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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에 뛰어든 시티그룹





새로운 금융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조 달러 규모의 기존 은행업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 그 중 한 글로벌 금융 회사가 핀테크 혁명에서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자.

그에게 필요한 건 경찰특공대(SWAT) 같은 강력한 팀이었다. 스티븐 버드 Stephen Bird는 시티 그룹 소매금융 사업의 수장으로 임명되고 바로 그 다음 주, 실리콘밸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 Marc Andreessen과 다른 IT 유명 인사들을 만나 ‘핀테크’ 기업들의 거센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혜안을 얻기 위해서였다. 고속 성장하는 이 IT 스타트업들은 현재 기존 금융 산업의 모든 서비스 영역을 ‘파괴’하고 있다. 요즘 그들은 대형 은행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협적인 대상이 되고 있다.

그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준 사람은 바로 세일즈포스닷컴 Salesforce.com의 최고경영자 마크 베니오프 Marc Benioff였다. 베니오프는 버드에게 “1조 8,000억 달러 자산을 가진 거대 금융 회사는 기업 문화나 경영 방식을 단숨에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시티그룹의 엘리트 인재를 한데 모아 스타트업처럼 속도와 민첩함을 경영에 적용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버드는 회사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먼저 작은 실천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버드가 만든 비밀 사업부-시티 핀테크 Citi FinTech로 알려져 있다-는 시티 그룹의 여러 부서에서 선발된, 그리고 아마존과 페이팔 같은 IT기업에서 영입된 약 40명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비밀 사업부는 버드가 원하는 ‘실리콘밸리 식 창의력’에 부응하기 위해 시티그룹의 맨해튼 본사가 아닌 퀸즈 이스트 강 Queens East River 건너편 시티 빌딩 10층-신용카드 사업부가 거기에 있다-에 자리를 잡았다. 벽면에 걸린 가로 세로 5x10피트 크기의 차트는 시티의 모든 핀테크 경쟁사를 나타내며, 어느 핀테크 기업이 시티의 어느 사업부(결제부터 상업대출, 자산 관리까지)를 위협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든 스타트업의 필수품이 된 푸즈볼 테이블 foosball table (역주: 테이블 풋볼 게임) 이 놓여있다.

하지만 버드(49)는 자신의 말처럼 회사가 “미래에도 생존(Future Compatible)” 하려면 스타트업 소품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티에서 18년간 잔뼈가 굵은 버드는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직무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액센트(버드는 글래스고 Glasgow 외곽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로 많은 경영 관련 명언들을 쏟아내곤 했다. 심지어 GE의 전설적인 CEO 잭 웰치 Jack Welch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버드는 기업이 균등하게 성장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신 지구 생명체의 진화에서 매우 중요했던 시기를 언급하면서, 기업이 “캄브리아 폭발 (Cambrian Explosion)” 식의 혁신 덕분에 진일보하는 것이라고 주장 했다.




시티의 핀테크 최고경영자 히더 콕스(왼쪽)와 시티 글로벌 소매금융 최고경영자 스티븐 버드. 버드는 지난해 시티그룹 내 핀테크 스타트업을 출범시키기 위해 콕스를 영입했다.


버드는 시티그룹에서 그런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팀원들에게 신속한 시제품 출시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2주 단위로 속도를 내 프로젝트를 끝내라고 주문했다). 그는 시티가 10개월 간의 연구개발 끝에, 올 4분기에 새로운 모바일 뱅킹 앱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놀랄만한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안면 인식을 통해 휴대폰을 쳐다보기만 해도 계좌에 자동 로그인이 된다. 과거의 시티였다면, 수년간 매달려야 끝낼 수 있었을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경쟁사들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를 고려하면, 시티의 움직임이 결코 빠르다고 할 수는 없다. 금융 스타트업에 투입된 투자액을 살펴보면, 5년 전 20억 달러 미만에서 지난해 19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벤처 스캐너 Venture Scanner 연구소가 지난 3월 1,379개 핀테크 기업을 조사한 결과, 총 펀딩 금액은 330억 달러에 달했다. 신생기업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북미 소매금융 사업만 해도 지난해 매출이 8,5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 매출이 향후 7년간 50% 가까이 성장해 1조 2,0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대형 은행들은 앞으로 더 험난한 시련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시티 그룹 산하 연구소는 지난 3월 지금까지 나온 분석보고서 중 가장 심각한 자료를 발표했다. 은행 투자 고객들을 위해 작성된 이 112페이지짜리 보고서에는 ’디지털 파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이 제목은 영화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에 나오는 유명 문구 (역주: Show the Money) 만큼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핵심 내용은 ‘급격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시티는 핀테크 업체들이 지금까지 9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액수는 은행이 현재 매년 버는 금액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티그룹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4년 이내에 핀테크 매출이 10배 이상 늘어 1,0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3년경에는 북미 소매금융 서비스의 17%(2,030억 달러)를 점유할 전망이다.

