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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서울-부산 30분에 가는 초고속 교통 수단 나온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중인 ‘아음속 캡슐트레인’ 개념도. 시속 1,000㎞로 서울과 부산을 30분내에 주파할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을 30분 만에 주파하는 캡슐 열차가 국내에서 개발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최근 음속의 0.8배(마하 0.8) 에 이르는 최고 시속 1,000km의 ‘아음속 캡슐 트레인’을 개발하고 있다. 튜브 속은 탈 것이 초고속 주행할 수 있도록 0.001기압의 아진공 상태로 낮춘다. 진공에 가까운 튜브 속에서 자기력을 이용해 캡슐을 공중에 띄워 빠르게 달리게 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추진력은 자기장을 이용해 얻는데, 캡슐 아래쪽에는 자석이 달려 있다. 캡슐이 지나가는 동안 캡슐 앞쪽의 바닥에는 끌어당기는 힘이, 뒤쪽의 바닥에는 밀어내는 힘이 발생하도록 자기장을 계속 바꿔주면 캡슐이 가속도를 얻는다. 반대로 캡슐 앞쪽에 밀어내는 힘을, 뒤쪽에 잡아당기는 힘을 발생시키면 브레이크 효과를 낸다. 철도연은 2024년까지 아음속 캡슐 트레인의 상용화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1950년대 시속 100㎞를 맴돌던 열차 속도는 현재 300㎞까지 빨라졌다. 이제 세계는 고속전철을 넘어 음속에 육박하는 초고속 교통수단의 경쟁 시대로 다가가고 있다.

엘론 머스크가 제안한 하이퍼루프 상상도. 지름 3.5m의 원통 튜브속을 28인승 차량이 시속 1,200㎞로 달릴 수 있다.


2013년 테슬라모터스의 공동창업자이자 스페이스X의 설립자인 엘론 머스크는 시속 1,200㎞로 달리는 ‘하이퍼루프(Hyperloop)’를 배, 열차, 자동차, 비행기를 뛰어넘는 5세대 교통수단으로 제안했다. 하이퍼루프는 진공 터널 속을 초음속으로 달리는 미래형 열차를 의미한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는 지름 약 3.5m의 원통 모양의 튜브 속을 28인승 차량이 최고 시속 1,200㎞로 달리게 된다”며 “LA서 샌프란시스코(560㎞)를 30분에 주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빌딩 내 사무실에서 서류를 전송하는 ‘에어슈터’를 보고 하이퍼루프를 떠올렸다. 미국의 비즈니스 건물에서 흔히 사용하는 에어슈터는 서류나 간단한 짐을 나를 때 쓰인다. 사무실과 사무실 사이에 속이 비어 있는 관을 설치하고 그 안에 운반통을 넣어 공기 압력을 가해 운반통을 밀어내는 방식이다. 머스크는 에어슈터처럼 튜브 안의 공기를 초고속으로 밀어내 객차를 이동시키는 교통 수단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공기 저항이 커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공기 저항은 속도의 제곱만큼 커지기 때문에 시속 400~500km의 속도로 달리게 되면 엄청난 공기 저항이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각한 것이 튜브 안을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고 자기력을 이용해 열차를 움직이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진공 속에서 30톤 무게의 캡슐을 1분 내에 시속 1,200㎞ 이상으로 가속할 수 있다. 50톤 규모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된다. 자기장 흐름을 잘 조절하면 10~30초 간격으로 캡슐을 한 대씩 쏠 수 있다.

하이퍼루프원이 개발 중인 하이퍼루프 추진체 프로토타입이 시험 주행에서 1.1초만에 시속 116마일(187㎞)의 속도를 냈다.


하이퍼루프를 개발하는 기업인 하이퍼루프 원은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북쪽 네바다 사막에 설치된 시험 선로에서 하이퍼루프 추진체 프로토타입 시험 운행에 성공했다. 하이퍼루프원의 롭 로이드 최고경영자(CEO)는 “머스크의 머릿속에 있던 흐릿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됐다. 올해 말에는 실물의 하이퍼루프를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이퍼루프 원은 2019년까지 화물, 20121년까지 사람을 하이퍼루프로 이동시킨다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하이퍼루프 원은 최근 8,000만 달러(약 920억원)를 새로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투자자 중에는 GE벤처스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영철도(SNCF)까지 있었다.

