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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이방희 삼익가구 회장 "공무원→회사원→CEO...하는일 바뀌면 '생각의 회로' 바꿔야 성공하죠"

●사람을 움직이는 힘 '인사'

처음 본 사람·한참 어린 후배에게

웃는 낯으로 먼저 인사 건네

거만하고 무례한 사람 오래 못가

●다채로운 삶의 궤적

공무원으로 사회생활 시작

도중에 회사원으로 또 다른 도전

삼익가구 영업본부장 시절 회사 인수

●가구산업 브랜드 시장 커져야

브랜드 비중 전체 40%도 안돼

품질 담보 안되는 사제가구 판쳐

자체제작 소파 '스파지오' 출시<

삼익가구 이방희 회장 인터뷰/권욱기자




삼익가구 이방희 회장 인터뷰/권욱기자


어렵지 않은 일인데도 우리 모두가 놓치고 사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인사다.

어느 블로그에서 인사의 정의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블로거는 기록했다. 우리는 그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인색하다.

이방희(사진) 삼익가구 회장을 만나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인사’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사는 먼저 본 사람이 먼저 하는 것이라는 자신만의 정의와 함께.

올해 나이 72세, 인생의 절반 이상을 대기업 임원과 자기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살아온 그다.

“한 행사장에서 원로 기업인을 만났는데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먼저 인사하더라고요. 아주 겸손하게, 은은히 미소 지으면서. 작은 체구의 그분이 얼마나 커 보였는지. 인사란 그런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같은 것.”

실체가 있는 낮은 자세는 권위보다 강한 법이다. 그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한참 어린 사람에게도 먼저 인사를 하는 이유다.

최근 가구박람회 참석차 밀라노 출장을 갔을 때도 그랬다. 가구인으로 살아온 시간만 30년이 훌쩍 넘었다. 가구인들 사이에서 얼굴이 잘 알려져 있어 가구 시장 후배들의 인사를 기다릴 만도 할 텐데 낯선 한국인 일행들에게도 먼저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노구의 선배가 먼저 손을 내밀자 썰렁했던 무리 안에 화기가 돌았다.

인사를 했는데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민망함과 더불어 상처를 받는다. 이 회장은 그것이 두렵지 않단다. 남들에게 폐를 끼칠 바에는 조금 손해 보고 사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웃는 낯으로 인사를 건넸는데 외면받아도 아프지 않은 이유다.

“평생을 살면서 저로 인해 손해 본 사람은 없을 거라고 저는 자신해요. ‘조금 손해 보고 살자’는 마음이 저를 이끌었기 때문이죠. 특히 우리 같은 사람(경영자)은 더더욱 이익만 취하면 안 됩니다. 거만하다, 뻣뻣하다, 무례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을 누가 좋아할까요.”

그래서일까. 삼익가구는 많은 전문 가구사 중에서도 본사와 협력업체, 그리고 대리점주와의 관계가 상당히 우호적이다. 국내 대형 가구사의 협력업체가 기존 계약을 깨고 삼익가구에 계약을 요청하는 사례가 해마다 발생할 정도다. 기존 거래처의 ‘갑질’을 견디다 못한 위탁생산업자가 거래처 변경에 나선 것인데 국내 가구 산업은 최근 3년 사이 시장 규모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대리점주와 본사 간 불평등 거래 관행이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가구를 비롯해 식음료·전자제품·의류 등 대리점 시스템을 갖춘 기업들 중에서 대리점주를 동반자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곳들이 있어요. 좋은 제품은 직영점에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철 지난 재고는 대리점에 떠넘기는 식이죠. 돈벌이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업 동반자를 이용해먹는 행태일 뿐이에요.”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회사원(거성산업)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 회장이 가구 산업에 투신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익그룹이 외환위기로 공중분해되자 삼익가구는 청산매물로 시장에 나왔고 이 회장이 당시 몸담았던 거성산업이 이를 인수했다. 40세에 삼익가구 영업본부장으로 부임한 그는 이때부터 대리점주들과 깊은 관계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삼익가구를 인수했던 모기업마저 청산 위기에 빠지게 됐고 대리점주들의 요청에 의해 삼익가구를 인수하게 됐다.



