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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으로 돌아온 유인촌 "세월의 깊이 녹여낸 무대 선사할 것"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

햄릿 역할만 여섯번...'전문배우' 수식어

겉치장 벗고 내적으로 응축된 인물 표현

"진짜 싸우나" 생각할만큼 격렬함 보일 것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 역을 맡은 배우 유인촌./사진=이호재기자




“나의 대사는 끝났다. 모든 것이 지나갔다. 남은 것은 침묵뿐…”

하나같은 둘이었다. 복수의 연극을 끝낸 햄릿과 광기 어린 연기로 무대를 집어삼킨 배우 유인촌. 모든 것이 지나간 자리엔 감동과 여운 섞인 침묵만 남았고, 그 묵직한 공기는 이내 뜨거운 갈채로 채워졌다. 지난 12일 개막한 연극 ‘햄릿’은 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윤석화·손봉숙·한명구 등 역대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들이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배우 저마다의 내공이 폭발하는 무대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흰머리와 주름이 선명한 햄릿, 유인촌이었다. 16년 만에 햄릿 역을 맡은 그는 개막 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그동안 내가 연기한 햄릿의 모든 에너지를 응축해 진정성 있는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촌과 햄릿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다. 1981년 극단 현대극장의 작품을 시작으로 1985·89·93·99년 햄릿을 연기했다. ‘햄릿 전문배우’라는 수식어의 주인공이지만, 나이를 먹으며 이 매력적인 배역을 포기한 지는 꽤 됐다. 이번 공연에서도 ‘주인공은 젊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선배들은 단역을 하자’는 게 기획 당시 유인촌의 의견이었다. “나이 먹으면 꽃다운 젊은 주연 옆에서 그 역량을 빛내주는 역할도 해야죠. 다시 햄릿에 출연할 땐 햄릿 선왕이나 그를 죽인 동생 클로디어스 역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공연을 위해 모인 멤버를 보고는 ‘내가 햄릿이구나’ 했어요.(웃음)” 유인촌은 권성덕이 건강 문제로 하차하고 한명구가 투입되기 전까지 캐스팅된 남자배우 중 막내였다.



이번 연극은 ‘유인촌 표 햄릿’의 종합판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그는 “나약한 지식인, 복수를 위해 기다리는 행동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빠진 인물 등 햄릿의 어떤 모습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캐릭터와 작품이 된다”며 “이 모든 것이 다 녹아든 연기를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화법이나 동작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 쓴 ‘화려한 햄릿’은 벗어던졌다. “이순(耳順)을 넘겨 하는 햄릿이기에 쌓아 온 세월의 깊이만큼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물로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겉치장을 배제한 채 모든 것을 압축하고 단순화한, 응축된 힘. 유인촌은 이를 손진책 연출의 표현을 빌려 ‘시적(詩的) 미니멀리즘’이라고 말했다.

캐스팅부터가 ‘부담은 덤’인 작품이었다. “모범 답안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배우들에게 함정이 될 수 있다”는 그는 그러나 생각을 뒤집어 ‘이 조합 아니고는 못 보여줄 무대’를 그리고 있었다. “관객들이 ‘저 배우들 진짜 싸우는 거 아니야?’하는 생각을 할만큼의 격렬함을 보여주고 싶어요. 배우 자신만 튀는 게 아니라 상대와 함께 만드는 불꽃 튀는 순간을 완성하고 싶은 것이죠.” 바람은 무대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관객은 공연이 끝나고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렇게 “제대로 풀어 보겠다”던 배우 유인촌의 숙제가 성공했음을 보여줬다. 8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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