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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26>BMW 라이딩스쿨에서의 깨달음

BMW F800GT로 한나절 코너링 실습

모터바이크 챔피언 조항대 선수 직접 교육

부족한 실력에 좌절과 깨달음이 동시에 오다





지난 번 BMW C650스포츠(시승기 클릭)를 타다가 유턴 중 넘어진 저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BMW코리아의 도움으로 BMW모토라드 라이딩스쿨에 참가하기로 했죠.

전 사실 BMW 라이딩스쿨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무려 모터사이클 챔피언인 조항대 선수느님(이하 교관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시는 엄청난, 말도 안되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던 것입니다. 미천한 제가 그런 곳엘 가도 되나 싶었지만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BMW 라이딩스쿨은 BMW 바이크 구매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지라 기본적으로는 자차로 교육받게 돼 있습니다(보다 자세한 정보는 BMW모토라드 웹사이트에서). 하지만 울프 클래식 한 대밖에 가진 것이 없는 저는 현장에 준비된 F800으로 교육을 받게 되었죠.

교육장은 경기도 이천의 BMW 물류센터.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은근 밀려 교육 시작시간인 10시가 거의 다 돼서야 도착했습니다.

접수대 옆에는 교육생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냉장고가 설치돼 있습니다. 더운 날의 오아시스!


얼른 접수를 마치고, 교육받으면서 탈 F800을 찾아봅니다. F800이라고만 듣고는 당연히 F800 GT겠거니 했는데 보이는 바이크라고는 F800 GS뿐. 평소에도 저런 건 정말 못 탈거야…싶었던 F800 GS밖에 없더군요.



일단 앉아나 봅니다.

끙차


올라타서 다리를 쭉 뻗어보아도 지면은 저 멀리에…란 느낌이랄까요. 라이딩부츠 끄트머리만 간신히 지면에 닿습니다. 사이드스탠드를 올리고 세우는 과정 자체가 이미 너무 힘겹습니다. 조항대 교관님께서 친절하게 지켜봐주시면서 어렵지 않다고 설명을 해 주셨지만, 잘못하다간 출발하다 넘어지고 정지하다 또 넘어질 각이란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ㅠ ㅠ).

“살려주세요ㅜㅜ”


다행히 현장에 F800GT도 한 대 있어서, 교관님께서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GT로 바꿔주셨습니다. F800GS의 시트고는 880mm, F800GT는 800mm입니다. 800mm면 울프 클래식(710mm)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그래도 타볼 만한 높이입니다.

급방긋


GT에 앉아 보니 정말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군요. GS는 전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습니다. 일일 사진기자로 동행한 지인이 “F800GS로 무사히 교육 마치면 앞으로는 못 탈 바이크가 없다”고 말해줬고 저도 동의하지만, 발끝에 힘을 주기도 어려울 정도로 간신히 까치발을 선 상태에선 도저히 어렵겠더군요. 키 크지 않아도 GS 타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이제 이론교육 시간. 간지나는 BMW 천막 아래 앉았습니다. 인사하고 둘러보니 다른 12명의 교육생님들은 전부 남자분들이네요. 왠지 다들 잘 타시는 분들 같았고, 실제로도 그러하였습니다(…).

이론교육을 위해 설치된 천막과 교육생들이 타고 온 바이크들


조 교관님은 겉보기에 묵묵히 바이크만 타실 것 같은 인상이시지만, 상당히 말씀을 잘 하십니다. 뭔가 잘 하는 것과 그 무언가를 잘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인데, 둘 다 잘 하시는 분입니다. 다양한 제스처를 섞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시구요.

이론 교육때 들은 내용은 기존에 익히 들어오던 내용도, 상반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알지만 실천은 못하는 내용(…)부터 간단히 짚어볼까요. 우선 무게중심. 조 교관님은 “바이크는 중심만 이해하면 된다”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실제로 이런 묘기도 보여주셨죠. 바로 손가락으로 바이크 지탱하기! 사이드스탠드 올라간 것 보이시죠?

213㎏짜리 바이크를 손가락만으로 지탱하는 조항대 선수님의 신공


사실 멀쩡한 표정으로 찍힌 사진도 있지만(…) 바이크 챔피언의 카리스마가 살아 넘치는 터프한 버전으로 올려봅니다

그리고 “바이크를 믿어라.” 특히 코너링에서 바이크를 믿고 시선만 잘 처리하면 되는데, 그러질 못해서 몸에 불필요하게 힘을 주는(핸들바를 미는 등)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고속 코너링에서 사고가 나는 이유겠죠?



