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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의 정치야설(野說)] 김종인 대표와 염경엽 감독의 평행이론

타성에 젖어 있던 더민주에 수권정당으로의 길을 터준 김종인

꼴찌 전전하던 팀을 첫 ‘가을야구’로 이끈 염경엽

염 감독, 최대 위기 맞은 2016시즌에 팀 컬러 바꿔 성공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24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비서실이 준비한 감사패를 받았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24일 마지막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가 끝난 뒤 김 대표가 받은 감사패에는 “위기의 당을 이기는 당으로, 수권정당의 꿈을 크게 키워준 ‘경제할배’ 김종인 대표님의 헌신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패를 드린다”고 새겨져 있었다. 4·13 총선 결과 총 123석으로 당시 원내 제1당을 만든 김종인 대표의 공로를 치하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거를 두 달 정도 앞두고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한 당에 가서 혼란을 극복하고 선거 결과 제1당에 위치하게 해줬으니까 소임을 그때 다했다고 본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한국프로야구에는 김종인 대표와 모습이 겹치는 감독이 있다. 넥센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이다. 염경엽 감독은 꼴찌를 전전하던 넥센히어로즈에 2013년 부임하자마자 팀을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데 이어, 바로 다음 해인 2014년에는 프로야구 최고의 매치인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다. 염 감독이 부임 직후 가장 먼저 고치려 한 것은 ‘패배에 대한 관성’이었다. 그는 가을이 되자 실제로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켜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종인 대표가 4·13 총선 결과로 더불어민주당에 보여준 것도 그런 것이다.

염경엽 넥센히어로즈 감독이 지난해 8월 13일 한화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서 승리를 거둔 피어밴드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넥센히어로즈 홈페이지


부임 이래 매년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던 염경엽 감독이지만 올 시즌만큼은 위기라는 평가가 많았다. 국내 최고의 홈런타자라 불리던 박병호를 비롯해 팀의 주축이었던 타자들이 줄줄이 팀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3홈런을 치고 4년 연속 홈런왕·타점왕에 올랐던 박병호는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지난해 최다 안타를 기록한 유한준도 kt위즈로 팀을 옮겼다. 그에 앞서선 40홈런으로 2014년 홈런 2위를 기록한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의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소속을 바꿨다. 이들은 가공할 장타력으로 ‘거포’라는 넥센히어로즈의 팀컬러를 만든 주역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이들이 팀을 떠나자 기존의 팀컬러를 과감히 버렸다. 홈런과 장타 대신 ‘뛰는 야구’로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팀 득점 순위는 2015년 1위(904득점)에서 2016년(이하 8월 27일 현재 기준) 5위(648득점)로 떨어졌다. 2015년 2위와 26개 차로 압도적인 1위(203홈런)였던 팀 홈런도 6위(108홈런)로 추락했다. 그러나 팀 도루 순위는 2015년도 8위(100도루)에서 1위(125도루)로 껑충 뛰었다. 팀의 종합적인 타격 능력을 알 수 있는 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순위도 2위(31.63)에서 3위(19.34)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넥센히어로즈의 팀컬러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타자기록 비교. 2016시즌은 8월 27일 현재까지의 기록이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대표 시절 가장 답답했던 문제로 ‘당 정체성’ 논란을 지적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 고별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오찬 자리에서 “세상 변하는 걸 모르고 헛소리하는 사람이 많아 답답하다”며 “정당이 가식적으로 너절하게 정체성을 나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외연을 넓혀 정권 교체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인 대표가 지난 25일 라디오에서 “전당대회 과정을 보면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 “대한민국 유권자가 4,000만 명 가까이 되는데 그렇게 똘똘 뭉치는 힘만 가지고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친문재인’ 세력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최근 분위기를 비판한 것도 그래서다.

‘염경엽호’는 과감하게 팀컬러를 바꿔 우승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유력한 꼴찌 후보로 거론되던 넥센히어로즈가 4위와의 간격을 8게임 차로 벌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약해놓은 것은 염경엽 감독의 과감한 팀컬러 전환 덕분이었다. 당 정체성은 야구에서 팀컬러와 비교할 수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경제민주화’ 이슈의 선점이라는 새누리당의 팀컬러 전환이었다. 우승 대신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더불어민주당이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할 때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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