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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비즈]팥으로 메주 쑨대도 믿다가 낭패…'기업 잡는 선무당' 외국계 컨설팅사

맥킨지 조언에 두산 무리한 M&A·LG 스마트폰 경쟁력↓

BCG 자문 받은 롯데는 중국 사업 진행하다 수천억 손실

"대우조선 회생 불가능" 보고서에 조선업계 격렬한 반발





두산그룹은 지난 1996년 맥킨지의 컨설팅을 받아 맥주 같은 소비재 위주에서 중장비·발전소 중심의 중후장대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당시 맥킨지에서 컨설팅을 맡았던 김용성 전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2003년 아예 두산으로 옮겨 밥캣 등의 인수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하지만 두산은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각국의 인프라 사업이 위축되면서 올해 말 순차입금 전망치만 8조원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두산은 한때 사업재편의 성공적 사례로 평가 받았으나 이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공작기계·폐열회수보일러 같은 알짜 사업을 팔아치운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의 사업재편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는 수조원대의 차입을 통해 무리하게 인수합병(M&A)을 벌인 게 화근”이라며 “컨설팅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최근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앤컴퍼니 등에 맡겼던 조선·철강·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방안 보고서가 업계의 반발을 사면서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의 역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국 기업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선진 경영 전략을 익힌다며 앞다퉈 외국계 컨설팅 업계의 자문을 받아왔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들의 조언을 따랐던 기업들이 주력 사업에서 경쟁력을 잃거나 심한 경우 법정관리까지 가면서 불신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했던 2007년 “스마트폰 대신 피처폰에 집중하라”고 LG전자에 권고했던 맥킨지나 웅진그룹의 건설업 진출을 조언했던 BCG가 대표적 실패 사례로 거론된다. LG전자는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3위였지만 스마트폰 전환이 늦었던 탓에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었다. 웅진은 BCG 자문에 따라 2007년 인수했던 극동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2012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웅진코웨이 등 알짜 계열사를 잃었다. 당시 웅진은 AT커니 등 컨설팅사 출신 임원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기도 했다. 컨설팅 업계에서 근무했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컨설팅 업체의 문제는 개별 산업을 전문가 수준으로 들여다볼 줄 아는 컨설턴트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컨설팅을 맹신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BCG의 조언을 따랐다가 경영권을 노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공격을 받았다. 롯데는 2009년 BCG의 자문을 받은 뒤 ‘비전 2018’을 선포하고 유통·화학 사업에서 해외 진출을 적극 확대했다. 그러나 롯데쇼핑은 중국 유통시장에서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었고 지난해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감춘 중국 사업 손실이 1조원”이라며 공격 소재로 삼았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로 입증된 바 없다”며 “롯데는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을 포함, 외국에 적극 진출해왔다”고 말했다.



외국계 컨설팅 업체가 공정한 시장 규칙을 어겨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2008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시도할 때 맥킨지가 잠재적 인수 후보였던 두산과 GS그룹·한화그룹을 번갈아가며 자문한 것이다. 컨설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기업이 경쟁하는 인수전에서 겹치기 계약을 맺은 맥킨지의 행태는 두고두고 논란거리”라고 지적했다.

맥킨지는 올 들어서도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 조선업 구조조정 보고서로 조선 업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철강 업계 후판 설비를 줄이라”고 조언한 BCG의 철강업 관련 보고서도 기업들의 비판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컨설팅 업계의 반론도 나온다. 한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컨설팅 회사의 조언에 대한 실천이 미숙해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며 “각 컨설팅 회사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해 최적의 자문역을 고르는 기업들의 안목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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