음속은 시속 1,224km에 이른다. 하이퍼루프의 최대 시속은 1,300km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전 구간을 이 속도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곡선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평균 시속은 약 960km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속도 역시 비행기의 평균 시속인 900km보다 빠르다. 하이퍼루프는 콩코드 여객기(시속 2,179㎞)를 제외하고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운송 수단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건설비는 일반 고속철도에 비해 저렴하다. 미국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680억 달러(약 78조원) 규모의 고속철 건설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퍼루프 건설 비용은 160억 달러(약 18조원)로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이퍼루프는 친환경적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캡슐이 이동하는 튜브 위에 태양 전지판을 붙여 전기를 생산한다. 이 전기는 자기 부상과 압축공기 분사, 모터 가동 등에 쓰게 된다. 운행에 많은 동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운영에는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가 가동될 경우 1인당 이용 요금이 약 20~30달러 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퍼루프 개발 업체들은 저렴한 운영비가 초기 투자비용을 상쇄한다고 주장한다.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운행하기 때문에 설비가 마모될 우려가 적어 수리비도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이퍼루프 원 외에도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 등 미국 안팎의 서너 개 업체가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고 있다. HTT는 하이퍼루프 개발을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보잉의 전문 기술진이 모여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설립된 신생 업체다. 2016년 캘리포니아 키밸리에 5마일(8.05㎞)의 시범운영구간을 건설할 계획이다. HTT는 지난 3월, 슬로바키아 정부와 하이퍼루프 열차 노선 신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연결하는 노선을 계획 중이다. 캐나다 트랜스포드(TransPod)는 토론토와 몬트리올을 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초고속 하이퍼루프 시스템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두바이도 하이퍼루프가 통과할 수 있는 해저 터널 등을 건설해 아부다비와 도하, 카타르 등을 다닐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자동차로 1시간 20분에 가는 145㎞의 거리를 10분 정도에 다닐 수 있게 된다. 스웨덴 스톡홀름과 핀란드 헬싱키 구간, 영국 런던과 버밍햄 구간 등도 하이퍼루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중국의 서남 교통대학교에서는 공기저항을 낮추기 위해 진공 튜브 디자인을 접목한 일명 ‘슈퍼-자기부상열차’의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민간 항공기보다 3배 이상의 속도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ET3가 제안한 진공튜브운송(ETT)상상도. 6명의 승객이 타는 캡슐을 전기모터를 써서 진공 터널로 이동시키는 개념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업체 ET3는 하이퍼루프와 같은 진공 튜브 운송(Evacuated Tube Transport·ETT)을 이용해 시속 600km에서 최고 6,500km로 달리게 한다는 생각이다.

하이퍼루프가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안전성은 담보 되지 않은 상태다. 우선 튜브 속 대기를 0.001기압으로 유지하기는 만만치 않다. 공기를 빼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를 시스템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비용이 상당하다. 기술 전문가들은 또 “튜브 내 공간을 초음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비밥 그레스타 HTT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하이퍼루프는 전력 공급이 중단돼도 공중부양 상태로 속도만 낮춘다”며 “안전 면에서 하이퍼루프가 오히려 유리하다”고 밝혔다. 응급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진공에 가까운 튜브 안을 밀폐된 상태로 운행하기 때문에 탑승자들이 폐쇄공포증이나 호흡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자 이송을 위해 역이 아닌 곳에 비상 정차했을 경우 튜브를 철거하느라 시간이 지체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7년 도쿄-나고야 구간을 현재의 3분의 1수준인 40분 만에 주파할 리이너 중앙 신칸센이 지난 2013년 6월 3일 취재진에 선보이고 있다.


하이퍼루프에 대적하는 신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에선 지난해 4월 차세대 고속열차인 리니어 중앙 신칸센이 시험 철로에서 시속 603㎞의 대기록을 세웠다. 2007년 프랑스 TGV가 이룬 시속 574㎞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리니어 신칸센’은 자력의 힘으로 열차가 철로에서 10㎝ 정도 떠서 달리는 차세대 자기부상고속철도다. 바퀴와 레일 사이의 마찰력이 없어 시속 500㎞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현재 신칸센은 도쿄~오사카의 545㎞ 거리를 2시간 33분에 달리고 있는데 리니어 신칸센은 같은 구간을 54분 만에 주파하게 된다. 음속의 50%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다. 일본이 이를 상용하는 기술을 확보하면 전 세계 철도 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리니어 중앙 신칸센은 진동이 큰 결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어 중앙 신칸센의 자기부상 방식은 레일과 차체가 가진 자체 자성만으로 떠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해 비용이나 관리 면에서 장점인 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달릴 경우 직선 구간이 아닌 꺾어지는 구간이나 미세한 변화가 있는 구간에서는 상당한 진동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승차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고속 주행시 소음과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리니어 중앙 신칸센은 일반 주행에서 시속 400km 수준으로 운행하게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하이퍼루프를 활용할 만한 경제적인 노선은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선 정도다. 기존 경부선 선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상태다. 서울~부산 구간은 약 400km다. 최대 시속 300㎞인 KTX는 2시간 30분이 걸린다. 시속 1,200㎞의 하이퍼루프로는 30분 이내 도착한다. 한국기계연구원 관계자는 “하이퍼루프를 개발할 기술력은 한국도 충분히 갖고 있다”며 “하이퍼루프를 통해 물류 혁명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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