과거 이런 예상은 중견 은행 임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분명 달랐다: 시티그룹 소속 연구원들은 핀테크 혁명 때문에 향후 10년 내에 기존 은행 종사자의 3분의 1 가량이 퇴출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런 암울한 전망은 시티와 다른 대형 은행들이 최근 그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핀테크 업체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버드는 “핀테크는 다르다. 당신과 나의 삶을 바꿔 놓을 것이다. 시티와 다른 모든 은행들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버드는 ‘고생물학적 은유법’으로 현재 금융 산업의 상황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 산업은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보통 멸종 단계에선 빠른 적응을 통해 새로운 경쟁 수단을 만들거나, 아니면 멸종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시티는 다윈의 주장처럼 적자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버드는 지난해 가을 사내 스타트업을 이끌 적임자로 헤더 콕스 Heather Cox(45)를 낙점했다. 2년 전 캐피탈 원 Capital One에서 시티그룹으로 이직한 그녀는 원래 다른 디지털 사업부를 맡고 있었다. 빠른 말투에 에너지가 넘치는 콕스는 금융 기술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왔다. 그녀는 2004년 웹사이트상에서 스캐너로 수표를 입금하는 기술을 시장에 처음 도입했던 이*트레이드 E*Trade에서 팀을 이끌기도 했다.

콕스가 자칭 핀테크 마니아라는 점도 중요한 사실이다. 시티와 다른 대형 은행들도 핀테크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데, 그녀가 어떤 실력을 보여줄지 좋은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결제 앱 벤모 Venmo와 스퀘어 캐시 Square Cash 외에도 주식을 선물로 주는 스톡파일 Stockpile 앱을 깔아놓고 있다. 다섯 개의 기존 은행 앱들과 한 곳의 증권사 앱도 쓰고 있다. 그녀는 일년 반 전부터 스퀘어 캐시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완전히 팬이 됐다고 말했다. 그녀가 이 앱으로 하는 것 중에는 자녀의 교습비 송금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시티의 핀테크 수장이 경쟁사 앱을 사용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일까? 최근 화요일 후드 티를 입고 잡담을 나누던 콕스는 ‘당연히 괜찮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팀도 경쟁사의 장점을 통합하는 “핀티그레이트 (Fintegrate)”-그녀가 직접 만든 용어다-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게 바로 은행들이 직면한 도전과제다. 과거 그들에겐 고객이 있었다. 그러나 핀테크가 일부 고객을 빼앗아가도록 방치했다. 그리고 이젠 되찾을 때가 됐다.

