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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슈퍼컴으로 1년 걸리는 소인수 분해 30분에...양자 컴퓨터 시대 열린다

오래 전부터 세계 과학자들은 양자컴퓨터가 슈퍼 컴퓨터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풀 것이라 인식해 왔다. 양자컴퓨터는 일반 컴퓨터(PC)보다 1억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현실화하면 게놈(유전자)이나 기상, 경제, 데이터마이닝 등 현존하는 컴퓨터로 풀어내기 힘든 고도로 복잡한 영역의 연구에 활용이 가능하다. 기존의 컴퓨터로는 계산이 오래 걸려 시도할 수 없었던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금방 처리할 수 있어 의약품과 신물질 개발 등에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 컴퓨터의 연산은 0과 1의 2진법으로 표시 되는 비트(bit) 단위로 연산이 이뤄진다. 양자컴퓨터는 기본 원리부터 기존 컴퓨터와 다르다. 양자컴퓨터의 정보 저장 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 두 가지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양자의 고유한 특성인 중첩·얽힘 등의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2개의 큐비트라면 4개의 상태가 가능하고, 큐비트 4개면 2의 4제곱인 16개의 정보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연산장치를 100배로 늘렸을 때 계산능력이 최고 2의 100 제곱 배 정도까지 지수적으로 증가한다. 기존 최고 수준의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300자리 정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데 1년이 걸린다면 양자컴퓨터는 30분이면 가능하다.

‘꿈의 컴퓨터’라 불리는 양자컴퓨터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메릴랜드 크리스토퍼 먼로 교수팀이 개발한 범용 양자컴퓨터. 이온트랩으로 고정된 5개의 큐비트를 갖고 있다.




지난 8월 크리스토퍼 먼로 교수를 포함한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이 간단한 수학 계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해당 내용이 게재된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이번에 개발된 양자컴퓨터의 연산 수행 정확도는 90~95%라고 밝혔다. 이 양자컴퓨터는 이온을 가둬두는 ‘이온덫’(이온 트랩)으로 고정된 5개의 큐비트로 구성돼 있다. 그 동안 양자컴퓨터는 제한적인 기능만 할 수 있었다. 이 번에 만든 컴퓨터는 하나의 컴퓨터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용’ 양자컴퓨터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통해 여러 수학 계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큐비트를 늘릴 수록 더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다.

구글이 개발한 9큐비트의 초전도 양자 칩. 각각의 큐비트는 이웃 큐비트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개별적으로 제어된다.


구글은 지난 6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쓸 수 있는 범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이 모델은 켈빈온도(절대온도) 0.02도의 극저온의 초전도 상태에 놓인 큐비트 9개를 사용했다.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로 만든 각 큐비트가 디지털 알고리즘에 의해 제어되도록 설계됐다. 이 장치는 현재 프로토타입 수준이지만, 구글 측 연구진은 몇 년 안에 큐비트 50개 이상을 다루는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자 컴퓨터라는 개념은 1982년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그리고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도이치가 1985년 그 구체적 개념을 정립했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양자컴퓨터의 실용화를 위해 여러 단계를 밟아왔다. 벨 전화 연구소의 피터 쇼어가 1994년 커다란 수의 소인수 분해 알고리즘을 발견했다. 그리고 1997년에는 IBM의 아이작 추앙이 2큐비트 규모의 양자컴퓨터를 최초로 만들었으며 1999년 일본의 NEC가 양자컴퓨터용 고체 회로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병렬처리 3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2003년 들어 일본 NEC와 이화학연구소가 공동으로 큐비트 2개를 결합한 고체 논리연산회로로 동작하는 양자컴퓨터 제작에 성공했다.



D-웨이브시스템이 개발한 D-웨이브 2X프로세서. 1,097큐비트로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자컴퓨터다.


지난 2011년 캐나다의 D-웨이브 시스템사는 세계 최초로 양자 컴퓨터를 상용화했다. 2013년 D-웨이브 시스템은 512 큐비트 제품 ‘D-웨이브 2′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일반 컴퓨터보다 약 1억배 빠르게 연산을 수행하는 잠재력을 지닌 최신형 양자컴퓨터 ‘D-웨이브 2X’의 실물을 공개했다. D-웨이브 2X는 1,097 큐비트 모델이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자컴퓨터다. D-웨이브시스템이 만든 이 양자컴퓨터는 구글과 미 항공우주국(NASA), 록히드마틴과 미 정보기관 등에서 쓰고 있다. 구글은 NASA 에임즈 연구소에 양자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실을 차려 딥러닝 등 머신러닝 기술에 적용해 인공지능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은 또 양자컴퓨터 두뇌인 양자 프로세서 개발을 위해 이 분야 전문가인 캘리포니아대 존 마티니스 교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위상 절연체의 후보 물질인 비스무트 결정. 최근 국내 연구진이 위상 절연체 표면의 전자 특성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양자컴퓨터 개발은 한국에서도 활발하다. 양자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전자의 스핀을 기억소자로 활용하며, 그 소재가 위상절연체다. 위상절연체는 내부는 절연체지만 표면에 전기가 흐르는 특징을 가진 물질로 표면 또는 2차원 상태에서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 전도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위상 절연체 표면의 전자 특성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 양자컴퓨터 실용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그리스, 아랍에미레이트 국제 공동 연구팀은 2차원 전자가스 상태인 위상절연체 표면에서 놀랄만한 표면 궤도자성이 나타남을 발견했다. 당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네이처 재료과학 전문 학술지에 게재된 바 있다.

세계 각국은 2000년대부터 양자 컴퓨팅 원천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미국은 2008년 수립된 ‘국가양자정보과학비전’에 따라 양자 컴퓨팅 개발을 위해 전미과학재단(NSF), 정보고등연구기획국(IARPA) 등에서 매년 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1,200명 이상의 연구자에게 총 4,48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강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2012년부터 약 3,000억 가까이를 들여 양자 컴퓨팅 및 관련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캐나다도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매년 500억을 지원해 양자컴퓨팅 및 관련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은 500명 이상에게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수조원을 들여 민간 차원의 양자컴퓨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양자컴퓨팅 기술 전문가와 투입되는 예산이 적다. 한국은 70여명의 연구자에게 연간 150억원 정도를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미국은 2005년도 표준연구소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도로 양자컴퓨터용 SW플랫폼 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ETRI에 따르면 현재 국내 양자컴퓨팅 기술 수준은 선진국(100%)대비 약 41.7%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7.6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컴퓨터, 양자암호, 과학기술응용을 통칭하는 ‘양자정보통신’의 국내시장 규모는 38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세계 양자정보통신 시장(3조 7000억원)에 1% 수준에 불과하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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