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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K바이오] 혁신인재 못키우고...고급인력은 떠나고...기초과학 활성화 없인 바이오 미래도 없다

단기성과 위주 R&D 정책으로

기초과학 비중은 6% 그치고

인재양성·아이디어 발굴 뒷전

해외체류 이공계 박사도 급증







지난 9월23일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 등 과학자들이 ‘한국 기초과학의 위기’를 언급하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홈페이지에 공개청원서를 올리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에는 무려 1,500명의 의학·생명과학 등 교수가 동참했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가 단기성과 위주의 연구개발(R&D) 정책을 펴고 있어 이대로는 첨단과학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실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 R&D 과제에서 기초과학 비중은 6%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 비율이 47%에 이른다.

서명에 동참했다는 한 의과대학 교수는 “상황이 이러니 의대생들은 갈수록 생리학·생화학·미생물학 등 기초의학을 기피하고 대학도 통합적인 ‘블록 강의’라는 미명 아래 독립된 기초의학 교과목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과학을 무시하는 풍토에서 산업의 판도를 바꿀 만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혁신 인재가 나오겠느냐”며 탄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초과학 역량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진 지 오래다. 지난해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가 우수한 연구논문을 내놓은 빈도를 점수화한 결과 우리나라는 1,127점으로 미국(1만6,594점)은 물론 중국(6,620점)에도 크게 뒤졌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중국 바이오 업체 가운데 자기 분야에서 글로벌 톱3 정도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갖춘 곳은 수백 개에 이르는데 우리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이 차이는 근본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인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있는 고급인력을 지키는 일도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한국을 떠나 해외에 체류 중인 국내 이공계 박사는 2006년 5,392명, 2008년 6,190명, 2010년 8,080명, 2013년 8,931명 등으로 크게 늘고 있다. 세계 최고 연구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만 박사 후 연구과정을 밟는 ‘포스트 닥터’ 등 한국 과학자가 300~400명이 있는데 정해진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도 미국에 계속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산업혁신연구본부장은 “해외에 있는 우수한 과학인력들이 ‘한국에서는 원하는 연구를 하기 어렵다’ ‘기업에 취업한다 해도 제대로 처우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등의 이유로 국내에 돌아오기를 꺼리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인재들을 국내에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우리나라는 사업성이 좋은 분야 위주로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성장해왔지만 정보통신기술(ICT)·자동차 등 대표 산업의 경우 성장이 한계에 부딪치지 않았느냐”며 “바이오산업도 근본적으로 기초과학 역량이 탄탄한 혁신적인 인재를 발굴하고 확보해야 진정한 바이오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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