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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비엔날레' 윤재갑 전시감독 "한중일 전위예술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아"

개막 한달 앞으로 성큼

예술 인식 뒤엎은 '아방가르드'

아시아적 시선으로 집중 조명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 주제

내달 3일부터 11월 30일까지

23개국 120명 작가·팀 참여

고려제강 수영공장도 무대로

윤재갑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1960~80년대의 자생적인 실험미술인 ‘아방가르드’를 처음 한 자리에서 조망합니다. 지리적·역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의 근접한 과거임에도 그간 한 번도 아방가르드 작품이 같이 전시된 적 없었습니다. 우리의, 아시아적 시선으로 현대미술을 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오는 9월 3일 공식 개막하는 ‘2016부산비엔날레’를 한 달 앞두고 만난 윤재갑(47·사진) 전시감독은 세계 미술계 어디서도 시도된 적 없는 ‘큰 그림’을 펼쳐 보였다. 윤 전시감독은 ‘본전시-특별전’ 식의 기존 비엔날레 전시 개념을 벗어나 하나의 주제 아래 프로젝트 1·2·3 식으로 갈래를 나눴다. 그 중 ‘프로젝트1’에 해당하는 한중일 아방가르드 미술전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것으로, 미술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기에 주목할 만하다. 전위예술로도 불리는 ‘아방가르드’는 예술은 20세기 초 생겨나 기존의 예술에 대한 인식을 뒤엎으며 새로운 예술을 추구했다. 백남준이 대표적 아방가르드 예술가인데, 독일과 미국에서 활동하며 서구미술을 주도한 그와 달리 한국 및 아시아의 아방가르드 예술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윤 감독은 “중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은 1976년부터 1995년까지의 문화대혁명부터 ‘북경의 봄’인 천안문사태까지의 저항과 갈등 시기를, 일본은 ‘그라운드 제로’라 일컫는 히로시마 원폭 이후부터 1980년대 말까지의 전위예술과 구타이·모노하·슈퍼플랫 등을 아우른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1960~80년대 실험미술 중 단색화나 민중미술에 가려졌던 개념예술·해프닝·미디어아트를 다루며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 주류에의 거부, 자유에 대한 의지 등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제국주의와 세계대전을 거친 동아시아의 역사·정치적 상황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던 아방가르드 미술을 조명하기 위해 윤 감독은 3국의 큐레이터를 별도로 초빙했다.

‘F1963’이라는 이름의 열린 전시공간으로 재탄생한 고려제강 수영공장 내부.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전시주제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 서구의 경우 전(全)유럽을 휩쓴 아방가르드 예술이지만 아시아에서는 그와 달리 지역적·자생적 발전 양상을 보인 것을 두고 윤 감독은 “1989년 세계화(Globalization) 이전 냉전시대의 산물로서 고립됐던 예술이 90년대부터는 세계적으로 200여개의 비엔날레가 생겨나고 자본주의 시스템과 미술이 결합한 아트페어가 주도하는 새롭게 뒤섞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역적 특성을 가졌던 미술이 세계화의 흐름에 흡수된 것 또한 일종의 ‘혼혈’이다. 그래서 ’프로젝트1’ 전시는 과거의 전위예술로, ‘프로젝트2’는 세계화 이후의 현대미술로 채워 시대와 체제를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안토니와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공저한 정치철학서 ’제국’에 이어 ‘다중’에서 거론된 ‘다중(Multitude)’을 강조한 윤 감독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 이전에는 단일 지역 내의 대중(Mass)이었지만 90년대 월드와이드웹(www)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인종·종교·국적·민족이 연결된 ‘다중’이 부각됐고 페이스북 같은 SNS가 ‘다중지성의 공론장’으로 꼽힐 수 있다”며 “비엔날레란 다양한 종교·인종·국적의 예술인과 학자들이 모여서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토론하는 공론장이며 이는 다른 문화 영역이 갖지 못한 미술과 비엔날레의 형식만이 가진 고유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23개국 120명(팀)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비엔날레는 부산시립미술관 외에 3,000평 규모인 고려제강 수영공장 전체를 무대로 삼는다. 고려제강이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지원했고 조병수 건축가가 리모델링을 맡은 수영공장은 ‘F1963’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열린 소통의 장으로서 비엔날레 정신을 구현할 예정이다. 윤 감독은 “대규모 작품을 품을 수 있는 공간 뿐 아니라 중정(中庭)은 개폐식 지붕으로 365일 24시간 내내 열린 공간으로 조성돼 비엔날레 이후에도 국제 학술 세미나·음악제·영화상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과 베를린이 인구 수 350만 명은 비슷하지만 미술관이나 문화시설 수에서는 현격한 차이가 나는데 ‘F1963’이 부산지역 문화예술의 활력소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산비엔날레는 11월30일까지 열린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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