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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내린 눈을 여름 냉방에 사용하는 방법

눈을 이용한 새로운 사업





지난 1월, 미국 동해안에 눈보라가 닥쳐 눈이 90cm나 쌓였을 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눈을 그저 쓰레기로 생각했다. 그리고 몇 달 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 닥치자 사람들은 그 눈이 그리워졌다.

과장이 아니다. 일본과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서는 남아도는 눈을 저장해서 여름철 냉각재로 쓰는 방법을 실험 중이다. 이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현명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공조 비용과 공기 오염을 줄일뿐더러 대부분의 사람들이 쓸데없는 쓰레기로 여기던 눈을 재활용할 수 있다.

최근 두 캐나다 과학자들은 눈을 여름철 냉각재로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그들의 연구논문은 <청정기술과 환경정책(Clean Technologies and Environmental Policy)> 지에 소개되었다. 이 논문에서 나온 결론에 따르면, 눈을 이용하는 냉방 시스템은 기존의 공조 체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환경 파괴 효과가 적으면서도 냉방 효과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 오카나간 캠퍼스의 공학 부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카순 히웨이지는 “눈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냉방비도 올라가고, 우리 사회는 자원과 소재를 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과거에 눈은 처리 비용이 많이 드는 쓰레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에너지 비용을 줄여주는 유망한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한다.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한 UBC의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건물의 공조 장치에 눈(겨울에 도로에서 수거한)을 넣어 여기로 공기를 통과시킬 경우 더울 때 기존 공조장치를 사용할 필요가 줄어든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캐나다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히웨이지는 “이는 검증된 기술이지만, 경제적 타당성은 기후에 따라 다르다. 이 기술의 효율과 실행 가능성은 강설량과 여름의 냉방 수요에 따라 다르다. 여름철 냉방비가 매우 비싼 온타리오의 여러 지역 같은 경우, 이 기술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고 말한다.

기계로 눈을 치우는 모습


이 연구에서는 기존 공조 체계를 갖춘 대형 건물과 눈에 기반한 공조 체계를 갖춘 대형 건물을 시뮬레이션으로 비교했다. 후자는 여름철에 눈을 단열재로 사용한다. 연구의 공저자이자 UBC 킬로나 캠퍼스의 공학 교수인 레한 사디크는 따르면 대형 건물과 시설물에 눈을 사용한 공조 체계를 설치할 경우 매우 뛰어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등 대형 조직에서도 이 방식을 사용하면 제설 작업에 드는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기존의 공조 체계는 눈을 사용하도록 개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히웨이지의 말이다. “이런 기술은 여름철에 지하의 냉기를 이용하는 지열 냉방 체계와 매우 비슷하다. 다만 우리는 지하의 냉기 대신 눈을 사용할 뿐이다. 눈 속으로 공기를 통과시켜 공기의 온도를 낮추고, 그 공기를 건물의 환기 체계에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강설량이 적은 곳에서는 이 기술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인정한다. “이 체계는 분명 유용하지만 여름철 냉방비가 매우 많이 드는 지역이 아니라면 경제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히웨이지는 말한다. 다른 여러 도시들도 오랫동안 이 기술에 도전했다. 예를 들어 겨울이 매우 추운 일본의 호카이도섬은, 겨울에 제설한 눈을 창고에 모아 식품 냉장저장 및 냉방에 사용했다. 호카이도섬의 비바이 시에서는 눈을 사용해 식품을 냉장저장함으로서 전기 사용료를 절약했다. 날씨가 더울 때면 콘도미니엄에 연결된 눈 창고는 눈으로 인해 온도가 낮아진 공기를 주거공간으로 보내거나, 녹은 눈을 순환시켜 냉방을 한다.

레한 사디크(좌)와 카순 히웨이지(우)


호카이도 경제산업국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눈은 저렴하면서 효과가 뛰어나고 이산화탄소도 발생시키지 않는 석유의 대체재다. 이 눈을 제대로 활용하면 겨울철 제설작업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도시 순스발의 시립 병원에도 이와 같이 눈을 사용한 냉방 체계가 있다. 지난 2000년에 설치된 이 체계는 아마도 세계 최초일 것이다. 이 냉방 체계는 건물 속 인원들의 쾌적한 생활을 도울 뿐 아니라, 주요 기기들의 과열도 방지한다. 순스발 시립 병원에 눈을 활용한 냉방 체계가 생기기 전에는, 병원 서쪽에 눈 처리장이 있었다. 시 당국은 도로에서 제설한 눈을 이 눈 처리장에 갖다 버렸다. 눈을 사용한 냉방 체계를 설치하기에 이상적인 입지 조건이었다. 이 냉방 체계는 겨울에 방수 아스팔트(단열재 역할을 한다)로 만들어진 깊이 7m의 구덩이 속에 눈을 붓는다. 봄과 여름에는 눈 위에 나무조각을 깔아 녹지 않게 한다.

캐나다 연구자들은 눈 저장 체계에 대한 상세 비용 예측이나, 이로 인해 절약되는 비용 계산은 실시하지 않았다. 히웨이지에 따르면, “이 체계로 인해 절약되는 비용은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지역마다 여름으로 볼 수 있는 기간과 그 기온이 다르고, 냉방 비용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히웨이지는 이 점을 강조한다. “우리의 연구로, 눈을 사용하면 아파트 건물 같은 곳에서의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눈을 사용해 건물을 냉방하면 공조 기기에서 나오는 온실 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Marlene Ci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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