된 지상의 공간을 통해 건물과 주변이 소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을지로119안전센터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들어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맞닿은 대지에 지어진데다 주변에 개방된 형태로 세워져 자칫 ‘공원 안내센터’로 착각하기 쉽다. /송은석기자


●소방서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

소방·구급차 ↔ 정비창고 동선 최소화

차고 내려다 보이는 곳에 상황·회의실



공공시설의 경우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연의 기능을 잘 발휘하도록 설계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들을 위한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결국 공공성을 확보하는 건축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류 소장은 “소방서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차고와 상황실·회의실·장비창고 등 소방 및 구조활동에 필요한 공간 설계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각각의 공간이 어우러져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효율적인 배치를 우선시했다”고 말했다.

을지로119안전센터의 차고에 들어서면 그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소방차와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정비하는 차고를 중심으로 정비창고가 바로 옆에 붙어 있어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일반 소방서의 경우 상황실에서 차고를 바로 내려다볼 수 없는 것과 달리 한 층 위 차고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상황실과 회의실을 배치해 비상시의 활동에 빠른 지시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일반 소방서의 경우 상황실에서 차고를 바로 내려다볼 수 없는 것과 달리 을지로119안전센터는 차고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상황실과 회의실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송은석기자




●건물의 주인공 소방관



거주·근무공간 분리해 완벽한 휴식 배려

소음 차단·외부빛 전달 최소화 세심함도



소방서를 지을 때는 외부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24시간 이 공간을 이용하는 소방관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류 소장 역시 소방관들이 주인공인 건물을 지으려 했다.

그는 “본인들의 목숨을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좋은 공간을 짓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며 “소방관들에게 소방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보며 설계 과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건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소방서의 특성상 소방관들의 휴식과 대기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에 거주공간과 근무공간을 분리했다. 거주 공간 전체를 2~3층으로 올려 업무의 피로가 휴식처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복도도 건물 한쪽 끝으로 밀어넣었다. 지역 특성상 낮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반면 밤에는 시끄러워 소방관들이 소음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휴식을 취하는 방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쪽으로 모두 배치해 소음을 차단했고 방에 나 있는 창도 내부로의 빛 전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각지대에 설치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을지로119안전센터의 소방관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정익훈 을지로119안전센터 팀장은 “근무하는 건물이 디자인적으로 훌륭해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의 설계도 기능적으로 뛰어나 전체적인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소방관들이 도로의 소음에서 벗어나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복도를 건물 한 쪽 끝으로 밀어넣었다. 휴식을 취하는 방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쪽으로 모두 배치해 소음을 차단했다./송은석기자


<설계자 인터뷰 - 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 류재은 소장>

“새롭고 친근한 공공건축물 만들고 싶어”



“설계 사무실을 24년 넘게 운영하면서 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해왔습니다. 성공적으로 끝낸 작업에 안주하다 보면 정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나은 설계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류재은 소장은 건물을 설계할 때 본인만의 철학이 있느냐는 질문에 새로움을 추구해나가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가 지난 199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의 ‘시’도 비로소 시라는 한자를 사용해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작업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가 설계했다고 느낄 만한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이 쉽지 않다. 자신만의 트레이드마크를 두지 않고 건물의 기능과 주변과의 관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류재은 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 소장. /사진제공=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


1997년부터 해왔던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직을 과감히 그만둔 것도 그런 그의 성향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류 소장은 “교수로서 일을 하다 보니 학장이나 대학원장 등 더 큰 책임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직책을 맡아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안정적인 일이기는 했지만 설계에 더 큰 욕심이 있기도 했고 그 모든 것을 하면서 작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 소장은 앞으로도 본인이 가져왔던 건축 철학을 이어갈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단독주택이나 재건축·재개발 설계를 많이 해왔지만 을지로119안전센터와 같은 공공건축물 설계도 더 활발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는 “공공건축물은 효율성이 높고 사용자의 편의가 극대화되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권위적이고 상징적인 느낌이 강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만족할 수 있는 공공건축물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가 목표한 것과 같은 공공시설을 설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더 좋은 도시를 만들어나가는 길일 수 있다. 류 소장은 “결국 도시는 많은 건물과 구성원들이 모여 이뤄가는 것”이라며 “아름답고 효율성 높은 건축물을 만들어 도시,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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