듣던 것과 다른 내용은 이랬습니다. 우선 “카운터스티어링은 어쩌다 한 번 쓰는 기술이지, 일상적인 라이딩 기술로 이해하면 안된다”. 또 “항상 니그립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2년 전 대림모터스쿨에서 들은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죠.

사실 저처럼 거의 니그립을 안하고 지면과 직각으로만 다니는 사람은 어찌됐건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신경 안 쓰고 편하게만 타 온 결과 약 3시간 후 1,705만원짜리 F800GT를 넘어뜨리는 불상사가 빚어지고야 맙니다.

(마치 이런 심정...)


점심 전 간단한 원 돌기로 몸을 풀었습니다. 기어를 1단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빙빙 도는 것쯤은 쉽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실기 교육은 인근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본격적인 코너링 연습입니다. 우선 설명을 듣고 교관님들께서 배치해 둔 라바콘 사이를 돕니다. 좀 못한다 싶으면 조 교관님이 붙잡아 직접 시범을 보이십니다. 교육생을 탠덤석에 앉힌 채로요. 탠덤 자체도 무서운데 교관님의 속도와 굽히는 각도가 어마어마해서 전 처음 탠덤 때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탠덤석에 앉아 벌받는, 아니 교육받는 기자


많이 꺾인 S자가 두 번쯤 이어지는 코스에서 처음에는 클러치와 리어브레이크를 동시 사용해 코너를 지나는 실습을 합니다. 코너 진입 전 클러치와 리어브레이크를 잡아 속도를 줄인 후 남은 동력만으로 코너를 돌고 다시 스로틀을 당겨 빠져나옵니다.

두 번째에는 클러치 사용 없이 리어브레이크만으로 감속해 코너에 진입하고, 마지막에서는 리어브레이크도 없이 오로지 스로틀 조작만으로 코너를 돕니다. 첫번째는 조작할 게 세 가지다보니 좀 어려웠고, 두 번째는 오히려 쉬웠고, 세 번째는 정말 어렵더군요. 습관적으로 리어브레이크를 밟아왔는데 그걸 의식적으로 억제하려니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쉽다고 생각했던 두 번째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바이크에 깔리지는 않았는데 라이딩진에 동그랗게 탄 자국이 남았습니다. 살갗이 조금 화끈한 수준이어서 다행이었죠. 부끄러운 순간이 이렇게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F800GT는 클러치레버 끝부분이 댕강 부러지고야 말았습니다.

제 걱정 해주시던 교관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조 교관님께선 어깨를 열고 시선은 멀리, 바이크를 믿고 타라도 거듭 말씀해주셨지만 저는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멀리 보다가도 정작 라바콘이 가까워질수록 라바콘으로 온 시선이 집중되고야 맙니다. 그러다보니 회전 반경도 말도 안되게 넓어지죠. 동영상으로 보면 정말 부끄럽습니다.





비실비실 코너를 돌다 보니 교통 흐름도 정체됩니다. 제 뒤에 따라오시던 교육생 분들, 정말정말 죄송합니다(ㅠ ㅠ)

그리고 마지막 코스입니다. 조 교관님께서 “대한민국 어느 코너보다 많이 꺾인 헤어핀”이라고 뿌듯해하시는데 저는 또 어찌나 겁이 나던지요. 몇 번이나 코스를 이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동영상입니다.

“공도에서는 무조건 안전히 타야 하지만, 교육장인 이 곳에서는 조금 더 과감하게 시도하라”고 교관님께서 무던히 말씀하셨지만 저는 교육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간이 쪼그라들었습니다. 결국 끝날 때쯤에는 지난 2년 간 바이크를 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라한 제 실력에 좌절하게 되었죠.

하지만 이거야말로 이날 교육의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습니다.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 그리고 무엇이 부족한지 프로로부터 꼼꼼히 지도받을 수 있다는 것도요. 울프든 다른 고배기량 시승차든 공도에서 열심히 스로틀만 당겨댔다면 몰랐겠죠. 스스로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의식적으로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저의 조그만 자존심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쿨럭.

마지막으로 이날의 베스트샷을 올려봅니다. 각자 코스를 돌고 있을 뿐인데 우르르 몰려가는 라이더 무리처럼 보이네요.

제가 대장…(읭??)


이날 저 같은 열등생을 지도하느라 고생하신 조항대 교관님께 거듭 감사하고, 그리고 열등생 한 명 때문에 때로는 코스를 자체 변경해야 했던 다른 교육생 분들께는 거듭 죄송합니다. 도로에서 저를 발견하시면 꼭 쫓아오셔서 커피 한 잔이라도 독촉해 주세요. 그럼 다음 두유바이크에서 또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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