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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서 먹고자는 '히든 홈리스' 급증

찜질방·고시원서 지내던 일용직

돈벌이 확 줄자 거리로 쏟아져

작년 노숙 단속 1만9,000여건

전년比 2배 ↑…올 2만건 넘길 듯

"만성 노숙자로 전락 가능성 커

사기·폭행 등 범죄 늘어날수도"

정부 차원 철저한 관리 필요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집을 나와 지하철역 등지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최근 2년 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한파로 일감을 찾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 호황 때는 쪽방촌·찜질방·고시원 등에서 지내던 이른바 ‘히든 홈리스(일용직 노동자)’들이 최근 몇 년 새 돈벌이가 크게 줄자 혹서기에 잘 곳을 찾아 지하철역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역 직원·보안관이 적발한 노숙 건수는 1만9,966건으로 지난 2014년(8,643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올 5월까지 노숙 단속 건수는 8,758건에 달했다. 단 5개월 만에 노숙으로 적발된 사례가 9,000건에 육박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노숙 단속 건수는 2만건을 훌쩍 넘겨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집이 아닌 지하철역 등지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이유는 오랜 경기 한파로 일거리가 크게 줄면서 갈 곳 없는 40∼60대 중·장년 일용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루 벌어 겨우 의식주를 해결하고 살던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감을 찾지 못한 채 거리를 방황하면서 이른바 ‘만성 노숙인’으로 몰리며 ‘벼랑 끝 세대’로 전락하고 있다. 이들은 한때 일감이 있을 때는 낮에는 공사장·시장 등에서 일하고 밤에는 쪽방이나 고시촌·찜질방 등 값싼 곳들을 주로 거처로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거리가 크게 줄면서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지하철역 등지를 배회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됐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 기자들이 18일 오전7시30분에 찾은 서울역 인근 ‘따스한 채움터’에는 한 끼 식사를 무료로 해결하려는 이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따스한 채움터는 하루 세 번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이른 아침 문을 열자마자 남성 수십 명이 몰려들었다. 이날 아침 직원의 손에 들린 카운터기에 기록된 인원만 260명에 달했다. 특이한 점은 이들 사이에 멀끔한 차림의 남성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이들은 허름한 운동화나 슬리퍼 차림의 일반적인 노숙자들과 달리 등산화 등 작업화를 신고 있었고 거리생활에서 필요한 배낭 등 큰 짐도 없었다.

따스한 채움터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이곳을 찾는 50∼60대 남성 가운데 등산화를 신고 오는 사람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로 최근 그 수가 크게 늘었다”며 “보통 새벽에 인력사무소를 찾았다가 허탕을 치고 온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 최동찬(가명·54)씨는 “요즘은 제대로 일거리를 찾기도 어려운데다 나이가 많고 혈압이 높다 보니 공사장 등에서 잘 채용하지 않는다”며 “운이 좋아야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일감을 얻기 때문에 대부분 시간에는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지하철역 주변 등 거리를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이들 일용직 노동자가 자칫 거리 부랑자인 만성 노숙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잠재적 노숙인인 히든 홈리스의 급증이 만성 노숙인의 증가로 이어질 경우 앞으로 사기·폭행 등 강력범죄가 많이 늘어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성 노숙자들이 최근 대포통장·명의도용 등에 연루돼 범죄자들에게 이용되거나 폭력 사건에 휘말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히든 홈리스 급증→만성노숙자 증가→잠재적 범죄 피의·피해자 속출’이라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설 입소 등 옛 방식으로는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주거비 지원 정책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지원책을 만드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만성 노숙인들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근로 의욕 고취가 우선”이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패자부활전 격의 기회를 줘야 이들이 잠재적인 범죄 피해자나 피의자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덕·최성욱기자 always@sedaily.com 경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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