“제게 삼익가구는 참 애틋합니다. 기획실장으로 삼익가구 인수를 지휘했고 이후 아예 삼익가구로 적을 옮겨서 영업을 책임졌어요. 삼익가구 씨름단 창단도 제 작품이에요. 삼익가구가 한참 잘될 때 서울 힐튼호텔에 전국 대리점주들을 다 모아놓고 상견례 같은 것을 했는데 그때 대리점주들이 저를 처음 봤어요. 그때부터 동고동락했는데 거성산업이 무너지자 대리점주들이 저한테 삼익가구 인수를 요청해왔죠. 제가 숫자에 강한 편이에요. 불필요한 자산을 줄이고 원가구조를 개선하면 부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익가구 관리자에서 소유주로 변신했지만 인수 초기만 해도 경영이 어려웠다. 본사가 자금난에 휘청거리면서 대리점주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한 번 훼손됐던 영업력은 좀체 되살아나지 않았다.

“인수 당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가구 산업을 떠받쳤던 특판시장이 죽기 시작했죠. 당시 대형 가구사들은 몸집이 컸어요. 설비투자를 최대한도로 해놓은 상태여서 공급은 자신 있었지만 수요가 없었던 거죠. 쉽게 말해 시장상황 자체가 달라진 거였죠. 몸집을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고 그렇게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직업적 궤적이 다채로워서일까. 그는 우연과 기회 포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가 공무원에서 회사원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 또 가구사 CEO가 된 것도 전혀 의도한 게 아니었어요.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오는 것 같아요. 대신 기회를 성과로 연결시키려면 변화할 수 있어야 해요. 전 직업을 바꿀 때마다 생각의 회로를 바꿨습니다. 또 다른 삶을 꿈꾸고 있다면 자신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화제가 가구 산업으로 넘어가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구 시장은 외환위기를 전후로 국내 어느 산업 분야보다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곳이다. 삼익가구를 비롯해 보르네오·동서·장인·바로크가구 등 소위 10대 종합 가구 브랜드 중 많은 숫자가 외환위기 이후 사라지거나 새 주인을 맞이했다. ‘응답하라 세대’들에게 익숙한 학생용 책상 브랜드 ‘하바드’도 삼익가구 대표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그 사이 한샘·리바트·까사미아·에넥스 등이 다크호스에서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한때 국내 가구 산업의 대표주자였던 삼익가구 입장에서는 소회가 있을 법하다.

“가구 산업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하고 있었는데 정작 가구사들은 변하지 못했어요. 지금이야 가구 디자인 주기가 길어봤자 2년 정도인데 과거엔 1개의 디자인으로 10년간 우려먹는 경우도 있었죠. 게다가 공장은 얼마나 컸고 고용인력은 좀 많았나요. 위기가 찾아올 때 버틸 재간이 없었던 거예요. 대신 순발력을 갖추고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됐던 가구사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고 지금의 대형 가구사로 도약하게 된 거죠.”

그는 국내 가구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시장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케아·한샘 등 대형 가구사들이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지만 현재 국내 가구 산업에서 브랜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채 안 된다. 브랜드가 없어서 품질경영이 담보되지 않는 속칭 ‘사제가구’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는 여전히 정체불명의 가구들이 판을 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한때 클래식 가구가 유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바로크풍’ ‘로코코풍’ 가구가 인기를 탔는데 재밌는 게 어떤 가구를 봤더니 상판은 바로크, 다리는 로코코, 이런 식이더군요. 가구사들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삼익가구가 최근 국내 제작 소파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익가구는 중국산이 대다수인 소파 시장에 국내 공장에서 직접 제작하는 ‘스파지오’ 시리즈를 출시했다. 최상급 내장재와 본드 등을 사용해 국내 공장에서 제작했지만 가격을 중국산 수준으로 낮춘 게 특징이다.

“국내 유통되는 소파들은 대부분 중국산이에요. 중국산이라고 다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대형 가구사가 판매하는 중국산 소파는 검수절차가 까다로워 품질관리가 잘되는 편이지만 사제가구업체들이 판매하는 저가 소파들은 저질 본드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쁘게 만든 것을 싸게 사다가 비싸게 파는 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거예요. 소파는 제조공정이 어렵지 않아서 생산 순발력과 재고 회전력만 관리할 수 있다면 질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사진 찍는 CEO로도 잘 알려져 있다. 취미 수준을 넘어 개인전을 열 정도로까지 내공을 쌓았다. 사진 외에 색소폰, 산악자전거를 즐긴다. 영업 전선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술은 잘 마시지 않는다.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인 이재우 총괄이사가 삼익가구에서 2세 수업을 받고 있다. /인천=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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