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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엽, 우물 안 개구리에서...소통과 뚝심의 배우로 거듭난 사연

“드라마 현장에 있을 때 만큼 좋을 때는 없는 것 같아요. 엔도르핀이 너무 돌거든요. 진짜 작품 끝나고, 공허함이 한 방에 몰려올 때 약간 주체를 못하기도 했어요.”

JTBC ‘이번주 바람을 핍니다’(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 김효신, 이예림)(이하 이.아.바)가 지난 4일 12부작을 끝으로 종영했다.

최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이상엽은 ‘이.아.바’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각별한 듯 했다. “보고, 또 보고...대한민국에서 ‘이. 아. 바’를 제일 많이 본 사람이 저 일걸요. 그런 작품을 떠나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

배우 이상엽이 3일 열린 JTBC ‘이.아. 바’ 종방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이상엽의 ‘이.아.바’ 사랑은 대단했다. 24시간이 ‘이.아.바’에 맞춰져 있었다. 아침에 휴대폰을 들고 계속 다시보기를 하고, 눈이 너무 아프면 TV 앞으로 가서 다시 보기를 한다고 했다. 그 뒤 밥을 먹고 노트북으로 또 보던지, 다시 TV로 보다가 전체를 다 볼 기분이 아니면 클립 영상들만 계속 보기도 했다고 했다. 그 다음엔 잠시 잠을 잔 뒤 촬영장에 가거나, 촬영이 없는 날은 내일 촬영 할 ‘이.아.바’ 대본을 보며 지냈다고 했다.

극중 이상엽은 허세충만, 자유분방한 라이프를 즐기는 5년차 PD 안준영 역을 맡았다. 그는 본인의 연기를 보는 것 보다는 다른 배우들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너무 날고 기는 배우분들이랑 함께 작업을 했잖아요. 와! 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촬영 당시에는 못 느꼈던 디테일을 찾아내면 또 한번 놀라면서요. 숨겨진 것들을 찾는 재미가 대단했어요. ‘국수의 신’ 촬영 때도 돌려봤긴 한데,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사실 이상엽은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 배우의 전작을 찾아보며 미리 공부 아닌 공부를 하는 배우다. 이번에도 이선균, 김희원, 권보아 등의 전작을 찾아봤다고 했다. 흔히 배우들이 시파티를 하면서 친해지기도 하지만, 그 전에 좀 더 익숙해지고 싶었던 것.

“‘이.아.바’ 시작 전에, 보아씨의 영화 ‘빅매치’를 보기도 했고, 선균이 형의 ‘성난변호사’, ‘내 아내의 모든 것’, 희원이 형의 ‘아저씨’등을 찾아봤어요.”

영화 속 모습과 달랐던 이는 김희원과 이선균. “글쎄요. 희원이 형 같은 경우는 생각보다 더 정겨운 분이세요. 대화 나누는 것도 좋아하시구요. 성균이형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있는 분이시던걸요.(웃음)”

사진제공 = JTBC, 드라마 하우스


이상엽은 2007년 드라마 KBS2 ‘행복한 여자’(연출 김종창, 극본 박정란)로 데뷔해 드라마와 영화, 사극과 정극, 멜로-미스터리-시트콤 까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의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매력을 선보였다.

지금이야 드라마 현장 가는 게 세상 그 무엇보다 즐겁다고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이상엽에게 ‘현장’은 무섭고 불편한 곳이었다. 2011년 선 보인 SBS 드라마 ‘마이더스’ 가 바로 그랬다. 당시 이상엽은 카메라 울렁증까지 생길 정도라고 했다.

상대 배우의 리액션 경우의 수를 다 공부해 간 이상엽은 본인의 예상치를 넘어서는 베테랑 배우 김희애, 장혁으로 인해 멘탈이 붕괴 될 정도에 이른 것. 그렇게 절망감에 사로잡힐 때 만난 이가 김석윤 감독이었다.

JTBC 드라마 ‘청담동 살아요’에서 김석윤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상엽은 작은 우물을 깨고 나오게 된다. 보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하고, ‘내가 정말 못하는구나’란 자괴감만 들었던 그는 김 감독으로 인해 ‘가능성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내가 상대 말을 들어주고, 교류가 되면 사람 눈만 보고도 연기할 수 있는건데, 전 뭔가를 계속 더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똘끼’라고 할 수도 있는데,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도 한번 해 보자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다르게 해서 NG가 나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김석윤 감독님이 저의 이런 걸 다 걷어내주셨어요. 정말 고마운 분이시죠.”



은인인 김석윤 감독에게 어떻게라도 마음의 표시를 하라는 제안을 하자, 이상윤은 위트 있게 대답을 이어갔다. “그냥 저를 드리려구요(웃음)”

작은 우물 안에서 방황하던 시기를 지나 드넓은 바다로 나가 자신감을 얻게 된 이상엽은 아직까지는 후배들한테 이야기 해줄 게 없다고 했다.

“후배들이 저에게 연기적으로 물어보면 민망해요. 그럴 때면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저기 저 형한테 물어봐라고 말해요. 연기적으로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그냥 후배들 이야기 들어주고, 그냥 웃어주고, 그렇죠. 뭐. 그게 제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상은 “상대 배우와 소통을 하면서도 자기가 생각한 걸 뚝심 있게 해내는 배우”이다.

그래서 그럴까. 그는 배우에게 중요한 건 대단한 연기력 보다는 “현장에서 기가 죽지 않는 멘탈”이라고 했다.

사진제공 = JTBC, 드라마 하우스


“어린 친구들이 기가 죽어있으면 연기하기 힘들어요. 기가 죽어있다는 건 공손함과 예의를 지키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죠. 겸손함만을 생각해 자신까지 내려놓게 되면 연기하기가 힘들어요. 현장에선 예의 바르더라도 ‘슛’이 들어가면 배우 대 배우로 마주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배우가 작가가 원하는 말을 다 전달 못할테니까요.”

이상엽은 2016년 한해 tvN ‘시그널’을 비롯해 KBS ‘마스터-국수의 신’, 단막극 ‘즐거운 나의 집’, SBS ‘닥터스’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출연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멀티를 못해서 작품 촬영 중엔 작품에만 몰입했다. 그 결과 ‘스스로를 잘 못 지켰던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2017년을 앞 두고, 이상엽이 세운 새로운 목표는 ‘나는 지키면서 작품에 몰입하자’이다. 보다 유연성 있고 의연하게 매진하고 싶은 것.

한 때는 자신의 연기에 자신이 없어서 검색창에 자신과 관련 된 기사를 미친 듯이 검색할 때가 있었다고.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내 연기가 어떻게 보이는지도 궁금하기도 해서 검색을 했어요.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면 힘을 받기도 해요. 또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그 사람 이야기 맞나보다’라고 수긍하면서도 또 영향을 받기도 하고...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선 잊으려고 해요. 사실은 기억이 나죠. 더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사랑했던 드라마를 떠나보내는 그만의 방법은 관련 드라마 이야기를 연달아 하는 것. 이번 종방 인터뷰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영국 속담에 ‘죽은 사람 이야기를 며칠 씩 하면서 떠나보낸다’는 말이 있어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이.아.바’를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곧 그의 연극 무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지만 한번도 상업 연극 무대에 서본 적은 없는 그이다. ‘국수의 신’에서 만난 조재현 배우와 꼭 한번 연극을 하고 싶은 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조재현 선배가 연극 ‘에쿠우스’ 준비를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하자. “선배님이 저한테 그 작품은 이야기 안했는데, (17세 소년 엘런)역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하고 싶죠. 나이요? 극복할 수 있습니다” 며 활짝 울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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