콕스는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시티의 신규 모바일 앱이 개방 플랫폼 역할을 하고, 고객들이 이곳에서 핀테크 앱들의 최고 기능들을 접하게 하는 것이다. 오로지 은행 서비스만을 위한 앱 스토어가 있다고 상상해보라-당신의 스마트폰으로 시티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 모든 앱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건 가능한 일일까? 콕스는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지난 18개월간은 ‘핀티그레이션 Fintegration’ 개념에 대해 생각만 해왔다. 그러나 이젠 이 개념을 추종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티와 다른 대형 은행들에게 희소식도 있다. 핀테크 업체들이 주춤하고 동안 은행들이 핀테크 도전에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최근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렌딩 클럽 Lending Club이다. 클라이너 퍼킨스 Kleiner Perkins와 구글 같은 최고 투자자들이 자금을 댄 이 P2P 대출 업체의 주가는 2014년 말 기업 공개 이후 80%나 폭락했다. 그리고 이사회 내부 조사가 경영진의 정보 공개 관행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최근 르노 라플랑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퇴진했다. 중소기업 전문 P2P 대출업체 온덱 OnDeck의 주가 역시 급락했다. 현재 다른 핀테크 대출업체들도 지속적인 대출 실행을 위한 필요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캐피탈 원에서 신기술 투자를 총괄하는 자이데브 셰르길 Jaidev Shergill은 지난 6월 한 핀테크 회의에서 “시작은 좋았지만 많은 회사들이 성장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핀테크 업체들이 대형 은행들을 계속 ‘파괴’할 것이라는 사실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선 스타트업들은 한 가지 사업에 전념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대형 은행에 비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은행이 제공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 영역은 일부 스타트업(대략 10곳)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12개 이상의 핀테크 기업이 대출에 집중하고 있고, 또 다른 큰 시장인 결제 서비스도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심지어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네트워크가 중요한 투자 은행업(Investment Banking)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작년에는 ‘블록체인 Blockchain 기술-암호화 화폐 비트코인의 기반이 된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겨났다. 이 회사들은 송금부터 복잡한 금융자산 거래, 주택 매매 시 명의 변경을 더 편리하게 하는 시스템 개발까지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 수십 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던 이들 업무는 주로 은행들이 독차지하고 있었지만, 특별히 잘했다고 보기 힘든 분야들이다.

사실 은행은 오래 전부터 외부의 다른 경쟁자들로부터 위협을 받아왔다. 은행들이 변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1980년대 딘 위터 Dean Witter를 인수한 시어스는 디스커버 Disvocer 신용카드를 출시해 금융 서비스 강자로 올라서려고 했다. 하지만 10년 뒤 그 사업부를 매각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 초 은행업 진출을 위해 회계 소프트웨어 회사 인튜이트 Intuit와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빌 게이츠는 당시 은행을 “거대 공룡기업”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 이유 중 일부는 정부가 거대 컴퓨터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반독점법을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계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월마트가 매장 안에 은행 지점을 유치한다는 소문이 오랫동안 돌았지만, 유통업체들은 은행법 때문에 항상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은행법에 따르면, 예금업무를 하는 기업-예컨대 은행 같은 업무를 하는 기업-은 은행 업무 외에 다른 사업에 종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기술 진보-특히 스마트폰의 대중 보급-가 이뤄지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새로운 비(非)전통 기업들에게 은행업 진출의 기회가 열렸다. 많은 대형 은행들이 금융 위기 이후 입지가 약해진것도 한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최근엔 기존 산업을 파괴하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스타트업들에 대한 끊임없는 펀딩이 이뤄지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도 이 같은 재무적 환경에 편승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IT 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는 새로운 위협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연례 주주 서한에서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은 “실리콘밸리가 쳐들어 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대형 은행 가운데 시티만큼 실리콘밸리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곳은 없는 듯하다. 시티그룹은 핀테크 스타트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은행이 모두 같은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시티는 가장 취약한 은행 중 한 곳이다. 현재 매출의 대략 51%가 소매 금융에서 나오는데, 시티그룹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이것이 최대 취약점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시티는 결제 처리나 대기업의 해외 송금 부문에서도 매출의 11%를 창출하고 있다. 시티는 오랫동안 국제 결제 분야의 강자였다. 그 덕분에 ‘시티는 절대 잠들지 않는다(Citi never sleeps)’는 마케팅 문구까지 탄생했다. 소매 금융 다음으로 결제 처리가 핀테크들이 군침을 흘리는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닐레시 두세인 Nilesh Dusane 리플 Ripple 부사장은 “해외 송금은 (시티에게) 정말 눈엣가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록체인과 유사한 기술을 보유 중인 이 업체는 자사 기술이 현재 해외 송금 때 은행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보다 훨씬 더 낫다고 믿고 있다. 현 시스템 하에서 고객들은 송금 때 많은 문제점에 직면한다. 은행 관계자와 창업가들은 “핀테크 스타트업에겐 큰 기회이지만 시티와 동종 업계에겐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는 대형 은행들의 핀테크 전략은 가지각색이다. 일례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는 기술 및 핀테크 사업부 수장 케시 베산트 Cathy Bessant 한 명에게 모든 업무를 일임해왔다. 그녀는 ‘혁신 예산’ 30억 달러를 배정받아 올해 핀테크와 다른 신기술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고 있다. 예컨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소매 금융 담당 직원은 은행의 모바일 앱을 업그레이드하거나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원할 경우, 베산트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이피모건 체이스 JPMorgan Chase는 자체적인 기술 개발보다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체이스는 기업대출 핀테크 업체 온덱 캐피털 OnDeck Capital과 계약을 체결했다(대형 은행과 핀테크 업체가 맺은 가장 의미 있는 파트너십으로 평가되고 있다). 체이스는 또 블록체인 신생기업 디지털 애셋 홀딩스 Digital Asset Holdings와도 제휴를 맺었다(유망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박스 기사를 참조하라).

