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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남산을 감싸안은 건축....'밀레니엄 서울 힐튼’

남산 향해 두팔 벌린 병풍형 건물 …“세계 힐튼호텔 중 으뜸”

서울역 방면의 남산 자락에 위치한 밀레니엄 서울 힐튼은 경사진 대지의 높은 부분에 전면부로 두어 남산을 바라본다. 특히 건물을 양팔을 벌린 듯한 병풍형으로 지어 남산을 포옹하는 모양새다. /송은석기자




서울의 허파로 불리는 남산. 그 산자락에는 여러 호텔이 둥지를 틀고 있다. 밀레니엄서울힐튼·서울신라호텔·그랜드하얏트서울·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 등 쟁쟁한 호텔들이다. 이들은 지난 1960~1970년대에 건설된 곳들로 남산의 풍치와 기운을 누리기 위해 자리 잡았다. 이 중에서도 남산 자락의 끝나는 지점에 위치해 그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곳이 있다. 바로 밀레니엄서울힐튼(5성·전 서울 힐튼)이다. 서울 남산시립도서관과 서울역 사이 내리막에 있는 힐튼호텔은 남산을 등지지 않고 바라보는 형태다. 특히 양팔을 벌린 듯한 병풍형의 건물은 남산을 포옹하는 모양새다.

이 호텔을 설계한 김종성 건축가(83·서울건축 명예대표)는 “남산 힐튼호텔은 다른 호텔과 다르게 대지의 높은 쪽에서 호텔 로비에 들어서게 된다”며 “이 경사진 대지를 십분 활용해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2715A20 건축과도시


●호텔 내부에 아파트 6개 층 높이 광장

호텔 건축경험 없는 김종성 설계자 낙점

“당시 기술로 구현 쉽지 않은 경지 이뤄내”



호텔 정문을 지나쳐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넓고 환한 공간이 펼쳐진다. 지상 3층 맨 꼭대기에 있는 수백 개의 격자 모양 창에서는 햇빛이 쏟아진다. 1층 로비에는 오크나무로 장식된 벽과 이태리석으로 만든 분수, 그리고 대리석 층계 등이 도입돼 중후하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아늑한 느낌이다.

가장 큰 특징은 지하층인 로어 로비부터 2층 천장까지 아파트 6개 층 높이의 공간을 트이게 한 ‘아트리움(atrium·건물 내부 중앙의 안마당 같은 공간)’이다. 연회장 등의 기능을 내리막 지형상 지하층인 로어 로비 안쪽에 몰아 배치해 공간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1층 로비에 서면 건너편 끝까지 훤히 보일뿐더러 로어 로비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김종성 건축가는 이 아트리움을 호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으로 꼽았다. 그는 “남산 힐튼호텔은 동쪽 정문에서 아트리움을 지나 서쪽 로비 라운지까지 64m의 깊이를 방문객의 시선이 서서히 수평으로 옮겨지게 한다”며 “그 가운데에 자리 잡은 아트리움이 로어 로비에서 2층 천장 스카이라이트까지 18m의 수직적 확장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이고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정문을 지나 1층 로비에 들어서면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자연광이 쏟아지는 풍경에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조권형기자


● “지금 다시 설계한다고 해도 비슷할 것”

로비서 2층 천장까지 18m 수직으로 연결

건너편 끝까지 훤히 보이는 공간구성 탁월

이 호텔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에 지어졌다. 대우개발(당시 동우개발)이 1977년 12월14일 힐튼인터내셔널과 호텔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하면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김 전 회장은 호텔의 설계자로 외국에서 공부하고 경험 있는 젊은 건축가를 원했고 그러한 사람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김종성 건축가가 낙점됐다. 그전까지 김종성 건축가에게는 호텔 건축 경험이 없었음에도 김 전 회장이 믿고 맡겼다는 후문이다.

남산 힐튼호텔은 1979년 3월 건물 공사를 시작해 1983년 12월7일에 전면 개관했다. 이 호텔은 당시 국내 설계 기술로는 구현하기 쉽지 않은 경지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남산 힐튼호텔은 세계 힐튼호텔 중 가장 으뜸”이라며 “김종성 건축가는 한국 건축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종성 건축가는 당시의 예산과 기술 내에서 구상한 바를 모두 실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힐튼을 설계할 1970년대에 당시 한국사회에서 조달할 수 있으며, 예산이 허용하는 기술을 구사하려 했고 기술의 한계로 당시 실현하지 못한 구상은 없었다”며 “40년 지난 지금 시점에 그 대지에 다시 호텔을 설계한다고 해도 호텔 기능들의 인접 관계는 같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와 비슷한 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하층 로어 로비에서 2층 위 스카이라이트까지 18m가 수직으로 관통이 되는 아트리움은 이 호텔의 백미라는 평가다./송은석기자


