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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XX야" 자살 내모는 폭언, 고장난 '거울 신경' 탓

상대방 아픔 공감능력 떨어져 이해 못할 요구 잦아

주입식 교육에 자기 표현 훈련 부재

그릇된 악습 고리 끊기 어려워

예스맨 등 참는 문화 버려야

'따뜻한 말 한마디' 간절한 사회

/이미지투데이




“너는 하루 세끼 밥 먹는 게 아까워 이 XX야.”

“몇 대 맞아야 정신 차릴래?”

인간의 가치를 한없이 깎아내리는 이 같은 막말은 최근 한 상담센터에 접수된 대표적 폭언 사례다.

보건복지부 자살실태(2014년) 조사에 따르면 자살 시도 이유 2위로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꼽혔다. 대인관계에서 정신적 충격이 빚어지는 원인은 대개 막말이다. 지속적인 폭언에 시달린 이들의 상당수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2년 차 검사 김모씨 죽음의 배경에 한 상사의 폭언이 있었다는 의혹은 물론 서울 최대 버스 회사 대표의 직원에 대한 상습 폭언 등 날 선 ‘언어폭력’ 사례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폭언 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고찰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자비한 막말을 내뱉는 이들 상당수가 뇌 속 ‘거울 신경’ 발달이 미숙한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인간의 전두엽 아래와 하두정엽에 ‘거울 뉴런’이라는 것이 있다. 마치 거울 속 내 모습을 들여다보듯 타인의 행동을 자신이 직접 그 행위를 할 때와 똑같은 정도로 이해하도록 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이다. 이것의 발달이 더디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역지사지’가 되지 않는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거울 신경이 발달하지 않으면 왜 상대가 아픔을 느끼는지 등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힘들어하는 부하에게 매몰차게 대하고 이해할 수 없는 요구 등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울 신경 발달은 한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유아기부터 친구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등 감정적 교류를 이어가면서 이타심이 생기고 발달이 이뤄진다. 사회적 학습보다 지식습득에 무게중심을 둔 교육방식에서는 거울 신경 발달이 미숙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미지투데이


‘폭언 사회’의 더 큰 문제는 무자비한 ‘말 폭탄’이 자살을 부추기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반적인 기억은 대부분 사라지지만 감정이 동반된 기억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뇌리에 남는다. 이것이 바로 ‘감정기억’이다.

신 소장은 “안 좋은 기억의 경우 당시 느꼈던 감정으로 아드레날린과 같은 체내에 분비된 스트레스 호르몬이 뇌에서 기억을 강화한다”며 “자존감을 떨어뜨리거나 모욕감을 주는 말 한마디는 오래 기억에 남고 그 순간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면 우울감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 전 ‘폭언 사회’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나만 참으면 돼’와 같은 ‘나쁜 인내’를 버리고 옳지 못한 것은 옳지 않다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상사의 고압적 태도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 상당수가 부당함을 억누르다가 곪아 터지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가 지식 습득과 책상 앞 교육에만 매몰돼 정작 자신을 표현하는 데 매우 서툰데 ‘자기표현 훈련’ 등을 일찍이 도입해 ‘예스맨이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신 소장은 “욕설 폭언이 결국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라는 그릇된 정당화가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로 진짜 소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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