반면, 시티는 분권화 방식으로 핀테크 업체에 대응하고 있다. 버드의 소매 금융팀은 그 중 단지 한 부분에 불과하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달리, 시티는 회사 전체를 대표하는 핀테크 전문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각 사업부가 전략적 판단을 내려 핀테크 도전에 맞서고, 필요한 예산을 정하고 있다. 버드와 콕스는 “소매 금융 부서가 핀테크와의 제휴와 자체 기술 개발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티의 결제 사업부 상황은 매우 다르다. 내부에 핀테크 전담부서가 없다. 결제 사업부는 나비드 술탄 Naveed Sultan과 휴버트 J.P 졸리 Hubert J.P.Jolly 두 남성 임원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퀸즈가 아닌 로워 맨해튼 Lower Manhattan에 위치한 글로벌 본사에서 핀테크 업무를 처리한다. 그들은 검은색 정장과 커프스 단추를 달고, 모렐 버섯이 들어간 맛있는 아스파라거스 수프를 제공하는 회사 식당에서 고객을 맞고 있다. 이 곳에는 푸즈볼 테이블도 없다.

시티그룹에선 한 곳 이상의 계열사가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직접 진행한다. 뉴욕에 위치한 시티의 핀테크 투자은행 수장은 핀테크를 포함한 여러 스타트업을 위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벤처 캐피털 운영사 시티 벤처스 Citi Ventures가 핀테크 투자 기회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열사들의 스타트업 투자가 시티그룹과의 제휴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 협상은 개별 계열사의 책임 하에 이뤄진다.

현재까지만 보면, 시티의 ‘할 수 있는 건 다한다’는 식의 접근법은 효과를 내고 있는 듯하다. 시티는 동종업계에서 기술 혁신의 선두주자로 꾸준히 자리매김해 왔다. 지금은 거의 모든 은행에서 가능한 ‘전화로 수표 입금 처리하기’ 서비스도 시티가 처음 제공한 서비스였다. 시티는 그 후에도 빠르게 디지털화를 계속하고 있다.

약 1년 전 외부 컨설턴트가 집계한 시티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객의 46%는 데스크톱이나 모바일로 온라인 뱅킹을 하고 있다. 동종업계 평균 45%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시티의 소매 금융상품 매출 중 36%가 자체 디지털 플랫폼에서 발생하고 있다. 타 대형 은행의 15%와 비교하면 매우 인상적인 비율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시티의 모바일 사용자 수는 거의 26%나 상승했다.

일부 핀테크 기업가들은 시티가 경쟁업체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티의 의사 결정권자가 누구인지는 불명확하다. 분권화 방식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콕스는 시티의 핀테크 대응 전략이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티의 구조적 장점으로 경쟁사보다 더 빠르고 더 열심히 움직인다는 점과 장기적으로 하나의 문제를 복수의 팀이 동시에 접근함으로써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녀는 각 사업부 직원들-“필드에서 뛰는 사람들”이라 불린다-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판단할 때, 시티가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외부 제휴사들이 은행과의 업무 진행 과정에서 “단일창구”가 없다고 느끼면, 그것 또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인정했다. 콕스는 “우리는 피드백을 듣고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의 팀은 다수의 핀테크 업체들과 제휴를 준비 중이며, 그 결과를 올해 말 공식 발표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 기사를 작성하는 동안, 필자는 개인적으로 시티의 핀티그레이션 한계를 체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시티그룹 고객으로, 퀸즈에 위치한 시티 핀테크 본사에서 버드와 콕스를 만날 수 있었다. 우연히 애틀랜타에서 차 한대를 구입할 기회가 생겨 당일 딜러에게 상당한 돈을 송금해야 했다.

