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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의 정치야설(野說)] 한화이글스로 보는 문재인의 반(反) 개헌론

문재인 “개헌론은 교묘한 물타기”

한화의 ‘책임단장제’는 현재보다 미래를 택한 결정

개헌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개헌 계기 삼아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25일 “개헌론과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며 “여기에 교묘한 물타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개헌 논의를 다시 꺼낸 데 제동을 건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이번 사태의 근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헌법에 무슨 죄가 있느냐”면서 “제왕적 대통령이 돼 국정을 마구 농단하도록 한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공범이었던 새누리당의 책임을 물타기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 한화이글스는 경질설이 공공연히 나돌던 김성근 감독에 대한 유임과 박종훈 신임 단장의 영입을 동시에 발표하며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던 ‘거국중립내각’과 유사한 형태의 구단을 운영하게 됐다. 한화가 김성근 감독에 대해 “1군 감독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한다”고 명시하며 현장과 프런트를 넘나들던 김 감독의 권한 축소를 암시했기 때문이다. 거국중립내각이 대통령의 2선 후퇴와 책임총리에 의한 국정 운영을 골자로 한다면, 한화는 감독의 후퇴와 ‘책임단장제’를 실험하고 있다.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한화 김성근 감독이 한화의 수비를 지켜보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 전 한화이글스의 고민은 현재 문재인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정치권의 ‘개헌 논쟁’과 맞닿아 있다. 한화이글스는 당장 팀의 성적을 우선할 것인지, ‘리빌딩’으로 팀의 구조적 변화를 꾀할 것인지 사이에서 고민했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 2시즌 동안 유망주 출혈을 감수하면서 노장의 즉전감 선수들을 영입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눈앞의 성적과 팀의 미래를 맞바꿨다는 비판이 거셌다. 한화가 그런 김 감독의 권한을 줄이고 ‘육성 전문가’인 박종훈 신임 단장을 앉히면서 드러낸 것은 리빌딩에 대한 분명한 의지였다.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당장 대통령을 바꾸는 것을 우선할지, 개헌으로 국가의 구조를 뜯어고칠 것인지의 고민으로 귀결된다. 야당이 합심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새 총리 인선에서 엇박자를 낸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탄핵과 동시에 개헌을 추진할 새 총리를 먼저 세우길 원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새 총리가 개헌을 추진할까 염려해 총리 인선을 거부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의결돼 조기대선이 치러지면 현재 4주째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반면 개헌으로 판이 흔들리면 문 전 대표의 당선은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 시국과 개헌, 그리고 제3지대론’을 주제로 열린 정의화 전 국회의장 초청강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개헌파 정치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국가 운영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선 후보이자 새 총리 후보로 거론돼 온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광화문에 모인 국민들의 함성은 분노일 뿐만 아니라 체제 개편에 대한 욕구”라며 “이번 사태는 비극이지만 구체제의 잘못을 바꿔 새 체제로 넘어가는 데는 하늘이 준 축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도 지난 23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끝으로 다시는 국민에게 괴로움을 끼쳐드리지 않기 위한 방법은 개헌”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개헌론에도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들 말대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마무리되면 개헌의 불씨가 꺼질 가능성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박종훈 신임 단장을 선임하며 구단 개혁의 의지를 보여준 한화이글스는 FA시장이 열린 지금 ‘영입보다 육성’을 내세우며 재차 멀리 보는 운영을 택했다. 최근 2년 동안 한화가 FA시장 최대의 ‘큰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커다란 변화다. 국가 개혁의 기로에 서 있는 정치권은 어떤 길을 택할까.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박효정의 정치야설’은…

야구를 좋아하는 정치부 기자가 ‘정치와 야구’를 엮어 쓰는 칼럼. 칼럼의 밑바탕에는 ‘사람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내가 좋아하는 걸 준비했다’는 마음가짐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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