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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썩는' PET병, 바이오 플라스틱 시대 열렸다

1868년 첫 발명된 플라스틱이 가볍고 천연 소재와 비교할 수 없는 내구성을 무기로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도구를 기준으로 인류의 역사를 석기·청동기·철기 시대로 나눈다면 지금 우리는 ‘플라스틱의 시대’에 살고 있다. 1868년 미국에서 개발된 플라스틱은 불과 150년 만에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꿨다. 플라스틱의 발명은 인류에게 축복과 같은 일이었다. 가볍고 천연 소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내구성 때문에 옷과 포장재, 음료수병 같은 일상용품은 물론 자동차와 항공기, 우주선 소재까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플라스틱이 인류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재로 여겨지면서 엄청난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플라스틱은 ‘성형하기 알맞다’는 뜻의 그리스어 ‘plastikos‘에서 유래됐다. 1868년 미국의 존 웨슬리 하야트와 파키스 형제가 발명한 셀룰로이드가 최초의 플라스틱이다. 당시 당구공을 만들 상아가 부족해지자 당구공 제조업자들은 상아를 대체할 물질에 상금을 걸었다. 1868년 인쇄업자 하야트는 니트로 셀룰로스와 장뇌를 섞어 당구공 대체 물질을 만들고 셀룰로이드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았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나 인류가 만든 최초 합성수지인 베이클라이트가 나온다. 1907년 미국의 리오 베이클란트가 페놀과 포름 알데이히를 원료로 페놀 수지를 개발했다. 뒤를 이어 1921년에 요소수지, 1939년에 멜라민 수지 등의 열경화성 플라스틱이 발명됐다.

1939년 미국에서는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처럼 강하다’는 광고와 함께 출시된 나일론으로 만든 여성용 스타킹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38년 미국의 듀폰사의 캐로더스 박사에 의해 개발된 ‘나일론’은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나일론은 ‘석탄과 공기와 물로 합성되고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처럼 강한 섬유’로 상징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불포화에스테르수지, 에폭시수지 등이 선을 보이며 공업적 생산 체계를 갖추었다. 플라스틱이 소비재로 대량 생산된 것이다. 플라스틱 생산량은 1970년대 후반에 5,000만톤을 넘겼고, 1979년에는 철강 생산량을 넘어섰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3억톤에 이르는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플라스틱은 인류에게 축복인 동시에 재앙이다. 석유 정제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를 이용해 생산되기 때문에 석유자원 고갈,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일으켰다. 또 일회용품이 많아 제품 사용후 곧바로 폐기되면서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오랜 기간 썩지 않아 매립이 힘들다. 실제 비닐봉지 같은 플라스틱은 최소 수백년에서 1만년까지 썩지 않는다. 플라스틱을 태우면 일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비롯해 엄청난 유독물질을 내뿜는다. 매립도 안 되고 태우는 것도 힘드니 바다에 버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바다가 심각한 오염에 직면했다. 태평양엔 한반도의 6배나 되는 초대형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생겼다.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플라스틱이 되레 인간 생활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과학자들은 오염된 지구를 구하기 위해 2000년대 들어서부터 썩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식물 속 전분이나 셀룰로스 등을 물에 용해 시킨 뒤 압축해 플라스틱처럼 다양한 형태로 만든다. 성질은 플라스틱과 비슷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물과 이산화탄소가 된다.

PET을 대체 할 수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이 개발됐다. 구조가 안정되고 결정화 속도가 빨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음료수병을 만드는 데 쓰이는 플라스틱 ‘페트(PET)’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국내 연구진이 지난 10월 개발했다. 박오옥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은 롯데케미칼과 공동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박 교수팀은 ‘CHDM이란 이름의 화합물을 섞어 넣어 새로운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CHDM이 첨가된 바이오 플라스틱은 구조가 안정되고 결정화 속도 역시 개선돼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기존 PET보다도 내열성과 기체 차단성이 더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대장균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길도 열렸다. 폐목재 같은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포도당과 목당을 대장균에게 먹이자 대장균 안에서 폴리 젖산을 만든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현재는 대장균 0.1g을 키워 바이오 플라스틱 25g을 추출할 수 있다. 연구진은 발효 최적화 연구를 통해 5년 정도 뒤면 이 바이오 플라스틱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이 대장균은 주로 포도당과 목당을 먹는데, 포도당과 목당으로 구성된 물질은 지구 상에 매우 풍부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농무부 동부지역 연구센터는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을 이용해 잘 분해되면서 먹을 수도 있는 식품 포장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우유에서 추출한 카제인에 레몬과 라임 껍질 등에서 추출한 탄수화물인 펙틴을 섞어 투명한 필름을 만들었다. 이 필름은 산소를 거의 투과시키지 않기 때문에 식품 변질을 막을 수 있다. 연구팀은 3년 내에 이 포장재를 실제 식품 포장용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브라질의 브라스켐은 사탕수수에서 플라스틱을 만든다. 브라스켐의 ‘아임 그린(I’m Green)’ 스탬프가 현재 존슨앤존슨부터 월마트까지 23개 브랜드의 패키징에 찍혀 있다.


브라질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브라스켐은 사탕수수로 플라스틱을 만든다. 100%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에틸렌으로 만든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플라스틱을 활용한다. 100% 재활용할 수 있고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식물 병(Plant Bottle)이 탄생하였고, 첫해에 250만 개의 병이 생산되었다. 병 1톤을 생산할 때마다 이산화탄소 2톤이 생산 공정에 흡수되면서 실제로 온실가스를 감소시킨다. 브라스켐은 현재 매년 20만톤의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하며 세계 최대의 생물 고분자 물질 생산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 바이오플라스틱협회는 최근 “2025년이면 바이오 플라스틱이 전체 플라스틱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부터 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카콜라와 펩시 등의 음료 기업들은 바이오 플라스틱을 음료수 병에 30%가량 섞어 쓰고 있다. 일본 2위 전문무역기업 미쓰이물산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설탕으로 만든 식물성 소재 페트(PET) 플라스틱병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 페트병은 100% 생물 기반 화학물질 FDCA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특히 산화를 막아 주는 기능이 탁월해 맥주와 같이 산화에 민감한 주류 제품의 사용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TV와 가전 액세서리 포장재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자동차 업체 포드는 차체에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플라스틱을 모두 대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이 기존 플라스틱의 강도나 물리적 특성 그리고 가공성을 어디까지 따라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부분은 전 세계가 개발과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시간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높은 생산 단가다. 이 역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가 많은 상황에서 부족한 식량자원을 공산품 제조에 사용해도 괜찮은가 하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의 매튜 카난 교수팀이 식물에서 먹지 않은 부분을 이용해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인 FDCA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PET의 대용품으로 개발된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로 FDCA가 있는데, 과당을 전환해 제조하다 보니 귀중한 식량을 플라스틱 대체품으로 쓴다는 문제가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 화학과의 매튜 카난 교수팀은 식물에서 먹지 않는 부분을 이용해서 FDCA로 변형시키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귀리 껍질이나 옥수수 대등 농업 부산물로 생산하는 원료인 푸르푸랄에서 만든 푸로산와 탄산, 이산화탄소를 섭씨 200도로 가열한 후 용융염과 섞어 FDCA로 변환시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석유 화학 업계에 매우 큰 이점을 준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만톤의 PET가 생산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많은 석유 원료가 필요한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고 있다.

이렇듯 플라스틱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행동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힘겨운 우리에게 바이오 플라스틱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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