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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콘텐츠의 융합이 만든 ‘포켓몬 고’ 열풍

FORTUNE’S EXPERT | 안병익의 ‘스마트 라이프’





위치기반 기술은 이미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상용화됐다. 최근에는 단지 상용화에 머물지 않고 혁신을 더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바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GO)’다.

지난 7월 14일, 서울의 주요 터미널의 속초행 버스표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매진됐다. 심지어 이날 속초시의 페이스북 페이지 방문자는 무려 7만5,000명을 넘었다. 평소 일주일 평균 방문자가 1만2,000여 명이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바로 나이앤틱(Niantic)의 신작 게임 ‘포켓몬 고(GO)’ 때문이다. 포켓몬 고의 인기는 가히 신드롬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미국에서만 2,100만 명이 포켓몬 고를 이용하고 있고,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한국에서도 이용자 수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나이앤틱 최고경영자 존 행크가 만든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대히트를 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행크는 구글어스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스타트업 ‘키홀 (Keyhole)’의 창업자이자 구글 지오(Geo) 제품관리 담당 부사장을 지내면서 구글어스, 구글맵스, 스트리트뷰 등을 만들어냈다. 2000년대 초반 키홀이 3,500만 달러에 구글에 인수되면서 창업자이던 행크는 구글에서 일하게 됐다. 행크가 주도적으로 제작한 구글어스는 2005년 출시 이후 클릭 몇 번으로 지구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능을 앞세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행크는 구글에서 증강현실과 GPS 등을 접목한 사내 벤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프로젝트는 바로 위치기반서비스(LBS)를 기반으로 한 게임 ‘인그레스(Ingress)’였다. 인그레스는 구글 지도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주요 건물이나 명승지 등을 가상화하고 실제 위치의 가상공간에서 사용자가 대결을 펼치는 게임이다. 출시한 지 2년 만에 200개국에서 1,5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마침 닌텐도는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부진과 맞물려 스마트폰용 게임 시장 진출을 기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띈 것이 바로 인그레스였다. 닌텐도는 포켓몬스터와 인그레스 AR을 결합하면 대단한 게임이 나올 것으로 확신했다. 이후 2015년 9월 나이앤틱이 구글에서 분사하자 닌텐도는 나이앤틱에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닌텐도 자회사 포켓몬컴퍼니와 함께 포켓몬 고를 개발했다. 개발과정에서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는 나이앤틱에 약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나이앤틱은 전작 인그레스로 확보한 LBS 기술과 AR 기술 등 각종 데이터와 기술력을 포켓몬 고에 그대로 적용해 안정적인 게임 서비스기반을 마련했다. 사실 포켓몬 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AR 게임이라서가 아니라 포켓몬 시리즈라는 방대한 콘텐츠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미 수년 전에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많은 AR 게임들이 나왔었지만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켓몬 고의 대히트를 단순히 포켓몬의 방대한 콘텐츠와 AR 기술의 힘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포켓몬 고의 특징은 LBS 기능을 활용해 실제 위치 공간마다 수집할 수 있는 포켓몬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치기반 보상형 서비스는 기존에 출시된 위치기반 SNS(LBSNS)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위치기반 SNS인 ‘포스퀘어’를 예로 들 수 있다.

포스퀘어의 핵심 기능은 ‘메이어(Mayer)’와 ‘배지’(Badge)다. 우선 메이어는 일종의 ‘캡틴’, 즉 대장의 개념이다. 등록된 지역에 최대한 많은 체크인, 일종의 ‘점령 선언’을 하는 사용자가 그 장소의 캡틴이 되며 그에 따라 점수도 향상되는 것인데, 쉽게 말해 위치기반서비스에 땅따먹기 게임을 접목한 것과 같다. 이러한 기능이 탑재되자 엄청난 사용자가 각국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또 특정 장소에 특정한 조건으로 체크인했을 때 받는 배지는 여러 조건을 충족하면 모을 수 있다. 이를테면 한 장소에 수백 명이 동시에 체크인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스웜(Swarm) 배지 같은 것이다. 배지를 모으기 위해 특정 지역에 일부러 찾아가는 사용자도 많았다. 하지만 메이어와 배지 자체가 특별한 기능이나 보상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단지 사용자의 만족감과 남들이 갖지 못하는 희귀성이 전부였다.



이런 포스퀘어의 메이어나 배지처럼 게임이 아닌 분야에서 사람들의 참여나 행동 등을 유발하고자 게임적인 기법을 적용한 것을 일컬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정보형 서비스는 몰입도나 재방문율이 낮다. 그러나 여기에 게임적인 요소가 가미된다면 사용자는 더 열정적으로 자주 사용한다. 특정한 음식점에 리뷰와 평점을 남기는 옐프(Yelp)보다 배지를 받거나 메이어가 되려고 체크인한 포스퀘어 사용자가 더 많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포켓몬 고는 위치정보를 이용해 실제 공간 속에 다양한 게임 요소를 추가했다. 몬스터 알을 부화시키려면 일정 거리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 최소 2km를 이동해야 하고, 일정 속도 이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거리가 측정되지 않으므로 무조건 걸어야 한다. 그동안 8년 이상 포스퀘어 같은 위치기반 SNS나 많은 운동 애플리케이션들은 사용자들을 특정 장소에 찾아가게 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수년간 하지 못했던 일을 포켓몬 고는 며칠 만에 완벽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포켓몬 고 열풍에서 발견되는 5가지 경제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포켓몬 고가 성공한 이유는 ▲기존 기술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융합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 ▲차별화된 콘텐츠 파워 ▲O2O 비즈니스모델의 대두 ▲모바일을 통한 유행의 초고속 전파 등이다. 인공지능(AI) 기술, 가상현실(VR) 기술, 증강현실(AR) 기술 등은 이미 10여 년 이상 시장에서 거품이 생기고 꺼지기를 반복했던 기술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구글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미래의 가장 중요한 기술로 부상했고, 가상현실 기술은 각종 전시회에서 인기를 얻으며 다양한 응용 분야로 발전하고 있으며, 증강현실 기술도 포켓몬 고로 인해 재조명을 받고 있다.

AR 게임 시장을 새롭게 연 포켓몬 고는 향후 모바일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게임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체 모바일 서비스에도 혁신과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포켓몬 고 유행의 핵심은 AR 기술과 포켓몬이라고 하는 강력한 콘텐츠가 융합한 데 있다. 여기에 위치정보라고 하는 실제 공간이 결합되어 사용자에게 최고의 흥미를 유발하게 한 것이다. 포켓몬 고는 따라 하기식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에 있는 기술과 콘텐츠를 한데 묶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 ‘혁신 중의 혁신’인 것이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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