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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기축통화의 꿈 멀어지는 위안화

홍병문 베이징특파원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지난 10월1일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에 포함될 때만 해도 기축통화를 향한 중국의 꿈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듯 보였다.

중국 금융 당국자뿐 아니라 중국 외교부까지 나서 “중국 위안화가 세계 2대 경제국가에 걸맞은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며 “중요한 이정표적 사건”이라는 자찬을 늘어놓았다. 개발도상국 화폐 가운데 SDR 바스켓에 포함되는 것은 중국 위안화가 처음인 만큼 중국이 큰 의미를 부여하며 기대를 가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SDR 편입이 시작된 후 위안화 흐름은 기축통화의 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SDR 편입 이전에 달러당 6.6위안선에서 오르내리던 위안화는 10월 이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6.7위안 위로 올라섰고 지난달에는 6.9위안마저 넘어버렸다.

위안화 약세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지난해 여름과 올 초 벌어졌던 위안화 가치 급변동 위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달 전 세계 기축통화의 꿈을 얘기했던 중국 당국자들의 태도도 크게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공식적으로 위안화 환율 움직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던 인민은행은 지난달 28일 이강 부은행장이 나서 관영 신화통신과 인터뷰하며 “현재 달러화 대비 환율 약세는 위안화뿐 아니라 유로화·엔화·원화 등 주요국 통화에서 모두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미국 달러화에 대항하는 세계 2대 화폐의 꿈을 내세우며 통화굴기를 자랑하던 중국이 두 달도 안 돼 체면을 구기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강달러 현상과 맞물려 다른 주요국 화폐의 가치절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위안화에 대해서만은 유독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역내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급격한 외환유출로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이 밀려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3조1,200억달러라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외환 이슈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 1위의 외환보유액은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힘이지만 역설적으로 외환유출 도미노 현상이 빚어질 경우 독이 될 수도 있다. 중국에 몰려 있는 외환의 급격한 이탈은 상상할 수 없는 대재앙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100억달러 이상 규모의 해외 인수합병(M&A)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외투자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것에 금융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부 중국 매체들은 중국 금융 당국이 500만달러 정도의 비교적 크지 않은 외환유출에 대해서도 꼼꼼히 점검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외환유출 우려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라는 방증일 수 있다.

살얼음판 위에 선 듯한 중국 외환시장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대책이 쉽지 않다는 데 중국 당국의 고충이 있다.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길에 한발 더 다가서려면 위안화의 가치상승 기대감이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 약세 기조인 위안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당국이 개입에 나설 경우 미국 트럼프 신정부로부터 환율조작국 딱지를 받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는 중국의 외환유출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위안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이 희망하는 위안화 기축통화의 꿈은 그리 쉽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오는 2026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우려는 세계 최대 경제로 몸뚱이가 커진 중국이 그에 걸맞은 위안화 위상을 갖지 못한 채 만년 금융위기 우려국 딱지를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무역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위안화 변동성에 마치 바람 앞의 등불처럼 경제 전반이 외풍에 흔들릴 수 있다. 기축통화의 꿈에서 멀어지는 중국의 외환 이슈가 결코 남의 나라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는 대목이다.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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