버드에게 온라인 송금이 가능한지, 아니면 지점 방문이 필요한지 물었을 때, 그는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내가 왔다고 말했다. 최근 시티 모바일 앱에 송금 기능이 추가됐다고 했다. 스마트폰에서 바로 송금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후 콕스를 만났을 때, 그녀는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송금 기능이 아직 시티 앱에 탑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콕스는 송금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시티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스마트폰 송금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 역시도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용해야 했다. 나는 건물 지하 지점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점 직원들은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곳에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없어 내게 온라인 송금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자 지점장이 미드타운 맨해튼 Midtown Manhattan 52번가와 5번가의 시티 지점에 가면, 누군가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 말했다.

20여 분의 지하철 탑승과 짧은 도보 끝에, 시티가 지정한 ’스마트 지점‘ 중 한 곳에 도착했다. 필자는 3대의 컴퓨터가 비치돼 있고, 푸른 할로 빛이 책상을 비추는 지니어스 바 Genius Bar (역주: 애플스토어에 있는 기술지원 매장) 느낌이 나는 지점에서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송금을 하려면 로그인 정보뿐만 아니라 아내의 직불 카드 번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부부 공용 계좌임에도 그랬다). 그 외에도 딜러의 거래 은행 9자리 보안번호와 10자리 계좌번호를 요구했다. 그 책임자는 전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그러는 도중 여러 차례 빨간색 경고 메시지가 화면에 떴다. 그는 경고 메시지를 무시해도 좋다고 말했다.

20분이 더 지난 후 송금을 완료할 수 있었다. 필자 옆에 서서 웃고 있던 시티 책임자는 “그렇게 쉽진 않죠?”라고 말을 건넸다. 정말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급격한 진화가 쉬울 거라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은행들이 경계해야 할 핀테크 신생기업 4곳
시티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핀테크 스타트업의 매출은 향후 4년 이내에 10배가 늘어 1,000억 달러 이상이 될 전망이다.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업체들을 소개한다.

디지털 애셋 홀딩스
2014년 설립 주목할 투자자: 시티그룹, IBM
데이 트레이더들은 1,000분의 1초에도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대금이 월가 시장에서 움직이는 데는 여전히 하루 이상이 걸린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사용해 이 시간을 단축시킬 계획이다. 제이피모건 체이스에서 신용부도스왑 (Credit Default Swap·CDS)을 개척했던 블라이드 마스터스 Blythe Masters가 지난해 최고경영자로 합류했다.


켄쇼
주목할 투자자: 골드만 삭스, 엑스펀드
월가의 시리 Siri 같은 기업이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뉴스를 분석하고, 투자자의 질문에 답하고, 시장 방향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켄쇼는 월가의 수 많은 시장 전략가들을 대체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조언을 하는 능력은 투자 은행가들도 긴장하게 만들 것이다.


소피
2011년 설립 주목할 투자자: 피터 틸, 소프트뱅크
온라인 대출 플랫폼 소피는 올해 초 슈퍼볼 광고로 큰 주목을 받았다. 경제적 지위가 상승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소구하는 광고였다. 이 업체는 내부 헤지펀드를 이용해 대출 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소피는 경쟁사들보다 더 낮은 연체율을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이 회사의 신용 등급을 AAA로 평가했다.


스트라이프
2011년 설립 주목할 투자자: 앤드리슨 호로비츠, 일론 머스크
스트라이프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어떤 기업이든 (신용카드나 은행계좌 이체를 통해) 몇 분 이내에 고객 결제를 받을 수 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경쟁사 페이팔이 지난 6월 초 터키 시장 철수를 발표하자, 스트라이프 최고경영자 패트릭 콜리슨 Patrick Collision이 터키어로 ‘현지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트위터 멘션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Stephen G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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