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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종영의 애틋한 아내사랑

부인 소재로 한 작품·사진 등 전시
'조각가의 아내'展 11월16일까지

김종영이 임신중인 아내를 그린 1949년작 드로잉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내가 예쁘게 그릴게.”

남편은 벌써 네번째 임신으로 배가 부른 아내를 아이처럼 어르고 달래 앞에 앉혔다. 몸이 무거운 그녀는 그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뒤척거렸고 그러면 남편은 “조금만, 오옳지”라며 다독이곤 했다. 남편은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로서 근현대조각사의 주요 축을 잡은 작가 우성 김종영(1915~1982)과 아내 이효영(94) 여사의 젊은 시절 모습이다.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은 김종영이 부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그림과 조각 30여점과 함께 편지·사진 등을 소개한 특별전 ‘조각가의 아내’를 11월 16일까지 연다. 아내를 주제로 한 작가의 전시는 처음이라 반듯한 선비정신으로 유명한 김종영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김종영이 자신을 그린 자화상과 부인 그림을 나란히 걸고, 나무를 깎아 만든 작가의 자각상과 부인상이 서로 마주 보게 배치해 울림이 있는 전시장이 꾸며졌다. 부부는 그림처럼 늘 나란히 어깨를 맞댔고, 조각처럼 항상 묵묵히 서로를 바라봤다.

남편의 눈에는 도톰한 아내의 볼과 오뚝한 코가 보기 좋았던 모양이다. 콘테로 그린 드로잉과 파스텔화, 유화 뿐 아니라 대리석과 목조에서도 인물의 특징이 드러난다. 동시에 제작 시기 순으로 놓인 전시작을 통해 김종영의 작업이 점차 단순해지고 추상화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모딜리아니가 숱하게 많은 여자를 거친 뒤 마지막 사랑으로 만난 잔느를 모델로 한 그림처럼 애잔한 격정이 있지도 않고, 이중섭이 멀리 두고 그리워 한 마사코에게 보낸 그림엽서 같은 유난스러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시 고민하고 완성해 낸 화풍의 변화를 은근한 작품으로 남긴 것은 화가 르누아르에 더 가깝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표현은 간략하지만 내용이 풍부한 작품을 추구해 보편적이고 영원한 아름다움을 구현하고자 한 김종영의 예술관과 그가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닮아있다”며 “화려함은 없지만 어느 세대나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이 배어 있는 작품들을 통해 한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여성에 대한 찬사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02)3217-6484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김종영이 유화로 그린 ‘부인’, 1955년작.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김종영의 부인 드로잉, 1967년작.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김종영이 1950년대 초 목조로 만든 부인상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김종영이 1964년 나무를 깎아 자신을 표현한 자각상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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