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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놓은 한국 조각·설치미술

조각가 박은선, 피렌체 초청으로 市 곳곳 14점 우뚝

설치작가 양혜규, 파리 퐁피두센터서 블라인드 선봬

피렌체 시 미켈란젤로 광장에 설치된 작품 옆에 선 조각가 박은선




한국의 미술가들이 유럽 미술의 심장을 저격했다.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조각가 박은선은 르네상스 미술의 중심지인 피렌체시의 초청을 받아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미켈란젤로 광장을 비롯한 도심 주요 장소에서 대규모 야외 조각전을 열고 있다. 현대미술의 성지인 파리 퐁피두센터의 중앙홀 ‘포럼’에서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을 누비는 설치작가 양혜규의 개인전이 한창이다. 작가 이우환이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개인전 이후 프랑스 베르사유궁전 전시를 통해 저력을 재확인시켰듯 이같은 ‘열린 공간’에서의 전시는 관람객뿐 아니라 현지인과 관광객에게까지 강한 인상을 남기며 작가가 도약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예술적 자부심이 높은 유럽에서 빛을 발한 한국작가의 활약이라 더 반갑다.

피렌체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에 설치된 박은선 작가의 조각 작품


◇미켈란젤로를 깨운 박은선=피렌체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에 고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연상케 하는 박은선의 13m 높이 대리석 작품이 우뚝 섰다. 대리석과 화강암을 번갈아 쌓고 다듬은 나선형, 쌓아올린 구(球)형 등 3점의 조형물은 수백년 전부터 광장에 있던 것처럼 어우러졌다. 작품은 광장의 청동 다비드상,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 성당, 미켈란젤로가 묻힌 산타크로체 성당의 첨탑과도 절묘하게 어우러져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총 14점의 조각은 메디치가의 피티궁과 베키오궁 앞, 피렌체공항 등 8곳에 놓였다. 피렌체시 문화부가 주관하는 ‘피렌체의 여름’ 프로젝트로 9월18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문화적 자존심이 높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피렌체시는 지역민 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를 소개하고자 매년 야외조각전을 개최한다. 약 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 전시를 거쳐 간 작가로 20세기 조각의 거장인 영국 태생 헨리 무어를 비롯해 페르난도 보테로 등이 있고 지난해에는 미국의 제프 쿤스가 전시를 열었다. 전시 개막 후 방한한 박은선 작가는 “전시 초청 후 최고의 전시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1년간 준비했고 5월부터 2개월 이상 설치를 했는데 30t에 이르는 대작이라 안전진단 등 까다로운 과정이 꽤 힘들었다”면서 “광장의 넓이와 주변 건축물, 피렌체 유적들의 색깔과 형태를 고려해 작품의 크기와 형태를 만들었는데 자연석이라 고풍스러운 도시와 어울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경희대 조소과,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원을 졸업한 박은선은 대리석 산지에서 가까운 조각도시 피에트라산타에서 24년 째 작업하고 있다. 두 가지 대리석이나 화강암을 교차해 쌓으며 돌에 균열을 내 ‘숨통’을 만드는 고유의 방식이 동양적 정서를 품은 현대조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박은선의 조각 작품 너머로 미켈란젤로 광장에 서 있는 다비드상이 보인다.




◇퐁피두센터를 제압한 양혜규=퐁피두센터의 중심부인 중앙홀의 ‘포럼’은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3개 층을 아우르는 100㎡규모의 공간으로, 입장권 없이도 들어갈 수 있어 연간 350만 명의 퐁피두 방문객이 꼭 지나치는 곳이다. 이곳에 높이 13m의 블라인드 설치작품인 ‘좀처럼 가시지 않는 누스(nous·그리스어로 지성)’가 오는 9월 5일까지 전시된다. 초록빛 옥색과 연분홍색의 두 가지 십자형 블라인드 총 200여 개로 구성된 이 작품은 블라인드가 열리고 닫힘에 따라 빛의 양과 각도가 수시로 바뀌며 색깔을 달리 보여준다. 양혜규는 가리는 동시에 속을 보여줘 “반투명성과 투명성의 긴장”을 드러내는 ‘블라인드’를 10년 이상 작품 소재로 이용했고, 이번 작품은 그 절정을 보여준다. 특히 리처드 로저스와 렌조 피아노의 실험적 설계로 태어난 퐁피두센터는 자칫 작품을 제압하기 십상이나, 양혜규의 경우 “열림과 닫힘의 경계를 넘나드는 블라인드”로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번 전시와 연계해 오는 10월21일에는 퐁피두센터 내 강당에서 작가와의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파리 퐁피두센터 내 중앙홀 포럼에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인 양혜규의 ‘좀처럼 가시지 않는 누스’ /사진제공=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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