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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칼럼] 독도가 안보 문제 아니라는 軍과 대통령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日과 협정이 영토보다 중요하다?

특정 이해에 안보 악용 언제까지

1년 내내 ‘비상’, 사고 더 터질라

정치적 계산 없다면 비상 풀어야





지금 여기에 세 가지 사건이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병사의 죽음, 그리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셋은 별개의 사안으로 보이지만 실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안보와 군을 특정한 이해관계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그 공통점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부터 보자. 배경을 설명하는 백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물었다. ‘일본은 툭하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데 이것(GSOMIA)과 관계없나?’ 국방부 당국자는 ‘일본이 독도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과 협정체결은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기자들이 다시 질문했다. ‘일본이 독도에 대해 어떤 망언을 하든 지소미아는 끄떡없다는 뜻인가?’

국방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영토 문제, 역사인식과 안보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순간 귀를 의심하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영토를 생각하지 않는 안보가 어딨나?’ 이에 대한 국방부 당국자는 엉뚱하게도 원론을 되뇌었다. ‘안보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는 ‘정보의 교류 정도 밖에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정보 교류는 영토보다 하위개념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시금 동문서답이 나왔다. ‘우리 안보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안보’란 말문이 막히면 아무렇게나 둘러대는 방패가 아니다. ‘안보상 중요하다’면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었던 권위주의 시대 역시 지났다. 논리도 빈약하고 코너에 몰리면 ‘막무가내’ 모드(mod)에 숨는 이유는 그만큼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국민적 합의도 논리도 없는 불도저의 폐해는 분명하다. 군 인권센터가 최근 폭로한 육군 ○사단 최전방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에서 발생한 박 일병 자살 사건은 이런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에 파묻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사건에는 중대한 함의가 두 가지 숨어 있다. 첫 번째, 지난 2월에 발생한 사건을 군이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두 번째는 개별 병사의 차원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사건이 발생했으며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올 초부터 발동된 격상된 경계태세에 따라 경계근무 투입이 늘어나고 누적된 피로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문제는 전군이 피로 누적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3개월 전에도 바로 이 칼럼을 통해 ‘군이 지쳤다’고 쓴 적이 있다. 당시에도 일선 지휘관들은 ‘경계태세가 최장 기간 동안 이어지는 통에 장병들이 긴장과 피곤에 절은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상시화한 비상근무라면 더 이상 비상이 아니다. 군 수뇌부도 이런 고충을 잘 알고 있다. ‘비상 대기가 오래가면 군의 즉응능력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도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왜 시정하지 못하는가.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병영에 사고가 터져도 대통령의 눈치를 살폈다. 병사의 죽음은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책임이다. 법리적·도의적인 차원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지난 4월13일 치러진 20대 총선을 안보적 긴장 국면에서 치르려는 속셈이 있었다고 말하면 과도한가.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현재다. 경계태세가 아직도 유지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군 수뇌부의 잇따른 현장 점검으로 장병들의 피로도가 되레 높아만 간다. 경계태세를 1년 내내 유지한다는 게 말이 되나. 창군 이래 이런 적이 없다. 근무 여건이 힘들어지면 사고 발생 개연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또다시 사고가 발생해 아까운 젊은 목숨이 사라진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국방장관 혹은 대통령?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긴장 국면을 애써 조성했는지는 의문과 논란의 영역이지만 확실한 것은 한 가지 있다. 혼란의 와중에서도 누군가는 챙길 것을 다 챙겼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그랬고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 역시 특정국가가 뜻하는 대로 이뤄졌다. 혹자는 말할지 모른다. 무리해서라도, 한국 국민들의 감정에 아랑곳없이 한국과 일본을 한데 엮으려는 미국의 이해가 한국의 안보 현실에 들어맞았다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안보는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 속에서 더욱 강해지는 법이다. 국민을 무시한 안보 독점은 불신을 낳고 종국에는 안보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국민은 혼란의 시대에 누가 안보를 빙자해 진짜 국익을 저해했는지 기억하고 가려낼 것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피의자’로 취급되는 대통령의 모습이 남의 일 같은가. 맹목적 사대주의에 젖어 안보 논리를 독점하고 국민을 호도하려는 사람들이 진짜 문제다.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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