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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자금 공급 내년 10%씩 축소] '중후장대' 퍼주기 한계·성장동력도 못찾아…길잃은 국책銀

산은, 대기업에 70% 지원

수은은 85%가 조선·해운

중견기업 투자 늘렸다지만

지원규모 턱없이 부족하고

신용도 높은 우량기업 집중

정부 '할당식'도 구시대적

0515A02 국책은행금융지원액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내 주요 국책은행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길을 잃은 모습이다. 수십 년간 주요 지원 대상이었던 철강·조선·건설 등 중공업은 심각한 불황으로 금융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정보통신기술(ICT), 콘텐츠, 서비스 업종 등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군에 대한 지원은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망 업종에 대한 심사 등 자금 지원 역량이 쌓여 있지 못한 탓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산업 환경 시대에 걸맞은 자금 공급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책은행의 역할과 기능에 회의론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은 소위 ‘중후장대’로 불리는 전통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산업은행 여신은 장기적인 기업의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대출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기여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우리나라의 성장이 대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만큼 국책은행 지원이 대기업에 편중됐다. 산은의 기업투자 촉진 지원 프로그램 지원 실적을 보면 총 20조4,000억원 중 대기업이 14조4,000억원으로 70% 이상을 차지한다. 수출입은행 역시 조선·해운·건설에 대한 지원이 전체 지원의 85% 정도에 이른다. 수은에 따르면 지난해 선박수출기여도는 무려 수은 업무의 65%에 달했다. 조선·해운·건설업 부진이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서 수은의 금융 지원 축소는 당연한 수순이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전통 주력산업의 턴어라운드 시기를 점칠 수 없다는 점이다. STX조선·한진해운·창명해운 등이 올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더욱 심각한 것은 ‘조선 빅3’로 불리는 대우조선·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수주 절벽에 놓여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목표를 195억달러에서 94억달러선으로 절반 이상 낮추고 대우조선 역시 연초 108억달러로 잡았던 목표를 6월 62억달러에서 최근에는 35억달러까지 하향 조정했다. 특히 수은의 경우 금융지원에서 가장 비중 있는 항목 중 하나가 선박 수주 시 이행성보증(RG)이기 때문에 조선사의 수주목표가 축소되면 수은의 자금 지원 축소도 불가피하다.

수년간 계속된 전통 주력 산업 부진으로 국책은행들 역시 지원 대상 업종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으나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산은은 자금공급의 질적인 성장을 내걸고 올해 목표를 전년 대비 2조원 축소한 가운데 대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편중을 완화하고 예비·중견기업 지원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에 따라 예비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은 지난 2015년 15조6,000억원에서 올해 23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일부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소·중견 기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수은도 조선·해운·건설 위주의 지원 틀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금융지원 항목에 서비스업을 추가해 올해 2조6,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새로운 동력이라고 할 만한 지원 분야를 찾지 못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대기업 지원을 완화하고 역량 있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내걸고 있지만 여전히 신용도가 높은 우량기업 위주의 지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라며 “새로운 먹거리로 서비스·문화사업 등을 보고 있기는 하나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데다 효율적인 지원 방식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책은행 안팎에서는 정부가 국책은행에 여전히 할당식 목표를 주는 것 역시 구시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원이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약해졌음에도 여전히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국책은행의 금융지원 목표 수립에 관여하고 이를 공공기관 성과 평가의 주요 잣대로 활용하는 것은 지극히 행정 편의적 사고라는 얘기다.

금융지원 축소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수요 부족, 한계산업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 현상임에도 정부가 국책은행의 팔을 비틀어 일정 정도 이상의 금융지원을 하게 하는 것이 지원의 부실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무리한 목표를 할당하게 되면 모뉴엘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국책은행으로서는 이 지표가 경영평가의 중요 잣대로 포함되기 때문에 현실을 알면서도 꾸역꾸역 지원액을 맞춰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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