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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_직장생활 가이드 ‘플랜 Z’] <2> 회사는 돈 받고 다니는 곳이다

2030 여성을 위한 최명화 대표의 직장생활 가이드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남자에 비해 여자가 관계지향적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일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일이 진행되는 과정 역시 중요하게 여기며 행여 누가 마음을 다치지는 않을까, 일 때문에 누군가와 관계가 틀어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특성에서 비롯된 해석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이 조직 생활을 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까? 조직에 대한 기대가 관계 중심적으로 정의되면서 스스로 다치고, 필요 이상 실망하고 있지는 않을까?

학교와 회사는 출발부터 다르다.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지만 회사는 돈을 받고 다니는 곳이다. 회사의 중심은 일이고, 목적은 조직의 번영이다. 더 큰 목적은 수익의 극대화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돈을 주고 나의 능력과 경험을 구매한 것이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다. 그것이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의다. 재화와 능력 사이에 효율적인 교환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회사는 필요한 문화와 관습을 만든다. 구성원들을 교육시키기도 하고, 서로 잘 지내도록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한다. 업무 표준화 프로세스를 새로 만들어 정착시키기도 하고, 사무실 업무 환경도 개선시킨다. 수익의 극대화보다 지속 가능한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다.

내가 돈을 내고 다니는 학교와는 그 지향점과 존재 목적이 엄연히 다르다. 나를 보살펴 주거나 나의 감정을 돌보아줄 의무가 없는 곳이다. 엄밀히 말해 내가 최적의 환경에서 능률적으로 일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개선점을 제시하는 곳이지, 내가 예쁘거나 좋아서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의 능력 발휘를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사실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리스트는 그다지 많지 않다.

회사는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곳에 속한 사람들의 모습도 매우 다양하다. 다른 생각, 다른 배경, 다른 모습, 다른 이상과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미래에 대한 꿈도 각자 다르다.

공통점은 거의 없다. 비슷한 지역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공부하고, 미래를 꿈꾸는 모습이 비슷해 모인 대학교와도 매우 다른 곳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는 것이 놀라운 곳이 바로 직장이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 더 깊고,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이상하지? 나와 맞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네?’ 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다 다르기 때문에 지금 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곳에 속한 사람들의 모습도 매우 다양하다. 다른 생각, 다른 배경, 다른 모습, 다른 이상과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조직에 대한 남녀간의 다른 태도와 인지에 대한 실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낯선 사람들이 있는 방에 혼자 들어가는 상황에 대한 실험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첫 반응이 매우 달랐다. 남자들의 경우 낯선 조직이나 상황에 처하게 되면 먼저 이 집단의 보스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누가 리더인지, 그리고 나는 (조직 내 힘의 배열에서) 어느 정도 순위가 매겨질 지 가늠한다는 것이다. 반면 여자들은 누가 이 방에서 나와 친해질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누구와 마음을 통하면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누구와 어울릴 수 있을까를 본능적으로 살펴본다는 얘기다. 매우 다른 반응이다. 여자의 관계 지향적인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실험이다.

돌이켜보면 여자들의 관계지향적인 특성은 나 자신의 성장기에서도 종종 목격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 학창 시절 쉬는 시간에 화장실조차 혼자 가는 법이 없었다. 반드시, 기필코 친한 친구와 손을 꼭 잡고 가야만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몇 교시 끝나고 갈 것인가도 미리 정해야 했고, 별거 아닌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귓속말로 주고 받아 옆 자리 앉은 다른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야만 우리 둘이 ‘특별한’ 관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정해진 친구들과 정해진 모습으로 똘똘 뭉쳐 만나야 더 재미가 있었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위해 ‘곗돈’을 모으는 것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러한 특성들이 학창 시절에서 끝난다면, 그리고 사적인 영역에 머무른다면 괜찮다. 어차피 선별적인 사람들과 나의 의지에 따라 선별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곳이 학교가 아닌가.

운 좋게도 나와 배포가 맞는 동료를 발견했거나, 나를 유달리 챙겨주는 고마운 상사를 만났다면, 그건 행운이다. 당연한 결과물로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운이 좋았기 때문에 손에 쥐게 된 보너스인 셈이다. 함께 일할 사람을 우리가 고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쿨 걸(school girl)’의 태도가 회사 생활에서도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목도한다. 아주 이질적인 사람들과 조직 번영의 공통 목적을 갖고 협업해야 하는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여전히 나와 친하고, 내가 편한 사람들과 특별하게 어울리는 것을 원하고 있다. 여러 부서가 모이는 전체 회식 자리, 평소 일할 기회가 없었던 부서 사람들과도 어울리면서 자신을 소개하고 그들의 일도 알아가면 좋으련만, 항상 붙어 다니던 옆자리 동료와 기필코 나란히 앉아 구석자리를 채우곤 한다. 외부 사람들과 교류하라고 어렵게 개최한 워크숍에서도 쉬는 시간이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가장 친한 동료와 팔짱을 끼고 산책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 지향성은 자칫 폐쇄성과도 연계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쉽게 팀워크를 이뤄 일을 해야 하는 조직의 생리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조직원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비칠 수 있다.

조직에 대해 잘못된 기대를 갖는 것은 위험하다. 그것이 관계에 대한 기대라면 더욱 위험하다. 잘못된 기대에서 오는 피해는 다른 사람이 아닌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남기 마련이다. 나와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그곳에서 운 좋게도 나와 배포가 맞는 동료를 발견했거나, 나를 유달리 챙겨주는 고마운 상사를 만났다면, 그건 행운이다. 당연한 결과물로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운이 좋았기 때문에 손에 쥐게 된 보너스인 셈이다. 함께 일할 사람을 우리가 고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직장 내에서 관계에 대한 훈훈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 자체를 버리자. 사랑 받고 이해받고 싶다는 욕구는 집에 떨어뜨려 놓고 나오자. 날 좋아해 줄 사람은 없고 나의 기대처럼 움직일 사람은 더더욱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회사는 원래 외로운 곳, 이해 받지 못하는 곳!’ 이렇게 기대수준을 조절하고, 직장이라는 곳을 바라보자. 그 동안 해결 불가능, ‘넘사벽’으로 생각됐던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놀라울 정도로 객관적으로 보일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기대치를 낮추고 일에 몰두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고, 평생을 함께 할 동료를 만날 수도 있다. 직장이라는 조직이 선사하는 ‘기분 좋은 역설’이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최명화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 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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