● 40여년 만에 제2의 탄생 앞둬

김우중 대우 회장 일가가 애지중지한 호텔



지상 20층 별동 증축 … 2019년 준공예정



대우그룹이 소유한 두 개의 특급호텔 중 하나였던 남산 힐튼호텔은 대우 일가의 애정을 듬뿍 받았다. 이 호텔의 23~24층은 개관 이후부터 쭉 김 전 회장의 집무실로 쓰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당시 김 전 회장의 아내인 정희자 여사는 호텔을 소유한 대우개발의 회장직으로 있으면서 호텔 인테리어부터 파스타 재료까지 구석구석 신경을 기울였다.

이런 가운데 1998년 IMF 여파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호텔 역시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된다. 1999년 CDL호텔코리아가 대우개발로부터 2,600억여원에 사들인 것. CDL은 싱가포르 최대 기업인 홍룽그룹 자회사로 싱가포르 최대의 부동산 투자개발 회사다. CDL호텔코리아는 2008년에 차익 실현을 위해 호텔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총 5,800억원에 매수하기로 했던 국내 개발회사 강호AMC가 PF대출에 실패하면서 거래는 최종 무산됐다.

현재 힐튼호텔은 별동 증축을 통해 제2의 탄생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가 5월 건축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증축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지하 8층~지상 20층, 연면적 6만5,287㎡ 규모의 별동 2개(가족동 210실, 비즈니스동 306실)가 들어선다. 착공은 오는 9월, 준공은 2019년 2월 예정이다.

별동 증축에 대해 김종성 건축가는 “지상으로 올라오는 2개 별동이 기존 객실동 매스(덩어리)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고 외벽 디자인이 기존건물과 질감·재질에서 동질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객실로 구성되는 고층부는 효율이 우선이나 공공 기능으로 구성되는 저층 매스들은 비례와 형태의 조화를 우선으로 만들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호텔 뒤편에 마련된 자그마한 정원. 이곳은 오솔길을 통해 서울스퀘어의 공개공지까지 연결된다./송은석기자


■ 설계자 김종성 서울건축 명예대표 인터뷰

“비·바람 막는 데서 더 나아가 삶의 질 높이는 게 건축의 본질”



밀레니엄서울힐튼을 설계한 김종성(서울건축 명예대표·사진) 건축가는 한국의 모더니즘 1세대 건축가로 꼽힌다. 그가 설계한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현 우리금융 아트홀), 경주 우양미술관(옛 아트선재미술관), 서린동 SK그룹 빌딩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런 김종성 건축가에게도 밀레니엄서울힐튼은 뜻깊은 건축이다. 당시 그는 미국 일리노이공대(IIT)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힐튼호텔의 설계를 계기로 귀국하게 된 것. 이후 서울건축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건축 활동에 돌입했다.

김종성 건축가


그가 말하는 건축의 본질은 ‘인간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김 대표는 “건축의 시작은 기능을 충족하는 것인데 단순히 기능 또는 수요를 충족하는 데 그치는 ‘건물’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정신적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건축’도 있다”며 “결국 건축의 본질은 한 마디로 비·바람 막는 데서 더 나아가 인간생활의 질을 높이게 하는 사명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건축 철학과 미학은 세계 현대 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와 연관이 깊다. 그는 서울대 건축학과에 재학하던 중 미국 일리노이공대 건축학과에 들어가 미스 반데어로에를 만난다. 이후 미스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이자 동료로서 미스의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캐나다 토론토 도미니언센터 프로젝트 등에 참여한다.

한국 건축계에서의 공로도 적지 않다. 그는 지난 2011년 세계건축연합(UIA) 총회 서울 유치위원장으로 선임됐고 결국 그해 총회에서 서울은 2017년 세계건축대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세계건축대회는 UIA가 1963년부터 3년마다 개최하는 세계 건축계 최대 행사다.

그는 “2017년 UIA 서울 총회를 계기로 한국 건축계가 완전히 국제적으로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범사회적인 홍보와 정신적 및 물질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종성은 여전히 한국 건축의 최전선에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프로젝트의 설계책임 건축가(Director of Design)로 선임된 것. 김 대표는 “현대자동차가 지향하는 첨단의 테크놀로지를 향한 끝없는 혁신,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위한 비전이 GBC 단지와 건축물에 드러나도록 다양한 디자인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올바른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완성된 GBC 프로젝트가 한국 건축계 도약의 한 이정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제 소망”이라고 말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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