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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clip]넷플릭스는 주가가 춤을 출 때 편지를 쓴다





18일 인터넷 동영상업체 넷플릭스 주가가 119.40달러에 거래되며 시간외 거래에서 20% 급등했다. 3분기 매출액이 22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7억4,0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껑충 뛴 지표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에도 오르며 매 분기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넷플릭스의 상승세엔 실적 말고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바로 악재가 터지는 등 주가 변곡점이 생길때마다 발 빠르게 모든 주주에게 편지를 써서 사실관계와 회사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주주들을 위한 편지’다. 이는 지난 2002년 상장 이후 어김없이 지켜온 넷플릭스만의 경쟁력이 됐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다시보기(VOD) 서비스기업이다. 인터넷(Net)과 영화(Flick)의 합성어로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유통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기존의 케이블TV와 위성방송으로 보던 영화 시장을 혁신적으로 파괴하며 온라인 스트리밍(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 서비스시장을 창조해 낸 것이다. ‘미디어계의 스티브잡스’라고 불리는 창업자 겸 CEO 리드 헤이스팅스(55)는 TV방송 시대가 곧 저물 것을 예견하고 지금의 ‘미디어공룡’ 넷플릭스를 세웠다. 기존에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내보내던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봤던 시청자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주문’하며 급속히 소비 방식을 바꿨고, 넷플릭스는 2014년 55억5,000만 달러 매출에 이어 지난해엔 67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해 미국 방송플랫폼 시장을 장악했다.

이런 넷플릭스가 주주들을 챙기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 넷플릭스는 주가에 미세한 변동이 있거나 언론에 노출될 때 마다 ‘주주들을 위한 편지’를 보내 주주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즐긴다. 주주에게 선택권이 있고, 회사의 주인이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2012년 넷플릭스는 아마존이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서비스 가격을 인하하자 곧바로 편지를 띄웠다. 아마존은 우리의 경쟁 상대 자체가 아니라며 편지에서 “(문어발식으로 사업다각화를 하는 아마존이 이나라) 우리의 본질적인 경쟁사는 ‘훌루 플러스’나 ‘아마존 프라임’처럼 이 분야에만 집중하는 업체이며 이들을 뛰어넘겠다”고 목표를 명확히 했다.

또 적대적 M&A 고수이자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넷플릭스의 지분 10%를 사들이고 “넷플릭스를 구글이나 아마존 등 자본력 있는 회사에 팔았으면 좋겠다”고 치고 나왔을 때도 이 회사는 즉각 편지를 보냈다. 기업 사냥꾼에 흔들리지 말고 인내심을 가져 달라며 발 빠르게 빠져나가는 주주들을 붙잡았다.



넷플릭스가 주주(shareholder)들에게 회사 전망세에 대해 보낸 편지


2013년 넷플릭스가 전세계 41개국 4,0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기염을 토할때 “앞으로 10~20년 안에 시청자들은 중간광고 없는 영화보기 방식인 리니어TV(선형TV)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을 것이다”란 편지를 보내 주주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지난해 1월 20일 4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가 전년 동기 대비 72%를 넘어섰을 때도 “앞으로 세계는 인터넷 TV 시대에 진입하게 될 것이고, 넷플릭스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 7월 넷플릭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2분기 가입자 증가 수치로 주가가 소폭 하락해 타 매체들이 “성장에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때 넷플릭스는 다시 펜을 들어 “넷플릭스의 영화 가격 인상으로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한 것은 맞지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장기 전략임을 이해해 달라”며 해명 편지를 썼다.



물론 주주들에게 편지를 쓰는 기업이 넷플릭스만 있는 건 아니다. 일반 기업도 주주총회, 배당 안내 시에 주주들에게 메일을 돌리기도 한다. 중소 신생 기업의 경우 창업자의 목소리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창업자의 편지’를 투자자에게 보내기도 하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한 대기업 공시 담당자는 “외국 기업의 경우 시장이 성숙해서 기업이 주주들을 주인으로 보고, 주주들도 기업의 철학, 주인의식 등을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중소 기업의 경우 이벤트마다 주주에게 편지를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흔치 않고, 한국은 아직 주주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 피차이도 최근 주주들에게 ’창업자의 편지(Founders‘ Letter)’를 써 AI퍼스트로 진화할 구글의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최고콘텐츠책임자 테드 사란도스 /연합뉴스


넷플릭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78배. 아마존과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71배, 23배와 비교할때 매우 높다. 그만큼 넷플릭스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주가 프리미엄은 시장 영향력을 고려해 미래 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주주의 목소리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넷플릭스의 경우 투자자들이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잠시 주춤했던 실적에 대한 우려도 많았지만 넷플릭스는 발표 직후 다시 “3분기 순구독자 수는 전분기 대비 미국시장에서 37만명, 해외 시장에서는 320만명 늘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며 또 다시 ‘주주들을 위한 편지’를 썼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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