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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미혼모로 산다는 것은...

[양육미혼 모자가정 건강 실태조사]

위염·지방간 등 질병 유병률↑

우울·편집증 척도도 휠씬 높아

2012년11월22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창작극 ‘빨간 버스’ 프레스콜에서 여고생 미혼모 세진 역의 배우 신사랑이 열연하고 있다./연합뉴스




# 10여년 전만 해도 김모(41)씨는 큰 규모의 출판사에서 과장으로 일하며 비교적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간 ‘골드미스’였다.

그의 삶은 임신과 함께 180도 바뀌었다. 결혼식만 올리고 사실혼 관계였던 아이 아빠는 임신 사실을 알고 연락이 끊겼고 출산과 육아는 오롯이 김씨 혼자의 몫이었다. 자신의 삶에 없을 줄로만 알았던 ‘미혼모’라는 힘겨운 꼬리표는 이때부터 함께하기 시작했다.

힘든 일은 몰려왔다. 저체중에 아이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못해 늘 병원을 전전했고 아이를 맡길 곳마저 여의치 않았던 김씨는 결국 육아휴직 후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당장은 그간 벌어놓은 돈으로 연명했다. 아이 병원비와 주거비 등으로 통장 잔액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바닥을 보였다. 이때쯤 김씨에게 우울증·공황장애마저 찾아왔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경제적 어려움 등 그가 견뎌야 할 ‘미혼모’라는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하루가 가시밭길인 그에게 ‘건강권’이라는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는 사치가 된 지 오래다.

주거 불안정…정신·육체적 스트레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양육 미혼모 상당수가 주변의 야유·무관심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 주거 불안정과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권이 뒷전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여성재단의 ‘2015 양육 미혼 모자가정 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뇨·지방간·위염 등 개인의 생활습관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질병의 유병률이 높게 확인됐다. 대부분 균형적 영양 섭취와 관련한 건강상의 문제로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하루 먹고 살기 급급한 대다수 미혼모의 절박한 상황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미혼모의 정신건강은 더 위험했다. 다면적 인성검사 결과 우울증 척도, 편집증 척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57.2점, 54.78점으로 각각 나타났다. 다면적 인성검사는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분야의 스트레스가 높은 것을 의미하며 지난 2012년 국내 일반인의 우울증 척도, 편집증 척도 평균은 각각 47.4점 46.69점이었다. 이런 건강상의 문제는 대부분 경제적 소득과 연관 있었다. 미혼모 전체 월평균 수입은 83만5,204원으로 지난해 최저생계비인 105만1,048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에서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최저생계비의 130∼150% 이하 소득이면 10만∼15만원의 경제적 지원을 하지만 온전한 생활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 마냥 경제적 자립을 꿈꾸기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열 살 난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우모(39)씨는 “온전한 자립을 꿈꾸기에는 제반 비용이 만만찮고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생각하면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되는 편이 차라리 낫다”고 토로했다.





月수입 83만원, 최저생계비 안돼

고용도 불안정…경제 자립은 꿈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의 이유림 연구위원은 “생계와 양육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미혼모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자녀 양육으로 사회적 활동조차 쉽지 않으며 안정적인 고용도 이뤄지지 않아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고 불안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과 자녀 건강을 적극적으로 돌보고 미래에 대해 기대를 하고 살아나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인식 개선 시급…귀 기울여야”



혼외출산 1만명(2012년)을 넘어선 만큼 미혼모 가정을 더 이상 사회 뒤로 숨길 것이 아니라 이들 역시 당당히 사회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미혼모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이제껏 미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공익광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는데 해당 광고가 미혼모 양산을 부추긴다는 게 관련 단체의 주장이었다”며 “그것이 아니라 영아 유기 또는 입양 등의 극단적 방법이 아니라 낳아서 당당히 키우고 이들을 ‘신가족’의 형태로 우리 사회에 흡수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서울시의 ‘희망광고’ 제도를 이용, 이달 말부터 오는 11월까지 서울지하철역사 곳곳에서 미혼모 인식 개선을 위한 영상물을 내보낼 계획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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