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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진경준·우병우만 문제인가

송영규 논설위원

드라마부터 현실까지

일상화된 부패와 비리

범죄마저 運으로 돌리는

비정상부터 바로잡아야





요즘 아내가 즐겨 보는 드라마 중 의사를 소재로 한 연속극이 있다. 불우한 청소년기를 겪은 여성이 의사로 성공한다는 그렇고 그런 스토리인 듯하다. 그런데 극 중 주인공이 환자에게 외제 차를 선물로 받는 장면이 나온다. 차를 받은 즉시 병원에 알렸다면 문제가 될 일이 없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각종 변명과 징계를 면하기 위해 병원 이사장 아들에게 손을 좀 써달라는 청탁이 행해졌다. 소녀의 성공기가 비리와 부정의 막장이 되는 장면이다. 구조화된 부패 속에 핀 꿈이라고나 할까.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현직 검사장이 사상 처음으로 구속 수사를 받는 진경준 스캔들, 처가의 신통방통 절세법과 아들의 ‘신의 의경 생활’을 소개한 우병우 게이트는 금세기 최고의 반전(反轉)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보다 더 충격적이고 극적이다. 넥슨으로부터 주식을 받으면서 진 검사장이 던진 “이것을 내 돈으로 사야 하느냐”는 말과 검사까지 지낸 변호사가 부동산 계약 현장에 가서 기껏 했다는 게 “장모님 위로해드리는 일”이었다는 우 수석의 변명은 후대에 길이 남을 명대사다.

두 사건이 개인적인 일탈, 일개 조직의 문제라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를 처벌하고 조직을 혁신하면 된다. 개인적인 문제라면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벌여 검찰에 알리거나 징계를 내리고, 조직의 문제라면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달구고 있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해 철퇴를 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제2·제3의 진경준과 우병우가 안 나올까. 적어도 국민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만난 지인은 “진 검사장이나 우 수석이나 솔직히 재수 없어 걸린 것 아니냐”고 했다. 권력이 있는데, 돈이 있는데 그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경쟁과 적자생존만을 가르치는 곳, 그래서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사회이니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의 자본주의는 천민자본주의다. 적어도 국민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영화 부당거래, 내부자들 못지않은 권력 실세와 기업들 간의 부당 거래 의혹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어디 권력형 비리가 이들뿐일까’ 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비정상의 구조화와 일상화가 문제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면 부패와 비리는 죄가 아닌 축복이 된다. 갑을(甲乙)이 만연하고 양극화가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가 이것과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현직 검사장과 청와대 수석의 재산이 수백억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과연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 정도의 재산을 모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들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어떤 의혹도 받은 적이 없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능하지 않은 것은 의심을 해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전관예우라는 감투도, ‘스폰서를 달고 질펀하게 노는’ 검찰 간부도 존재한다. 일반인들은 성매매를 큰 죄로 알지만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 회장은 젊은 여성들을 은밀한 장소로 부르기를 반복하는 것도 일상화된 비정상에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5조원의 혈세를 빨아먹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에 달려든 하이에나들은 또 누구인가. 교육부 전 간부가 국민들을 ‘개, 돼지’라고 지칭한 것은 잘못된 의식 탓이 아니라 그것을 진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성 상실의 시대다.

해결의 출발점은 비정상을 비정상으로 인식하는 순간부터다.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는 말은 정답이 아니다. “비판을 무서워하고 국민을 벗 삼아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바랍니다”는 답이 나와야 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비이성을 이성으로 돌려놓지 않는 한 국민은 언제나 개, 돼지일 수밖에 없다.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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