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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위기에...창원·울산 근로자 줄도산 사태 오나

창원 개인회생·파산 신청

올들어 2.4%↑ 2,597건 달해

울산은 6%로 증가세 더 가팔라

협력사들도 파산 신청 잇달아

구조조정 실패 조선사 나올땐

도산 폭발적으로 늘어날수도

선박 건조 중인 대우조선해양. /사진제공=연합뉴스




경남 창원시에 사는 김모(54)씨는 15년 동안 지역 조선소에서 용접일을 하며 자녀 2명을 대학까지 보냈다.

하지만 1년 전부터 일감이 줄면서 쉬는 날이 더 많아 힘든 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결국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김씨는 “조선업계가 이렇게 어려워질 줄 모르고 2년 전에 딸을 시집보내면서 낸 빚이 화근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창원 지역에서 조선사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대표인 A(60)씨도 최근 회생을 신청했다. 그는 “조선업 경기침체가 심각해지면서 원청업체들의 저가 수주가 하청업체의 저가 수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선업계의 극심한 불황에 경남 창원·울산 지역 근로자들의 ‘줄도산’이 가시화하고 있다. 조선사나 협력업체 근로자뿐 아니라 이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식당 운영자의 파산 신청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국내 7위 조선사인 STX조선해양까지 법정관리(기업회생)를 신청하면서 ‘지역경제가 무너지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창원지방법원 개인회생·파산 신청 건수는 2,5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37건보다 2.4% 증가했다. 울산지방법원은 오름세가 더 가팔라서 지난해 1~4월 1,245건에서 올 1~4월 1,323건으로 6.3% 늘었다. 창원지법은 주요 조선사들이 몰려 있는 거제·통영·진해 등의 관할지고, 울산 역시 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조선사와 협력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0825A08 개인회생·파산 신청 추이


창원·울산의 도산 신청 증가는 전국적으로 불법 브로커 단속 강화 등의 영향으로 개인 도산(파산+회생) 신청이 주는 추세에 역행하는 거라 더 눈에 띈다. 올 1~4월 전국 14개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가 줄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건이 몰리는 서울마저 16.6% 줄었다. 창원·울산을 제외하고 도산 신청이 늘어난 곳은 광주 한 곳인데 그나마도 0.9% 증가에 그쳤다. 창원·울산 지역경제 불황이 개인 도산 감소 추세를 거스를 정도로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창원·울산 주민의 도산이 느는 것은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조선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경영난을 못 이겨 창원지법에 회생·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145곳에 이른다. 서울과 수원에 이어 전국 3위 수준이다. 특히 올 4월까지 창원지법에 회생·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32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건)에 비해 45% 늘었다. 이들 기업에는 STX조선해양을 비롯해 가야중공업·동일조선·삼화조선 등 중소 조선사와 삼양플랜트·대아기업·성광기업 등 관련 협력사가 여럿 포함돼 있다. 울산 역시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52곳 회사가 법정관리 또는 파산을 신청했다.

경남 진해시에서 8년째 조선 협력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61)씨는 “2년 전부터 단가가 박해지고 올 들어 일감도 줄면서 직원들 급여 7억원가량이 연체된 상태”라며 “앞길이 보이지 않아 기업 파산신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대다수 조선사가 구조조정 중이라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에 실패하는 기업이 나올 경우 지역 근로자들의 도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성동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에 대해 자율협약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STX조선은 38개월 동안 자율협약을 진행하면서 4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끝내 구조조정에 실패해 법정관리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연매출 1조원 이상 국내 9대 조선사의 부채 총액이 102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창원지법 관계자는 “아직 큰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회생·파산을 신청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으며 특히 STX조선 법정관리 이후에는 지역경제가 무너지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법원에서 청소 업무를 하시는 근로자들도 ‘STX조선 법정관리는 잘 돼가는 거냐’고 걱정할 정도”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역경제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조선사 구조조정에서 신속하고 적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산 분야 권위자인 오수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조선업계 구조조정은 정답이 비교적 간단한 편”이라며 “선수금환급보증(RG)을 해준 채권자들은 회사에 자금을 지원해 수주한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고 채무자인 회사는 주식을 소각해 출자전환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구조조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황상욱기자 sook@sedaily.ocm 서민준·박우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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