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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의 빛과 그림자]자국기업엔 화끈하게, 외국기업엔 깐깐하게...노골적 차별 규제

한국 대중 수출비중 26%...화장품 등 피해 잇따라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내 중국관의 한 화장품 회사 부스는 2만송이의 장미와 유명 영화배우 서기의 등장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이 부스의 주인공은 중국 화장품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잘라(Jala·伽藍)그룹이었다. 잘라의 급성장 배경은 한국 기업 모방전략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미 한국 기업들이 사용해 인기를 끈 인삼·동백·장미 등을 원료로 사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면서 유럽과 한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던 중국 시장 판도를 바꿨다.

잘라의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화끈한’ 정책 지원도 한몫했다. 지난해 5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이 수입 화장품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위생감독 조례’를 개정해 미백화장품을 심사허가가 필요한 특수 분야에 넣어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안전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외국 기업, 특히 현지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는 한국 업체들을 겨냥한 조치라는 의구심을 샀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인민의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단순 하청 공장에서 벗어나 제조·서비스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자국 기업 육성책을 펼치면서 외국 기업에 대한 파격적 지원을 거둬들이는 것은 물론 규제장벽을 높이는 추세다. 특히 전체 수출액 중 대중국 비중이 26%에 달하는 한국은 최근 외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출·확대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특히 첨단 분야에서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을 편들고 있다. 현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업체 57곳을 발표하면서 모두 중국 현지 업체들로 명단을 채웠다. 2차전지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며 이미 현지 완성차 업계와의 제휴를 확대하던 삼성SDI와 LG화학은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명단에서 배제됐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자국 기업들을 키우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낸 셈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정부의 크고 작은 차별과 규제로 고전 중이거나 아예 시장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인터넷 검열을 둘러싸고 중국 정부와 대립했던 구글은 현재 중국에서는 접속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들이댄 검열의 잣대는 구글에 기업 존립을 흔들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으며 이를 거절한 대가로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2004년 중국의 문을 두드린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대에 불과하다. 일차적으로는 소득이나 교육수준이 미국·유럽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중국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의 토종기업 밀어주기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중국 최초의 인터넷기업인 알리바바닷컴은 중국 정부와 한때 ‘밀월관계’로 불릴 정도로 대관업무에 힘을 썼고 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현지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짝퉁’으로 대표되는 베끼기 전략과 해외 기업 사냥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현지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더 버거운 것은 현지 기업이 아니라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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