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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미술관> 구애·금기·이별…사랑 따라 그림도 변하더라

■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 다산초당 펴냄

사랑의 미술관




풍만한 체형의 여성을 즐겨 그린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은 센 강변의 레스토랑 테라스를 배경으로 1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림을 좌우로 나눠서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쪽에 둘셋씩 모여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왼쪽에서, 꽃장식이 화려한 모자를 쓰고 강아지와 장난치는 여인은 단연 눈길을 끈다. 살짝 내민 입술과 달아오른 볼이 사랑스럽고, 흰색 식탁보와 대비되는 검은 드레스가 우아한 이 여인은 르누아르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 알린 샤리고. ‘재채기, 가난 그리고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유대인의 속담처럼 사랑에 빠진 화가의 눈에 더없이 빛나 보였던 연인의 모습은 그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일본인 저자는 명작들을 통해 인류가 지속해 온 사랑의 문화사를 펼쳐 보인다. 화가의 연애담, 신화 속 사랑의 표현을 비롯해 구애·부부·은밀함·금기·이별 등 목차는 사랑의 과정을 따라간다.

르누아르의 경우 첫 아들을 낳고 터질 듯 몸이 불어난 알린을 모델로 한 ‘젖을 빠는 아이’를 비롯해 사랑하기 시작한 지 30년 후인 1910년에 그린 ‘르누아르 부인과 밥’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익힌 사랑을 보여준다. 특히 중년이 되어 강아지를 무릎에 뉘인 알린은 강인함과 위엄, 자신감으로 충만한 모습이 늙음보다는 성숙미로 읽힌다.

그와 달리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속 연인들은 육체적 탐닉의 대상이거나 하염없이 우는 모습으로 등장하곤 한다. 사랑을 지조와 의리로 따지자면 파렴치한이었던 피카소지만, 작가로서 그는 그 순간 자신이 도달한 예술적 완성을 ‘그녀’를 그린 그림에 오롯이 쏟아부었으며 그런 까닭에 연인이 바뀔 때마다 화풍이 달라진 것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사랑의 유혹에서 은밀함을 뺄 수 없다. 2,000년 전 폼페이의 한 침실에서 발견된 벽화에는 오늘날 ‘야동’격인 갖가지 체위의 성행위가 눈에 잘 보이게 묘사돼 있다. 고대 그리스의 와인병에 그려진 노골적인 성교장면은 식욕과 성욕을 동시에 돋우기 충분했다.

미켈란젤로는 남색의 시선으로 젊은 남자의 벗은 몸을 그렸는가 하면, 쿠르베는 “화가의 냉철한 시선과 사실주의에 대한 고집”으로 그린 전라의 아름다운 여인들의 동성애 장면을 그렸다. 꽤 알려진 미술사적 내용이 많은 편이지만 보고 또 들어도 지겹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1만7,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보트파티에서의 오찬’ /워싱턴 필립스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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