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제교실]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왜? 전망과 대책은?

김형주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 연구위원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무역기구, 자유무역협정, 세계화. 지난 20여 년 간 참 많이 듣던 단어들입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이미 200여 년 전부터 세계화를 중요한 국가 정책의 한 분야로 강조해왔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세계화는 다소 늦었습니다. 1980년대까지도 일부 수출기업을 제외하면 국제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고,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바깥나들이도 쉽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변화는 1990년대부터 시작됐습니다. 동서독 통일(1990년)과 소련 붕괴(1991년)에 이어 중국이 본격적인 개혁·개방(1992년)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역시 ‘세계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념을 앞세워 대립하던 나라들 사이에 탱크 대신 상품을 잔뜩 실은 화물트럭들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자본주의 국가의 자본과 기술이 사회주의 국가들의 풍부한 노동력과 결합해 큰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 때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저렴한 노동력을 구하기 어려웠고, 사회주의 국가는 제대로 된 공장이나 설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념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온갖 진통 끝에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탄생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약속한 관세 인하 일정에 따라 30%대가 넘던 세계평균관세율이 1997년 5%대로 뚝 떨어졌고, 최근에는 줄곧 2~3%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자본, 노동, 기술 등 다양한 생산요소들이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듭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무역 증가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 했다는 증거들을 내놓았습니다. 경제 외적인 면에서도 성과가 컸습니다. 여러 국가들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전쟁이 크게 줄었습니다. 정책 조율과 지역 내 협력 역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긴밀해졌습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은 경기가 좋을 때는 물론이고, 1997년 아시아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기간에도 그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여러 나라를 하나로 묶는 공동의 목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지난 한 세대 동안 무역질서의 ‘표준(normal)’으로 자리잡은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흐름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후보들이 예상 외의 선전을 하더니, 영국 국민들은 EU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과반 이상이 브렉시트를 지지하면서 유럽 통합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세계화에 대한 반감은 정치권을 넘어 여러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입니다. 최근 2년 간 세계 각국 정부가 취한 보호무역 조치와 관련 분쟁이 20%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 세계시장에서 맞닥뜨린 무역장벽은 지난 8일 기준으로 수입규제 181건, 비관세 장벽 48건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 한국기업이 중국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세탁기 등에 연달아 50~12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충격을 줬습니다.

물론 자유무역의 길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20세기 초에는 거대한 파시즘의 벽에 가로막혔고, 그 후에도 선진국에 의한 후발국 착취 구조가 공고해진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꽤 컸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양상이 사뭇 다릅니다. 자유무역 확대로 후발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가 대 국가 간의 소득 불균형은 크게 개선됐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을 소득수준에 따라 다섯 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소득이 가장 많은 그룹과 가장 적은 그룹 간의 차이를 비교해봤습니다. 그랬더니 1990년 27.4배에 달했던 그 비율이 2011년에는 16.8배로 크게 줄었습니다. 최고 소득 그룹과 세 번째 그룹과의 차이는 같은 기간 동안 9.6배에서 3.6배로 더 빠르게 좁혀졌습니다. 반면, 국가 내의 소득 불균형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후발국 제조업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선진국 노동자들은 소득 악화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표를 몰아주다 보니 선진국 정치인들과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점점 짙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안은 뭘까요? 너무도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무역자유화에 따른 이익과 비용을 고르게 나누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 것입니다. 즉, 1990년대 이후, 선진국과 후발국이 자본시장 개방과 자유무역의 성과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세계화에 대한 불만이 잦아들었던 것처럼, 한 나라 안에서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과 더불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조세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